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여성 상위시대 막후

무능한 남편이래 콕 처박혀 있으라우∼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2010년 북한 조선중앙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속 한 여성 등장인물이 “내가 장사를 안 하면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나”라며 “내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큰소리치는 모습이 나왔다. 이것은 북한의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는 대사로 보인다. 계획경제가 붕괴된 후 여타 공산주의 국가와 달리 북한에선 여성이 사회변화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의 대기근(일명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무너지고, 주민들은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장사로 먹고 살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엔 400여개의 장마당(시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계획경제는 실종됐고 사적 경제가 주요한 부분으로 발전했다. 국영기업은 제 역할을 못하고 경쟁력이 없어진 지 오래다. 사경제의 발원지이자 사회변화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장마당이 지목됐다. 이러한 장마당의 구성자는 4분의 3 이상이 여성이다.

400여개 장마당
대부분 여성들

탈북민을 대면조사한 결과를 담은 한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의 90% 이상이 북한에서 사적 경제 활동을 했고, 70% 이상이 장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약 70%가 집을 사고팔았다고 진술했다. 이미 전체 경제의 80%가량이 사적 소유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고난의 행군’ 이후 사회주의 경제가 붕괴하면서 남성들이 가동을 멈춘 공장에 출근하는 동안 여성들은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했다. 1998∼2008년 사이 비공식적 경제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북한 가구 전체소득의 78%에 달할 정도였다. 북한 노동자가 받는 한달 3000∼4000원가량의 급여로는 쌀 1㎏을 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성들이 가정경제를 책임지면서 여성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원래 마르크스주의는 20세기 초의 여러 사상 중 가장 ‘여성주의적’이었다. 마르크스주의는 제도적 성평등 뿐 아니라 양성의 완전한 경제적, 사회적 평등을 추구했다. 1920년대 레닌이 지도자였던 시절의 소비에트 연방에선 실제로 차별철폐 정책이 시행됐다.


1945년 북한에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섰고 다음해 성평등법이 선포됐다. 이에 따라 축첩이 금지됐고 이혼에 대한 제약이 완화됐다. 법으로 여성의 재산권을 보호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북한사회는 제도적으로만 양성평등을 부르짖을 뿐 실제론 극단적인 ‘가부장제’ 사회다. 북한 헌법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론 무신론 사회인 것과 마찬가지다. 동유럽 국가에서 사회주의 경제 붕괴는 성평등 붕괴로 이어졌지만 반대로 북한에선 여성지위 향상을 가져왔다.

1995년부터 도시에 장마당이 생겼다. 장마당은 곧 경제생활의 중심이 됐다. 수백만의 여성들이 장사와 가내수공업으로 살림을 꾸리기 시작했다. 여성들은 처음엔 가재도구를 음식과 물물교환하다가 직접 만든 물건을 팔았다. 더 큰 규모의 장사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2006년 12월 북한정권은 신체 건강한 남성이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것을 금지했다. 북한에서 남성들은 공식적인 직장(국영기업)을 가지도록 강제된다. 만약 결근하면 노동단련형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남성이 장마당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런 규제는 실제론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90년대 중반 대기근 후 배급제 해체
각자 전역 돌면서 장사로 먹고 살아

1년 후인 2007년 12월, 당국이 50세 미만의 여성은 시장거래를 할 수 없다고 금지시키자, 이번엔 달랐다. 여성들은 즉각 반발했다. 다음해 3월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났고 특히 청진시에서 크게 일어났다. 당국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젊은 여성들은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 나이든 여자 친척을 데리고 시장에 갔다.

보안원(경찰)이 물어보면 "시어머니가 장사하는 것을 돕기 위해 잠시 들렀다"고 둘러댔다. 몇 달 지나지 않아 금지령은 흐지부지 됐고 여성들은 예전처럼 장마당에서 장사를 했다. 시장을 직접 단속해야 하는 하급관리들이 제대로 단속하지 않고 눈감아 준 영향이 컸다.


