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적인 여행 ①이태원 우사단길

▲ 우사단길 ‘음레코드’ 옥상에서 본 서울 풍경

번화한 이태원 거리에서 이태원119안전센터를 끼고 살짝 들어서면 숨은 명소인 우사단길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보광초등학교 앞에서 길이 나뉘는데, 왼쪽 우사단로10길을 따라 올라가면 본격적인 우사단길 여행이 시작된다. 

우사단길 초입은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레바논, 인도 등지의 음식점과 아랍어로 적힌 간판, 히잡과 터번을 쓴 이방인 등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1976년 국내 최초로 개원한 이슬람 성원인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이 이국적인 정취에 정점을 찍는다.
 

▲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은 우사단길의 랜드마크다.

할랄 푸드

이슬람 성원이 있다 보니 주변에 할랄 푸드 전문점이 많다. ‘할랄 푸드’란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된 음식을 일컫는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엄격한 기준을 거치기 때문에 최근에는 종교적인 색채를 떠나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할랄 푸드라고 낯설게 여길 필요는 없다. 우사단길에는 할랄 인증 한식 전문점도 있다. ‘이드’와 ‘마칸’이 대표적이다. 생선구이, 불고기, 비빔밥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을 낸다. 일반 한식과 똑같지만 할랄 인증을 받은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우리나라 여행 중에 한식을 맛보고 싶은 이슬람교도들도 많이 찾는다.
 

▲ 생소하지만 낯설지 않은 파키스탄 음식

이국적인 할랄 푸드를 맛보고 싶다면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꽤 대중화된 케밥이나 인도 음식, 아직 조금은 낯선 파키스탄이나 이집트, 터키 음식도 맛볼 수 있다. ‘팍인디아레스토랑’은 파키스탄 음식 전문점이다. 파키스탄 음식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만, 주메뉴가 탄두리치킨과 커리, 난 등 인도 음식과 유사해 의외로 익숙한 맛이다.
‘케르반카페’도 추천할 만하다. 가게에 들어서면 우선 터키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터키에서 가져온 장식품과 타일로 내부를 꾸몄다. 이곳에서는 달콤한 터키 디저트와 차, 파니니케밥 등을 맛볼 수 있다.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바클라바부터 주문하자. 바클라바는 견과류를 넣은 달짝지근한 페이스트리로 터키의 대표적인 디저트다. 오리지널, 피스타치오,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하며 터키 커피나 차와 잘 어울린다. 이외에 각종 터키 디저트와 빵, 쿠키, 아이스크림이 있다.
 

▲ 터키 디저트를 판매하는 ‘케르반카페’

우사단길의 또 다른 매력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국적 정서와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일대는 오래된 집과 골목이 오밀조밀 이어지는 주택가로, 2003년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아직 옛 동네의 정취를 풍긴다. 주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 보니, 2010년대 초반부터 젊은 예술가나 청년 창업자들이 우사단길로 들어와 개성 넘치는 공간을 하나둘 만들어갔다. 그렇게 지금의 우사단길이 자리 잡았다.
 

▲ 옛것과 새것이 어우러진 우사단길

많은 가게와 공방이 들어섰다 사라지기를 거듭하며 부침도 겪었다. 그래도 꾸준히 이곳을 지키는 가게가 있다. ‘챔프커피’와 ‘오토’가 대표적이다.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인 챔프커피는 외관이 정겹다. 옛날 쌀집이나 구멍가게 같다.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가 들러 삼삼오오 담소했을 듯한 공간. 챔프커피는 실제로 우사단길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제일 큰 테이블은 주인장이 작업하는 공간이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이곳에 앉으면 단골이든 뜨내기손님이든 말을 섞는다.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다양한 얘기가 오간다. 길을 잘못 들어 후진하다가 이 동네를 발견하고 눌러앉았다는 챔프커피의 탄생 배경, 챔프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 등 입담 좋은 주인장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우사단길 초창기 멤버 ‘챔프커피’는 외관부터 정겹다.

이국적+한국적 분위기의 매력
다양한 음식·볼거리 한가득

챔프커피 근방의 오토(OTTO)는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에 소개된 김밥집이다. 로메인과 고추냉이소스가 들어가는 고추냉이김밥이 유명한데, 모양도 맛도 신선하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두루 좋아할 맛이라 다양한 나라의 손님들이 찾는다. 이곳은 김밥만큼 야외 테라스도 매력적이다. 볕 좋은 날, 우사단길이 내다보이는 자그마한 테라스에 앉아 김밥을 먹어보자. 인생 김밥으로 남을 운치와 맛을 선사한다.
 

