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여행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막국수에 관한 모든 것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에 전시된 막국수 상차림 모형

겨울이 왔다.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여행할 만한 곳 없을까, 온 가족이 즐거운 곳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은 곳이 춘천이다. 막국수와 닭갈비를 먹고 옛 간이역과 분위기 좋은 카페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번에는 막국수를 테마로 여행을 떠나보자.
 

▲ 막국수와 관련한 여러 유물을 볼 수 있는 1층 전시관

춘천은 한국을 대표하는 면 요리 중 하나인 막국수의 고장이다. 여행객이 춘천의 별미로 꼽는 막국수는 오래전부터 주민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었다. 메밀이 많이 나는 강원도에서는 메밀 요리가 발달했는데, 막국수는 만들기 쉬운 국수로 먹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의 별미이자 겨울을 나는 음식이었다.
 

▲ 막국수 이야기가 시작되는 메밀 씨앗

겨울 음식

춘천에서 태어난 김유정의 소설에도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단편소설 〈산골 나그네〉에는 “금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 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이마시며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는 구절이 있다. 〈솟〉에도 “저 건너 산 밑 국수집에는 아직도 마당의 불이 환하다. 아마 노름꾼들이 모여들어 국수를 눌러 먹고 있는 모양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 등장하는 ‘눌러 먹는 국수’가 막국수다. 밀가루로 만든 국수는 반죽을 치대 점성이 높은 면을 뽑지만, 글루텐 성분이 거의 없는 메밀은 뜨거운 물을 넣어 치댄 반죽을 국수틀에 넣고 눌러서 면을 뺀다. 이 면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것이 막국수다. 막국수의 ‘막’은 ‘지금, 바로, 마구’라는 뜻이다.
 

▲ 박물관에 전시된 현대식 막국수 기계

막국수를 테마로 한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은 건물부터 예사롭지 않다.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가마솥을 본떠 건물을 지은 것. 박물관 1층은 전시관이다. 춘천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 막국수 조리 과정 등을 보여준다. 선조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디딜방아와 맷돌 등 각종 도구도 전시돼 있다. 
 

▲ 2층 체험장에서 국수틀에 매달린 아이들

문화해설사가 들려주는 막국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우리가 그동안 막국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들은 막국수를 여름 음식으로 생각하지만 원래 겨울 음식입니다. 메밀은 가을에 수확하는 데다 반죽을 직접 눌러서 만들다 보니 농한기에 만들어 먹었죠.”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셰프 박찬일 씨도 <노포의 장사법>에서 막국수는 겨울 음식이라고 설명한다. “메밀은 대개 여름에 씨를 뿌려 늦가을에 거둔다. 그래서 자연스레 겨울이 제철이 된다. 대부분의 곡물이 그렇지만 메밀은 열에 아주 약하다. 겨울에 보관된 상태여야 제대로 맛을 낸다. 지금은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늦가을에 수확한 메밀을 1년 내내 좋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언감생심이었다.”
 

▲ ▲국수틀에서 나온 면을 뜨거운 물에 삶는다.

그렇다면 춘천 막국수는 언제부터 유래했을까. 해설사는 여러 가지 배경이 있다고 설명한다. “춘천은 조선시대부터 양구, 화천, 인제 등지에서 재배한 메밀을 한양으로 보내기 전에 모으는 곳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분소가 많았는데, 제분소 주변에서 메밀가루를 반죽해 눌러 먹던 것이 춘천 막국수가 됐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 역시 한 가지 설일뿐입니다.” 1960년대 화전 정리법이 시행되면서 화전민이 동네로 내려와 먹고살기 위해 막국수 집을 열었고, 1970년대 후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마이카족’과 춘천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막국수가 대표적인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도 있다.

