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

“비정규직 위해 앞장선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을 목전에 뒀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초·재선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네 번째로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을 만나봤다.

대한민국 노동계는 일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매조지하지 못한 노동개혁 입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뜻을 밝혔다. 조선업의 위기로 촉발된 구조조정 바람은 향후 지역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을 시끌벅적하게 만들 예정이다. 개원을 신호탄으로 여야는 실타래처럼 얽힌 노동 현안 해결에 나설 것임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은 지난 27년 동안 노동운동에 매진해온 노동계의 산 증인이다. 사조대림 노동조합 위원장 9선, 한국노총 부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등의 이력은 그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잔뼈가 굵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동개혁을 준비하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노동계의 현실에 “어깨가 무겁다”는 임 의원의 얘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선 소감이 듣고 싶다.
▲나도 깜짝 놀랐다. 비례대표 3번이라는 것은 발표가 있고 난 후 알게 됐다. 발표를 듣고 기쁜 마음은 한 30분 정도 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진정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정치인이 되자고 결심했고, 노력하고 있다. 4·13 총선으로 국민들의 민심·민의가 무섭게 와 닿으면서 섬기는 자세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안산시의원으로 시작해 중앙 정치로 진출했다.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어떤 게 있나?
▲전국에 약 1900만 임금 근로자가 있다. 조사하는 곳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중 전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대략 800~1000만 정도 된다. 나는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싶다. 이들 중에는 월 200만원도 못 받는 근로자들이 47%에 육박한다. 입으로만 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그 속에 들어가 그 분들을 위해 일을 해내고 싶다.


- 1호 법안으로 생각하는 게 있나?
▲최저임금에 대한 법안을 발의할 생각이다. 지금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일에 있어서도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 최저임금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엄격히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한다.

- 환노위 배정이 예상되는데.
▲100%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 그러나 환노위는 ‘여당의 불모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당 위원들이 성과를 내기 힘든 상임위로 알고 있다.
▲나도 그런 얘기는 익히 들었다. 그렇지만 상임위에 있어서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나는 환노위에 매력을 느낀다. 환경은 앞으로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노동은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다. 나는 이곳 환노위에서 4년 내내 일할 생각이다.
 

노동에 대해서는 27년간 현장·이론 가리지 않고 공부해왔기 때문에 잘 알지만, 환경 쪽은 문외한이다.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는 마음으로 환경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다. 4년 뒤 임이자가 열심히 해서 환경과 노동 분야가 조금은 발전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 더민주에 있는 노동계 인사들과의 대화에는 문제가 없겠나.
▲잘 되리라 본다. 정부여당이라고 해서 노동에 대해 꽉 막힌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국민과 노동자들을 핍박하려 하겠나. 5대 입법에서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게 맞는 경우가 있고 야당에서 주장하는 말이 맞는 경우도 있다. 불편한 진실은 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가 소통해 노동자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서로 안 통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동개혁 입법을 두고 정부가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에서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임 의원의 생각은 어떤가?
▲새누리당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그에 관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일단 환노위가 구성된 후 위원들과 함께 충분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정책위에서 한 번 더 토론을 거치게 될 것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내용적인 측면에서 맞는지, 아니면 절차적인 측면이 있는 건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7년 노동운동 경력 ‘한국노총 여걸’
1호 법안 ‘최저임금 지킴이법’ 예고


- 큰 틀에서 노동개혁 입법은 계속 추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인가?
▲ 그렇다. 지난 19대 때 비정규직과 관련해 기간제법이 발의됐는데,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2+2가 정말 기간제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나 안 되나'가 쟁점이었다. 노동계 측에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라고 반대한 것이고 정부 측에서는 정규직 전환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35세 이상의 기간제근로자들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4년이란 시간은 그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해 추진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결국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1+1인 상황에서도 10개월+10개월 같이 쪼개기 식으로 기업에서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차라리 2+2가 기간제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나 안 되나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보고 만약 1+1때보다 2+2때 정규직 전환이 적으면 2+2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게 맞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면밀한 검토를 통해 2+2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여성할당제(쿼터제)를 통한 여성의 고용 안정성 화보와 경쟁력 향상 중 어느 것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보나?
▲승진에 있어서는 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처럼 아무리 여성이 승진하려고 해도 일·가정을 같이 병행해서 하다보면 경력단절이 있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서는 쿼터제를 둬야 된다고 본다.
 

고용과 관련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 80%가 여성이다. 특히 시간제 아르바이트 쪽으로 여성들이 많이 몰려 있다. 대표적으로 마트에 가보면 계산하시는 분들이 모두 여성이고 그런 일자리들밖에 없지 않나. 앞서 독일에서도 선택시간제를 채택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많이 양성했지만, 지금은 지양하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누구나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데 반해 양적인 일자리만 창출되니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는 여성 근로자들에 대부분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지속적으로 연구해 정책개발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 요즘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소식으로 시끄럽다.
▲동일 노동을 함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60%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조선업이다. 조선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제(23일)도 거제에 방문해 대우조선 직영노동조합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대우조선 협력업체 대표들과도 만났다. 거제도 상공인들과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와도 간담회를 했다. 그분들의 어려움을 오늘(24일) 아침에 있었던 당정협의에 가서 전했다.

일례로 물량팀에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분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고, 해고된 후에는 실업급여도 받기 힘든 현실이다. 이분들이 왜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나를 살펴보니 사용주와 근로자가 반반 부담하는 것을 근로자가 다 부담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독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나에게 입법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4년이 주어졌다. 국민·노동자·서민·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어떨 때 가슴이 아프고 어떨 때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지 그 심정을 잘 알고 있다. 정말 그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고 아픈 곳에 약을 발라줄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결코 혼자 힘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입법 발의를 하더라도 동료 의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관계성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 동료·선배 의원님들과 협의해서 일을 추진해갈 생각이다.


[임이자는 누구?]

▲경상북도 예천 출생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법학 석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새누리당 노동위원회 위원
▲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