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보고픈 추억의 가족 여행지 ④전남 순천시

교복 입고 추억의 골목길을 거닐다

교복 입은 청춘들이 1970년대 골목을 활보한다.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만나는 추억 여행의 한 단면이다. 5월에 떠나는 가족 나들이에 추억의 골목길이 정겹다. 빛바랜 상점 간판과 담벼락을 지나면 세월의 온기가 전해진다. 순천드라마촬영장은 중년층은 향수에 잠기고, 청소년은 드라마 속 달동네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네 옛 삶 모습 담긴 1970년대 골목 그대로 재현
중년층에겐 향수를, 젊은 층에겐 색다른 볼거리 제공

순천시 비례골길에 자리한 촬영장은 여느 세트장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TV를 형상화한 입구를 지나면 옛 거리가 드러나고, 검은색 교복과 교련복을 차려입은 청춘들이 골목길을 오간다. 관람객은 구경에 나서기 전 교복을 입는다. 입구에는 교복, 책가방, 학생모 등을 빌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오래된 거리와 골목을 누비는 나이 든 학생들은 추억 놀이가 즐거운 듯 흐뭇한 표정이다.

촬영장에는 추억의 음악실(고고장), 이발소, 달동네 등이 함께 녹아 있다. 영화 〈허삼관〉, 드라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등 우리네 옛 삶을 담은 작품들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허삼관〉의 주인공이 살던 집과 드라마 〈빛과 그림자〉의 배경이 된 순양극장 등은 관람객에게 인기 있는 명소다. 촬영장은 이밖에도 영화 〈강남 1970〉, 드라마 〈감격시대〉 〈제빵왕 김탁구〉 등의 주요 무대였다.

다수 영화
드라마 촬영

촬영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순천 읍내, 봉천동 달동네, 서울 변두리 등 골목 어귀를 돌아서면 시대와 공간이 달라진다. 들어서자마자 우측으로 접어들면 순천 소도읍 공간이다. 이곳은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까지의 순천 읍내로 시간 여행을 이끈다. 순천 옥천 냇가와 읍내 거리, 한식당 등이 고증을 거쳐 재현됐다. 영화 〈강남 1970〉의 주인공 가옥과 이곳에서 촬영된 작품들의 계보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 여행 영화 속으로’ 건물도 한 편에 위치한다. 읍내 거리 뒤편으로는 뽑기, 달고나 등 옛 주전부리를 파는 장터가 마련되었다. 개천을 잇는 나무다리와 평상 위에 놓인 누런 주전자는 추억 여행을 돕는 매개다.


소도읍 거리가 끝날 무렵이면 언덕 위에 달동네가 모습을 드러낸다. 봉천동 달동네 세트장은 잊혀가는 1960~1970년대 서울 산동네 서민의 삶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공간이다. 투박한 낙서가 새겨진 계단을 오르다보면 실제 공간을 걷는 느낌이다. 골목길에는 연탄재가 있고, 한 평 남짓한 마당에는 빨랫줄이 매달려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세트장 건설 당시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서울 달동네 철거 쓰레기를 그대로 옮겨 사용했다고 한다. 달동네 위에는 드라마 〈사랑과 야망〉 주인공의 집과 교회가 들어섰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달동네 세트장을 바라보며 추억에 잠긴다.

순천 소도읍과 봉천동 달동네 사이에는 1970~1980년대 서울 변두리를 재현한 거리가 있다. 교복을 빌려 입을 수 있는 봉화고 3-2, 추억의 음악실, 순양극장 등도 30여채 건물이 옹기종기 모인 이 거리에 위치한다. 교복 대여가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독특한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청춘들의 발길이 잦다. 주말에는 교복이 오전 일찍 동난다는 게 촬영장 직원의 귀띔이다. 순천 시내에서 드라마촬영장까지 670번, 77번, 777번 버스가 오간다. 

