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여행 ②보성 대원사와 티벳박물관

두 개의 불교문화 체험험

▲ 티베트 불탑인 수미광명탑과 대원사티벳박물관

봄 향기 가득한 4월, 전남 보성의 고찰 대원사를 찾아가는 코스는 눈이 호강하는 길이다. 5.5km 진입로에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기 때문.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취한 듯 걷다보면 어느새 사찰 입구에 도착한다. 
 

▲ 4월이면 대원사 진입로를 따라 벚꽃이 터널을 이룬다. <사진제공:보성군청>

일주문이 맞아주는 여느 절과 달리 이국적인 불탑이 눈에 들어온다. ‘초르텐’이라는 티베트 불탑이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높이 15m의 희고 웅장한 수미광명탑과 바람에 나부끼는 오색 깃발이 이채롭다. 맞은편에는 티베트 사원 양식으로 지은 대원사티벳박물관이 우뚝 섰다. 해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보던 풍경을 눈앞에 맞닥뜨린 듯 낯설고 비현실적이다.
 

▲ 수미광명탑 내부에는 티베트 왕궁 화가가 그린 벽화와 만다라를 봉안했다.

달라이 라마와 인연

대원사티벳박물관과 수미광명탑은 대원사 주지인 현장 스님이 세웠다. 인도 여행 중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 티베트 불교문화는 인류가 이룩한 영적인 문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런 티베트의 정신문화와 예술세계를 소개하고, 한국 불교와 교류를 촉진하고자 2001년 박물관을 열었다. 또 박물관 개관을 축하하는 달라이 라마의 메시지와 티베트·네팔에서 보내온 부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수미광명탑을 만들었다.
 

▲ 불경 구절을 적은 오색 깃발, 타르초

탑 내부에는 티베트의 왕궁 화가가 그린 벽화와 만다라를 봉안하고, 외부에는 네팔에서 제작한 마니보륜 108개를 모셨다. 불교 경전이 들어 있는 마니보륜을 돌리면서 탑을 한 바퀴 돌면 소망이 이뤄진다니 한 번쯤 체험해도 좋겠다. 이때 티베트 불교의 육자진언 ‘옴마니밧메훔’을 암송한다. 온 세상에 부처의 자비가 널리 퍼지기 바란다는 의미다. 
 

▲ 대원사티벳박물관에서 〈신과 함께 저승 여행〉 특별전이 열린다.

바람에 날리는 오색 깃발은 ‘타르초’다. 우주의 5원소(하늘, 땅, 불, 구름, 바다)를 상징하는 파랑·노랑·빨강·하양·초록 깃발에 불경 구절을 깨알같이 적어 끈으로 이었다. 부처의 가르침이 온 세상에 퍼지라는 염원이 담겼다.
박물관에서는 달라이라마실, 티베트 불교회화인 탕카, 티베트 사람들의 생필품인 티포트, 석가모니 직계 후손인 석가족 장인이 만든 불상, 티베트 불교의 정수로 꼽히는 만다라를 볼 수 있다. 
 

▲ 영정 사진을 찍고 유언장을 작성하는 죽음체험실

‘신과 함께 저승 여행’이라는 특별전도 흥미진진하다. 불교의 사후 세계를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 나오는 7대 지옥과 불교의 10대 지옥을 비교·전시한다. 망자의 시신을 독수리 먹이로 내주는 티베트의 장례문화를 담은 사진이나 영정 사진을 찍고 유언장을 작성한 뒤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는 죽음체험실은 오싹하면서도 성찰할 기회를 준다. ‘영혼이 떠난 시신은 썩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떠나는 자도, 보내는 자도 아무 갈등 없이 새들이 먹기 좋도록 살과 뼈를 곱게 빻아 내놓는 천장(조장)의 현장은 다소 충격적이다.
 

▲ 머리로 치는 커다란 목탁이 걸린 연지문 뒤로 극락전이 보인다.

티베트 불교에 이어 한국 불교를 만날 차례다. 백제 때 창건한 대원사는 화재로 소실되고 다시 세우기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주불전은 불교의 이상향인 서방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극락전(전라남도 유형문화재 87호)이다. 일주문과 사천왕루를 지나고 구품교를 건너 계단을 오르면 연지문 너머 극락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지문에는 머리로 치는 커다란 목탁이 걸렸다. 두 손으로 목탁을 잡고 이마로 세 번 치며 “나쁜 기억 사라져라, 나의 지혜 밝아져라, 나의 원수 잘되거라”를 외고 들어간다. 
 

▲ 대원사 극락전 서쪽 벽에 있는 관음보살 벽화

구품교 아래 연못은 대원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대원사 경내에는 연못이 7개 있는데, 여름이면 활짝 핀 연꽃과 각종 수생식물로 생태공원을 방불케 한다.

