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여행지 ②문경에코랄라

신나게 놀면서 배운다!

▲ 복합 생태 문화 테마파크 문경에코랄라에서 최첨단 멀티미디어 쇼 ‘포레스트 판타지아’가 펼쳐진다.

햇살이 따사로운 5월은 신나게 뛰어놀기 좋은 계절이다. 지난해 경북 문경 지역에 새롭게 문을 연 ‘문경에코랄라’는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이색 여행지다. 종전에 있던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오픈세트장을 통합하고, 에코타운과 자이언트포레스트 시설 등을 더해 복합생태문화테마파크로 업그레이드했다.
 

▲ 백두대간을 주제로 꾸민 생태 전시관, 에코서클

에코타운은 백두대간 생태 전시관인 에코서클, 특수촬영과 영상 제작을 체험하는 에코스튜디오, 첨단 농업기술을 보여주는 에코팜 등으로 나뉜다. 에코서클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체험형 전시관이다. 스크린 영상이나 이미지를 터치하면 화면에 관련 설명이 나온다.

백두대간을 잇는 산과 강, 지질구조에 대해 배우고 더불어 살아가는 동식물을 만나다 보면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천장에 설치된 원형 스크린에서는 최첨단 멀티미디어 쇼 ‘포레스트 판타지아’가 펼쳐진다. 웅장한 음악과 함께 파노라마로 나타나는 환상의 숲 탐험이 깊은 울림을 준다. 에코서클에는 동물 그림에 색깔 입히기, 탄소 발자국 줄이기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전시도 많다.
 

▲ 에코스튜디오에서 특수촬영 기법을 체험하는 어린이

다양한 체험

에코스튜디오는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 좋은 곳이다. 시나리오 선정부터 촬영, 편집까지 온전히 나를 위한 영상물을 만들 수 있다. 초고속 카메라와 모션 캡처 등 특수촬영 기법을 체험하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짜릿함을 만끽한다. 영상물을 편집·제작하는 데 20~30분이 걸리며, 1인 체험도 가능하다.
 

▲ 첨단 농업기술을 보여주는 에코팜
▲ 공간 전체가 거인의 숲을 탐험하는 스토리로 꾸며진 야외 놀이터, 자이언트포레스트

터치 한 번으로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온도와 습도, 햇빛 등을 완벽히 조절하는 에코팜(스마트팜)과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전시도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 한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야외 놀이터인 자이언트포레스트가 가장 붐빈다. 거인광장, 종이배 연못, 신기한 수도꼭지 등 독특한 놀이시설과 더불어 야외 공간 전체가 거인의 숲을 탐험하는 스토리로 꾸며졌다. ‘자이언트포레스트 AR’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더욱 현실감 있게 즐길 수 있다.
 

▲ 문경석탄박물관 야외에 있는 은성갱도

자이언트포레스트 맞은편에는 문경석탄박물관이 있다. 과거 은성광업소 자리에 건립된 이 박물관은 국내 석탄 산업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문경은 광산 개발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곳으로, 석탄 산업이 활황일 때는 30개가 넘는 광산이 운영됐다고 한다.

1926년 남한 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경탄광이 개광했으며, 이후 전남 화순의 구암탄광, 남한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척탄광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은성탄광은 1938년 문경탄전의 일부로 개광했다. 일제강점기에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우후죽순 개발된 탄광은 광복 이후 국내 경제를 일으키는 밑거름이 됐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전국에 4~5곳이 남았다.
 

▲ 동굴 안을 이동하며 석탄의 역사와 채굴 과정을 재미나게 배우는 거미열차

전시 내용이 알차고 풍부해 하나하나 둘러보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석탄 산업의 역사, 석탄의 생성 과정과 종류 등이 설명되어 박물관을 나설 땐 누구나 석탄 박사가 된다. 아이들이 있다면 스파이더 다크라이드(거미열차)를 추천한다. 거미열차를 타고 동굴 안을 이동하면서 석탄의 역사와 채굴 과정을 영상, 음성, 모형 전시로 재미나게 배울 수 있다.
 

▲ 광부들이 살던 사택촌을 재현한 공간

복합생태문화테마파크로 업그레이드
아이들과 즐겁게 놀면서 배우는 여행지

박물관 뒤쪽에는 실제 석탄을 캐던 탄광이 일부 개방돼 있다. 광부들이 갱도 안에서 작업하고 생활한 모습을 밀랍 인형으로 생생히 재현했다. 안타깝게도 1979년 이곳 갱 내에서 화재가 발생해 44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전날 10·26사건이 벌어지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 속에 묻혔다.

먹먹해진 마음에 갱도를 나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갱도 밖에는 광부들이 살던 사택촌을 옛 모습 그대로 꾸몄다. 당시 사람들이 나눈 대화를 사투리까지 고스란히 들려준다.
 

