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①구리 동구릉

조선 왕릉의 박물관을 만나다

구리 동구릉(사적 193호)은 조선 왕릉 가운데 가장 많은 9기가 모여 있어,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정도의 다양한 왕릉과 역사가 전해진다.

구리 동구릉은 조선왕조 500여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왕릉이다. 태조의 건원릉부터 가장 늦게 조성된 추존 문조와 신정황후의 수릉까지 9기 17위를 모셨다. 건원릉을 조성한 뒤 능이 하나씩 늘어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 수릉을 조성하면서 동구릉이 되었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

동구릉은 가히 ‘조선 왕릉 박물관’이라 할 만하다. 4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조성되다 보니 왕릉이 변하는 과정이나 문석인과 무석인, 병풍석과 혼유석 등 조형물의 서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봉분 하나에 한 분을 모신 단릉, 왕과 왕비를 함께 모신 합장릉, 봉분이 2기인 쌍릉, 정자각 하나를 중심으로 봉분이 다른 언덕에 있는 동원이강릉 등 형태도 다양하다. 건원릉과 휘릉, 혜릉은 단릉이고, 수릉은 합장릉, 원릉과 숭릉은 쌍릉, 현릉과 목릉은 동원이강릉이다. 경릉은 조선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봉분 3기가 나란히 배치된 삼연릉이다.

먼저 동구릉역사문화관에 들러보자. 조선 왕릉과 동구릉에 대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고, 조선 왕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역사문화관을 둘러보면 왕릉과 조선의 역사가 좀더 쉽게 다가온다.

역사문화관에서 나오면 동구릉의 유일한 합장릉이자, 추존 문조의 능인 수릉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문조는 조선 23대 순조의 아들로 22세에 요절했다. 학문과 예술 분야에 재능이 뛰어나 효명세자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주인공 이영(박보검 분)이 바로 효명세자다. 수릉에 이어 만나는 현릉은 조선 5대 문종과 현덕왕후가 잠든 동원이강릉이다. <국조오례의>에 따라 만든 첫 번째 능으로, 선대의 능보다 검소하다.


동구릉을 대표하는 능은 건원릉이다. 조선왕조를 개창한 태조의 능이고, 조선 왕릉의 기준이 된다. 건원릉은 규모가 크고 조형물도 웅장하다. 봉분 위로 거칠게 자란 억새가 인상적인데, 고향을 그리워한 태조를 위해 태종이 함흥 땅의 흙과 억새를 가져다가 덮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목릉은 조선 14대 선조와 정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를 모신 동원이강릉이다. 건원릉 왼쪽으로 휘릉을 지나 원릉이 이어진다. 조선왕조에서 가장 오래 재위한 21대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가 잠든 곳이다. 원래 17대 효종의 능이 있던 자리인데, 석물에 틈이 생겨 여주 영릉으로 옮기면서 원릉으로 조성했다. 원릉에서 나오면 삼연릉인 경릉, 단릉인 혜릉, 쌍릉으로 조성된 숭릉이 차례로 이어진다.

동구릉에 잠든 왕과 왕비들은 조선 최고의 위치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했지만, 이들도 사람인지라 지극한 사랑도 시기와 질투도 있었다. 살아서는 뜻대로 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죽어서는 그러지 못했다. 건원릉의 태조는 계비 신덕왕후 곁에 묻히길 원했으나 건원릉에 홀로 남았고, 영조 또한 정비 정성왕후가 있는 홍릉에 묻히길 원했지만 계비 정순왕후와 함께 원릉에 잠들었다. 가장 행복한 왕을 꼽으라면 헌종이 아닐까 싶다. 정비 효현황후, 계비 효정황후와 나란히 경릉에 잠들었으니 말이다.

태조의 능이자 조선 왕릉의 기준
고구려 유적을 품고 있는 아차산

동구릉은 수릉, 현릉, 건원릉, 목릉, 휘릉, 원릉, 경릉, 혜릉, 숭릉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매일 오전 10시, 오후 1시와 3시에 문화재 해설 안내를 한다.

아차산(287m)은 서울과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면 한강을 끼고 서울과 경기도 일대의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산 곳곳에 1500여년 전 고구려의 군사시설인 보루가 있다. 장수왕이 남하 정책으로 한강 유역을 점령한 475년부터 한강 유역을 다시 빼앗긴 551년까지 고구려가 남긴 흔적이다. 아차산 일대 보루군(사적 455호)은 우리나라에 몇 안 되는 고구려 유적으로 가치가 높다. 특히 4보루는 복원돼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을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다.

아차산 등산로로 고구려대장간마을을 거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촬영한 고구려대장간마을에는 아차산고구려유적전시관이 있다. 아차산 일대 보루군에서 발굴된 투구와 도끼날, 마구인 등자와 재갈, 구절판, 밑바닥이 평평한 시루, 쇠스랑, 삽날 등 고구려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아차산 4보루를 재현한 공간에는 일자형 온돌, 저수 시설, 배수 시설, 대장간 등이 갖춰져 있어 이곳에서 군사들이 자급자족하며 한강을 경계로 대치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는 국내성과 평양성을 기반으로 세력을 확장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물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아차산고구려유적전시관은 꼭 가봐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는 최근 드라마 〈마녀보감〉 〈구르미 그린 달빛〉에 이어 10월 방영 예정인 〈사임당, 빛의 일기〉를 촬영했다.