이렇게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이 달라지면서 미미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것으로 보이는 징후도 포착됐다. 일례로 여성이 신청하는 이혼이 증가하고 있다. 탈북자를 직접 면담하는 한 북한학 연구자는 “북한은 모든 통계를 비공개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순 없지만 결혼연령이 늦춰졌다거나 여성이 먼저 이혼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예전처럼 온 동네가 나서서 비난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갈수록 지위 향상
먼저 이혼 요구도

여성의 사회 진출도 증가했다. 북한은 2002년 9월 유엔에 제출한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에 대한 최초 보고서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공적 영역의 여성간부 비율을 증가시켰으며 여성재판관 비율이 10%, 외무성 직원의 15%가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국제기구에 제출된 국가 발간 정식 보고서이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또 북한 여성은 바지를 입을 수 없게 돼 있다. 바지가 ‘여성에게 걸맞지 않으며 조선의 미풍양속에 배치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법적으로 시내에서 자전거를 탈 수도 없다. 이러한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점차 사문화됐고 형식으로만 존재한다. 이제 북한 전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지를 입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다.  

북한 여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김석향 이화여대 교수는 “과거와 비교해 여성의 지위가 나아진 면은 있다”며 “말을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거나 원하는 것을 추구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장사를 하면서 많이 다니고 아는 사람이 생기고 그런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예전엔 25세가 넘기 전에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현재는 돈을 잘 벌고 똑똑한 여자는 혼자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통념도 있다. 그래도 독신은 없는 것 같다. 결혼연령이 서른 정도까지 용인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석향 교수는 북한여성이 여전히 ‘열악한’ 지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장마당에 나가서 돈을 벌어도 가정폭력이 줄지 않았다. 인민반(20∼40가구 정도 묶어 감시관리하는 우리의 통·반 개념) 기준으로 가정폭력이 있는 경우를 조사하면 90% 정도는 맞고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학교나 직장에서 여성이 남성을 제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아버지나 남편의 지위에 여자가 편승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소득의 80% 부인 수입
반대로 남자들 위치 급락

김 교수에 의하면, 시장에서 큰 규모로 장사하는 여성의 뒤엔 거의 언제나 ‘카바꾼’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영어 ‘cover’의 한국식 변형이지만, 정작 북한인들은 이것이 영어인 줄 모른다고 한다. 뇌물을 ‘카바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힘 있는 남성이 보호해준다는 뜻이다. 북한에선 여성이 높은 직위에 있으면 "누구 딸이냐" "남편이 누구냐"고 먼저 물어본다. 가족이 고위직이 아니라면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직접 만난 소위 ‘접견자’여야 한다.

북한 주체사상을 연구해온 정대일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은 “사회가 병영화되면 근력 숭배 사회가 된다. 배급이 끊기면서 국경지대 거주 여성들이 중국으로 나와서 돈을 벌어 가족에게 송금하는 경우가 많다. 평양과 변경은 차이가 많이 난다. 변경과 하층의 변화가 유의미하려면 평양에서 개혁개방으로 나가야 한다. 계속 폐쇄적으로 남아있으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럼에도 ‘아래로부터의’ 변화와 시장화를 주도할 주체로 신흥부유층(돈주), 젊은 학생그룹과 함께 ‘여성’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북한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엘리트 공권력 지식인이 주도해야 하지만 신흥부유층과 장마당 여성 등 변경의 변화도 ‘주요변수’라고 본다.

잘 버는 여성
뒤엔 카바꾼


대북접촉을 30년간 해온 김천식 통일평화연구원 특임연구원(전 통일부 차관)은 “여성들이 사회변화에 수용성이 더 높다. 사회변화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민생에의 요구가 시장활동을 자극, 확산했고 시장화는 정보화, 자유화와 서로 의존적 관계다. 김정은 승계 이후 학생들이 변화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참고문헌]

안드레이 란코프 <리얼 노스코리아> 개마고원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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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