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박물관 여행 ①서울 뮤지엄김치간

김치의 사연과 체험이 한자리에에

▲ 인사동에 자리한 국내 첫 김치 박물관, 뮤지엄김치간(間)의 외관

밥상 위 김치를 박물관에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서울 인사동의 뮤지엄김치간(間)은 국내 첫 김치박물관이다. 1986년 김치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2015년 삼성동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엄김치간으로 재개관했다. 박물관 관람은 김치의 발효처럼 ‘조금 느린’ 템포가 어울린다. 비록 소규모 시설이지만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보관 공간 등 관련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알차게 꾸몄다. 박물관은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 뮤지엄김치간 내부 전경

뮤지엄김치간은 김치와 김장 문화라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를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박물관에는 두런두런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의 담소가 낮게 깔린다. 김치 담그는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기는 사람도 있고, 배추가 빨갛게 버무려지는 가상현실에 신난 꼬마도 있다. 뮤지엄김치간에서는 김치의 역사를 만나고, 냄새를 맡고 맛보며 직접 만드는 체험이 가능하다.
 

▲ ‘김치마당’ 중앙에 마련된 사이버 김치 테이블

직접 체험

박물관은 4~6층을 각각 테마 공간으로 꾸몄다. 4층 ‘김치마당’은 박물관 투어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전면은 하늘에서 본 장독대를 형상화한 커다란 항아리가 벽을 채운다. 예전에 김치의 맛을 좌우한 지역별 옹기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강원도에서 김치를 보관할 때 사용하던 나무 항아리도 전시한다. 김치마당에 들어서면 일단 벽에 있는 도표를 따라 김치의 역사를 살펴본다. 인류가 채소를 저장해 절임 채소를 만들어 먹은 것은 4세기경이고, 배춧잎 사이에 소를 넣은 통배추김치와 보쌈김치가 만들어진 것은 조선 말기라고 한다. 김치마당 중앙에는 사이버 김치 테이블이 마련되어, 배추와 양념에 손을 대고 버무리면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 ‘김치사랑방’ 부뚜막에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다.

본격적인 한국의 김치 문화는 ‘김치사랑방’에서 엿볼 수 있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전시 공간에서는 어머니의 손길이 담긴 옛 부엌을 빌려 김치의 스토리를 설명한다. 아궁이와 가마솥이 있는 부뚜막에서는 발효의 가치를 알려주고, 찬마루에서는 마늘과 생강 등을 갈아 김칫소를 만들 때 사용하던 확독을 만져볼 수 있다. 옛 여성의 살림 내공이 엿보이는 찬장에는 각종 그릇과 김치 모형이 들었다. 이어지는 ‘과학자의 방’은 김치 발효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곳이다. 김치 과학자의 비밀스런 실험실 풍경이 펼쳐지며, 현미경으로 유산균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지역별 실물 김치 수십 종이 보관된 ‘김치움’

5층으로 올라가면 박물관의 자랑거리 ‘김치움’이 비밀의 빗장을 푼다. 김치움을 비롯한 특별 공간은 입장권 바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김치움은 실물 김치를 보관하는 곳으로, 귤김치와 가지김치 등 계절별·지역별 김치 수십 종이 전시돼 있다. 세계 각국의 실물 절임 채소도 전시 중이며, 유산균이 발효되는 장면을 소리와 함께 모니터로 볼 수 있다.
‘김치영상실’에서는 전라도 고들빼기김치, 강원도 북어김치 등 지역별 김치 담그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감상할 수 있다. 김장하는 과정을 닥종이로 재현한 전시 공간을 지나면 세계 속의 김치를 만나는 시간이다. 김치 요리를 파는 해외 식당, 선인장으로 김치를 담근 쿠바 교포를 비롯한 세계의 김치 관련 사진, 나물로 김치를 담그는 북한의 사연도 전시된다.
 

▲ 5층에 전시된 세계의 김치 관련 사진

김치 관련 유물·디지털 콘텐츠 결합
CNN 선정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

6층은 체험 공간이다. ‘김장마루’에서는 김치 담그는 실습을 한다. 각종 양념으로 버무린 소로 전통 김치를 담그는 김치 수업이 진행된다. 백김치와 통배추김치 담그기, 강사 없이 김치를 담그는 셀프 김치 체험 등이 주중과 주말 오후에 진행된다. 어린이김치학교와 외국인 대상 김치 수업도 곁들여진다.
김치 담그기 체험이 아니라도 ‘김치맛보는 방’에서 세 가지 김치를 시식하고, 다양한 김치 레시피를 챙길 수 있다. 김장마루 외부 벽면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이 마련되어 김장 문화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세계의 음식 문화유산을 스크린으로 만난다.
 

