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vs 강남구' 제2시민청 공방전

시민청이 뭐기에 ‘지지고 볶고’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서울시청 지하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시민청’이 강남구 세텍(SETEC)에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세텍 부지내 SBA컨벤션센터에 ‘제2시민청’을 건립할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강남구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구룡마을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던 서울시와 강남구 간 갈등이 시민청으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서울시는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세텍 부지 내 유휴건물인 SBA컨벤션센터에 제2시민청을 건립할 계획을 밝혔다. SBA(서울산업진흥원) 본사가 상암동으로 이전함에 따라 교육센터로 활용될 예정이었던 SBA컨벤션센터 내 1, 2층(3220㎡) 공간을 7월 말까지 리모델링한 뒤 8월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한 시민청은 연중 공연, 전시, 토론, 강좌, 마켓, 결혼식 등 다양한 행사가 치러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2시민청도 이와 같은 콘셉트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공간 늘리자” 
 
이에 대해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공개서한에서 “서울시가 세텍 부지에다 소위 시민청을 세우려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세텍 부지는 당초 계획대로 강남구 안을 반영해서 조속히 국제교류복합지구로 개발을 추진해 달라”며 서울시의 ‘제2시민청’ 건립에 반기를 들었다.
 
신 구청장은 “현재 강남구가 무역센터 주변의 관광특구 지정, 한전부지 개발 급진전과 연계해 영동대로 대미에 위치하는 세텍 부지의 세계화 개발에 노심초사 구민의 지혜를 모으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가 강남구와 한마디 사전 협의 없이 영동대로 개발의 3대 축의 한 곳인 세텍 부지에 이른바 시민청 개설을 발표해 품격과 자존을 생명같이 여기는 강남구와 강남구민에 또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모멸감을 안겨 주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와 자치구 간에 이해가 교차하는 업무처리 시에는 항상 ‘갑’의 위치에 있는 서울시가 ‘을’의 인격자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신 구청장은 제2시민청 건립 계획이 강남구에 대한 ‘갑질’이라고 규정하면서 ▲수서동 임대주택 건립 ▲세곡동 교통인프라 미확충 ▲특별교부금 역차별 등도 거론했다.
 
[서울시] 강남 세텍 부지에 조성 계획
[강강남구]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반기
 
서울시와 강남구는 지난 2년여간 구룡마을 개발방식을 놓고 마찰을 거듭하다 최근 실무협의를 시작하면서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제2시민청을 두고 갈등국면이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남구는 이를 토대로 영동대로변 청담 케이스타로드, 한전부지의 케이팝 테마거리, 세텍 부지로 연결되는 한류 문화 벨트 및 MICE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세텍은 전람회장 용도여서 시민청이 들어설 수 없다”며 “가설건축물 용도에 맞게 용도변경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승일 강남구 언론팀장은 “강남구에는 이미 시민청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이 많다”며 “굳이 시민청이 들어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 구청장은 앞서의 공개서한에서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 모 국장은 신 구청장과 면담을 하고자 구청을 찾아간 바 있다. 그러나 신 구청장은 외부행사가 있다며 담당자를 만나주지 않았다.
 

구룡마을 기싸움 2라운드
 
이은웅 서울시 시민청팀장은 “세텍 내부에 비어 있는 공간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주민 간 소통을 위한 장소로 활용하고 있었다”며 “개발 확정 시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서울 시민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공간”이라며 “최근에는 부산, 광주, 전주, 순천 등 지자체에서 시민청 벤치마킹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성동구와 도봉구가 시민청 관련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문화재단에 위탁해 시민청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청은 시민소통을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과 함께 대관업무도 하고 있다. 시민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13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누적 방문객은 총 338만명이다. 일평균 방문객은 5063명이고 시민 만족도는 94.2%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청 확산운영 필요성 관련 설문결과 80%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시민청 이용률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이달부터 월요일 휴관제를 폐지해 1년 중 신정과 설·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상시 개방하고 있다. 월요일 휴관제가 폐지되면 연간 휴관일은 기존 53일에서 3일로 대폭 줄어든다. 그러나 지나친 원거리가 불만사항으로 꼽혀 시가 이를 해소하고자 권역별 시민청 조성을 추진했다.

“품격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강남구가 시민청을 빌미로 서울시에 압박을 가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시민청의 청을 관청 ‘廳(청)’으로 보느냐, 들을 ‘聽(청)’으로 보느냐에 관한 차이라고 전했다. 이번 논란이 단순히 공간을 내주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시와 구 간 미묘한 기싸움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2시민청 용역자료 보니…
 
<일요시사>는 서울시 관계자로부터 ‘SBA컨벤션센터를 활용한 시민청의 효율적 운영 및 관리방안’이라는 제목의 용역자료를 입수했다. 가안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그림만 요약해본다.
 
▲시민청 접근성 향상을 위한 서비스 기능의 확대 필요. 시민청은 소통 기능은 활발하지만 시정 참여 사업 및 지역 활동 기반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시민청 기능 강화와 불균형 해소를 위한 권역별 시민청 건립의 필요. 시민청의 기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심리적 접근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대안으로 권역별 시민청 건립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유휴부지 활용하여 공간 활용도 향상과 예산 절감. 서울시 및 자치구 소유의 유휴부지 및 공간을 활용한다면 예산 절감은 물론 사업 준비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동남권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활발한 시민청 활동이 예상된다.


▲지역시민청(SBA시민청) 조성 방향: 접근성, 개방성, 활동성, 기능성, 자생력. 오픈된 공간으로 심리적 거리를 좁힌다. 지역민은 물론 주변 시설 이용자들 누구라도 이용이 가능하게 한다. 시민청 내에 지역단체 협업공간을 함께 구성해 지역 기반 커뮤니티 활성화를 유도한다. 가령 1층은 소통 및 문화공간, 2층은 가변적 활동공간으로 조성해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한다. 그리고 카페나 시민장터를 운영해 자체적인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구성한다.

▲권역별 시민청은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핵심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 시민청 확산의 취지는 새로운 시설 건립보다는 유휴시설 활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시민청 설치 초기에는 시민들을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시민과 시정부가 협력해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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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