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분뇨처리 오해와 진실

내가 싼 대소변 어떻게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 우리집 화장실에서 배출한 분뇨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변기 물을 내리면서 한 번씩 다들 품었던 의문이 아닐까. 시대와 지역에 따라 분뇨를 처리하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지만, 저개발 국가에선 아직도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수질오염과 전염병이 발생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수도법'에서 분뇨란 수거식 화장실에서 수거되는 액체성 또는 고체성의 오염물질(개인하수처리시설의 청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포함)을 의미한다.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각 가정이나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정화조 또는 오수처리시설에서 1차 처리된다.

신도시는 달라

이후 하수관망을 따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서 수질 기준에 맞게 최종 처리된 후 공동수역으로 방류되는 과정을 거친다. 정화조가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분뇨수거차량을 이용해 수거돼 분뇨처리시설에서 최종 처리되고 있다.

현행법에선 연 1회 이상 정화조 내부 청소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정화조 청소를 하지 않으면 분뇨가 정화되지 않은 채 하수구로 방류돼 수질오염 및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화조 청소를 이행하지 않으면 10만∼100만원 사이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지자체에서 대상자에게 등기 안내문을 보내 청소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대부분 잘 협조되고 있다고 한다.

정화조가 없는 지역은 앞서 밝혔듯 분뇨수거차량을 이용해 수거하는데, 매해 한 번 이상씩 수거해 각 지자체마다 분뇨를 버리도록 지정된 분뇨처리시설로 가져간다. 분뇨처리시설에서 슬러지(침전물)는 따로 처리하고 오수는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연계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하수종말처리장 내에 분뇨처리시설을 함께 두고 있는데 따로 건설돼 있는 지자체도 있다. 


모 지자체 수질환경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건설되는 신도시 지역 건물엔 정화조가 없다고 한다. 분뇨를 포함한 하수가 ‘직관’이라고 불리는 하수관을 통해 바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는 것이다. 내곡지구, 마포구 상암DMC, 서초구 양재동 등의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중랑, 서남, 난지, 탄천 등 총 4곳의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있다. 해당 시설은 하수종말처리장, 물재생센터, (수질)환경사업소 등으로 지자체마다 다르게 명칭하고 있다. 상수도사업소가 정수사업소, 맑은물관리사업소 등으로 불리는 것과 같다.  

서울시의 1일 하수(생활하수·분뇨 포함) 발생량은 2006년 494만6000톤, 2010년 465만6000톤이 발생했으며, 2012년 518만2000톤인 것으로 집계됐다. 분뇨처리시설 내엔 정화조 슬러지와 분뇨가 연 365일 지속적으로 반입되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부터는 음식폐기물 침출수도 반입되면서 함께 처리되고 있다.

하루 14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분뇨처리시설의 경우 지름 65㎜의 투입구가 45개 마련돼 있다. 분뇨가 처음 들어가는 종합협잡물 처리기는 분뇨 폐수 속에 함유된 5㎜ 이상 고형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시설이다. 미세협잡물은 원심분리기를 통해 제거한다.

이렇게 전처리된 분뇨는 호기성(好氣性) 미생물(공기가 충분한 곳에서 생존하는 균)을 이용해 약 16일 동안 1차로 처리한다. 이것을 자연 침강시켜 고액분리한 후 침전오니(침전물)의 일부는 1차 탈질조로 반송하고 잉여오니는 탈수 처리한다. 2차 탈질조를 통해 다시 한 번 처리하며, 이 역시 호기성 미생물을 이용한다.
 

이후 1·2차 침전오니와 농축오니를 슬러지와 탈리액으로 분해한다. 마지막으로 한외여과막을 통해 분뇨 속의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처리수를 모래 여과시켜 최종 방류한다.    

변기 물 내리면 정화조로 직행
종말처리장서 수질정화후 방류


각 지자체 하수종말처리장마다 견학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경기도의 모 지자체 소속 수질환경사업소 관계자는 “처리장에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40분 정도 소요되는 견학 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혐오시설이지만 누군가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복합시설을 지어 주민친화적으로 한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 시설 규모와 유입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유입에서 최종 처리까지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귀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사이 중랑·난지·서남·탄천 등 4개 물재생센터 내 문화·체육시설을 이용한 시민은 총 13만6528명이었다. 이 외에도 각종 공연, 벼 베기 행사,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정화조 찌꺼기와 지렁이를 이용한 ‘지렁이 분변토’ 꽃 화분 만들기 체험 행사, 골프·테니스·탁구장 등의 체육시설 개방 등을 통해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물재생센터를 지역민들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1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인분을 단 5분 만에 처리해 만들어낸 물을 들이킨 후 “그냥 물이네요”라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인분을 재니키 만능제조기라는 기계에 넣어 1000°C 이상의 높은 온도로 태워서 순수한 수증기만 걸러내 식수로 만든 것으로,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처리과정에서 생기는 열은 전기로 전환하고 바싹 마른 오물 덩어리는 비료로 쓸 수 있는데다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어 '일석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활용법도

또 분뇨를 로켓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 동물 분뇨에서 뽑아낸 인을 식량 경작을 위한 필수 영양분인 인(P)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현재 유럽에서 연구 중이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돼지 분뇨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하는 ‘고체 산화형 연료전지(SOFC)’를 개발하기도 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민국 하수처리 역사

1394년(태조 3년) 10월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후부터 하수처리가 있었으나, 조선시대엔 도성 내의 청계천 개수정비가 하수도사업의 전부였다. 당시 도성 내의 하수를 성 밖으로 유출시키는 청계천은 우기에 자주 범람했는데 이로 인한 가옥 침수가 극심했고 하수구도 여기에 연결돼 있어 매우 불결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하는 등 큰 문제가 됐으나 태종 11년(1411년) 개거도감을 설치한 이래로 청계천을 개수, 준설해왔다.

1410∼1430년(태종11년∼세종 16년)에 최초로 자연하천에 제방을 쌓고, 폭을 넓히는 공사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1760년(영조 36년)에 대대적인 청계천 개수 준설작업이 있었다.

근대적인 하수도는 일제침략으로 건설됐다. 1910년 한일합방이 이뤄진 경성부 시대에 1917∼1941년 4기에 걸쳐 225㎞의 하수도 개수공사가 이뤄졌다.

해방 후엔 6·25전쟁 직전 청계천 준설을 했다. 1954년 전후 복구사업으로 하수도 개량공사에 착수했다. 하수에 의한 공공수역의 수질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1976년에 국내 처음으로 하루에 15만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청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한 데 이어 1979년 21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중랑하수처리장을 건설, 가동에 들어갔다.

계속해서 가양, 난지, 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는 본격적인 하수처리 시대를 맞게 됐으며 하수사업의 재원확보를 위해 원인자 부담금 원칙에 따른 하수도 사용료를 1984년부터 징수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 하수도 시설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하수관을 점검한 결과 전체 9889㎞ 길이의 하수관이 파손되거나 이음부가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수가 새어나가 지하수, 토양,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고 많은 양의 지하수가 하수관 내에 들어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고 있어 맑은 물을 처리하게 되는 등 처리효율을 저해했다. 이에 지난 1992년부터 하수관에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정밀조사를 시행한 결과, 평균 4m마다 1개소가 불량한 것으로 판명돼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하수관 종합정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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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