탁 트인 전경

고구려대장간마을 위로는 아차산 등산로가 이어진다. 초입의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탁 트인 전경이 펼쳐진다. 풍광은 오를수록 더욱 장쾌해진다. 산등성이에 이르면 아차산 5보루, 2보루, 6보루, 3보루를 거쳐 4보루가 나오고, 6보루를 지나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가 있다. 시야는 잠실종합운동장부터 관악산, N서울타워, 인왕산, 북한산 인수봉까지 거침없다. 성곽이 복원된 아차산 4보루로 정상에 올라서면 가장 뛰어난 풍광이 펼쳐진다. 고구려대장간마을에서 아차산 4보루까지는 왕복 2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구리시 자원회수시설에는 구리타워, 구리시곤충생태관,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가까운 거리에 있어 둘러보기 편하다. 구리타워는 지상 100m 높이에 전망대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구리시 일대를 조망하기 좋다.

이웃한 구리시곤충생태관에는 곤충전시관과 나비전시관이 있다. 특히 나비전시관은 나비의 일생을 관찰할 수 있도록 생태조건을 최적화한 곳이다. 남방부전나비, 암끝검은표범나비, 별선두리왕나비 등 남방 계열 나비와 일본이나 동남아시아에 사는 나비가 태풍에 떠밀려 우리나라 남부 지역에 나타나는 미접(길 잃은 나비)을 만나는 공간이다. 특히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부화해 나비가 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흥미롭다.

구리한강시민공원에는 9월이면 코스모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강 변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색·분홍색·자주색 코스모스가 장관이다. 코스모스 길을 따라 산책로와 포토 존이 마련돼 있어 초가을 정취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 오는 23~25일 구리코스모스축제가 열린다. 

 

=== 여행 정보 =======================================

당일 여행 코스
구리 동구릉→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 4보루)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고구려대장간마을~아차산 4보루)→장자호수공원→돌다리곱창골목
둘째 날: 구리 동구릉→구리타워→구리시곤충생태관→신·재생에너지홍보관→구리한강시민공원

관련 웹사이트 주소
- 구리시 문화관광 www.guri.go.kr/brd/board/1045/L/menu/2091
- 동구릉(조선왕릉 홈페이지) http://royaltombs.cha.go.kr
- 고구려대장간마을 http://gbv.guri.go.kr/main/goguryeotown
- 구리타워&신·재생에너지홍보관(구리시 자원회수시설 홈페이지) http://guritower.guri.go.kr
- 구리시곤충생태관 www.guribugs.go.kr

문의 전화
- 구리시청 문화예술과 031)550-8353
- 구리 동구릉 031)563-2909
- 고구려대장간마을 031)550-2363
- 구리타워 031)550-2880
- 구리시곤충생태관 031)551-8816
- 신·재생에너지홍보관 031)553-2282
- 구리한강시민공원(구리시청 공원녹지과) 031)550-2474

대중교통 정보
버스: 잠실역 6번 출구에서 1115-6번 버스 이용, 동구릉 정류장 하차, 약 50분 소요.
지하철: 경의중앙선 구리역 2·3번 출구 롯데백화점 정류장에서 2-1·10-5번 마을버스 이용, 동구릉 정류장 하차, 약 15분 소요.
*문의: 서울특별시 교통정보센터 http://topis.seoul.go.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외곽순환도로 구리 IC→구리·태릉 방면 진출→100m 직진, 동구릉으로 좌회전→동구릉

숙박 정보
- 호텔아프리카: 구리시 안골로57번길, 031)566-3256, www.hotelafrica.co.kr
- 호텔팝: 구리시 안골로57번길, 031)555-5556, www.hotelpop.co.kr
- 부티크호텔 여기: 구리시 체육관로172번길, 031)557-7900

식당 정보
- 두메골: 한정식, 구리시 동구릉로, 031)573-5558, http://doomegol.co.kr
- 어랑추: 고등어조림, 구리시 동구릉로, 031)568-6866
- 황가네밥상: 갈치조림, 구리시 동구릉로, 031)555-8509
- 시골산장: 옻닭, 구리시 벌말로70번길, 031)557-9638
- 골목안채: 낙지볶음, 구리시 경춘로, 031)569-2665
- 시골식당: 동태탕, 구리시 검배로15번길, 031)551-1113

축제와 행사 정보
- 구리코스모스축제 : 2016년 9월23~25일, 구리한강시민공원, http://cafe.naver.com/guri92

주변 볼거리
장자호수공원, 돌다리곱창골목, 광개토태왕비, 신·재생에너지홍보관, 망우산묘역, 구리 명빈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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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