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만난 휴식 ②광주광역시

무등산 자락에서 풍류와 자연 즐기다

무등산에서 발원한 증암천은 광주호로 흘러든 뒤 영산강으로 합수된다. 자미탄(紫薇灘)이라 부를 정도로 배롱나무 꽃 만발한 풍경이 아름답던 증암천은 담양군과 광주광역시의 경계가 되고, 증암천 곳곳에는 조선 시대 누정이 여럿 남았다. 담양군에 식영정과 소쇄원이 있다면, 광주광역시에는 환벽당과 취가정이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환벽당 풍류체험
누정에 앉아 듣는 대금 연주와 판소리

환벽당은 사촌 김윤제가 지은 정자로, 증암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김윤제는 조선 중종 때 나주목사로 있다가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에 내려와 은거했다. 가사 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이 과거에 급제할 때까지 10년을 머무르며 학문을 연마한 곳이기도 하다. 

환벽당에서 김윤제와 정철이 처음 만날 때 이야기가 전해 진다. 하루는 김윤제가 증암천 용소에서 용이 노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 증암천으로 가보니 한 소년이 멱을 감더란다. 정철은 순천에 내려간 형 정소를 만나러 가는 길에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상서로운 꿈이라 여긴 김윤제는 정철과 외손녀를 맺어주었다. 정철은 아버지가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집안이 풍비박산 나자, 담양 지실마을로 내려온 참이었다.

정철은 이곳에서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의 제자가 되어 학문을 익히고, 담양과 광주의 누정 주인들과 교유했다.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은 정철이 담양에서 문장과 학식이 뛰어난 이들과 교유하며 쓴 글이다. 〈성산별곡〉에는 환벽당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환벽당에서는 주말마다 풍류 체험이 열린다.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하는 빛고을남도투어 담양·장성 코스에 포함되는 행사로, 광주송정역과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승차하면 장성 축령산자연휴양림, 광주 월봉서원, 담양 죽녹원과 소쇄원, 광주 환벽당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차례로 돌아본다. 환벽당 풍류 체험은 오후 2시30분에 진행된다. 시간에 맞춰 환벽당을 찾으면 빛고을남도투어 탑승자가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다.


방안이 무대
대청은 객석

운치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면 언덕 위에 앉은 환벽당에 닿는다. 환벽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건물로 방과 대청, 툇마루가 있다. 정면 방문과 들어열개인 측면 창을 활짝 연다. 정자는 삼면이 트여 방이 무대가 되고, 대청은 객석이 된다. 환벽당 풍류 체험은 가슴을 파고드는 대금 연주, 걸쭉한 판소리, 은근한 차향이 어우러진다.

먼저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대금 연주자가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대금을 연주한다. 심금을 울리는 대금 소리가 환벽당 너머 증암천까지 울려 퍼진다. 지나던 여행자도 대금 연주에 빠져든다. 이어 명창이 전라도 광주에 왔으니 빠질 수 없는 노래라며 ‘호남가’를 한 곡조 뽑는다. 앉아서 호남을 유람하는 듯하다. ‘춘향가’ 한 대목이 이어졌고, 앙코르 소리와 함께 명창이 ‘쑥대머리’로 화답했다. 마지막에는 호남을 대표하는 ‘진도아리랑’으로 명창과 관람객이 하나가 된다. 명창이 선창하면 마루에 앉은 관람객에게 마이크가 돌아간다. 미리 나눠준 진도아리랑을 한 소절씩 부르거나 직접 작사한 노래로 불러본다.

오는 8월20일부터 새로운 풍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환벽당과 담양의 식영정, 소쇄원이 연계해 전통 공연과 체험을 하는 ‘풍류 남도 나들이’다. 환벽당에서 전통 무예 체험과 청년 인문 교육 프로그램, 식영정에서 선비 체험과 나의 뿌리를 찾는 보학 교육, 소쇄원에서 풍류 정원 달빛 공연이 펼쳐진다.

환벽당과 이웃한 취가정은 ‘취해서 노래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이 독특한 이름은 꿈에 나온 ‘취시가’에서 유래한다. 정철의 제자인 석주 권필이 임진왜란 때 무고로 죽은 의병장 김덕령이 취시가를 부르는 꿈을 꾸었다. 권필은 “지난날 장군께서 쇠창을 잡으셨더니, 장한 뜻 중도에 꺾이니 천명을 어찌하리오…”라고 화답했다. 김덕령의 후손 김만식이 나중에 권필의 꿈 이야기를 듣고 조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취가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취가정은 지금 복원 공사 중이다.

충효동은 의병장 김덕령의 고향이다. 광주호 호수생태원 입구에 노거수 세 그루가 나란하다. 천연기념물 539호로 지정된 광주 충효동 왕버들군이다. 김덕령이 태어날 때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김덕령나무’라고도 한다. 김덕령은 1596년 이몽학의 난을 진압하려고 출정했다가 난이 평정되어 돌아오던 중, 무고를 당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 결국 혹독한 고문 끝에 29세 나이로 옥사한다. 