▲ ‘김장마루’에서 열리는 어린이김치학교 수업 장면 <사진제공:뮤지엄김치간>

뮤지엄김치간은 (주)풀무원이 사회 공헌 사업으로 운영 중이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슨트 투어를 실시한다. 김치 모양 열쇠고리 같은 기념품을 파는 코너가 있으며, 전통 한복 체험도 가능하다. 박물관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다(월요일·1월1일·12월25일·명절 연휴 휴관). 입장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유아 2000원이다(체험료 별도).
 

▲ 김장마루 외부 벽면에 마련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

인사동길로 나서면 또 다른 ‘맛’있는 박물관이 눈에 띈다. 아름다운차박물관은 한옥을 개조한 건물에 국내외 차 60여종과 다기를 전시한 공간이다. 입구와 벽면에는 차의 원재료가 진열된다. 매화와 복숭아꽃, 무궁화 등으로 만든 각종 꽃차의 유래를 살펴보고, 한옥 카페에서 차도 맛본다. 유물과 도자 작품이 전시돼 차향과 더불어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박물관 입장은 무료.
 

▲ 뮤지엄김치간에서 판매하는 김치 모양 열쇠고리

전통 음식과의 조우는 자연스럽게 한옥 공간 나들이로 이어진다. 낙원상가 인근의 익선동 한옥거리는 북촌, 서촌에 이어 최근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좁은 골목에 빼곡히 맞닿은 한옥을 개조해 레스토랑, 옷 가게, 수제 맥줏집, 만화방 등이 들어섰다. 붐비는 주말 오후를 피하면 한적하게 1920 년대 한옥 골목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 국내외 차 60여 종과 다기를 전시한 아름다운차박물관

동화 속 장면 같은 도서관은 삼청공원에서 만날 수 있다. 북촌 너머 삼청공원은 국내 1호 공원으로,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한 숲속도서관이 공원 숲 가운데 있다. 도서관은 ‘종로구의 아름다운 건물’로 선정됐으며 북카페 서가나 지하1층 열람실에 앉으면 통유리 너머로 숲이 다가선다. 이곳 북카페는 커피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 레스토랑, 옷 가게, 수제 맥줏집, 만화방 등이 들어선 익선동한옥거리
▲ 오래된 매점을 리모델링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서울 둘레 산책 ‘안산자락길’


서울 산자락 둘레를 여유롭게 산책하고 싶다면 안산자락길로 향한다. 서대문구 안산자락길은 건너편 한양도성 인왕산구간과 달리 평이한 숲길 산책 코스가 7km가량 이어진다. 무악으로도 불린 안산에는 잣나무와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등이 서식하며, 무장애 코스가 마련돼 있다. 산책길에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영천시장 등을 함께 둘러보면 좋다.
 

▲ 평이한 숲길 산책 코스가 7km 정도 이어지는 안산자락길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뮤지엄김치간→아름다운차박물관→익선동한옥거리→삼청공원 숲속도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뮤지엄김치간→아름다운차박물관→익선동한옥거리→운현궁 
둘째 날: 창덕궁 후원→고종의길→삼청공원 숲속도서관→안산자락길→영천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종로엔다있다(종로구청 역사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jongno.go.kr
- 뮤지엄김치간 www.kimchikan.com
- 아름다운차박물관 www.tmuseum.co.kr  

문의 전화
- 인사동관광안내소 02)734-0222
- 뮤지엄김치간 02)6002-6456
- 아름다운차박물관 02)735-6678
-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02)734-39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 인사동길 300m 직진, 오른쪽.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 인사동길 200m 직진, 왼쪽.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남산1호터널→삼일대로→안국역 방향   

숙박 정보
- 토요코인호텔 서울동대문점: 중구 퇴계로, 02)2267-1045, www.toyoko-inn. kr
- 이비스앰배서더 인사동: 종로구 삼일대로30길, 02)6730-1101, https://ibis.ambatel.com/insadong
- 호텔더디자이너스 종로: 종로구 수표로, 02)2267-7474, www.hotelthedesigners.com/jongno
- 센터마크호텔: 종로구 인사동5길, 02)731-1000, www.centermarkhotel.com

식당 정보
- 메밀꽃필무렵(메밀칼국수): 종로구 효자로, 02)734-0367
- 삼삼뚝배기(김치찌개): 종로구 동숭길, 02)765-4683
- 한옥집 서대문본점(김치찜): 서대문구 통일로9안길, 02)362-8653
- 낙산냉면(냉면): 종로구 지봉로5길, 02)743-7285

주변 볼거리
수옥폭포, 조령산자연휴양림, 발효아카데미괴산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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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