신상여행지 ⑤중구생활사전시관

개항장 인천의 랜드마크, 대불호텔의 화려한 변신

▲ 대불호텔 자리에 개관한 중구생활사전시관

오랜 세월 공터로 있던 자리에 옛 주인이 돌아왔다. 1978년 철거된 대불호텔이 40년 만인 지난해 4월 중구생활사전시관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 대불호텔의 모습을 재현해 꾸민 이곳은 대불호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1관, 1960~1970년대 인천 중구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는 2관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 동선은 1관을 지나면 자연스레 2관으로 이어진다.
 

▲ 대불호텔 객실을 재현한 공간

중구생활사전시관에서 먼저 할 일은 대불호텔이 지나온 파란만장한 세월을 돌아보는 일이다. 흥했다 망하고, 다시 성했다 쇠하는 그 과정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했던 130여년 전의 개항장 인천과 많이 닮았다. 아니 우리가 살아내야 할 팍팍한 인생과도 많이 닮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의 역사는 1888년, 제물포항(인천항)에서 멀지 않은 일본 조계에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이 세워지며 시작됐다. 파란 눈의 이방인은 이곳을 호텔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불렀다. 식사하고 잠을 자는 공간이지만, 초가로 지은 우리네 주막이나 다다미가 깔린 일본식 여관과는 달랐다. 객실에는 침대가 놓이고 서양 음식이 제공됐다.

호텔 역사 한눈에

한국어와 일본어는 물론 영어에도 능통한 종업원의 맞춤 서비스는 대불호텔의 명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등공신. 미국인 선교사 아펜젤러는 <비망록>에서 “놀랍게도 호텔에서는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손님을 편하게 모셨다”며 투숙 경험을 남겼다. ‘깨끗하고 매혹적인 건물’이라 대불호텔을 극찬한 영국인 탐험가 새비지-랜도어 역시 <코리아 혹은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현대적 말씨를 사용하는 종업원’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 당시 호텔 서비스를 보여주는 전시물

대불호텔의 객실료는 상등실 2원50전, 일반실 2원으로 다른 호텔이나 여관보다 비쌌지만, 인기가 좋아 11개 객실은 늘 만실이었다. 당시 한국인 노동자의 하루 임금은 23전이었다. 
10여년간 호황을 누린 대불호텔은 1899년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 놓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원래 경성(서울)까지는 우마차를 타고 12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기차를 이용하면 1시간40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에 따라 서양인 왕래가 감소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 중구생활사전시관 1관에 전시된 ‘중화루’ 간판

일본인 무역상 호리 히사타로가 소유한 대불호텔은 뢰씨 일가를 비롯한 중국인들에게 넘어가, 베이징요리 전문점 ‘중화루’로 다시 태어났다. 호텔에서 중국집으로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중화루는 인천을 넘어 경성까지 이름을 알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불호텔 경영에 악재로 작용한 경인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하지만 40여년을 승승장구하던 중화루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960년대 들어 청관거리의 경기가 급격히 나빠진 것. 중화루 폐업 후 월세방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던 3층 벽돌 건물은 1978년, 지은 지 90년 만에 결국 철거되고 만다.
중구생활사전시관 1관에는 대불호텔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2층과 3층에는 당시 호텔 객실과 연회장을 재현한 공간이 있고, 개항 이후 국내에 들어온 카메라와 회중시계 같은 진귀한 소품도 전시됐다. 1층 전시관의 바닥 일부를 유리로 마감해 대불호텔의 유구를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흥미롭다.
 

▲ 1960~1970년대 인천 중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중구생활사전시관 2관

중구생활사전시관 2관은 1960~1970년대 인천 중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체험하는 공간이다. 당시 상류층 주택을 재현한 전시물부터 이발소, 다방, 극장까지 중구에 실재한 건물과 시설을 기반으로 꾸며, 전시관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 인천개항박물관 외관

중구생활사전시관을 돌아본 뒤에는 개항장역사문화의거리도 찬찬히 걸어보자. 중구생활사전시관 옆으로 ‘조선은행’이라 이름 붙은 구 인천일본제1은행지점(인천유형문화재 7호)과 구 인천일본제18은행지점(인천유형문화재 50호), 구 인천일본제58은행지점(인천유형문화재 19호)이 나란히 자리한다. 청일전쟁 후 경제 수탈의 첨병 역할을 한 이들 일본 은행 건물은 현재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본제18은행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일본제1은행은 인천개항박물관으로 운영된다.
 

▲ 인천아트플랫폼의 야외 전시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활용하는 일본제18은행에서는 답동성당과 존스턴 별장처럼 현재 인천 중구에 있거나 과거에 있던 근대건축 모형이 전시돼, 개항 당시 인천의 모습을 상상하기 좋다. 부둣가 창고를 지역 예술인의 창작 공간으로 꾸민 인천아트플랫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한중문화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다.
 