▲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 좋아하는 맛, ‘오토’의 고추냉이김밥

우사단길의 하이라이트는 도깨비시장 쪽 ‘음레코드’에 숨어 있다. 바이닐(LP) 문화를 쉽고 편하게 접하는 음레코드는 음료나 맥주를 마시며 LP와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하다.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여 유명 가수들이 화보를 촬영하러 오기도 한다. 특히 옥상이 압권이다. 저 멀리 남산서울타워부터 가까이에 있는 우사단길 도깨비시장의 비닐 천막까지 한눈에 보인다. 그 사이를 오래된 주택과 골목이 겹겹이 채운다. 우사단길을 품은 서울이 아득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온다. 높은 곳에 올라앉은 우사단길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다.
 

▲ 빈티지하면서 아날로그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음레코드’ 실내

이태원의 특색 있는 길을 더 둘러보고 싶다면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로 가자. 미군이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내놓은 가구를 사고팔던 데서 유래해, 지금은 국내 대표 앤티크 가구 매매 거리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하고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을 구경하노라면 유럽의 어느 거리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이태원 앤틱가구거리 풍경

이태원의 빈티지한 매력은 ‘바이닐앤플라스틱’(VINYL&PLASTIC)에서도 이어진다.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이곳은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공간이다. 1층은 주로 LP, 2층은 CD를 전시·판매하며, 곳곳에 턴테이블과 카세트플레이어, CD플레이어가 비치돼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아날로그 음악이 친숙한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디지털 음원에 익숙한 신세대에게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곳이다. 
 

▲ LP와 CD, 카세트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로 가득한 ‘바이닐앤플라스틱’

바이닐앤플라스틱 맞은편 골목에는 보물 같은 예술 공간이 숨어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다. 이곳에 도착하면 각기 다른 세 건축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이 한곳에 들어섰다는 사실이 대단하다. 소장품 역시 어마어마하다. 국보와 보물,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등 고미술품과 현대미술품을 두루 전시한다.
 

▲ 건축계의 거장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콜하스가 설계한 삼성미술관 리움
▲ 독서당로에 위치한 디뮤지엄

핫플레이스 ‘독서당로’

예술적 욕구를 더 채우고 싶다면 독서당로가 제격이다. 독서당로는 다양한 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디뮤지엄을 비롯해 개성 넘치는 갤러리, 복합 문화 공간, 카페, 맛집이 많아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남동에서 옥수동으로 이어지는 언덕길, 독서당로를 따라 걸으며 예술·문화 투어를 즐겨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삼성미술관 리움→바이닐앤플라스틱→우사단길→독서당로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삼성미술관 리움→바이닐앤플라스틱→우사단길→독서당로
둘째 날: 이태원 앤틱가구거리→국립한글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용산구문화관광 www.yongsan.go.kr/site/ct/index.jsp
- 이태원앤틱가구협회 http://itaewonantique.com
- 바이닐앤플라스틱 http://vinylandplastic.hyundaicard.com
- 삼성미술관 리움 www.leeum.org
- 디뮤지엄 www.daelimmuseum.org/dmuseum 

문의 전화
- 이태원역관광안내소 02)3785-0942(지하), 749-9221(지상)
- 이태원관광안내소 02)794-5579
- 바이닐앤플라스틱 02)2014-7800
- 삼성미술관 리움 02)2014-6901
- 디뮤지엄 070-5097-002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도보 7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한남2고가차도→북한남삼거리→이태원로→대사관로→이태원로36길→우사단로14길→우사단로10길→우사단길

숙박 정보
- 크라운관광호텔: 용산구 녹사평대로, 02)797-4111, www.hotelcrown.co.kr
- GV레지던스: 용산구 이태원로15길, 02)797-5800, http://gv-residence.com
- 임피리얼팰리스부티크호텔: 용산구 이태원로, 02)3702-8000, www.imperialpalaceboutiquehotel.com
- 해밀톤호텔: 용산구 이태원로, 02)3786-6000, www.hamilton.co.kr

식당 정보
- 오토(고추냉이김밥): 용산구 우사단로10다길, 02)794-0110, www.instagram.com/otto_kimbab
- 팍인디아레스토랑(탄두리치킨·커리):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790-1509 
- 마칸(마칸불고기·불고기비빔밥):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6012-2231
- 이드(소불고기):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70-8899-8210
- 케르반카페(바클라바·파니니케밥):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70-7532-1997 
- 숙이네닭발(닭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02)798-0838

주변 볼거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 용산가족공원, 남산공원, 전쟁기념관, 경리단길, 블루스퀘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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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조국’ 요동치는 정치판

