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이 있는 해변 풍경 ③경북 울진군

관동팔경길 따라 울진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울진은 삼림욕과 해수욕, 온천욕이 가능한 천혜의 고장이다.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멀기에 원시적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다. 망양정에서 월송정까지 이어지는 관동팔경길(25km)은 울진의 해변을 대표한다. 옛이야기 가득한 정자, 정감 어린 포구, 솔숲 시원한 해변이 어우러진다. 망양정은 왕피천과 바다가 만나는 장면이 감동적이고, 망양 해변에 자리한 옛 망양정은 거친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구산어촌체험마을에는 울릉도를 지키던 수토사(搜討使)들이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대풍헌이 있다. 신라 화랑이 머물던 월송정은 소나무 1만여 그루가 있는 숲에 들어앉아 쾌적하다.

원시적 자연 모습 느껴지는 울진의 해변
마을과 바다 모습이 한눈에, 명당 망양정

울진의 산은 육중하다. 한때 강원도 땅이었던 사람의 발길 닿지 않는 골짜기에는 오지 마을이 남아 있다. 산과 계곡에는 우람한 금강소나무가 가득하다. 해변에도 울창한 솔숲이 많아 삼림욕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울진 관동팔경길은 망양정에서 출발한다. 소나무 우거진 숲길을 200m쯤 오르면 시야가 열리면서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 서면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린 왕피천이 바다와 몸을 섞는 감동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넓게 형성된 모래밭이 망양정 해변이다.
본래 망양정은 이곳에서 15km쯤 떨어진 기성면 망양리에 있었다. 1858년 울진 현령 이희호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희호는 울진에는 관동팔경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당시 평해에는 월송정과 망양정이 있어 그중 하나를 달라고 했다. 망양정은 비록 본래 자리는 아니지만, 울진의 마을과 자연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명당이다. 

망양정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오산항을 거쳐 기성 망양 해변에 닿는다. 이곳 야트막한 언덕에 옛 망양정이 아담하게 복원되었다. 다시 정자에 올랐다. 우렁찬 파도 소리에 귀가 먼저 열린다. 정자 오른쪽으로 1km쯤 펼쳐진 망양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연 예부터 시인 묵객이 칭송한 풍광이 일품이다. 조선 숙종은 강원도 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려 오라고 해서 두루 감상한 뒤, 망양정이 가장 아름답다며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친필 편액을 내렸다고 한다. 나중에 망양정을 친히 둘러보고 “이 바다가 변해서 술이 된다면 어찌 삼백 잔만 기울이겠는가”라며 호탕함을 과시했다.

동시에 즐기는
삼림욕과 해수욕

해변으로 들어서면 거친 바위가 제법 많다. 정자에서 파도 소리가 크게 들린 것이 이 때문이다. 까르르, 3남매가 파도와 놀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이명곤씨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정겨운 포구가 그립다면 구산마을이 제격이다. 야트막한 야산을 등지고 들어앉은 집들이 항구를 바라본다. 마을 안쪽에는 정면 4칸, 측면 3칸으로 아담하게 지은 대풍헌이 자리 잡고 있다. 대풍헌은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파견된 수토사들이 배를 타기 전,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머무르던 곳이다. 수토사들은 구산항에서 울릉도로 갔다. 이런 인연으로 마을 사무실 건물 앞에는 독도 축소 조형물이 있다. 


구산마을의 자랑은 울창한 솔숲을 품은 구산 해변이다. 솔숲에 들어가니 한기가 몰려온다. 구산마을 주민이 대대로 가꾼 숲이다. 여름철 솔숲에 텐트 치고 해수욕을 즐기면 더위는 안녕이다. 구산 해변 모래밭이 끝나는 지점에는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의 월송정(越松亭)이 자리한다. 

신라의 네 화랑인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이 솔숲에서 달을 즐기며 놀았다 하여 월송정이라고도 한다. 비가 갠 뒤 떠오른 맑은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칠 때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보여준다.
2층 정자에 오르니 소나무 위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망양정처럼 장쾌한 전망은 아니지만, 솔숲과 어우러진 바다가 정겹다. 정자 주변은 소나무 1만여 그루로 둘러싸였다. 그윽한 솔향기 맡으며 산책로 따라 바닷가에 이르자, 모래에 뿌리 내린 갯메꽃과 갯씀바귀가 반긴다.

