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부추기는 힐링의 숲을 찾아서 ②강원 평창군

평창은 산과 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고장이다. 오대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스님이 ‘불법이 길이 번창할 것’이라 한 불교의 성지이자 나무의 성지다. 오래되고 기품 있는 전나무, 자작나무, 신갈나무 등은 오대산의 여름 풍경을 더욱 깊고 묵직하게 한다.

속세를 씻어내는 깨달음의 길, 오대산 선재길
쭉쭉 뻗은 전나무 향기 그윽한 천년의 숲길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1400여년 전 중국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한 신라 자장율사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적멸보궁에 모시기 위해 지나간 유서 깊은 길이다. 호젓한 숲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속세의 근심이 청정 계곡에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오대산은 백두대간에 핀 연꽃이다. 비로봉(1563m),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31m)이 꽃잎을 이룬다. 꽃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오대천 계곡을 따라 이어진 선재길이다. 출발점은 월정사지만, 월정사 입구 매표소부터 걷는 것이 좋다.

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 10.7km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매표소를 지나 200m쯤 도로를 따르면 월정사 일주문이 나오고, 그 유명한 월정사 전나무 숲길이 시작된다. 일주문에서 월정사까지 약 700m 이어진 길을 특별히 ‘천년의 숲길’이라고 부른다.일주문 안의 나무들이 어서 오라는 듯 손짓한다.

불교의 성지
평창 오대산

길 양편으로 쭉쭉 뻗은 전나무가 1000그루도 넘는다. 보기도 좋지만 전나무 특유의 알싸한 향이 온몸을 정화한다. 성황당을 지나면 쓰러진 전나무가 보인다. 속이 텅 빈 나무 일부가 서 있고, 나머지 몸체는 편안하게 누웠다. 수령이 약 600년으로, 2006년 쓰러지기까지 숲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였다고 한다. 전나무 숲길이 끝나면 월정사 경내로 들어선다.


월정사는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지만, 한국전쟁 때 모조리 불타 오래된 건물이 없다. 다행히 적광전 앞에 팔각구층석탑이 남았다. 탑 앞에는 두 손을 모아 쥐고 공양하는 자세로 무릎을 꿇은 석조보살좌상이 있는데, 살짝 미소 짓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월정사가 끝나는 지점에 선재길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다. 선재길은 오대산이 배출한 방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이 오간 구도의 길이자, 깨달음의 길이다. 선재는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호젓한 오솔길 옆으로 오대천 계곡이 재잘재잘 흐르는 소리가 정겹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선재길에서 가장 수려한 계곡이 펼쳐진다. 설악산처럼 반질반질한 암반이 흐르는 물줄기와 어우러진다. 암반에 주저앉아 손을 씻는다. 시원하고 촉감이 좋다. 내 안의 번뇌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오대산장을 지나면 동피골 합류점과 만나고, 호젓한 계곡 길이 상원사 입구까지 이어진다. 상원사로 가는 길은 하늘을 찌르는 전나무 숲길이다. 길 초입에 관대걸이가 있는데, 세조가 이곳에 옷을 걸고 계곡에서 목욕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세조가 목욕할 때 마침 가까운 곳에 동자승이 있었다. 세조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어달라 했고, 동자승은 열심히 등을 밀었다. 흡족한 세조는 장난기가 발동해 “어디 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준 덕분에 세조는 피부병이 다 나았고, 이를 고맙게 여겨 상원사에 문수동자상을 세웠다고 한다.1984년 문수동자상을 문화재로 지정하려고 조사하던 중, 세조가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저고리와 다라니경 등 많은 복장 유물이 발견됐다. 문수전 안 문수보살상에 인사를 올리며 선재길 탐방을 마무리한다.

월정사 명물
석조보살좌상

선재길이 오대산의 그윽한 숲길이라면, 백룡동굴은 백운산의 동굴 속을 탐험하는 길이다. 정선아리랑 곡조처럼 구불구불 내려온 동강이 잠깐 평창 땅에 발을 담그는 지점에 백룡동굴이 자리한다. 동굴 체험은 750m 들어갔다가 돌아 나오며, 1시간30분쯤 걸린다. 먼저 안내소에서 탐사용 옷으로 갈아입는다. 랜턴이 달린 헬멧, 장갑과 장화 등으로 무장하니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강원도 사투리가 구수한 가이드와 함께 보트를 타고 백룡동굴 입구에서 내린다. 잠깐이지만 배를 타고 동강과 함께 흐르는 맛이 기막히다.

