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여행 ③정선 만항재

‘하늘 아래’ 첫 고갯길

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혈동, 영월군 상동읍이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우리나라서 포장도로가 놓인 고개 가운데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곳으로, 정상이 무려 1330m에 이른다. 남한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 턱밑까지 올라, 정상에 서면 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고산 준봉이 어깨쯤에서 물결친다.

만항재의 이런 풍경 속을 뱀장어처럼 매끈하게 지나는 길이 414번 지방도다. 고한의 상갈래교차로와 태백의 화방재(어평재)를 잇는 414번 지방도는 만항재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하늘 아래 첫 고갯길’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고원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로 꼽힌다. 만항재가 보여주는 풍경이 그만큼 장쾌하고 근사하다.
 

사계절 풍광 감탄

길은 고갯마루를 기준으로 고한과 태백으로 약 8km씩 이어진다. 가끔 180°로 휘도는 구절양장에 탄성이 나온다. 이왕이면 고한서 올라 화방재 방면으로 내려가자. 올라갈 때는 정상 부근의 낙엽송 군락이 군중처럼 환호하고, 내려갈 때는 태백산 봉우리가 눈앞을 가득 채워 황홀하다. 마치 겹겹이 이어진 산 물결을 타고 흐르는 느낌이다.

만항재는 사계절 풍광이 아름답다. 가을이면 단풍이 물들고, 겨울이면 눈꽃이 만발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피고 지는 천상의 화원으로도 유명하다. 어디 사계절뿐이랴, 만항재로 드라이브를 떠나는 이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는다.

별을 좋아하는 이는 야밤에 이곳을 찾아 은하수를 만나고, 호젓한 드라이브를 꿈꾸는 이는 새벽에 이곳을 찾아 선물 같은 아침을 맞는다. 고도가 높은 만항재는 이른 아침에 안개가 자주 몰려와 몽환적이다. 
 


만항재 드라이브의 또 다른 매력은 풍성한 볼거리에 있다. 길이 시작되는 상갈래교차로부터 삼탄아트마인과 정암사, 만항야생화마을, 만항야생화공원 등이 줄을 잇는다. 모두 도로변에 있어 오래 걷지 않아도 된다.
 

상갈래교차로서 2km 정도 거리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은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하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활용한 문화 공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천상의 화원’
선물 같은 드라이브 코스의 정수

만항재가 20여년 전까지 석탄을 실어 나른 길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하는 곳으로, 길목에서 산 중턱에 우뚝 솟은 수갱 타워(권양기)가 보인다. 수갱 타워는 광부와 석탄을 지상과 지하 갱도로 옮기던 삼척탄좌의 승강 시설로, 삼탄아트마인의 심장 같은 곳이다.

본래 있던 짙은 회색 레일 위에 붉은 꽃 세 송이를 설치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드라마 〈태앙의 후예〉를 촬영한 마인갤러리4와 석탄 산업의 현장인 야외 공간도 눈에 띈다. 광차와 인차, 버스 등을 전시하는 야외 공간에서는 경석(폐탄)이 언덕을 이룬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광부들의 고단한 삶이 구불구불한 만항재를 따라 이야기로 흐르는 느낌이다. 
 

정암사는 삼탄아트마인 맞은편에 있다. 국내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로, 신라 시대(64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찾는 이가 적고 규모가 작아, 경내가 고요 속에 잠긴 듯 풍경 소리가 크게 들린다. 눈여겨볼 곳은 적멸궁과 수마노탑이다.

개울 건너에 있는 적멸궁은 수마노탑에 예배드리는 공간이다. 수마노탑은 적멸궁 위 산 중턱에 있다. 정교한 장식이나 화려한 돋을새김은 없지만 훤칠하니 잘생겼다. 탑의 지붕돌 네 귀퉁이에 달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듣기 좋은 자리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경치도 일품이다. 
 


정암사 위는 만항재다. 정상 아래 만항야생화마을이 있고, 정상 좌우 언저리에 만항야생화공원이 조성되었다. 만항야생화마을은 인근 광업소서 채탄을 시작하면서 규모가 커진 곳이다. 도로변 담마다 야생화가 그려졌고, 마을 한쪽서 야생화를 전시·판매한다. 
 

마을에서 차로 한 굽이 크게 돌면 만항재가 나온다. 정상 푯돌을 기준으로 왼쪽에 ‘하늘숲공원’이, 오른쪽 아래 ‘천상의 화원’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피고 지는 곳으로, 해발 1000m 이상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야생화가 많다.

이른 봄 눈 속에서 노란 복수초가 피고, 봄에는 얼레지, 여름엔 노루오줌이나 둥근이질풀 등이 흐드러진다. 드물게 4월 하순까지 눈이 내려, 만항재의 꽃은 7~8월에 절정을 이룬다. 고한함백산야생화축제가 한여름에 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햇살이 좋은 5월 한낮, 짬을 내 낙엽송이 우거진 숲을 걸어보자. 겨우내 솜털 같은 눈이 소복이 쌓인 자리에서 큰앵초가 피고, 꿩의바람꽃이며 한계령풀이 핀다. 다만 봄철 야생화는 송이가 큰 것이 적어 자세히 봐야 만날 수 있다.
 