티베트 정신·문화 예술 소개
한국 불교와의 교류 촉진

극락전은 꼭 내부까지 볼 것을 권한다. 특히 좌우 벽을 장식한 벽화에 주목하자. 서쪽 벽에는 흰옷 입은 관음보살과 선재동자가 함께 있는 관음보살 벽화가, 동쪽 벽에는 달마대사와 혜가단비의 고사를 표현한 달마대사 벽화가 그려져 있다. 양쪽에 그려진 이 벽화는 보성 대원사 극락전 관음보살 달마대사 벽화(보물 1861호)로 영조 때인 1766~1767년 작품이라 추정된다.
 

▲ 떠도는 어린 넋을 위로하는 동자상과 태안지장보살상

대원사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어린 영령(태아령)을 위로하는 지장 기도 도량이라 곳곳에 빨간 모자를 쓴 동자상이 많다. 극락전 옆에 어린 영혼들을 천도하고자 봉안한 태안지장보살상이 있고, 천도를 위한 백일기도가 열린다. 
 

▲ 대원사 경내에 핀 매화

그밖에 주요 전각으로 중국에서 존경받는 신라 출신 지장 스님을 기리는 김지장전, 황희정승영각, 아도영각, 템플스테이를 위한 선방 등이 있다. 올해 대원사는 티베트 현지인과 함께하는 티베트 음악과 예술 세계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자세한 일정과 참가 방법은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 대원사 진입로 초입에 자리한 보성군립백민미술관

대원사 방문 전후에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이나 서재필기념공원에 들러도 좋다. 보성군립백민미술관은 1993년에 국내 최초로 개관한 군립 미술관이다. 보성 출신 백민 조규일 화백과 국내 원로·중견 작가, 외국 작가의 작품을 두루 전시한다. 서재필기념공원은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독립신문〉을 창간하는 등 조국 광복을 위해 열정을 다한 서재필 선생을 기리는 곳으로, 서울의 독립문을 재현한 모형도 있다. 단 유물과 각종 자료를 전시한 서재필기념관은 내부 공사가 끝나는 4월 이후에 관람이 가능하다.
 

▲ 태백산맥문학관 2층에 조정래 작가의 아들과 며느리가 쓴 소설 <태백산맥> 필사본이 있다.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인 벌교도 보성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조정래 작가의 문학 세계와 〈태백산맥〉 관련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태백산맥문학관,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김범우의집, 벌교 홍교, 구 벌교금융조합, 구 보성여관, 중도방죽으로 이어지는 소설 속 명소를 따라 걷는 태백산맥문학기행길이 인기다.
벌교 포구를 가로지르는 다리 가운데 가장 오래된 벌교 홍교는 국내에 남은 홍교 중 가장 크고 아름다워 보물 304호로 지정됐다.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 호)은 일본 건축양식이 반영된 근대건축물이며, 현재 한국 화폐사 전시 공간으로 활용된다. 
 

▲ 국내에 남은 홍교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벌교 홍교

소설 〈태백산맥〉 배경

소설에서 남도여관으로 나오는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은 복원을 거쳐 카페와 자료실, 전시실, 소극장, 숙박동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태어났다. 근대건축물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대원사티벳박물관과 수미광명탑→대원사→보성군립백민미술관→서재필기념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대원사티벳박물관과 수미광명탑→대원사→보성군립백민미술관→서재필기념공원
둘째 날: 태백산맥기념관→태백산맥문학기행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보성문화관광 http://tour.boseong.go.kr
- 대원사 www.daewonsa.or.kr
- 대원사티벳박물관 www.tibetan-museum.org
- 태백산맥문학관 http://tour.boseong.go.kr/tbsm
- 구 보성여관 www.boseonginn.org  

문의 전화
-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4
- 대원사 061)852-1755
- 대원사티벳박물관 061)852-3038
- 태백산맥문학관 061)850-8653
- 구 보성여관 061)858-752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5~30분 간격(05:30~다음 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광천터미널 정류장에서 217번 농어촌버스, 사평터미널 정류장에서 보성-벌교 농어촌버스 환승, 대원사 정류장 하차, 약 2시간3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광주유스퀘어 062)360-8114, www.usquare.co.kr 화순 교통 062)373-5666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광주제2순환도로 화순 방면→화순 IC에서 벌교·동복 방면→구암교차로에서 모후산·벌교·보성 방면→대원사삼거리에서 대원사·보성군립백민미술관 방면→대원사

숙박 정보
- 구 보성여관: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8-7528, www.bo- seonginn.org
- 벌교소형관광호텔: 벌교읍 신정길, 061)858-9800, www.벌교펜션호텔.kr
- 호텔다향: 조성면 조성3길, 061) 804-1004, www.bosungcc.co.kr/html/facility/facility06.asp


식당 정보
- 보성녹차떡갈비원조(한우떡갈비): 보성읍 흥성로, 061)853-0300, http://보성떡갈비원조.crw.kr
- 수복식당(한정식): 보성읍 중앙로, 061)853-3032, www.수복식당.kr
- 국일식당(꼬막정식):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7-0588

주변 볼거리
주암호, 율포해수녹차센터, 득량역 추억의거리, 한국차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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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