▲ 수많은 사극을 촬영한 가은오픈세트장

가은오픈세트장은 폐석산에 나무를 심어 가꾼 동산에 세웠다. 탄광서 나온 석탄 폐기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산 높이가 엄청나다. 세트장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가면 편하지만(월요일 휴무), 계단을 이용해도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세트장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과거로 회귀한다. 웅장한 왕궁 뒤쪽에서 당장이라도 옛사람이 나타날 듯하다. 세트장이 꽤 넓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관람하는 게 좋다. 2006~2007년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연개소문〉을 필두로 〈자명고〉 〈천추태후〉, 영화 〈안시성〉 등 수많은 영상물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제1촬영장은 평양성과 고구려 궁, 고구려 마을, 신라 마을로 구성되며, 제2촬영장은 안시성과 성내 마을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수많은 사극의 전투 장면이 이곳을 배경으로 탄생했다. 제3촬영장은 요동성과 성내 마을로 구성되며, 관아와 저잣거리도 볼 수 있다.
 

▲ 전국에 레일바이크 열풍을 몰고 온 문경철로자전거

문경에코랄라를 나서면 가은역이 지척이다. 석탄 산업이 활황일 때 이곳도 덩달아 북적였겠지만, 2004년 철로가 폐선(가은선)되면서 이제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 자그마한 간이역은 예쁜 카페로 꾸며 아늑한 여행자 쉼터로 변신했다. 향긋한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며 잠시 쉬었다 가기 좋다. 
 

▲ 삼국시대에 축성된 고모산성은 진남교반을 사이에 둔 천연 요새로 꼽힌다.

가은역은 문경철로자전거를 체험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경철로자전거는 국내 최초로 철로자전거를 개통해 전국에 레일바이크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검은 석탄가루가 날리던 가은선을 따라 지금은 무공해 철로자전거가 달린다. 총 4개 코스로 구성되며 가은역, 문경역, 구랑리역, 진남역서 철로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진남역 근처에는 고모산성과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삼국시대에 축성된 고모산성은 진남교반을 사이에 둔 천연 요새로 꼽힌다. 옛 성벽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동쪽에 일부 성벽이 남았다.
 

▲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벽화와 형형색색 우산으로 꾸민 문경오미자테마터널 <사진제공:문경오미자테마터널>

국내 최초 철로자전거

고모산성 아래 조성된 문경오미자테마터널은 과거 점촌과 문경 사이에 석탄을 실어 나르던 석현터널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를 테마로 만든 터널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벽화와 갤러리, 이벤트 홀 등이 마련됐다. 오미자로 만든 와인도 맛볼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문경에코랄라→가은역→문경철로자전거→고모산성→문경오미자테마터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문경에코랄라→가은역→고모산성→문경오미자테마터널
둘째 날: 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철로자전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문경시 문화관광 www.gbmg.go.kr/tour
- 문경에코랄라 http://ecorala.com
- 문경오미자테마터널 www.omijatt.com
- 문경철로자전거(문경관광진흥공단) www.mgtpcr.or.kr 


문의 전화
- 문경새재안내소 054)550-6414
- 문경관광안내센터 054)571-7947
- 문경에코랄라 054)572-6854
- 문경철로자전거(진남역) 054)553-8300
- 문경오미자테마터널 054)554-521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가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08:20, 13:10, 18:1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가은아자개장터버스정류소(가은읍 버스 정류장)에서 문경에코랄라까지 도보 약 15분.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가은아자개장터버스정류소(가은읍 버스 정류장) 054)572-7100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 IC에서 상주·문경 방면 오른쪽→모곡교차로에서 오른쪽→419m 이동, 가은·마성 방면 우회전→문경대로→문경석탄박물관·가은촬영장 방면 우회전→가은로→문경석탄박물관 방면 오른쪽→왕능길→문경에코랄라

숙박 정보
- 라마다 문경새재: 문경읍 새재2길, 054)504-7077, www.ramadamg.com
- STX리조트: 농암면 청화로, 054)460-5000, www.stxresort.com
- 문경새재국민여가캠핑장: 문경읍 새재1길, 054)572-3762, www.mgtpcr.or.kr(문경관광진흥공단)
- 강이있는풍경: 마성면 구랑로, 010-5287-3375, www.kangpungkyung.com

식당 정보
- 산중에(손두부전골·자연밥상): 문경읍 새재2길, 054)571-7972, https://munkeng.modoo.at
- 문경약돌한우타운(약돌한우로스구이): 문경읍 문경대로, 1588-9075, http://문경약돌한우타운.kr
- 새재할매집(더덕정식): 문경읍 새재로, 054)571-5600
- 자연산매운탕(잡어매운탕·어탕): 문경시 영강공원길, 054)555-1998

축제·행사 정보
문경달빛사랑여행: 5월18일(4~9월, 총 5회 운영), 문경시 일원,  054)571-7677(문경축제관광조직위원회), 054)550-6394(문경시청 관광진흥과), www.mftf.kr(문경축제관광조직위원회)


주변 볼거리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 박열의사기념관, 한국다완박물관, 문경자연생태박물관, 문경온천, 문경새재오픈세트장, 짚라인 문경, 문경활공랜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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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