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①구리 동구릉

조선 왕릉의 박물관을 만나다

구리 동구릉(사적 193호)은 조선 왕릉 가운데 가장 많은 9기가 모여 있어,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정도의 다양한 왕릉과 역사가 전해진다.

구리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여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왕릉이다. 태조의 건원릉부터 가장 늦게 조성된 추존 문조와 신정황후의 수릉까지 9기 17위를 모셨다. 건원릉을 조성한 뒤 능이 하나씩 늘어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 수릉을 조성하면서 동구릉이 되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

동구릉은 가히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4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성되다 보니 왕릉이 변하는 과정이나 문석인과 무석인, 병풍석과 혼유석 등 조형물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봉분 하나에 한 분을 모신 단릉, 왕과 왕비를 함께 모신 합장릉, 봉분이 2기인 쌍릉, 정자각 하나를 중심으로 봉분이 다른 언덕에 있는 동원이강릉 등 형태도 다양하다. 건원릉과 휘릉, 혜릉은 단릉이고, 수릉은 합장릉, 원릉과 숭릉은 쌍릉, 현릉과 목릉은 동원이강릉이다. 경릉은 조선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 3기가 나란히 배치된 삼연릉이다.

먼저 동구릉역사문화관에 들러보자. 조선 왕릉과 동구릉에 대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고, 조선 왕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 왕릉과 조선의 역사가 좀더 쉽게 다가온다.

역사문화관에서 나오면 동구릉의 유일한 합장릉이자, 추존 문조의 능인 수릉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문조는 조선 23대 순조의 아들로 22세에 요절했다. 학문과 예술 분야에 재능이 뛰어나 효명세자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영(박보검 분)이 바로 효명세자다. 수릉에 이어 만나는 현릉은 조선 5대 문종과 현덕왕후가 잠든 동원이강릉이다. <국조오례의>에 따라 만든 첫 번째 능으로, 선대의 능보다 검소하다.

동구릉을 대표하는 능은 건원릉이다. 조선왕조를 개창한 태조의 능이고, 조선 왕릉의 기준이 된다. 건원릉은 규모가 크고 조형물도 웅장하다. 봉분 위로 거칠게 자란 억새가 인상적인데, 고향을 그리워한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흥 땅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가 덮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목릉은 조선 14대 선조와 정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를 모신 동원이강릉이다. 건원릉 왼쪽으로 휘릉을 지나 원릉이 이어진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가 잠든 곳이다. 원래 17대 효종의 능이 있던 자리인데, 석물에 틈이 생겨 여주 영릉으로 옮기면서 원릉으로 조성했다. 원릉에서 나오면 삼연릉인 경릉, 단릉인 혜릉, 쌍릉으로 조성된 숭릉이 차례로 이어진다.

동구릉에 잠든 왕과 왕비들은 조선 최고의 위치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지극한 사랑도 시기와 질투도 있었다. 살아서는 뜻대로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죽어서는 그러지 못했다. 건원릉의 태조는 계비 신덕왕후 곁에 묻히길 원했으나 건원릉에 홀로 남았고, 영조 또한 정비 정성왕후가 있는 홍릉에 묻히길 원했지만 계비 정순왕후와 함께 원릉에 잠들었다. 가장 행복한 왕을 꼽으라면 헌종이 아닐까 싶다. 정비 효현황후, 계비 효정황후와 나란히 경릉에 잠들었으니 말이다.

태조의 능이자 조선 왕릉의 기준
고구려 유적을 품고 있는 아차산

동구릉은 수릉, 현릉, 건원릉, 목릉, 휘릉, 원릉, 경릉, 혜릉, 숭릉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와 3시에 문화재 해설 안내를 한다.

아차산(287m)은 서울과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한강을 끼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 곳곳에 1500여년 전 고구려의 군사시설인 보루가 있다. 장수왕이 남하 정책으로 한강 유역을 점령한 475년부터 한강 유역을 다시 빼앗긴 551년까지 고구려가 남긴 흔적이다. 아차산 일대 보루군(사적 455호)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고구려 유적으로 가치가 높다. 특히 4보루는 복원돼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다.

