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투어 ②남원 운봉 지리산 흑돼지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돼지고기 최고봉

▲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흑돼지 모둠구이

남원 하면 반사적으로 춘향전이 떠오른다. 광한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랑 이야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춘향전과 광한루를 빼면 남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추어탕도 있다. 어느 도시에 가나 ‘남원’ 간판을 단 추어탕집이 눈에 띈다. 그만큼 유명하다. 그렇다면 흑돼지는?
 

▲ 지리산 흑돼지로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고기인 돼지 삼겹살, 그중에서도 흑돼지 삼겹살이 가장 맛있다. 시장이나 마트 정육 코너에서 10~20% 비싸게 팔린다. 프리미엄이라는 말이다. 남원시는 흑돼지를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남원을 여행하다 보면 추어탕 다음으로 많이 보이는 식당이 ‘흑돼지’ 간판을 단 집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여행하는 재미의 반, 아니 그 이상은 식도락이다. 아무리 멋진 풍경을 만나도 맛없는 음식을 먹는다면 그 여행지가 그리 좋은 인상으로 남지 않는다. 남원에 왔다면 일단 흑돼지를 맛보고 여정을 떠나자.
 

▲ 두툼한 흑돼지 삼겹살

불포화지방산↑

광주대구고속도로 지리산 IC로 빠져나오면 길 양쪽에 흑돼지고기를 내는 집이 여럿 보인다. 이 가운데 한 식당은 버크셔종 흑돼지를 내놓는 곳으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버크셔종으로 끓인 돼지국밥집은 인기가 좋다. 모둠구이를 주문하니 삼겹살과 목살, 앞다리, 항정살, 가브리살, 갈매기살이 담긴 쟁반이 나온다. 직원은 “고기가 부드러워 목살에 칼집을 낼 필요가 없어요. 이 칼집은 보기 좋으라고 낸 겁니다”라고 설명한다. “백돼지는 150~180일 키워서 도축합니다. 출하할 때 90kg 정도죠. 100kg이 넘으면 등쪽 지방이 너무 두꺼워 상품 가치가 떨어집니다. 흑돼지는 200일 이상 지나야 그 크기가 나와요.”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 붉은빛이 도는 흑돼지고기

붉은빛을 띠던 고기가 점차 노릇하게 익어간다. 지글거리는 소리가 나고 기름이 흘러나온다. “흑돼지는 백돼지와 달리 기름이 투명합니다. 연구 결과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오리고기보다 많다고 하더라구요.”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직원이 권한다. “조금 덜 익어도 됩니다. 쇠고기를 미디엄으로 익혀 먹잖아요. 그보다 살짝 더 익히면 됩니다.” 흑돼지는 완전히 익히지 말고, 적당히 붉은빛이 돌 때 먹으면 더 맛있다. 흑돼지는 포도당과 유리아미노산이 다른 돼지고기보다 풍부한데, 완전히 익히면 이 감칠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 먹음직스럽게 익은 흑돼지 목살

앞다리와 뒷다리도 쫄깃하다. 이 부위는 질기고 푸석푸석해 대부분 찌개용으로 팔리지만, 흑돼지 다리는 구이용으로 판매된다. “다른 돼지고기보다 근섬유가 가늘고 촘촘히 박혀 더 부드럽다”는 것이 직원의 설명이다. 수육을 만들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육질이 부드러워 일반 돼지고기처럼 삶으면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조금 덜 삶는 것이 요령이다.
 

▲ 남원 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

버크셔종으로 생햄도 만든다. 생햄은 스페인의 전통 음식인 ‘하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운봉읍 화수리에 하몽과 살라미를 만드는 곳이 있다. 돼지 몸무게의 30%를 차지하는 뒷다리. ‘후지’라 불리는 이 살은 두루치기나 찌개에 넣는 싼 부위지만, 2년 정도 숙성을 거치면 최고급 식재료로 다시 태어난다. 짭짤하면서도 은근한 풍미에 자꾸 손이 간다.
 

▲ 흑돼지로 만든 생햄은 안주로도 좋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늦가을에 돼지 뒷다리를 소금에 절인다. 이때 250~300일 돼 150kg 정도 나가는 암퇘지만 쓴다. 수퇘지는 살짝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천일염으로 한 달 정도 절인 뒤에는 깨끗이 씻어 염도를 낮춘다. 겨울에 온도 12℃, 습도 75~85%를 유지해야 풍미가 제대로 산다. 봄이 되고 기온이 20℃ 정도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발효가 시작된다. “돼지 지방을 녹여 겉에 바르는 작업도 중요해요. 너무 빨리 건조하면 껍데기는 딱딱해지고 속은 마르지 않기 때문이죠.” 생햄을 만드는 ‘솔향기’ 오인숙 대표의 설명이다. 이곳에서 만든 생햄은 다리 하나가 7kg으로 70만원 선이다. 70g에 2만3000원 정도에 팔린다.
 