▲ 월미공원 내 한국전통정원에 재현된 안동하회마을의 양진당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
1978년 철거 후 새롭게 중구생활사전시관으로

월미공원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한국전통정원이다. 월미공원 입구 왼쪽에 있는 한국전통정원에서는 창덕궁 부용지, 안동하회마을의 양진당, 담양 소쇄원, 함안의 국담원 등 우리나라 대표 전통 건축물을 재현했다. 
인천 앞바다와 영종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월미전망대와 월미문화관도 놓칠 수 없다. 공원 정문에서 1.4km 떨어진 월미전망대 앞 정상광장까지 걸어가거나 물범셔틀카를 이용하면 된다. 물범셔틀카 이용료는 왕복 어른 1500원, 어린이 800원(편도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 신포국제시장의 명물, 닭강정

신포국제시장은 19세기 말 푸성귀전에서 비롯됐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배추와 무, 양파 등 각종 채소를 팔던 자리에 자연스레 시장이 형성된 것. 개항 이후 인천항으로 들어온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서울에 화신백화점이 있다면 인천에는 신포시장이 있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번성했다. 
신포시장으로 불리던 이곳은 2010년 3월에 문화관광시장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신포국제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포국제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는 먹거리에 있다. 그중에서도 닭강정이 명물. 양념치킨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1980년대에 처음 선보였으니, 그 매콤한 맛을 지켜온 시간은 어느덧 40년에 가깝다. 최근 젊은 고객의 입맛을 고려해 순한 카레 맛 닭강정을 내놓은 게 변화라면 변화다.
 

▲ G타워 전망대에서 본 송도센트럴파크

송도센트럴파크는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룬 송도국제도시에 자리한다. 서해 바닷물을 끌어와 만든 해수로를 중심으로 테라스정원, 산책정원, 꽃사슴정원, 조각정원 등을 조성했다. 테마 정원은 해수로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를 통해 모두 연결된다. 송도센트럴파크는 국내 최초의 해수 공원답게 도심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미니 보트와 카약을 타고 토끼섬과 연인섬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니 보트와 카약은 이스트보트하우스에서, 수상 택시는 웨스트보트하우스에서 출발한다.
 

▲ 요즘은 꽃게가 제철이다.

국가어항 ‘소래포구’

소래포구는 수도권을 대표하는 어항이다. 인천은 물론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2017년 해양수산부 고시를 통해 국가어항으로 지정됐다. 소래포구의 매력은 우리 바다가 키운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싱싱한 활어, 젓갈, 건어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은 토실토실 살이 오른 주꾸미와 주홍빛 알을 가득 품은 꽃게가 제철이다. 싱싱한 바다의 맛을 마음껏 즐기고, 소래철교를 걸으며 포구의 낭만에 빠져도 좋다. 끼룩끼룩 울어대는 갈매기를 벗 삼아 걷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코끝에 와닿는 바다 냄새는 도심 생활에 찌든 가슴을 말끔히 씻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중구생활사전시관→개항장역사문화의거리→월미공원→신포국제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중구생활사전시관→개항장역사문화의거리→월미공원→신포국제시장
둘째 날: 송도센트럴파크→인천시티투어→소래포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중구 문화관광 www.icjg.go.kr/tour
- 중구생활사전시관 http://jlhm.icjgss.or.kr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www.icjgss.or.kr/architecture
- 인천개항박물관 www.icjgss.or.kr/open_port
- 월미공원(인천의공원) http://park.incheon.go.kr
- 신포국제시장 http://sinpomarket.com
- 인천시설공단 www.insiseol.or.kr 

문의 전화 
- 인천역관광안내소 032)777-1330
- 인천종합관광안내소 032)832-3031
- 중구청 문화관광과 관광팀 032)760-6478
- 중구생활사전시관 032)766-2202
-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032)760-7549
- 인천개항박물관 032)760-7508
- 월미공원 032)765-4133
- 신포국제시장지원센터 032)764-0415
- 인천시설공단 032)456-207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1호선 인천역 3번 출구, 중구청 방면 도보 5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인천대로 인천 IC→인천항사거리에서 수인사거리 방면 우회전→수인사거리에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인천역→중구생활사전시관 

숙박 정보
- 센트로호텔: 중구 연안부두로43번길, 032)887-0490, http://blog.naver.com/hotelcentro
- 바이킹호텔: 중구 연안부두로55번길, 032)887-1539
- 제이모텔: 중구 연안부두로21번길, 032) 888-7711
- 올림포스호텔: 중구 제물량로, 032)762-5181, http://olymposhotel.co.kr

식당 정보
- 공화춘(중화요리): 중구 차이나타운로, 032)765-0571, www. gonghwachun.co.kr
- 신승반점(중화요리):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032)762-9467
- 인천집(삼치구이): 중구 우현로67번길, 032)764-6401
- 통큰밴댕이(밴댕이회): 중구 연안부두로, 032) 884-3979, https://blog.naver.com/tongkn3979

주변 볼거리
송월동동화마을, 차이나타운, 북성포구,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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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