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버이 게이트’ 폭로 내막

“탈북자끼리 싸우다 외부에 알려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으로부터 거액을 지원 받고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지난 몇 주 간 국내뉴스를 잠식했다. 계속해서 드러나는 커넥션 의혹도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발단은 의외의 곳에서 사소하게 시작됐다. 한 탈북자단체장과 해당 단체 총무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탈북자단체장 김모씨는 해외에서 탈북자 구출 일을 하면서 북한의 최신 정보를 많이 아는 탈북자로 유명하다. 그는 탈북자뿐 아니라 북한에서 건너온 화교나 조선족 출신으로 북한 국적을 받은 북한이탈주민들도 보살펴왔다. 각종 단체나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기부 받아 어려운 탈북민들을 돕기도 했다.

사건의 발단은 
사소하게 시작

김 대표는 또 어버이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과 연합해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집회를 열어 왔다. 어버이연합 측은 산하에 ‘남북보수연합’이라는 연합체 성격의 단체를 만들어 전 탈북자단체를 아우르려 했다. 김 대표의 단체에서 2012년 4월부터 총무 직함으로 일한 탈북여성 김모씨가 양 단체를 오가며 중재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대표를 비롯한 여타 탈북자단체장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어버이연합 측은 회원 단체를 모을 수 없었다.

한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당시 <일요시사>에 “어버이연합 측이 힘 있는 사람들이 우리 뒤를 봐 준다고 과시하고 다닌다”면서 “청(청와대)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원(국정원)이랑 연결돼 있다는 둥 말하고 다닌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어버이연합이 북한 문제와 무관한 국내 정치 문제에 자꾸 탈북자들을 동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결별하게 됐다”고 여러 차례 언론에 강조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12월, 총무 김씨가 어버이연합 내에 탈북어버이연합이라는 단체의 임원으로 옮겨갔다. 그 후 어찌된 일인지 양측은 서로 고소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원래 김 대표의 ‘측근’으로 탈북자사회의 복수 진술에 의하면 김 대표가 김씨에게 단체의 일을 모두 일임할 정도로 신임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인들에게 “남편도 없이 두 아이를 키우는 김씨가 딱하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으로 옮겨간 김씨는 김 대표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김 대표의 '횡령일지'를 작성해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김 대표를 탈북민이 아닌 ‘조선족’이라고 주변에 주장했다. 최근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공개한 김 대표에 관한 비방 영상이 사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대표도 김씨를 ‘간첩’이라고 국정원에 제보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조선족 출신으로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북한에 들어가 북한국적을 취득한 북한인 출신이다.

또 김 대표의 요청으로 국정원 측이 김씨가 단체에서 쓰던 컴퓨터를 조사하기 위해 수거해 갔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2015년 초로,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 이후로 국정원은 간첩사건에 소극적이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 2005년께 중국에서 실종됐다. 이를 두고 탈북자사회에선 납북 혹은 자진 월북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남편이 실종된 후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확인은 하지 못했다. 국정원은 남편의 실종과 관련해 김씨가 북한과 연결돼 있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

김 대표 측은 “김씨가 단체를 나간 후 수시로 사람을 보내 단체를 접으라고 압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지시설·전경련 지원설 일파만파
내부 관계자 간 갈등…여기서 의혹 비화

김씨가 경찰에 사기로 김 대표를 고발하면서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1월 말, 김 대표는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보도로 어버이연합에 돈을 송금한 것으로 알려진 단체 중 한 곳이 김 대표에게 1인당 15만원을 지급하라고 송금을 했으나 실제로 김 대표가 13만원을 착복하고 2만원만 지급했다는 내용도 고발내용에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은 김 대표를 ‘남북하나재단’ 국고보조금 등 1억3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만 지난 1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해당 보조금은 해외에 있는 탈북자를 긴급 구출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사용하도록 지급된 금액이다.

김 대표와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도 함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탈북여성을 위한 여성쉼터사업 명목으로 받은 보조금 6000만원을 전액 유용한 혐의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15일 “총무직을 그만두면서 단체 운행차량을 가져가 임의처분하고 받은 보험 해지환급금을 밝히라”며 김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김 대표 측이 제시한 ‘은행 이체결과 조회’ 서류엔 총무 김씨가 단체로부터 수십 만원의 돈을 여러 차례 송금 받은 사실이 적시돼 있다. 단체 측은 이에 대해 “김씨 측이 총무로 일하면서 단체 계좌에서 직접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이랑 연결
원이랑 연결”

