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만난 휴식 ①대전 장태산자연휴양림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시원한 탈출!

이른 새벽부터 매미가 울어대는 한여름, 창문으로 들어오는 새벽 공기조차 후텁지근하다. 이럴 때는 햇살이 닿지 않는 울울창창한 숲으로 떠나자.

입구부터 마주한 서늘한 공기에 기분 UP
메타세콰이어 터널로 들어가는 데크로드

대전광역시(이하 대전시)는 교통의 중심지이자 과학의 메카다. 도심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보니 이곳에서 자연 여행지를 찾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조금 눈을 돌리면 다양한 자연 여행지를 만날 수 있다.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답게 산길 133km를 이어 만든 대전둘레산길, 호반을 따라 걷는 대청호반길, 곳곳에 들어앉은 드넓은 공원이 모두 도심에서 30~40분이면 닿는 자연 여행지다. 서구 장안로에 자리한 장태산자연휴양림도 그중 하나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살아 있는 화석 식물’이라 불리는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알려졌다. 휴양림 전체 면적 82ha 중 20여ha가 메타세쿼이아 숲이다. 덕분에 숲으로 들어서면 나무 장벽을 두른 듯 서늘한 공기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숲속산림욕장에는 삼삼오오 모여 더위를 피하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평상과 의자가 놓였다. 돗자리 하나 들고 찾아가 쉬기 좋은 장소다.

스릴까지 더한
숲속 어드벤처

평상에 누워 메타세쿼이아를 바라보면 굵기가 다른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50년 가까이 자란 아름드리나무와 20여 년 자란 나무다. 나무의 굵기는 휴양림의 역사다. 아름드리나무는 이 숲을 만든 고 임창봉 씨가 심었다. 처음에 낙엽송과 잣나무, 오동나무 등을 심었는데, 잘 자라지 않아 메타세쿼이아를 선택했다. 하늘을 향해 30여m나 뻗은 나무는 시간을 더해가며 점점 멋진 자태를 뽐낸다.


두세 뼘 굵기로 자란 메타세쿼이아는 경매에 부쳐진 숲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전시가 산을 매입한 뒤 심은 것이다. 이후 대전시는 숲을 재정비해 무료로 개방하고 숲속어드벤처를 만들었다. 숲속어드벤처는 관리사무소 앞 경사로에서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지나가는 데크 로드를 거쳐 높이 27m 스카이타워까지 이어진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구간은 스카이타워 전망대로 올라가는 스카이웨이다. 달팽이처럼 빙글빙글 도는 경사로 구간이다 보니, 오르는 것만으로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야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다.

이 길은 또 다른 스릴을 제공한다. 전망대에 오르다 보면 타워가 흔들리는 것. 함께 오르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바람의 영향인데, 바람이 강한 날이면 더 스릴 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숲속어드벤처 전 구간 중 놀란 사람들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듣는다. 숲속어드벤처 8월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비나 눈이 오는 날은 개방하지 않는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는 장태산의 식물과 나무, 곤충의 생태를 살펴보는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서 메타세쿼이아 외에 소나무, 은행나무, 오동나무, 참나무 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 나무의 성질에 따라 크기는 같지만 무게가 다른 것도 체험을 통해 알 수 있다. 전시관 밖에 어린이 학습 공간으로 좋은 교과서식물원도 눈에 띈다. 교과서식물원 아래로 이어지는 산책로 끝에서 만나는 생태연못은 자그마해도 수련과 마름, 부들 등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더위를 피해 대전을 즐기는 또 다른 자연 여행지는 동구에 자리한 식장산이다.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시가지와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의 진가는 밤에 나타난다. 도심이 환하게 불을 밝히면 대전의 산과 호수가 어둠에 잠기며 별 모양 야경을 만든다. 여름밤이면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 시민이 많다. 전망대까지 차량으로 진입할 수 있지만, 도로가 좁고 어두우며 굴곡이 심하니 밤 운전은 조심해야 한다.

