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발’ 여종업원 사망설 추적

북한 탈출해 단식하다 죽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귀순에 대해 북한정권은 ‘유인납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우리 정부는 ‘자유의사에 의한 탈출’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입국해 경기도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서 머무른 지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단식에 의한 사망설이 흘러나왔다. 발신지는 북한의 한 민간단체 홈페이지에서였다.

지난 15일, 미국의 친북매체 <민족통신>은 자사 페이스북에 “국정원에 의해 강제 납치당했던 북 여성 식당 종업원 12명 중 한 명인 서경아양이 ‘우리들 모두를 공화국으로 보내달라’고 단식투쟁을 하던 중 사망한 사실이 민족통신 공동취재진의 추적에 의해 오늘 15일 확인됐다”고 전했다. <민족통신>은 제7차 노동당 대회 기간에 노길남 대표를 특파원으로 평양에 보내 취재토록 했다.

북 관련 매체들
같은 내용 보도

앞서 국내 북한전문매체 <NK투데이>도 지난 9일, 북한의 민간단체 아리랑협회에서 운영하는 <메아리>를 인용해 동일한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에 퇴직한 정보원 관계자’를 인용해 “집단 탈북한 여성 속에서 여러 명이 단식을 하다가 빈사상태에 빠져 있어 청와대와 국정원이 매우 당황해하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생사기로에 헤매던 한 명의 처녀가 끝내 사망했다”는 것이다.

<메아리>는 “지금 국정원은 이들과 언론의 접촉을 일체 금지시키고 있으며 외부와의 련계(연계)조차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메아리>는 국내서 유해 매체로 분류돼 접속이 차단돼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오자, 국내 주요매체는 보도를 자제하고 있지만, SNS를 중심으로 귀순자의 단식 사망설이 빠르게 퍼졌다. <민족통신>이 지목한 사망자는 서경아씨로, 집단 귀순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여성이라고 설명했으며, 자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지배인 남성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족통신>은 1999년 LA에서 창간됐으며, 상근자 없이 편집위원 9명이 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표인 노씨는 이번 당 대회 취재를 위한 체류가 69번째 방북 취재라고 기사에서 밝혔다. 노씨는 1944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연세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1973년 텍사스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이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언론본부, 민권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등에서 조속한 진상 공개를 국정원과 통일부에 요구했으나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북한 선전전의 일환”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실제로 이들 13명이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이하 센터) 내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기자회견이나 변호인 접견 등을 통해 확인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류경식당 집단 귀순녀 1명 사고 의혹
“공화국에 보내달라” 투쟁하다 사망?

뿐만 아니라 북측이 판문점에서 이들 귀순자와 북측 가족들의 만남을 주선하자고 제의해왔으나 응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종업원과 그 가족들을 함께 공개 기자회견장에 세운다면 자유의사에 의한 탈북인지 혹은 유인납치인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 북한 측 주장이다. 현재 북측은 강제랍치피해자구출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외신 취재를 허용하거나 동영상을 제작, 공개하는 등 이번 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북한 만이 해온 것은 아니다. 국내서도 이들이 자유의사에 의해 집단 탈출과 입국을 감행한 것이라면 이들의 신변과 의사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국정원과 통일부는 왜 북한정권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일까.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전문가는 “이들이 귀순했던 지난달 초에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해외 식당은 국가안전보위부에서 파견된 보위원이 근무자들을 감시토록 하고 있다. 여권도 근무자 개인이 소지할 수 없고 지배인으로 위장한 보위원 등이 걷어서 일괄 보관한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한 번에 이견 없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을 이끈 남성 지배인 허모씨가 여권을 모두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입국한 13명 외에
따라온 사람 있나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개신교 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탈북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녀는 남한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브로커에 의해 감금돼 있었고, 현재 평양에 아들과 노모가 있다. 김희태 목사는 이들 종업원들이 센터 조사와 하나원 수료 후 사회에 나오면 김련희씨와 마찬가지로 ‘북한 송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알고 온 이도 있으나 모르고 따라온 이도 몇몇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정부 당국이 이들의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센터 내에서의 단식 시도 가능성이나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민족통신>의 보도 직후인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정말 만에 하나 단식이 있었더라도 단식 중 사망이 나올 정도로 (센터의) 관리가 허술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단식설 혹은 단식 중 사망설은 조금만 남북관계 혹은 북한이탈주민 관리의 현실을 안다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라며 “북한 이탈주민들의 관리는 모두 부득이한 접근의 통제가 이루어진다. 탈북자들의 심리상태가 안정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북한에 남은 식구들을 인질로 한 북한의 우회적 선전선동 및 회유전이나 말 그대로 탈북자 본인에 대한 위해가 걱정되어서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 매체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15일자 <민족통신> 보도는 기사 상에서 별다른 취재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매체가 해당 기사를 인용보도 하지 않는 이유도 정확한 취재원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NK투데이> 보도는 북한 매체 <메아리>를 인용보도하고 있다. <메아리>는 ‘정보원’의 퇴직자를 인용했다. 이것이 정확히 국가정보원을 의미하는지 다른 정보당국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경기도 시흥의 센터 내에 있는 귀순자들의 소식을 북한과 해외 소재 매체에서 먼저 파악한 것이다. 그간의 보도 관행으로 볼 때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외신이나 국내 매체의 보도여야 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루트로 볼 수 있다.