아차산 등산로로 고구려대장간마을을 거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촬영한 고구려대장간마을에는 아차산고구려유적전시관이 있다. 아차산 일대 보루군에서 발굴된 투구와 도끼날, 마구인 등자와 재갈, 구절판, 밑바닥이 평평한 시루, 쇠스랑, 삽날 등 고구려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아차산 4보루를 재현한 공간에는 일자형 온돌, 저수 시설, 배수 시설, 대장간 등이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군사들이 자급자족하며 한강을 경계로 대치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는 국내성과 평양성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물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아차산고구려유적전시관은 꼭 가봐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는 최근 드라마 〈마녀보감〉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10월 방영 예정인 〈사임당, 빛의 일기〉를 촬영했다.

탁 트인 전경

고구려대장간마을 위로는 아차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초입의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풍광은 오를수록 더욱 장쾌해진다. 산등성이에 이르면 아차산 5보루, 2보루, 6보루, 3보루를 거쳐 4보루가 나오고, 6보루를 지나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가 있다. 시야는 잠실종합운동장부터 관악산, N서울타워, 인왕산, 북한산 인수봉까지 거침없다. 성곽이 복원된 아차산 4보루로 정상에 올라서면 가장 뛰어난 풍광이 펼쳐진다.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 아차산 4보루까지는 왕복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에는 구리타워, 구리시곤충생태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둘러보기 편하다. 구리타워는 지상 100m 높이에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구리시 일대를 조망하기 좋다.

이웃한 구리시곤충생태관에는 곤충전시관과 나비전시관이 있다. 특히 나비전시관은 나비의 일생을 관찰할 수 있도록 생태조건을 최적화한 곳이다. 남방부전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별선두리왕나비 등 남방 계열 나비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 사는 나비가 태풍에 떠밀려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나타나는 미접(길 잃은 나비)을 만나는 공간이다. 특히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부화해 나비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구리한강시민공원에는 9월이면 코스모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강 변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색·분홍색·자주색 코스모스가 장관이다. 코스모스 길을 따라 산책로와 포토 존이 마련돼 있어 초가을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오는 23~25일 구리코스모스축제가 열린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구리 동구릉→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 4보루)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 4보루)→장자호수공원→돌다리곱창골목
둘째 날: 구리 동구릉→구리타워→구리시곤충생태관→신·재생에너지홍보관→구리한강시민공원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구리시 문화관광 www.guri.go.kr/brd/board/1045/L/menu/2091
- 동구릉(조선왕릉 홈페이지) http://royaltombs.cha.go.kr
- 고구려대장간마을 http://gbv.guri.go.kr/main/goguryeotown
- 구리타워&신·재생에너지홍보관(구리시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 http://guritower.guri.go.kr
- 구리시곤충생태관 www.guribugs.go.kr

문의 전화
- 구리시청 문화예술과 031)550-8353
- 구리 동구릉 031)563-2909
- 고구려대장간마을 031)550-2363
- 구리타워 031)550-2880
- 구리시곤충생태관 031)551-8816
- 신·재생에너지홍보관 031)553-2282
- 구리한강시민공원(구리시청 공원녹지과) 031)550-247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잠실역 6번 출구에서 1115-6번 버스 이용, 동구릉 정류장 하차, 약 50분 소요.
지하철: 경의중앙선 구리역 2·3번 출구 롯데백화점 정류장에서 2-1·10-5번 마을버스 이용, 동구릉 정류장 하차, 약 15분 소요.
*문의: 서울특별시 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 IC→구리·태릉 방면 진출→100m 직진, 동구릉으로 좌회전→동구릉

숙박 정보
- 호텔아프리카: 구리시 안골로57번길, 031)566-3256, www.hotelafrica.co.kr
- 호텔팝: 구리시 안골로57번길, 031)555-5556, www.hotelpop.co.kr
- 부티크호텔 여기: 구리시 체육관로172번길, 031)557-7900

식당 정보
- 두메골: 한정식, 구리시 동구릉로, 031)573-5558, http://doomegol.co.kr
- 어랑추: 고등어조림, 구리시 동구릉로, 031)568-6866
- 황가네밥상: 갈치조림, 구리시 동구릉로, 031)555-8509
- 시골산장: 옻닭, 구리시 벌말로70번길, 031)557-9638
- 골목안채: 낙지볶음, 구리시 경춘로, 031)569-2665
- 시골식당: 동태탕, 구리시 검배로15번길, 031)551-1113

축제와 행사 정보
- 구리코스모스축제 : 2016년 9월23~25일, 구리한강시민공원, http://cafe.naver.com/guri92

주변 볼거리
장자호수공원, 돌다리곱창골목, 광개토태왕비, 신·재생에너지홍보관, 망우산묘역, 구리 명빈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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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