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교원의 치사한 토사구팽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3 13:16:58
  • 댓글 0개

돈 앞에선 30년 우정도 소용없어…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돈 앞에선 30년 우정도 소용이 없었다.”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의 이정자(65) 전 부회장이 장평순(62) 교원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230억 원대의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982년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에서 영업사원으로 처음 만나 지금의 교원그룹을 일궈낸 ‘30년 지기’ 동업자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자본금 3000만원으로 1985년 그룹의 모태인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해 27년 만에 연매출 1조4400억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두 사람은 이번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진 지난 30년간 친남매처럼 절친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호사가들 사이에선 두 사람의 관계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놓고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정자 전 교원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25일 "교원그룹과 장평순 회장이 지난해 5월 퇴진하는 대가로 약속한 공로보상금 200억과 보수 및 퇴직금 31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청구소송을 냈다. 30년 지기 장평순 회장과 이정자 부회장이 200억원대 퇴직금을 놓고 법정행을 택한 것이다.

교원의 꼼수?

두 사람의 갈등은 장 회장이 지난해 5월 이 전 부회장에게 퇴진을 요구하면서 서서히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전 부회장은 교원그룹 성장과정에서 신규사업은 물론 인사, 예산, 마케팅 등을 총괄해온 2인자였다. 교원그룹은 이 전 부회장의 나이가 많아 정년퇴임의 개념으로 이 전 부회장에게 퇴임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에서는 장 회장이 2세들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이 전 부회장을 비롯한 창업세대의 퇴진을 요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장 회장의 맏딸 선하(31)씨와 아들 동하(30)씨가 교원그룹에 입사했다. 선하씨는 호텔사업부문 차장으로, 동하씨는 그룹 전략기획본부 신규사업팀 대리로 각각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갈등은 장 회장이 이 전 부회장에게 퇴직금 및 공로금 명목으로 무려 300억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하며 잘 마무리 되는 듯 했다. 또 그중 100억원은 이 전 부회장이 이미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 2월 발생했다. 이 전 부회장이 건강식품, 학습지 등 그룹의 주요사업과 중복되는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 회장이 그룹 상무와 직원, 변호사를 대동하고 이 전 부회장의 사무실에 들이닥친 것이다. 장 회장은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면서 그룹과 사업영역이 중복되는 개인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도리에 맞느냐"며 매우 진노하고 이 전 부회장을 그 자리에서 바로 내쫓아버렸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전 부회장은 두 달 뒤인 4월23일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해임됐다. 또 교원 측은 200억원의 남은 공로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전 부회장 측은 강력히 반발했다. 식당을 낸 것과 출판업을 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 주요사업부문과 중복되지도 않을뿐더러 퇴임 후 진행할 사업들을 준비했던 것에 불과한 만큼 해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이 전 부회장은 소장을 통해 "장 회장 측이 지난 3월부터 나와 주변 사람의 뒷조사를 하며 명예를 훼손하고 돈을 포기하라는 협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두 사람의 법정다툼에 대해 재계에선 이 전 부회장이 일방적인 해임에 대해 앙심을 품고 일부러 중복되는 사업을 준비했다는 설과 장 회장이 200억원에 달하는 공로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30년지기 이정자 전 부회장과 200억대 퇴직금 놓고 법정행
"교원과 중복사업 준비 해사행위" VS "퇴임 후 사업, 문제없다"

교원 측의 한 관계자는 "회장님은 이 전 부회장을 배려해 퇴임 통보 후 1년간이나 정리할 시간을 줬는데 그 기간 동안 교원그룹과 중복되는 영역에서 사업을 준비한 이 전 부회장에게 무척 큰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며 "이 전 부회장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면 교원그룹에서 재직하며 터득한 노하우와 인맥 등을 이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심각한 해사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전 부회장은 그룹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를 고려했을 때 공로보상금 300억원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장 회장이 약속했다는 300억원은 교원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교원 임직원 1321명의 퇴직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액수다.

장 회장이 제시한 300억원의 공로보상금은 해임에 따른 이 전 부회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제시한 것 일뿐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재로서 법적 판단은 무척 애매하다. 근로기준법상 해사행위를 한 근로자라 하더라도 밀린 보수와 퇴직금 31억원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200억원은 공로보상금이라는 매우 예외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 공방은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이 공로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것도 법률검토를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법률 전문가는 "근로기준법상 회사는 퇴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근로자가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변상을 받는 것이 맞다. 따라서 퇴직을 전제하고 주기로 한 돈이었다면 도덕적으로는 주는 것이 맞겠지만 공로보상금이라는 개념자체가 법적으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가 단순 변심으로 주지 않겠다고 말해도 뭐라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이 전 부회장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교원 측이 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적 판단 '애매'

두 사람의 법정다툼에 대해 모 그룹 관계자는 "아무리 작은 사업도 30년 동안 동업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맨손으로 시작해 연매출 1조원에 달하는 교원그룹을 일궈낸 두 사람이 결국 퇴직금을 놓고 소송을 벌인다는 게 무척 씁쓸하다. 이번 소송으로 교원그룹도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원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해 아직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든 부분이 진행 중인 사항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