왕버들 옆에 충장공 김덕령 충효리비가 있는데, 정조가 김덕령의 이야기를 듣고 윤음(지금의 법령)으로 만들어 세운 비석이다. 김덕령의 안타까운 죽음과 추월산에서 순절한 그의 부인, 금산에서 왜군과 싸우다 먼저 죽은 형 김덕홍 등의 충·효·열을 본받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을 충효리라 명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이곳에는 소나무 한 그루, 매화나무 한 그루, 왕버들 다섯 그루[一松一梅五柳]를 심었다는데, 왕버들 세 그루가 살아남았다. 뒤틀린 왕버들의 줄기가 400년이 훨씬 넘은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푸르다.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왕버들 그늘이 훌륭한 피서지가 된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쉬거나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시원한 휴식처
왕버들군 그늘

충효동 왕버들군 건너편이 광주호 호수생태원이다. 호숫가 생태탐방로는 햇빛을 피해 산책하거나 휴식을 즐기기 좋다. 생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습지대 위로 목재 데크를 설치했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아름답고, 호숫가에 40년 된 왕버들 수십 그루가 있다. 광주댐을 건설하고 주변이 호수가 된 후, 충효동 왕버들군의 씨앗이 날아가 자연적으로 싹을 틔웠다. 광주호 호수생태원에서는 둘째 토요일(오후 6시)에 ‘호수음악회’를 연다. 달에 포함된 24절기를 테마로 현대적인 풍류를 선보이는 음악회다.

무등산 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신선이 풍류를 즐기기 위해 내려왔을 듯한 정자가 있다. 김덕령의 동생 김덕보가 지은 풍암정이다. 김덕보는 맏형 김덕홍이 금산싸움에서 죽고 작은형 김덕령마저 무고로 목숨을 잃자, 세상을 등지고 무등산 자락에 은거했다. 원효계곡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 옆에는 커다란 전나무 한 그루가 시립하듯이 있고,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거침없이 흐른다. 원효계곡은 여름이면 사람으로 붐빈다. 정자에서 책을 읽거나 바위에 앉아 탁족을 즐기면 한여름 풍류로 더할 나위 없다.

풍암정으로 올라가는 길에 무등산수박마을과 광주 충효동 요지(사적 141호)를 차례로 만난다. 무등산수박마을은 이 일대에서 재배하는 무등산 수박의 산지다. 껍질이 두껍고, 겉에 줄무늬가 없으며, 최대 20kg이 넘을 정도로 큰 수박이다. 8월 말쯤부터 판매한다니 꼭 한 번 맛보자.

선비의 풍류를 직접 체험하는 곳도 있다. 광주 서북쪽 끝에 위치한 월봉서원이다. 조선 선조 때 문신인 고봉 기대승의 위패를 모시고 제를 올리는 곳이다. 체험 프로그램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꼬마철학자상상학교’, 선비의 일상을 체험하는 ‘선비의 하루’, 어른 중심의 ‘살롱 드 월봉’ 등이 있다. 선비의 풍류를 즐기는 프로그램은 ‘선비의 하루’다. 서원이라면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에 매서운 규율을 떠올리지만, 월봉서원에서는 편견일 뿐이다. 서원의 사당 공간은 서원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곳이라 웬만하면 개방하지 않는데, 월봉서원은 체험을 위해 숭덕사를 열 정도다.

선비의 하루는 유생복을 입고 숭덕사에 배례하는 것으로 시작해 철학자의 길 산책, 전통 놀이를 즐기는 놀이마당, 족자 체험, 다담 등을 진행한다. 유생복이 어색해도 선비의 모습 그대로다. 발길을 천천히 옮겨 숭덕사에 오르면 사당과 제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배례를 올린다. 철학자의 길은 월봉서원에서 기대승 묘소까지 이어진다. 솔숲이 아름다워 천천히 걷는 느낌이 제법 좋다. 해설사의 판소리 한 소절이 숲 속을 쩌렁쩌렁 울리는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운이 제법 길다. 월봉서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마을과 서원이 연계한 축제 ‘월봉유랑’이 펼쳐진다. 음악과 체험, 공연이 어우러지는 다시(茶時)카페도 월봉서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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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환벽당→취가정→광주 충효동 왕버들군→광주호 호수생태원→풍암정
1박2일 코스
첫째 날: 풍암정→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광주 충효동 왕버들군→취가정→환벽당→광주호 호수생태원→대인야시장(토요일)
둘째 날: 증심사→의재미술관→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월봉서원
관련 웹사이트
·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포털 http://utour.gwangju.go.kr
· 월봉서원 http://www.wolbong.org
· 무등산수박마을 http://moodeungsan.invil.org
문의 전화
· 광주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62-613-3621
· 취가정(무등산자락길잡이협동조합) 062-265-1230
· 월봉서원 062-960-8272
· 광주호 호수생태원 062-613-7891
· 무등산수박마을 062-510-1465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KTX 하루 24회(05:20~22:1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0여회(05:30~다음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www.usquare.co.kr
(비행기) 서울-광주: 하루 3회(09:40, 13:00, 17:50) 운항, 약 50분 소요.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 광주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wangju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창평 IC→광주 방면 우회전→고서교차로 소쇄원 방면 가사문학로 좌회전→지곡리삼거리 우회전, 충효교 지나자마자 우회전→환벽당
숙박
· 별밤게스트하우스: 북구 경양로147번길, 062-531-3779, http://byulbam.kr
· 반디민박(무등산반디마을): 북구 평촌길, 062-266-2287, www.bandivill.net
· 히딩크관광호텔: 동구 서석로10번길, 062-227-8500, http://www.hiddinkhotel.com
· 라마다플라자광주호텔: 서구 상무자유로, 062-717-7000, http://www.ramadagwangju.com
식당
· 엄마손맛집: 애호박찌개, 북구 충효샘길, 062-431-5237
· 동산가든: 닭 코스 요리, 북구 송강로, 062-266-9999
· 박승자도넛: 도넛, 북구 충효샘길, 062-262-1191
· 이화정: 퓨전 한정식, 북구 하서로672번길, 062-574-8220
· 호화정: 추어탕, 광산구 용진로, 062-944-7222
· 절라도: 떡갈비, 담양군 남면 지실길, 061-381-4744
· 수려재: 한정식, 담양군 남면 가사문학로, 061-382-1203
주변 볼거리
무등산국립공원, 증심사,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무등산옛길, 의재미술관, 포충사, 대인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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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