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①천안 독립기념관과 유관순 열사 생가

그날의 함성을 되새기며…

▲ 국민 모금 운동으로 건립한 독립기념관. 사진은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한 ‘겨레의집’이다.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봄, 아이들 손을 잡고 충남 천안으로 떠나보자. 감동과 교훈이 함께하는 여행이다. 천안에는 독립운동의 함성과 결의,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되새겨볼 만한 곳이 여럿 있다.
 

▲ 방문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하는 ‘겨레의탑’
▲ ‘태극기한마당’은 2005년에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조성했다.

충남 천안시 목성읍 흑성산 아래 들어선 독립기념관으로 가자. ‘독립기념관’이 탄생한 계기는 1982년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 검정 당시, 문부성이 한국에 관련된 내용을 일본 측에 유리하게 수정한 역사 왜곡 때문이다. 독립기념관 건립 계획은 국권피탈 72년 하루 전날인 1982년 8월28일에 발표됐다. 이후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 운동 결과 500억원이 모였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1986년 8월15일 개관 예정이었지만, 열흘 남짓 앞두고 화재가 난 것. 결국 이듬해 8월15일 개관했다.
 

▲ 독립을 위해 애쓴 순국선열을 만날 수 있는 독립기념관

감동과 교훈

독립기념관은 이름 그대로 무수한 외침을 극복하고 자주독립을 지켜온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를 살펴보고, 겨레의 독립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먼저 ‘겨레의탑’을 만나보자. 높이 51m로 고개를 힘껏 젖혀야 꼭대기를 바라볼 수 있을 정도다. 주차장에 설 때부터 방문객을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한다. 
 

▲ 제2전시관에 을사늑약 장면을 연출한 모형이 있다.
▲ 한국광복군에 대한 자료가 있는 제5전시관

겨레의탑을 지나면 또 한 번 놀란다. 방문객 앞에 버티고 선 ‘겨레의집’은 웅장함 그 자체다. 길이 126m, 너비 68m, 높이 45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기와집이다.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설계했으며 기념 홀 같은 역할을 한다. 기와는 구리로 제작했으며 현판은 서예가 일중 김충현이 썼다. 
 

▲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 손색이 없는 독립기념관

겨레의집 내부에는 ‘불굴의 한국인상’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한 무리 사람들이 힘찬 동작으로 앞을 향해 나아가는 형상이다. 온몸을 바쳐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연 순국선열을 상징한다. 겨레의집 앞으로 태극기 815기를 연중 게양하는 ‘태극기한마당’이 펼쳐진다. 2005년에 광복 60주년 기념으로 조성했다.
 

▲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한 유관순 열사 영정

독립기념관은 7개 전시관과 입체영상관으로 구성된다.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전시관이 넓어, 꼼꼼히 둘러보려면 5시간 정도 걸린다. 미리 정보를 알고 동선을 짜서 가는 것이 좋다. 7개 전시관에서는 일제의 잔인한 침략상과 각지에서 펼쳐진 독립운동을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다양한 문헌 자료와 미니어처, 영상물이 이해를 돕는다.
 

▲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 당시 전소된 것을 복원한 유관순 열사 생가

제1전시관은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인 1860년 이전까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과 외세 극복의 역사를 정리한다. 고인돌 모형, 가야 기마 무사상 모형, 거북선 재현 모형 등이 눈길을 끈다. 제2전시관은 개항기와 일제강점기(1860년부터 1940년대까지) 우리 민족의 시련을 살펴볼 수 있고, 제3전시관은 일제에 항거한 의병 전쟁과 안중근 의사의 의거 등 구한말 국권 회복 운동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다. 제4전시관은 독립운동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공간으로 다양한 시각 자료가 감성을 자극한다. 국외에서 활동한 독립군과 광복군의 흔적이 있는 제5전시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들의 밀랍 모형이 눈길을 끄는 제6전시관, 관람객이 독립 만세를 불러보는 등 국내외에서 전개된 다양한 독립운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제7전시관도 발길을 붙든다.
 

▲ 유관순 열사가 다닌 매봉교회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 살펴보고
겨레의 독립 의지 느낄 수 있는 곳

전시관 위주로 살펴봐도 좋고 인근 숲길 탐방 등과 함께 일정을 짜도 좋다. 독립기념관은 주변에 숲과 호수가 어우러지고 캠핑 공간과 꼬마열차, 어린이방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져 한나절 가족 소풍지로 손색이 없다. 첨단 디지털 시스템으로 화려한 영상과 특수 효과를 체험하는 입체영상관은 아이들에게 인기다. 홈페이지에서 전시관 해설 신청도 가능하다.
 

