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①위기의 박근혜 초특급 액션플랜 넷

뿔난 '식물 대통령' 대대적 사정 칼 빼 든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충격적인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원내 제1당의 지위마저 더불어민주당에게 빼앗겨 버렸다. 박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까지 감수하며 새누리당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박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박 대통령은 이대로 침몰하게 되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충격적인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는 고사하고 원내 제1당의 지위마저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에게 빼앗겼다. 당초 새누리당은 야권이 분열되자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하더라도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당 일각에서는 심지어 개헌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200석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었다. 그런데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결과는 딴판이었다. 박 대통령이 선거 개입 논란까지 감수하며 새누리당을 지원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오만한 태도
심판 받아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박 대통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야권이 분열되자 승리를 장담하며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친박 낙하산 공천을 실시했고 유승민 의원의 탈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의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수도권에서 몇 석을 잃더라도 상관없으니 박 대통령에게 찍힌 사람은 반드시 쳐내겠다는 의지가 읽혀졌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이재오 의원을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황당한 이유로 공천탈락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총선 참패 책임론에서 박 대통령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총선 이후 남은 임기동안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성급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던 박 대통령은 이대로 침몰하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박 대통령에게는 총선 참패 정국을 돌파할 반격카드가 아직 남아있다.

검찰 앞세워 당선인 집중 수사?
국민의당 손잡고 주도권 회복?

가장 먼저 박 대통령이 강력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어 국정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당선인 중 100여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대 총선 당시 79명이 입건된 것과 비교해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검찰 수사로 당선무효사례가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 4년 전 총선에서 검찰은 31명의 당선인을 재판에 넘겼고, 모두 10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야권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수사를 펼칠 경우 재보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의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번에 입건된 사람들 외에도 당선인들 중 추가로 입건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섬뜩한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대로 끝날까?
섬뜩한 전망

검찰은 총선 다음날 보란 듯이 울산 북구 무소속 윤종오 당선인의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윤 당선인은 노동자 출신의 진보진영 인사다. 윤 당선인 측은 “선거 판세에서 밀리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표적·기획 수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당분간 검찰의 수사에 대해 정치적 탄압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최근 신설된 검찰총장 직속의 ‘부패범죄 특별수사단’의 활동도 주목된다. 정치권에선 총선 이후 분위기 쇄신 및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검찰이 복수의 대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후계 구도를 확실히 확립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인물이 여권의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차기 여권 대선후보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안대희 전 대법관 등 다양한 후보군들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여당 텃밭이자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수성갑을 김문수 전 지사에게 양보하는 등 친박계는 이번 총선에서 이들을 적극 지원했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번 총선에서 여권의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 원내에는 마땅한 대권주자가 남지 않게 됐다. 20대 총선발 쓰나미가 대권판까지 싹 갈아엎은 셈이다.

여권 대권주자 중 줄곧 지지율 1위를 유지했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들은 모두 내년 대권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반 총장은 여야 대권주자를 모두 통틀어 여론조사를 해도 줄곧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 경쟁력 있는 인물이다. 유일한 약점이라면 국내에 정치적 기반이 없다는 것인데 친박계가 반 총장을 지원한다면 유일한 약점마저 극복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설이 나돌았었다. 올해 1월에는 반 총장이 박 대통령과의 새해 인사 통화에서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위안부 협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례적인 인사치레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평소 민감한 질문을 잘 피한다고 해서 ‘기름장어’라는 별명까지 가진 반 총장임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았다.

초라한 성적표…후반기 국정운영 안개 속
이대로 침몰? 부상하는 4대 매뉴얼 주목

반 총장이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뻔히 알고도 박 대통령 힘 실어주기에 나선 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반 총장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위안부 협상 결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는 데 적극 이용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밀월행보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잇따랐다.

친박계와 반 총장의 밀월설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지난 2014년 10월에는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친박 주류 의원들이 세미나를 열고 난데없이 반 총장 띄우기에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세미나의 주제는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였고 부제는 ‘반기문 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였다. 반 총장이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친박 주류 의원들이 반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놓고 공개 세미나까지 연 것이다.
 

내용은 노골적인 반기문 띄우기였다. 지난 해 9월 유엔총회 기간엔 반 총장과 박 대통령이 모두 7차례나 직간접적으로 자리를 함께 하기도 했다. 당시 반 총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행했던 새마을운동을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반 총장의 발언을 두고 박 대통령을 향한 낯 뜨거운 구애라는 평가까지 나왔었다. 반 총장은 지역과 연령을 넘나들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양극인 호남과 영남에서 모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20대와 60대 지지율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선 후보들이 특정 지역과 특정 세대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게다가 반 총장이 대선 캐스팅보트로 불리는 충청권 출신이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강력한 대권주자인 반 총장이 박 대통령의 후임으로 공개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하면 내부결속으로 총선 참패 후유증이 조금씩 수습될 것이라는 기대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박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교류하며 대선을 준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내부 결속용
반기문 띄우기

비록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데 실패했지만 지난 19대 국회와 비교해 20대 국회의 상황이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낙관론도 있다. 새누리당은 탈당한 인사들의 복당을 받아주기로 한만큼 조만간 원내 제1당의 지위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승민, 윤상현, 주호영, 안상수, 강길부, 장제원, 이철규 당선자 등 7명은 새누리당에 복당할 가능성이 높다.
 

몇 석 차이라도 원내 제1당을 차지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어차피 180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사사건건 대립하며 법안통과를 방해했던 더민주는 19대 국회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의석이 줄었다. 결국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텐데 더민주보다는 말이 잘 통하지 않겠냐는 기대다.

후계체제 확립 반기문 밀어주기?
깜짝 탈당 카드로 분위기 반전?


박근혜정부가 여소야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국민의당에는 강경파라고 불릴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에는 여권 출신 인사들과 더민주의 장외투쟁을 반대했던 인물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또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중도보수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런 중도보수층의 표심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여권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할 수는 없다.

또 더민주와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새누리당과 일정부분 정책 연대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이 국민의당과 국정파트너로서 잘 협력한다면 최소한 과거처럼 몇 년씩이나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국민의당과 연대한다고 해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더민주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더민주로서도 국민의당도 찬성하는 법안을 무작정 반대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정국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180석을 얻어 경제 활성화 관련 입법을 강압적으로 통과시키는 것보다 국민의당과의 연대를 통해 통과시키는 것이 모양새가 더 좋을 수도 있다.

청와대 개편
대통령 탈당

여권 일각에서는 정국 수습을 위해 청와대 개편과 내각 교체가 조만간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당장 개각을 단행하기는 부담스럽다.

개각을 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오히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총선 참패에 이어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발목을 잡힌다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대적인 청와대 내부 개편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위한 입법이 급한 박 대통령이 탈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분간 새누리당 내에서는 총선 패배 책임론에 대한 계파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입법을 계속 압박하면 야권은 물론이고 비박계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해서 국회의 대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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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