옛 서민의 삶
낙안읍성 마을

순천 추억 나들이는 낙안읍성으로 공간과 시간 이동을 한다. 낙안읍성은 옛 서민의 삶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민속 문화의 보고다. 성곽뿐만 아니라 동헌, 초가 등이 조선 시대 원형대로 재현되었으며, 실제 주민이 아궁이에 불 피우고 텃밭을 일궈가며 살아가는 마을이다. 낮은 돌담 사이를 거닐면 초가집과 흙마루, 장독 등이 오롯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에서는 천연 염색, 초가 민박 등 다양한 전통 체험이 가능하다.

낙안읍성에서 857번 지방도 고갯길을 넘으면 선암사다. 봄날 선암사는 꽃향기와 차향이 어우러진다. 사찰까지 오르는 길목에는 야생차가 진녹색 기운을 뽐낸다. 태고종의 본산인 선암사는 대웅전, 삼층석탑 등 보물을 간직하고 있으며, 아치형 화강암 다리인 승선교(보물 400호)와 해우소가 오랜 명성으로 길손을 반긴다. 경내 곳곳에 있는 꽃길만 거닐어도 봄날 사찰 여행이 탐스럽다. 선암사에서 내려오면 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이다. 고즈넉한 풍광 안에 들어앉은 한옥에서 다도 체험을 하고,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순천의 현재 모습은 순천만국가정원이 고스란히 담아낸다. 봄을 맞아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역시 곳곳이 꽃으로 치장됐다. 세계정원 일대에는 튤립이 한창이며, 한국정원 산비탈에도 철쭉이 화사하게 피었다. 네덜란드정원, 꿈의 다리, 순천호수정원 등이 두루 둘러볼 만한 곳이다.

추억 여행의 저녁은 아랫장 야시장에서 넉넉하게 채운다. 순천 아랫장에 새롭게 개장한 야시장에서는 이 지역 청년 일꾼들이 마련한 향수 가득한 주전부리를 맛볼 수 있다. 아랫장 야시장은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에 문을 연다.


순천만국가정원 옆 순천만 에코촌유스호스텔은 추억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다. 창호 너머 별밤을 음미할 수 있는 전통 한옥에서 묵는 하룻밤은 가족에게 소중한 시간을 선물한다. 에코촌에서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빌려 순천만 정원 투어도 즐길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순천드라마촬영장→순천만국가정원→낙안읍성

1박 2일 코스
첫째 날: 순천드라마촬영장→순천만국가정원→순천만습지→아랫장 야시장→순천만에코촌유스호스텔(숙박)
둘째 날: 낙안읍성→선암사→순천전통야생차체험관

관련 웹사이트
· 순천만국가정원 http://www.scgardens.or.kr
· 선암사 http://www.seonamsa.net
· 낙안읍성 http://nagan.suncheon.go.kr

문의 전화
· 순천시청 관광진흥과 061-749-5795
· 선암사 061-754-5247
· 순천드라마촬영장 061-749-4003
· 낙안읍성 061-749-8831
· 순천만국가정원 1577-2013
· 순천만에코촌유스호스텔 061-722-0800

대중교통(기차)
용산역-순천역:
KTX 하루 10회(05:20~21:4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순천: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5회(06:10~23:55) 운행, 약 3시간 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7:20~18:10) 운행, 약 4시간 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순천 IC→백강로→순천드라마촬영장 방면

숙박
· 순천만에코촌유스호스텔: 해룡면 대안마산길, 061-722-0800, http://ecochon.suncheon.go.kr
· 국립낙안민속자연휴양림: 낙안면 민속마을길, 061-754-4400, http://www.huyang.go.kr
· 노을한옥펜션: 해룡면 와온2길, 061-723-8404
식당
· 순천만가든: 꼬막정식, 순천시 순천만길, 061-741-4489
· 선비촌: 자연정식, 낙안면 삼일로, 061-754-2525
· 대대선창집: 짱뚱어탕, 순천시 순천만길, 061-741-3157

주변 볼거리
송광사, 고인돌공원, 봉화산둘레길, 상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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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