관동팔경길은 월송정에서 끝나지만, 울진의 가장 남쪽 후포항까지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좋다. 후포항에 가면 등대가 있는 등기산공원에 올라보자.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달리 올라가면 의외로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등대에서 펼쳐진 후포항은 뒤로 백암산(1004m)과 낙동정맥 산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

관동팔경길 따라
울진 해변 구경

울진의 해변을 구경했으면 불영사계곡을 따라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과 불영사에 들러보자. 불영사계곡 하류에 자리한 민물고기생태체험관은 아이들과 방문하기 좋다. 민물고기생태체험관, 열대어전시관, 야외전시관 등으로 나뉘어 관람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동선에 따라 관람하고 나면 각시붕어, 버들붕어, 꼬치동자개, 어름치, 가시고기, 갈겨니, 감돌고기 등 토종 물고기가 얼마나 예쁘고 귀한지 알 수 있다.

체험관에서 나와 불영사계곡을 따라 15분쯤 올라가면 불영사 일주문을 만난다. 여기부터 절까지 오르는 길은 불영사계곡을 끼고 이어지며, 산비탈에는 미끈한 금강소나무가 가득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10분쯤 걸으면 너른 터에 자리한 절 마당으로 들어선다. 마당에는 정갈한 고추밭이 인상적이다. 불영사는 65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큰 못에 있는 아홉 마리 용을 주문으로 쫓아내고 그 자리에 절을 지었으며, 서편에 부처 형상 바위가 있어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치므로 불영사(佛影寺)라 불렀다고 한다.

연못에는 부처의 그림자 대신 어리연꽃이 만개해 장관이다. 대웅보전 계단 양편으로 돌거북이 머리만 내민 모습이 재미있다. 두 마리 거북이 대웅전을 등에 업은 형상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불기운을 누르기 위함이라고 한다. 돌거북 위에는 풍경에 걸린 물고기 한 마리가 유유히 하늘을 헤엄친다. 은은한 풍경 소리가 절 마당을 가득 메운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망양정→망양 해변(옛 망양정)→구산어촌체험마을→월송정→후포항 등기산공원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망양정→망양 해변(옛 망양정)→구산어촌체험마을→월송정→후포항 등기산공원
· 둘째 날: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불영사
관련 웹사이트
· 울진군 문화관광 http://tour.uljin.go.kr
· 구산어촌체험마을 http://gusan.seantour.com
·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 http://www.fish.go.kr
· 불영사 http://bulyoungsa.kr
문의 전화
· 구산어촌체험마을 054-788-5312
· 망양정 054-789-6921
·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 054-783-9413
·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2
· 불영사 054-783-5004

대중교통(버스)
· 서울-울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6회(07:10~ 20:05)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대구-울진: 대구동부정류장에서 직행 하루 12회(09:00~18:10) 운행, 약 3시간 소요.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안정교차로→가흥교차로→원당로
→파인토피아로→36번 국도→분천삼거리→금강송면→망양정

숙박
· 백암스프링스호텔: 온정면 온천로, 054-787-3007, www.springshotel.co.kr
· 통고산자연휴양림: 금강송면 불영계곡로, 054-783-3167
· 구수곡자연휴양림: 북면 십이령로, 054-789-5470
· 백암온천호텔피닉스: 온정면 온천로, 054-787-3044
· 구산어촌체험마을(민박, 캠핑): 기성면 구산봉산로, 054-788-5312, http://gusan.seantour.com

식당
· 칼국수식당: 칼국수·회국수, 울진읍 읍내1길, 054-782-2323
· 미정식당: 가자미조림·갈치조림, 후포면 후포4길, 054-787-9569
· 망양정횟집: 활어회, 근남면 망양정로, 054-783-0430
· 왕돌수산: 대게 요리, 후포면 울진대게로, 054-788-4959

주변 볼거리
금강소나무숲길, 죽변항, 덕구온천, 울진엑스포공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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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