만항재 정상서 함백산과 운탄고도가 지척이다. 함백산은 둥글둥글한 산세만큼이나 품이 넉넉하다. 우리나라서 여섯 번째로 높지만, 만항재와 고도차가 240여m에 불과해 정상까지 그리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겨울철 눈꽃 산행지로 유명하고, 일몰과 일출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산행 기점은 태백선수촌 부근 도로 옆 주차장이다. 이곳에 차를 대고 임도를 따라 1km 남짓 오르면 된다(1시간~1시간30분 소요). 산불 방지와 자연 자원 보호 기간으로 5월15일까지 입산이 통제되니 참고하자.

걷기 좋은 ‘운탄고도’

함백산이 만항재 드라이브와 연계할 수 있는 산행 코스라면, 운탄고도는 연계해 걷기 좋은 길이다. 운탄고도는 ‘석탄을 나르던 옛길’ ‘구름이 양탄자처럼 펼쳐진 고원 길’이라는 뜻이다. 석탄 트럭이 왕래하던 길이라 대체로 넓고 완만해 걷기 좋은데, 전체 구간은 함백역서 만항재까지 40km다.

하늘마중길, 바람꽃길, 낙엽송길 등 난도가 다른 10여개 코스가 있다. 인기 코스는 하이원리조트 마운틴콘도서 출발해 하늘마중길과 도롱이연못, 낙엽송길을 지나 전망대와 하이원CC에 이르는 9.4km(약 3시간 소요)다. 이 길에서도 봄내 야생화가 피고 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산행 연계 코스] 삼탄아트마인→정암사→만항재(만항야생화공원)→함백산 [걷기 연계 코스] 정암사→만항재(만항야생화공원)→운탄고도

1박2일 코스 [첫째 날] 삼탄아트마인→정암사→만항재(만항야생화공원)→함백산 [둘째 날] 운탄고도→사북석탄유물보존관(사북탄광문화관광촌)


2박3일 코스 [첫째 날] 삼탄아트마인→정암사→만항재(만항야생화공원)→함백산 [둘째 날] 운탄고도→사북석탄유물보존관(사북탄광문화관광촌)→몰운대 [셋째 날] 화암약수→화암동굴→정선5일장→병방치스카이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정선여행(정선군청 관광 홈페이지) www.ariaritour.com
- 삼탄아트마인 samtanartmine.com
- 정암사 www.jungamsa.com
- 고한함백산야생화축제 www.gogohan.kr

문의 전화
- 정선군 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
-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033)560-2368
- 삼탄아트마인 033)591-3001
- 정암사 033)591-2469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사북역, 무궁화호 하루 6회(07:00~23:25)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신고한,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30여 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고한·사북공용버스터미널서 택시 이용.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고한·사북공용버스터미널 033)592-9951 정선콜택시 033)591-8767 아라리콜 033)592-5000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제천 IC→영월·제천 방면 우측→신동교차로서 단양·영월 방면 우측 38번 국도→증산터널 지나 상갈래교차로서 상동·정암사 방향 우측 414번 지방도→만항재 정상

숙박 정보
- 하이랜드호텔 :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www.hi-landhotel.co.kr(굿스테이)
- 하이원리조트 : 고한읍 하이원길, 1588-7789, www.high1.com
- 삼탄아트마인 :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3001, samtanartmine.com
- 엘스관광호텔 : 사북읍 사북1길, 033)591-7300, www.lshotel.co.kr
- 도사곡휴양림 : 사북읍 지장천로, 033)560-3456, dosa.jsimc.or.kr
- 버치우드펜션 : 고한읍 소두문동길, 033)592-5912, www.birchwoodp.co.kr
- 메이힐스리조트 : 고한읍 물한리길, 1666-1243, www.mayhillsresort.kr
- 장산콘도 : 영월군 상동읍 함백산로, 033)378-5550, www.jangsancondo.co.kr
- 오투리조트 :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식당 정보
- 만항곤드레닭집(곤드레고등어찜):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5002
- 만항할매닭집(토종닭볶음탕):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3136
- 원조순대국밥(곤드레순대국밥): 사북읍 사북중앙로, 033)592-2129
- 밥상머리(한방토종닭백숙): 고한읍 함백산로, 033)591-2030
- 레스토랑 832L(광부도시락): 고한읍 함백산로(삼탄아트마인 내), 033)591-3001
- 용석집(만둣굿): 사북읍 사북2길, 033)592-6615
- 시골막국수(막국수): 남면 무릉3로, 033)591-9044

주변 볼거리 사북석탄유물보존관(사북탄광문화관광촌), 민둥산, 몰운대, 화암약수, 화암동굴, 병방치스카이워크, 정선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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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