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도우미 한충렬 목사 피살 미스터리

북한에 교회 만들다 당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북중접경지역에서 개신교 목사가 피살되는 일이 벌어져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장백현에서 살해 당한 한충렬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탈북민과 북한인을 대상으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오면서 북한 당국의 미움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목사가 북한 내 지하교회 설립을 지원했고, 중국 공안에게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다는 말도 들린다. 해외 지원 창구를 두고 교회 내부에 알력도 있었다.

한충렬(49) 장백교회 담임목사는 지난달 30일 오후 2시께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했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이 날은 토요예배가 있던 날로, 예배가 예정된 오후 6시가 돼도 설교자인 한 목사가 나타나지 않자, 가족과 교회 관계자가 중국 공안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가 실종된 18도구(중국의 행정구역) 지역은 밀무역이 성행하는 북중접경지역으로 검문소마다 통행 차량에 대해 전산으로 등록이 되도록 돼 있다. 공안이 한 목사의 차량을 수배하자, 검문소마다 지난 시간이 확인되면서 그의 위치가 빠르게 파악됐다.  

중국 공안 주시
여러 차례 조사

같은 날 오후 8시, 한 목사는 창바이(長白)현 근처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근처에 그의 자동차가 주차돼 있었고 평소 지니고 다녔던 휴대전화 2대는 사라지고 없었다. 시신의 목엔 뚜렷한 자상 흔적이 발견됐고 뒷머리가 함몰돼 있었다. 

시신의 목에 난 치명상을 두고 살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특수부대원의 소행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현지 주민은 중국 공안에 사건 당일 한 목사가 “남성 2명과 다투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후 해당 남성들이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의 현지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그날 한 목사는 북한 양강도 혜산에 있는 지하교회 관계자를 만나러 18도구에 갔던 것”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자를 도와준 것 때문에 피살된 것은 아니다. 그런 활동은 20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근 북한지하교회를 공격적으로 선교하고 확장하면서 장백교회의 집사 몇 사람이 북한을 드나들었다”며 “이 과정에서 집사 한 사람이 북에 들어갔다가 안 돌아왔다. 아마도 혜산시 보위부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감금됐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이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무사히 돌아온 집사 3명이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교회 관계자들은 돌아오지 못한 집사도 보위부에 구금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집사는 재중동포 장문석(50)씨로 지난 2014년 11월1일 납치 당했다. 현재 그의 아내와 딸이 가장의 무사귀환을 기다리고 있으며, 90세 노모는 아들을 기다리다가 지난 2월 사망했다.

교회 교인과 한국의 지인들이 한 목사에게도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며 절대 혼자 다니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한 목사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다녔으나 그날만큼은 혼자였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소식통은 “북한지하교회 관계자가 보위부에 체포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 관계자가 보위부에 포섭돼 한 목사를 만나러 암살조와 함께 18도구로 넘어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북한지하교회 교인들이 많이 체포될 거다. 피바람이 불 것”이라며 “북한정권이 지하교회를 확장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을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작하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20년간 탈북·북한인 대상 구호·선교
창바이 야산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이와 관련해 선민네트워크와 탈북동포회 측은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북한 내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청년들이 체포돼 그 중 3명이 올해 1월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이 청년들은 한 목사를 통해 기독교를 접하고 기독교인이 됐다. 현재 중국동포사회에선 사라진 한 목사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와 연락처를 통한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휴대전화 내에 장백교회를 지원해온 미국 및 한국의 단체와 선교사, 목사들의 연락처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 내 고인을 아는 개신교 관계자가 비교적 많이 있고, 한 목사와 장백교회 측이 단순히 탈북민과 북한주민을 돕는 활동뿐만 아니라 북한 내에 지하교회를 설립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온 것이 교계와 북한인권운동계 내에 대체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이 파악됐다. 고인은 그동안 탈북자 구호활동을 편 탓에 북한독재정권의 미움을 샀고, 북한 내부에 지하교회 설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피살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지원 두고
교회 내부알력도

실제로 중국 내 소식통들은 복수의 언론을 통해 한 목사가 북한 보위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살해 위협을 받았고 납치 시도도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특히 북한 보위부는 탈북자나 중국을 오가는 상인으로 위장해 선교사 및 목사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함께 예배를 보고 성경 공부를 하면서 수년간 신뢰를 쌓은 후 유인 납치하는 것이 보위부의 수법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고인이 혼자서 18도구로 간 것도 평소 잘 알고 지낸 이가 불러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중국을 자주 방문하는 한 북한학 연구자에 따르면, 고인이 담임목사로 시무하던 장백교회는 장백현에선 큰 규모의 교회라고 한다. 이 연구자는 “교인이 많은 큰 교회다. 교회에서 큰 길로 나가면 바로 폭이 좁은 개울 너머가 북한”이라며 “한국사람이 가긴 위험한 지역이다. 촬영도 못하게 한다. 한 목사의 창고에 구호품이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해당 지역은 작은 개울을 사이에 두고 북한 혜산과 마주보는 곳으로, 양국 사이에 밀무역이 성행하고 있다. 집집마다 소형 고무보트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이 모두 밀수에 쓰이는 배다. 또 압록강의 폭이 좁고 수심이 얕아서 대표적인 탈북 루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목사는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밀무역을 하는 북한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쳐 북한 내부에 파송하는 역할을 조용히 해 왔다고 알려졌다. 북한과 밀무역을 하는 교회 신도들이 국경지역 북한청년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오면 한 목사가 해당 신도의 집으로 가서 성경을 가르쳤다. 이렇게 기독교를 접한 북한주민들이 북한으로 들어가 ‘점조직화’해 지하교회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이유로 장백교회와 북한 양강도 보위부는 지난 수년간 ‘기싸움’을 벌여왔다. 북한 보위부가 북한을 드나드는 교인 4명을 죽이겠다는 말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은 “한 목사가 공안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며 “중국 국가안전부(정보기관)가 계속 주시해왔다. (선교활동과 지하교회 설립을) 적극적으로 하면 안 된다고 문제 제기를 많이 당했다. 조사를 많이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인은 지난 1993년 지린성 백산시 조선족자치현에 장백교회를 세운 후 북한에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20여년간 탈북자와 북한주민을 상대로 구호 및 선교활동을 해왔다. 미국, 호주, 캐나다, 한국 내 선교단체의 지원도 받았다.