‘돌아온 조국’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독무대였던 여의도에 변수가 생겼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사면 복권으로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여의도 정가에선 조 전 대표의 생환에 따른 빚 청산, 견제 수단, 계파 통합 등 갖은 해석이 나온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긴장감 속 그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비롯한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했다. 이로써 조 전 대표는 지난 15일, 자녀 입시비리 및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만에 석방됐다. 변수와 역할론 이날 특별사면·복권이 단행된 인사는 조 전 대표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윤미향 전 의원과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등 2188명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조치가 대화와 화해를 통한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사면은 국민 통합이라는 시대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조 전 대표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무리한 검찰 수사의 희생양이 된 조 전 대표를 사면하라는 여론과 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팽팽하게 맞붙으면서 이 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관심이 집중된 상태였다. 그러던 중 국무회의 날짜가 예정됐던 날짜보다 하루 앞당겨지면서 사면 명단 공개도 빨라졌다.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는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나서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을 요구하자 찬반 의견으로 잡음이 생겼고, 이를 빠르게 털어내기 위해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자 정치권은 저마다 곧바로 입장을 내놨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온몸을 부딪혀 얼음을 깨는 쇄빙선처럼 자신을 부딪혀 윤석열정권과 맞서 싸우던 조국호의 선장이 돌아온다. 사필귀정이란 말로는 부족하다. 이는 뒤틀린 정의를 바로잡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 역시 사면이 발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조 전 대표가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게 된 것은 국민 덕”이라며 “검찰 독재와 검찰권 오남용 피해 회복을 위해 함께해 주신 대한민국 학계·정계·종교계·시민사회·원로분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 올린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에게는 “고심 어린 결정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제 개혁에 강한 동력이 생겼다”며 “혁신당이 선봉에 서겠다. 개혁 5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검찰·사법·감사원·언론개혁과 반헌특위(반헌법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등 5대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당→돌풍→옥살이→사면→대표? 화려한 서사…목표는 22대 대선? 당 내부에서는 조 전 대표 사건의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 및 다른 야당과 공동 발의한 ‘검찰권 오남용에 대한 진상 조사 및 피해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법안에 따르면 2019년 ‘조국 사태’를 포함한 윤석열 검찰 세력의 검찰권 남용 사례의 진상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피해 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 조치 중 하나로 재심이 있기에 이 법이 통과되면 (재심 신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기가 도는 혁신당과 달리 보수 진영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셌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번 사면 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대통령의 국민 임명식 행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함에 따라 사법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다”며 “최악의 정치 사면”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조 전 대표와 동기인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정의와 도덕을 땅에 묻은 것”이라며 “광복절이 이재명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면을 통해 정의를 사망시키는 날이 됐다는 것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서는 일부 진보 시민단체도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여론이 여전히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민들로서는 ‘충분한 책임을 졌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조 전 대표가 전체 형기의 30%가량만 복역한 점을 꼬집었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조 전 대표의 경우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까지 ‘자녀 학벌 세습’을 위해 권력과 연줄을 동원하는 비리를 저질러 시민들에게 배신감과 충격을 줬다”고 꼬집었다. 사면 이후 국정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지만 민주당은 담담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사면이 결정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배경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들도 많고 정권 초기 정치인 사면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분도 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사면에 대해 크게 여론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배지? 대권 플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 역시 조 전 대표 사면을 발표하면서 혁신당이 야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그런 부분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가 아니라 정치계,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사면에 대한 요구가 많이 있었던 인사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팽팽한 사회적 요구 속 고심의 결과로, 사면권이란 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여당보다 야당 쪽 사면이 훨씬 많고 이 대통령의 가장 측근이라고 하기 어려운 분들이 주로 사면 대상이다.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사면 후폭풍을 뒤로 한 채 혁신당은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당은 조 대표가 사면된 이튿날인 지난 13일 임시 최고위원회를 열어 현 지도부의 임기 단축을 결의, 정기 전당대회 개최를 의결했다. 전당대회를 통해 침체된 당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당 대표를 뽑아 ‘조국혁신당 2.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날 혁신당은 ▲내란의 완전한 종식 ▲강력한 정치개혁과 다당제 연합 정치 실현 ▲민주·진보 진영의 견고한 연대 ▲안정적 지도 체제와 당의 단결 ▲당의 미래 정당화 등 5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조 전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서 99%의 지지율로 압승한 만큼 사실상 차기 전당대회는 그에게 당 대표직을 돌려주기 위한 형식적인 과정에 가깝다는 평이다. 