메밀 재배 많은 강원도, 메밀 요리 발달
막국수의 ‘막’은 ‘지금, 바로, 마구’라는 뜻

박물관 2층은 체험장이다. 관람객이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틀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면을 뽑는다. 이 면으로 즉석에서 막국수를 만들어 먹는데 웬만한 식당 못지않은 맛에 깜짝 놀란다.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이며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한다.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500원이다(체험비 별도).
 

▲ 옛 김유정역 풍경이 정겹다.

자, 이제 박물관에서 나와 춘천 여행을 떠나보자. 김유정은 춘천을 대표하는 작가다. 짧은 생애를 살다 갔지만, 한국문학사에 깊고 진한 발자국을 남겼다. 그의 고향이자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된 신동면 증리(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촌이 조성됐다. 생가와 전시관, 연못, 동상 등이 있는데 천천히 돌아보기 좋다.
문학촌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김유정역이 나온다. 원래 이름은 신남역인데 김유정문학촌이 만들어지면서 김유정역으로 바꿨다. 김유정역 바로 옆에는 옛 기차역이 있다. 옛날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역이라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으니 꼭 들러보시길.
 

▲ 투명한 바닥 구조물을 설치해 물 위를 걷는 듯한 소양강스카이워크

저녁 무렵에는 소양강스카이워크로 발길을 돌리자. 스카이워크는 높은 곳에 투명한 바닥 구조물을 설치해 물 위나 하늘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설이다. 특히 저물녘에 노을 지는 풍광이 좋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이용료(2000원)는 같은 금액의 추천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박물관

애니메이션박물관은 아이들이 한번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지 않는 곳이다. 디즈니의 〈인어공주〉 〈라이온 킹〉을 비롯해 〈마리 이야기〉 〈모노노케 히메〉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포스터와 주인공의 캐릭터 모형이 있다. 한국관, 북한관, 일본관, 유럽관, 미국관 등 나라별 전시관을 마련해 대표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작품을 전시한다.
 

▲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대원당

춘천 대표 작가 ‘김유정’


빵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대원당'은 춘천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1968년에 문을 열었다. 옛날에 먹던 맛이라 엄마 아빠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겐 다소 새로운 경험이다. 달콤한 잼을 바른 맘모스빵과 부드러운 크림이 듬뿍 든 버터크림빵이 가장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김유정문학촌→애니메이션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김유정문학촌→소양강스카이워크 
둘째 날: 애니메이션박물관→대원당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tour.chuncheon.go.kr/tourinfo/sights/view/10020
- 춘천낭만여행 tour.chuncheon.go.kr
- 김유정문학촌 www.kimyoujeong.org
- 애니메이션박물관 www.animationmuseum.com 

문의 전화 
-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033)244-8869
- 춘천시청 관광과 033)253-3700
- 김유정문학촌 033)261-4650
- 애니메이션박물관 033)245-647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춘천,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90여 회(06:00~23:50) 운행, 1시간10분~1시간5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 033)241-0285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만천사거리→한솔만천로 방면→서부대성로→양구·화천 방면→만천로→춘천순환로→화천 방면→신북로→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   

숙박 정보
- 세종호텔 춘천: 춘천시 봉의산길, 033)252-1191, www.chunchonsejong. co.kr
- 엘리시안 강촌: 남산면 북한강변길, 033)260-2000, www.elysian.co.kr
- 명동호텔: 춘천시 아침길, 033)244-1177
- 비발디모텔: 춘천시 스포츠타운길, 033)242-9240

식당 정보
- 샘밭막국수(막국수): 신북읍 신샘밭로, 033)242-1712, jobean0523.modoo.at
- 유포리막국수(막국수): 신북읍 맥국2길, 033)242-5168
- 1.5닭갈비(닭갈비): 춘천시 후만로, 033)253-8635, www.1jum5.com
- 우성닭갈비 본점(닭갈비): 춘천시 후석로, 033)254-0053, www.woosungdk.com

주변 볼거리
소양호, 청평사, 춘천인형극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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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