이러한 해외 지원을 두고 교회 관계자들과 알력도 있었다. 한 목사가 모든 지원을 자신을 통해 일원화하길 원하자, 교인이나 집사가 반발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한 목사가 사적으로 원한을 산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뒷머리 함몰 목에 자상 흔적
살인교육 받은 보위부 소행?

중국 공안은 현재 한 목사의 피살에 대해 수사 의지가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 만인 지난 2일, 서둘러 유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장백교회는 3일 오전 교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 목사의 장례 예배를 가졌다. 중국정부가 보도 통제를 한 탓인지 이번 사건이 중국 언론에서 보도된 바도 없다. 한 목사가 중국 국적자이므로 중국정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어야 하나 북한과 관련된 사안으로 보고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한국의 정보당국이 정보원을 목사나 선교사로 키우는 경우가 자주 있으나, 한 목사는 동북신학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백산시 기독교 양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정통신학 계열의 목회자다. 서울에서 신학 공부를 한 경력도 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한쪽 다리를 절었으나 국내 교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았고 안팎으로 신임이 높았다.
 


앞서의 북한학 연구자는 고인에 대해 “순수한 목회자였다”면서 “복음에 대한 열정이 강하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설교도 잘하고 지역에서 신뢰가 높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사리분별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북한 바로 코앞에서 노골적으로 선교하지 않는다.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서까지 무대포로 북한 사역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분야에 노하우가 있어서 전략적으로 잘해왔다”고 덧붙였다. 

북한 상대 활동가
300명 납치·살해

북한은 지난 20년간 탈북자를 도운 선교사와 목사, 북한인권운동가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고 현재까지 약 300명을 납치·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1995년 안승운 목사를 납치했고 2000년 김동식 목사를 납치했다. 두 사람 모두 납북된 후 자살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정확한 최후는 밝혀진 바가 없다. 2011년엔 김창환 선교사를 독침으로 독살했다.

현재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캐나다 국적의 임현수 목사가 북한에 억류돼 있다. 이러한 납치, 살해 및 억류에 대해 한국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중국정부도 자국민 보호에 앞장서는 한편 자국 내 북한공작원의 활동을 더 이상 묵인, 방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 관료에 당한 캄보디아 카지노 스토리


해외 파견 북한 관료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한 불법도박장에서 북한 관리들이 도박을 한 후 도박 빚을 북한화폐로 갚고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 중인 북한의 해외 파견 관료들이었다. 이들이 개설한 도박 사이트는 여러 가지 눈속임과 조작을 통해 돈을 잃게 만드는 불법 사이트로, 한국, 일본,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사이트였다.   

이들은 프놈펜의 한 카지노 내 불법도박장에서 판돈에 상한액을 두지 않는 도박을 즐겼다.  이 과정에서 카지노 측에 20만 달러를 빌려 썼다가 모두 잃고 빚을 독촉 받는 처지가 됐다. 카지노 측은 달러로 빚을 갚을 것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달러가 없다며 북한화폐로 빚을 갚겠다고 제안했다.

캄보디아와 북한은 1964년 수교를 맺은 후로 1970년대 시하누크 국왕이 북한에 망명해 김일성과 친분관계를 유지할 정도로 각별히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북한이 캄보디아 씨엠립에 박물관을 열 정도로 양국 사이에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졌다.  

카지노 측은 북한화폐를 받기로 결정했고, 북한 관리들은 북한화폐 5000원권이 가득 든 마대 2개를 건네고 프놈펜을 빠져나왔다. 카지노 측은 중앙은행에서 제시한 공식환율을 적용해 1달러 당 ‘20원’으로 계산해서 북한화폐를 받았다.

북한화폐를 처분하고자 그 즉시 구매자를 수소문 했다. 교민사회에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의 국군정보사령부가 개입했다. 

카지노 측은 정보사령부 관계자로부터 “1달러 당 북한 돈 2500∼3000원은 받아야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카지노 관계자들은 북한화폐의 공식환율과 블랙마켓의 실제 환율이 100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정보사 측도 제보를 접수하고 카지노 측과 접촉하기 전까지 2009년에 있었던 북한의 화폐개혁 이전의 구권이나 위조지폐일 것이라고 여겼다. 북한인들이 실제론 20만달러가 아닌 2000달러 정도만 갚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카지노의 건달들이 북한인들을 “죽이겠다”며 뒤를 쫓았지만 이들은 이미 방콕으로 도주한 후였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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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