 덜컹! 동굴 문이 열리자 가슴이 콩콩 뛴다. 뚜벅뚜벅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니 구들장이 보인다. 조선 시대에 사람이 산 흔적이다. 가이드가 앞쪽의 작은 웅덩이를 가리킨다. 쭈그리고 앉아서 물속을 들여다보니 새우 같은 것이 눈에 띈다. 아시아동굴옆새우다. 백룡동굴에는 생명체 56종이 산다고 한다. 겨울에는 박쥐도 볼 수 있다. 웅덩이를 지나면 빛은 완전히 사라진다.


백룡동굴은 훼손을 막기 위해 조명을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배를 바닥에 깔고 기어 ‘개구멍’을 통과하자, 비로소 백룡동굴의 진면목이 펼쳐진다. ‘신의 손’이란 별명이 붙은 대형 종유석, 피사의 사탑처럼 생긴 석순, 천장에 길게 형성된 베이컨 시트는 일명 만리장성이라고 한다. 석순이 1mm 자라려면 1년이 걸린다고 하니, 동굴 안에서 인간의 존재는 참으로 하찮다. 동굴 생성물의 화려한 모습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종착점인 대광장에 이른다. 가이드가 눈을 감으라고 하더니 랜턴을 모두 끈다. 잠시 후 눈을 뜨자 온통 어둠이다. 이런 완벽한 어둠을 만난 적이 있던가. 백룡동굴 탐사의 마지막 ‘어둠 체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알펜시아리조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 무대다. 스키점프와 바이애슬론, 스노보드, 알파인스키 등 경기가 펼쳐진다. 리조트 안에 들어서면 언덕 위에 솟은 스키점핑타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키점핑타워 꼭대기에 전망대가 있다. 알펜시아스타디움에서 모노레일과 엘리베이터를 번갈아 타면 전망대로 올라간다. 전망대에서는 알펜시아리조트와 대관령의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알펜시아스타디움 안에는 대관령 스키역사관이 자리한다. 스키의 발상부터 우리나라 스키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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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오대산 선재길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전망대)&대관령 스키역사관
· 둘째 날: 오대산 선재길

관련 웹사이트
· 평창문화관광 http://tour.pc.go.kr
· 오대산국립공원(선재길) http://odae.knps.or.kr
·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http://cave.maha.or.kr
·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 http:www.alpensiaresort.co.kr

문의 전화
·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762
· 오대산국립공원 033-332-6417
·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033-334-7200~1
·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033-339-0000

대중교통(버스)
· 서울-평창: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9회 운행(07:00~18: 46), 약 2시간 5분 소요.
· 서울-진부: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24회 운행(06:22~20:05), 약 2시간 15분 소요.
· 진부-월정사: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서 하루 14회(06:30~19:40) 운행, 약 20분 소요.
· 진부-상원사: (월정사 경유), 진부공용버스정류장에서 하루 9회(07:30~16:40) 운행, 약 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진부공용버스정류장 033-335-6307

자가운전
· 영동고속도로 새말 IC→안흥면→방림면→평창읍→미탄면→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평창읍→진부 IC→오대산→대관령 IC→알펜시아리조트

숙박
· 숲속의요정: 봉평면 팔송로, 033-336-2225
· 알펜시아리조트: 대관령면 솔봉로, 033-339-0000
· 용평리조트: 대관령면 올림픽로, 033-335-5757
· 켄싱턴플로라호텔: 진부면 진고개로, 033-330-5000

식당
· 오대산농원식당: 산채정식·산채비빔밥, 진부면 진고개로, 033-332-6738
· 부일식당: 산채정식·산채비빔밥, 진부면 진부중앙로, 033-335-7232
· 이조막국수: 막국수·편육, 평창읍 여만길, 033-334-2157

주변 볼거리
방아다리약수, 대관령하늘목장, 이효석 문학의 숲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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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