▲ 병천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독립 만세 운동이 전국으로 번지는 도화선이 된 것이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다. 아우내를 한자로 쓴 지명이 병천(竝川)이다. 1902년 병천면 용두리에서 태어난 유관순 열사는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 1학년에 진학한 1919년 3·1운동에 참가한다. 3월10일 전국에 휴교령이 떨어지자, 열사는 같은 학교에 다니던 사촌 언니 유예도와 고향  천안으로 내려와  만세 운동을 주도한다. 이것이 4월1일 일어난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이다. 당시 3000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으로 유관순 열사의 부모가 죽고 자신도 체포돼 3년 형이 선고된다. 재판 당시 “다시는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대일본제국 신민으로 살아갈 것을 맹세하겠는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유 열사는 “나는  왜놈 따위에게 굴복하지 않는다. 언젠가 네놈들은  천벌을 받아 반드시 망할 것이다”라며 재판장에게 의자를 던졌다. 옥중에서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열사는 이듬해 4월 이왕세자(영친왕)가 도쿄에서 결혼하는 것을 기념해 1년6개월로 감형됐지만, 1920년 9월28일 모진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옥사한다.
 

▲ 아라리오광장 옆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 외관

‘유관순 열사 생가’는 아우내장터 만세 운동 당시 일본 관헌이 가옥과 헛간을 불태워 빈터만 남은 것을 1991년 12월30일 복원했으며, 봉화 터와 함께 사적 230호로 지정됐다. 생가 옆에는 박화성이 시를 짓고 이철경이 글씨를 쓴 기념비가 세워졌다. 생가에서 유관순 열사 사적지까지 10여분이면 걸어갈 수 있으며, 열사의 영정이 모셔진 추모각과 동상, 기념관 등이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린다.
유관순 열사가 만세 운동을 펼친 아우내장터 일대는 지금 병천순대거리가 조성됐다. 순대를 내는 식당 50여곳이 들어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1960년대 인근에 돼지고기를 가공하는 공장이 있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를 만들어 팔며 시작됐다고 한다. 당면 대신 채소와 선지로 속을 꽉 채운 병천 순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 리각미술관 야외조각공원에 전시된 작품

천안은 미술 테마 여행으로 즐겨도 좋다. 천안종합터미널 앞에 조성된 아라리오광장은 미술 애호가들에게 필수 순례지로 꼽히는 곳. 해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된 야외 갤러리다.  데미안 허스트의 ‘찬가(Hymm)’와 ‘채러티(Charity)’, 키스 해링의 ‘줄리아(Julia)’, 코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 등 세계적인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광장 옆에 자리한 아라리오갤러리에서도 수준 높은 전시가 열린다.
 

▲ 벽화가 예쁜 800여 m 골목이 방문객을 반기는 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

미술 테마 여행

상파울루비엔날레에서 조각가로 명성을 날린 이종각의 작품이 있는 리각미술관도 가볼 만하다. 대지 1만5700㎡에 펼쳐진 야외조각공원과 830㎡에 이르는 실내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근사한 찻집도 있어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아라리오광장과 리각미술관에서 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이 가깝다. 예쁜 벽화가 그려진 800여m 골목이 방문객을 반긴다. 골목을 걷다 보면 야외 미술관에 온 느낌이 든다. 천안역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나오고, 걸어도 15분이 채 안 걸려 접근이 편하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생가→병천순대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생가→병천순대거리 
둘째 날: 아라리오광장→리각미술관→미나릿길골목벽화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시민의행복을위한천안의흥(천안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cheonan.go.kr/tour.do
- 독립기념관 www.i815.or.kr
- 아라리오갤러리 www.arariogallery.com
- 리각미술관 http://ligakmuseum.co.kr

문의 전화
- 천안시청 문화관광과 041)521-5173
- 독립기념관 041)560-0114
- 유관순열사기념관 041)564-1223
- 아라리오갤러리 041)551-5100
- 리각미술관 070-4111-3463 

대중교통 정보
- 기차: 서울역-천안역, 무궁화호 하루 20여 회(05:56~22:50) 운행, 약 1시간10분 소요. 천안역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25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 버스: 서울-천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20분 간격(06:00 ~다음 날 00:20) 운행, 약 1시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5~20분 간격(06:00~22:20)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천안종합터미널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3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 전철: 서울역-천안역, 지하철 1호선 50여 회(06:48~22:27) 운행, 약 2시간 소요. 천안역에서 400번 버스(10분 간격 운행), 약 25분 소요.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목천(독립기념관) IC→목천·독립기념관 방면→독립기념관

숙박 정보
- E천안호텔: 서북구 양지21길, 041)592-0000, www.cheonanhotel.kr
- 천안상록호텔: 동남구 수신면 수신로, 041)560-9114, www.sangnokresort.co.kr
- 굿모닝호텔: 서북구 차돌들길, 041)578-6363

식당 정보
- 충남집순대(순댓국): 동남구 병천면 충절로, 041)564-1079
- 아우내한방순대(순대): 동남구 병천면 아우내순대길, 041)555-9833
- 쪽문만두(만두): 동남구 수선정길(남산중앙시장 내), 041)562-5447
- 평양냉면(순대·만둣국·녹두부침): 동남구 큰시장길(남산중앙시장 내), 041)551-4851

주변 볼거리
각원사, 천안홍대용과학관, 태학산자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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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