“재판정 나오면 
진실 알게 될 것”

그간 북한정권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영향력 있는 외신에게 취재를 허용하는 등 외신을 적절히 활용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이번 집단귀순 사건도 <CNN> 취재진에게 “특종이 준비돼 있다”며 평양으로 불러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들과 귀순 종업원의 가족을 만나도록 했다.

북한정권 입장에서 서경아씨의 사망이 명백한 사실이라면, 그간 굵직한 북한 관련 보도를 도맡아 보도해온 <CNN>에게 취재를 허락했을 것이다. <CNN>에 보도를 허락한다면 관련 기사가 전 세계에 빠르게 확산될 것이고 그만큼 우리 정부는 수세에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변 측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류경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가족에게 대리권을 위임 받았다고 덧붙였다. 위법한 ‘구금’을 긴급히 해제시키기 위한 절차인 인신보호구제신청을 하려면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기열 칭화대 초빙교수가 직접 민변의 대표 메일에 북한의 가족이 대리권을 민변에 위임한다는 의사를 밝힌 모습을 담은 동영상과 자필서명이 담긴 위임장을 보내오면서 성사된 것이다. 정 교수는 직접 북한의 가족과 접촉해 위임장을 받고 민변 측에 전달했다.  

소문 SNS 타고 빠르게 퍼져
국정원·통일부 미온적 대응

민변 측은 <일요시사>에 “정 교수는 평소에 아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보내온 동영상은 재생이 안됐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유가려(유우성씨 동생)씨 이후 두 번째”라고 전했다. 동영상을 제외한 가족이 위임장을 작성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과 위임장을 민변 홈페이지에 게재해 공개했다. 그러나 위임장만으론 신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들 가족이 실제로 현재 센터 내에 있는 류경식당 종업원의 가족이 맞는지 입증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경욱 민변 변호사는 <일요시사>에 “법원이 통일부에 가족관계임을 입증하는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면 통일부도 협조할 것”이라며 “법원이 (귀순자) 본인을 통해서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법원이 (귀순자에게) 사진을 제시해 부모가 맞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귀순자 본인의 의사로 한국행을 선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인신보호구제신청은 피수용자 본인이 직접 재판정에 출두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통해 사망설이 떠돌고 있는 서경아씨를 비롯해 나머지 귀순자들의 생사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3년 유가려씨가 이 제도를 통해 구금에서 풀려나 합동신문센터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당시 유씨는 법정에서 “센터로 돌아가겠다”고 완강하게 거부하다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전화상으로 들은 후 “하루만 변호사를 따라가겠다”며 마음을 바꿨다. 당시 외신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민변 변호사들과 유씨를 데려온 국정원 직원들이 대치했다. 이후 유씨가 다시는 센터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이번에도 귀순자들이 법정에 나와서 자유롭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면 집단귀순에 얽힌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는 현 센터 내 ‘임시보호조치’의 문제점을 들어 변호인 조력권이 절실함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귀순 동기 등 조사과정에서 센터 내 탈북자들에게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이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형사피의자도 변호인 조력권이 있는데 피수용자들은 조사과정에서 그러한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현재 센터 조사는 행정조사와 수사의 경계가 없다. 조사주체도 국정원이 아닌 통일부가 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시보호조치
“문제점 많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민변 통일위원회 소속 변호사 10여명은 “종업원들이 자유 의사로 입국한 게 맞다면 변호인의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며 접견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국정원은 “센터가 구금시설이 아니고, 종업원들이 난민이나 형사피의자 등 변호인 접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접견신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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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