대전 야경 감상
식장산 전망대

식장산에서 내려와 세천유원지 방향으로 진입하면 배우 송중기의 친가가 있는 세정골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종영한 지금도 찾아오는 팬이 많다고. 중구 수침로55번길에 자리한 태평전통시장의 ‘태평청년 맛it길’에는 청년 상인 점포 10개가 있다. 각 점포는 쇠고기, 돼지고기, 참치, 문어 등으로 개성 있는 음식을 낸다.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음식과 청년들의 열정이 담긴 공간을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서구 둔산대로에 자리한 대전문화예술단지는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한밭수목원, 열대식물원, 천연기념물센터, 엑스포시민광장이 있는 장소를 말한다. 공연장과 미술관이 모여 있어 취향에 따라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야외 공연장과 분수가 있는 엑스포시민광장은 여름밤을 즐기기 좋다. 분수가 시원하게 뻗어 더위를 식히고, 늦은 시각까지 곳곳에서 거리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자전거를 즐기는 여행자라면 광장을 시원하게 달려볼 수 있다. 우연히 야외무대 공연을 만나기도 한다. 오는 8월6일 오후 3~5시에는 ‘대전권 대학생들의 기부 버스킹’ 공연이 펼쳐진다. 각 공연장의 상설 공연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성구 도안대로에 자리한 대전역사박물관은 도안신도시 개발 당시 출토된 유물과 은진 송씨, 여산 송씨, 안정 나씨, 안동 김씨 등의 가문에서 기증·기탁한 유물을 전시한다. 전시 동선에 따라 구경하다 보면 자연스레 조선 유학자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오는 8월28일까지 ‘대전 안정 나씨 묘 출토 복식 특별전―그리움을 깁고, 연정을 짓다’가 열린다. 도안신도시의 근현대 모습을 재현·기록한 ‘대전의 근대 그리고 현대’ 전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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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장태산자연휴양림→대전역사박물관→대전문화예술단지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장태산자연휴양림→식장산전망대→태평전통시장 태평청년 맛it길→숙박
둘째 날: 대전문화예술단지→대전역사박물관→귀가
관련 웹사이트
· 대전관광 http://tour.daejeon.go.kr
· 장태산자연휴양림 http://www.jangtaesan.or.kr
· 엑스포시민광장 http://www.expoplaza.or.kr
· 이응노미술관 http://ungnolee.daejeon.go.kr
· 대전둘레산길 http://greencity.daejeon.go.kr
· 태평전통시장 http://www.taepyung-market.kr
· 대전시립연정국악원 http://www.koreamusic.go.kr
문의 전화
· 대전종합관광안내소 042-861-1330
· 장태산자연휴양림 042-270-7883
· 대전역사박물관 042-270-8600
· 한밭수목원 열대식물원 042-270-8472
· 이응노미술관 042-611-9821
대중교통(기차)
서울역-대전역: KTX 하루 70여회(05:15~23: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용산역-서대전역: KTX 하루 8회(06:20~19:40) 운행, 약 1시간5분 소요.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대전복합: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60여회(06:00∼다음 날 00:1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서대전 IC→대전 시내 방향 우회전→4km 직진→가수원네거리 우회전→8km 직진→흑석네거리 좌회전→4km 직진→장태산자연휴양림
숙박
·토요코인 대전정부청사앞: 서구 둔산중로134번길, 042-545-1045
· 호텔그레이톤둔산: 서구 둔산중로, 042-482-1000
· 이안레지던스호텔: 서구 둔산로65번길, 042-487-3939
· 장태산자연휴양림: 서구 장안로, 042-270-7883
· 롯데시티호텔 대전: 유성구 엑스포로123번길, 042-333-1000
식당
· 금평식당: 추어탕, 서구 장안로, 042-582-2120
· 철원메밀막국수: 막국수, 서구 장안로, 042-586-0205
· 천년의정원: 중화요리, 서구 만년로67번길, 042-485-1796
· 여자만장어구이: 장어구이, 서구 만년로68번길, 042-486-2486
· 귀빈돌솥밥: 돌솥밥, 서구 만년로68번길, 042-488-3340
축제와 행사
제11회 견우직녀축제: 8월13~14일, 엑스포시민광장·견우직녀다리, 042-330-3915, www.lovembc.co.kr
주변 볼거리
대전 회덕 동춘당, 계족산황톳길, 만인산자연휴양림, 엑스포과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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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