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성시 '반품샵' 매력 탐구

새거같은 중고…물만난 알뜰족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진열상품, 반품상품 등 소비자의 손을 한 번 거친 ‘리퍼브’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상 새 제품을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어 알뜰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와 함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최대 80~90% 할인해주는 쇼핑몰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불황에 대처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알아봤다.

 
경기불황 여파로 지난해 백화점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유통업체들이 고전을 겪고 있지만 ‘리퍼브(refurb)’ 업계는 훈풍을 맞고 있다. 오히려 20%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며 블루오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장 뜯어도 OK
 
‘리퍼브(refurb)’는 ‘새로 꾸미다’라는 의미가 있는 ‘리퍼비시(refurbish)’의 약자로 상품을 구매했던 소비자의 변심이나 박스 손상,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된 상품이나 매장 진열상품을 판매하는 업태를 뜻한다. 우리말로는 ‘재공급품’으로 번역된다. 리퍼브 제품이 일반제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소비자의 손을 한 번 거쳤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리퍼브 제품은 반품 후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쳐 새롭게 포장 판매되기 때문에 새제품과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가격은 절반 안팎으로 뚝 떨어져 평소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판매 방식이다.
 
알뜰 소비자들 사이에서 리퍼브 제품은 이미 필수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러퍼브 업체들이 특별할인 이벤트 등 고객 사은 행사도 벌이고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공산품을 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함께 온라인 매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옥션, G마켓, 11번가, 리퍼브 위즈위드, 롯데닷컴 등에 들어가면 다양한 리퍼브 상품을 둘러볼 수 있다.
 
지난 17일 <일요시사>는 서울의 한 A리퍼브매장을 찾았다. 청소기, 가습기, 면도기, 프라이팬, 운동화, 옷가지, 장난감, 생활잡화, 심지어 과자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개중에는 유명 브랜드도 적지 않았다. 물건들이 매장 가득히 쌓여 있었지만 매장 관계자는 “이미 물건이 많이 빠진 상태”라며 물건이 들어오는 날에는 발디딜 틈도 없다고 말했다.
 

A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장 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물건이 새로 들어온다. 매장에 새제품이 채워지는 날에는 물건을 예약한 주부들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빠진다.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각 물건에는 매장에서 만든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15-’은 1만5000원, ‘150-’은 15만원이었다. 예를 들어 10만원이 넘는 유명 브랜드의 티셔츠가 이곳에서는 3만원 선에서 판매된다. 사이즈만 맞으면 돈을 버는 셈이다.
 
소비자 손 거친 ‘리퍼브’ 제품 인기
가격대비 성능 “이보다 좋을 수 없다”
 
리퍼브 제품이 뜨면서 A매장을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A매장은 이 같은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A매장 대표는 “대형 마트나 유명 백화점이 리퍼브 매장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이들은 리퍼브 매장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걸 꺼려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리퍼브 매장의 장점을 알게 되면 정식 매장으로 가는 발길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똥이 리퍼브 매장에 퍼질 수도 있다는 게 A매장 대표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과거 모 마트 리퍼브 매장이 이러한 이유로 매장 문을 닫은 바 있다. 정식매장과 리퍼브 매장 간 미묘한 갈등이 있다는 얘기다.
 
리퍼브 제품은 미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에 정착된 판매방식이다. 미국은 반품제도가 발달해 반품된 제품을 다시 파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별도로 매장을 설치해 리퍼브 전문 코너를 운영하는데, 대부분 정품보다 30∼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유통업체는 값싸게 재고품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들은 똑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 된다. 
 
선진국의 경우 리퍼브 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도 철저하다. 구입 후 1년 정도는 A/S를 보장받는다. 국내에서도 2000년 이후 노트북을 중심으로 리퍼브 제품이 거래되기 시작해 점차 품목 및 판매업체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구입 후 교환이나 A/S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또 리퍼브 제품임에도 새제품인냥 판매하는 일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바 있다.
 

리퍼브 제품은 공산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떠리몰’ ‘리퍼브샵’ 등에서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을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식품의 유통기한은 평균 3개월 정도다. 주요 식품은 커피, 차, 과자, 스낵류, 유제품, 냉동식품 등 180여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해당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 아닌, 제조업자가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다. 기한이 조금 지났더라도 일정 기간은 섭취해도 안전하다. 그렇다고 해서 유통기한을 무시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기본적인 주의 사항은 지켜야 한다.

“아껴야 산다”
 
이주홍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구매할 땐 정말 필요한 지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구입하는 게 좋다”며 “B급 공산품의 경우에는 A/S가 가능한 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놓고 버리게 되면 오히려 낭비가 된다”며 “병행수입 제품은 일반 제품 보다 저렴한 대신 사후관리가 취약하다”며 리퍼브 제품 구입 시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이주홍 국장은 “신생업종은 소비자 보호 방안이 불비하다”고 덧붙였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DIY’ 수제바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DIY(Do It Yourself)족’이 늘고 있다. 최근 G마켓이 DIY 제품 매출을 조사한 결과, 가구·리빙·식품·자동차 전 부문에 걸쳐 판매가 늘었다. 리빙 부문에서 인형·팬시우드 공예와 비즈·액세서리 공예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60%, 75% 증가했다.

 
식품 부문에서는 식품제조기 전체 매출이 같은 기간 75% 늘었다. 세부 품목별로는 팝콘제조기 710%, 누룽지제조기 195%, 참기름제조기 133%, 솜사탕기계 110%, 요구르트·청국장 제조기 75%, 콩나물재배기 80% 등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또 홈베이킹 DIY 제품과 머핀컵·몰드·DIY 도구는 각각 36%, 20% 증가했다.
 
차량용 공구·DIY 용품도 인기다. 공구·기타 DIY 용품이 236% 급증했으며 차량용공구(44%), 에어컴프레셔(16%) 등 전 품목군 매출이 증가했다. DIY가구·가구 리폼 전체 매출은 26% 증가했다. 반제품·조립가구(61%), 장식 패널·장식 몰딩(35%), 가구손잡이·발통·부품(34%), DIY용 목재(21%) 등의 신장률을 보였다.
 
이 밖에 의류나 인형 만들기 등 DIY 제품도 인기다. 의류 DIY를 할 수 있는 리폼 부자재 제품 판매는 54% 신장했다.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천연비누나 인형 만들기 제품은 각각 205%, 105% 늘었다. 태교에도 도움이 되는 짱구베개 만들기, 배넷저고리 만들기 등의 태교용 DIY 용품은 288% 판매가 늘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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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