경찰에 수 차례 불려 다니고 자신이 수년 간 도맡아 하던 관제데모까지 탈북단체 임원이 된 김씨에게 옮겨가자 김 대표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김씨는 어버이연합으로 자리를 옮겨 탈북어버이연합(현 자유민학부모연합)과 탈북어머니회 임원이 되면서 어버이연합의 실권자인 추선희 사무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어버이연합의 회장은 심인섭씨이지만 재정과 각종 집회 개최 등 실제 운영은 추 사무총장이 도맡고 있다. 그는 자유네티즌구국연합과 박정희 대통령 바로알기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2006년 어버이연합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추 사무총장은 자금 출처, 청와대 지시 의혹 등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올해 초, 탈북자단체가 연합해 합동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A의원을 어버이연합을 비호하는 세력으로 지목하고 ‘A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번 의혹의 시작이 된 <시사저널> 보도를 두고 어버이연합 측은 김 대표와 그 측근인 이모씨를 제보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어버이연합 측이 두 사람의 자택 앞에서 ‘보복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씨는 어버이연합에 의해 언론에 회계장부를 넘긴 인물로 지목되면서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씨는 기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JTBC>는 지난 24일, 이씨가 집회현장에 사람을 동원하면서 1000만원을 맡기면 10만원을 이자로 지급하겠다며 사람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21일 새벽엔 김 대표 자택 부근에서 괴한이 서성이면서 김 대표가 수서경찰서에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의혹이 줄줄이 터지면서 추 총장 측은 김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추 총장은 지난 22일 “범법자의 세 치 혀에 놀아났다”면서 “이 분에게 이용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추 총장은 한 보수단체 대표에게 메시지를 보내 김 대표가 중간에서 ‘자폭’했다고 비틀기도 했다.    

집회 동원·단체 운영금 두고 알력 
“힘있는 사람들이 뒤 봐준다” 과시

김 대표는 한국에 입국하기 전까지 불법입국 혐의로 미얀마감옥에서 3년을 복역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입국 후에도 국정원으로부터 조선족과 한족으로 차례로 오해를 받으면서 7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탈북자 지위를 받지 못한 북한 출신자나 화교를 돌보는 일에 발벗고 나섰다. 국내에 북한인권단체가 여럿 있지만 보증금을 법무부에 납부하고 신원보증을 한 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직접 가서 보호해제된 북한 출신 화교들을 데려오는 일도 여러 차례 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본인 소유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어려운 탈북민에게 나눠주는 선행도 했다.   

김씨 역시 탈북자들을 모아 주말에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설엔 이들을 위로하는 행사를 개최해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평양 출신의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은 명절이면 갈 곳도 없고 외로움을 부쩍 느낀다. 김씨가 지난 설에 탈북자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씨가 한복을 입고 동포들에게 큰 절을 하는데 감동 받아 눈물이 났다. 선물도 여러 개 마련해 나눠줬다”면서 “2만원이 아쉬워 뭘 하는지도 모르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많다. 이번 일로 탈북자의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인 탈북자를 동원해 여론을 호도하는 일에 이용한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사건 당사자들이 다툼을 벌인 것도 남한 집권층이 이들에게 던져준 한줌의 이권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도 노숙인과 독거노인, 퇴역 경찰과 군인 등 실제론 남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대일 북한인권제3의길연구소장은 “경제적 약점을 잡아서 탈북자를 동원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동원체제에서 평생을 살다온 탈북민의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당에 대한 충성을 남한이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그것이 애국하는 길인 줄 안다. 민주시민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독제체제의 인민으로 계속 남겨두는 것”이라고 평했다.

납득할 만한 
해명이 없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어버이연합을 내세운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가 밝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탈북자정책도 예산 투자가 많음에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예산의 중복 사례가 많고, 북한인권문제나 북한인권법, 대북전단, 관련 재단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탈북자 일자리와 복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정착지원정책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데모에 탈북자 동원하는 까닭

각종 보수단체와 이익단체, 종교단체 집회에 탈북자가 동원되는 것은 이들이 남한사회의 ‘경제적 약자’라는 것 외에도 다양한 까닭이 있다.

정대일 소장에 따르면, 보수단체의 각종 집회에 참여해온 남한 사람들은 대부분 노쇠한 퇴역군인들로 일사분란하게 모이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비하면 탈북자들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집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북한사회는 출생부터 사망까지 당 생활을 비롯해 각종 조직활동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탈북자들은 조선민주여성동맹, 조선직업총동맹,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조선농업근로자동맹 등 각종 대중조직 생활이 몸에 밴 이들로 공동으로 모여 활동하는 것에 위화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남한에 와서도 조직생활을 찾아 교회 등에서 공동체생활을 영위한다. 탈북자들은 각종 집회에 모여 고향사람을 만나고 돈도 벌고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고 외로움도 달랜다고 여기며 집회에 참여해 온 것이다.

이 외에도 탈북자들은 서울의 가양, 거여 등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 집단 거주하고 있어 단시간 내에 쉽게 인원을 모을 수 있다. 탈북동포 2만9000여명 중 30%가량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시간을 내기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낮 시간에 1∼2시간가량 참여하는 집회에 참여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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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