조 전 대표 체제로 당을 빠르게 재정비하고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조 전 대표의 최종 목표는 2030년에 치러질 22대 대통령선거”라는 해석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조 전 대표가 창당을 결심하던 때부터 목표는 대통령이었으며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선수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마길이 열린 지금 조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조 전 대표의 복귀가 내년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이목이 쏠린다. 자칭타칭 차기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될 뿐더러 현재 공석인 인천 계양구 을·충남 아산시 을 등 국회의원직에 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로써 ‘내란 청산’을 앞세워 서울시장에 후보를 낼 계획이었던 민주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게 됐다. 만일 조 전 대표가 부산이 아닌 서울시장으로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굴리는 주판알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도 위기감이 맴돈다. 혁신당은 지난 4월 치러진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 당시 조 전 대표의 부재 속에서도 민주당을 꺾고 승기를 잡았다. 조 전 대표의 사면 소식에 혁신당 전북도당이 “전북 정치의 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을 실으며 사기를 높였다. 지난 총선만 하더라도 진보 정당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검찰 독재정권이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 범여권 정당은 ‘내란 정당 축출’ 등 민주당과 비슷한 전략만으로는 거대 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차별화를 내세우기 위해 혁신당과 민주당 간의 견제 심리가 작동할 수밖에 없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조 전 대표 본인이 우리는 민주당보다 약간 왼쪽을 지향한다고 했다”며 “지금 정의당이 없는 상황에서 공백이 크지 않나. 양당 구조를 깰 3당·4당이 필요하다면 조 전 대표가 나와서 이 부분을 채우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이 민주당 지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도 주목된다. 이번 사면 명단에는 최강욱 전 의원뿐만 아니라 윤건영 의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친문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인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오면서 친문계가 결집할 계기는 물론 구심점까지 갖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친문계에 힘을 실어줬냐’는 해석에는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통합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지만 사면 찬성만큼 반대 여론도 거센 상황에서 조 전 대표를 안고 간 것은 그 자체로도 리스크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다름 아닌 민주당 정청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받던 박찬대 의원이 전당대회서 낙마하자 친명(친 이재명) 파이를 늘리고 정 대표에게 쏠린 권력의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한 셈법이란 것이다. 조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회복하면 민주당의 수장인 정 대표와의 만남은 필연적인 만큼 두 사람 간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계파 간의 불화를 우려해 이 같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벼랑 끝까지 몰린 국민의힘은 틈새를 노리며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분주해진 셈법 정청래 견제 수단? 난무한 해석 국민의힘 장성민 전 의원은 ‘청·명 전쟁’ 프레임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대해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신임 정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모든 구심력을 일거에 헝클어뜨려 권력의 초점을 조국으로 이동시켜버리는 이 대통령의 노림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닌 당끼리의 관계성도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몇몇 인사들이 벌써부터 지방선거 채비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혁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쪽에서는 혁신당을 향해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며 아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혁신당이) 범여권이 맞다고 보고 있고, 늘 같은 동지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합당설에 대해선 “아직 그런 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시대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 역시 “조 전 대표가 복권돼서 설사 경쟁자가 되더라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조 전 대표의 혁신당과 민주당이 서로 협조하고 도울 수 있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혁신당 측에서 러브콜을 보내지 않고 오히려 민주당에서 운을 띄우는 점이 눈에 띈다. 혁신당을 품고 감으로써 지방선거에서 양측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민주당의 ‘큰 그림’일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혁신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전전긍긍하던 혁신당이었지만 조 전 대표가 돌아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과 합당을 은근히 바라던 이들도 지금은 손을 거두고 흐름을 지켜보는 것 같다”며 “계산을 끝냈을 때 아쉬운 사람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처음부터 천천히 조 전 대표는 지금 당장 정치적 목표를 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사면에 힘써주고 기다려준 당원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북 콘서트를 여는 등 바닥 민심부터 훑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당 역시 조 전 대표의 뜻에 따라 차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김 권한대행은 조 전 대표를 둘러싼 각종 하마평과 출마 여부에 대해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중요한 건 내년 선거보다는 내란 청산과 개혁 과제”라며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 나가느냐, 그 중심에서 당과 조 전 대표가 어떤 구심점 역할을 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끝나지 않은 사면’ 후폭풍, 폭탄 달고 돌아온 이 사람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와 더불어 ‘사면 후폭풍’을 몰고 온 인물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횡령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명예 회복 활동에 평생을 바쳐온 사법 피해자 윤미향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광복절 특별사면권 (행사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광복 80주년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매국 사면’이라는 거센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 전 의원을 향해 “위안부 할머니들 피눈물 팔아 개인 사리사욕을 채운 반역사적·패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런 사람을 광복절에 사면하는 건 몰역사적 사면의 극치이자 국민에 대한 감정적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