▲ 흑돼지 생햄 숙성고

포도당·유리아미노산이 풍부
완전히 익히면 감칠맛 사라져

맛있는 흑돼지고기로 배가 부르면 본격적인 남원 여행에 나서보자.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는 광한루원이다. 요천 변에 자리한 광한루원은 광한루라는 누각과 연못, 그 연못 한가운데 있는 3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구성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누원(樓園)이다. 
 

▲ 남원에서 첫손에 꼽히는 명소, 광한루원

1419년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됐을 때 지은 ‘광통루’라는 누각이 시작이다. 이후 1444년(세종 26년)에 하동 부원군 정인지가 ‘광한루’라 부르면서 지금까지 그 이름이 이어진다. 
 

▲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한 춘향테마파크

광한루원 건너편에 춘향테마파크가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 촬영세트장을 비롯해 만남의장, 맹약의장, 축제의장 등 춘향전을 테마별로 재현했다. 1km 남짓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면 이몽룡의 말고삐를 부여잡고 애원하는 춘향, 변 사또의 수청을 거부해 동헌에서 고초를 당하는 춘향, 방망이를 들고 뛰는 포졸 등 다양한 조형물이 있다.
 

▲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가 느껴지는 실상사

산내면에 자리한 실상사에도 꼭 들러보자. 통일신라 때인 828년(흥덕왕 3년)에 창건한 절집으로, 겨울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며 마음을 가다듬기에 좋다. 절에 들어서는 어귀에 석장승이 세워져 있다. 만수천 해탈교 양쪽에 선 석장승 얼굴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추어탕은 흑돼지와 함께 남원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우리나라 어느 곳에 가도 추어탕집은 남원이라는 간판을 단 경우가 많다. 그만큼 남원 추어탕의 맛을 높이 산다는 말일 게다. 광한루에서 국도17호선을 따라 곡성 방면으로 향하다 보면 2km 남짓한 도로변이 추어탕집으로 빼곡하다. 추어탕은 전국 어느 지역에서나 끓이는 음식이지만, 남원의 추어탕이 가장 대중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토종 미꾸라지와 정성스럽게 말린 우거지 등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은 ‘맛의 명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 좋은 재료와 남도의 손맛이 어우러진 남원 추어탕 상차림

남원 명소 ‘광한루원’

추어탕은 먹기 전에 산초가루를 넣는다. 코가 먼저 맛을 느낀다. 들깨의 고소함과 미꾸라지의 구수함에 산초가루의 톡 쏘는 향기가 가세한다. 추어탕을 먹다 보면 연신 땀이 흐르는데 속은 시원해지는 기분이다. 양식이나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요즘 사람은 촌스러운 맛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 맛에서 예전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푸근함이 느껴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실상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실상사 
둘째 날: 광한루원→춘향테마파크→남원추어탕거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함께떠나요! 남원여행(남원시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namwon.go.kr/tour/index.do
- 실상사 www.silsangsa.or.kr

문의 전화
-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61
- 광한루원 063)625-4861
- 춘향테마파크 063)620-5799
- 실상사 063)636-3031
- 남원시종합관광안내센터 063)632-133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남원역, KTX 하루 14회(05:10~21:5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울역-남원역, KTX 하루 4회(07:05~17:36) 운행, 약 2시간15분 소요. 남원역 정류장에서 133번(인월·중매) 버스, 내인마을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남원,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5~17회(06:00 ~22:2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33번(인월·중매) 버스, 내인마을 정류장 하차, 도보 약 38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순천완주고속도로→오수 IC에서 구례·남원 방면→춘향로→율치교차로에서 남원·전라북도지방공무원교육원 방면→충정로→광주대구고속도로→지리산 IC 

숙박 정보     
- 지리산칸호텔: 산내면 지리산로, 063)626-2114
- 그린피아모텔: 주천면 제바위길, 063)636-7200
- 남원자연휴양림: 남원시 보산로, 063)633-5333, www.namwonhuyang.co.kr/default

식당 정보
- 지리산고원흑돈유통센타(흑돼지 모둠구이): 아영면 인월장터로, 063)625-3663
- 부산집(추어탕): 남원시 요천로, 063)632-7823
- 새집추어탕(추어탕): 남원시 천거길, 063)625-2443
- 심원첫집(산채정식): 남원시 모정길, 063)632-5475

주변 볼거리
남원 만복사지, 국악의성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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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