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 막후

원전사고 일어난 후쿠시마 생선 식탁 오른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정부가 2013년 9월부터 시행된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정부가 WTO 제소까지 운운하며 우리정부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압박하자 한일관계 개선용 카드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재개를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방사능 오염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정부 관계자는 일본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 여부를 놓고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은 우리정부에 수산물 규제를 빨리 풀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법적인 근거가 약한 조치라 우리나라 전문가가 현지실사를 하고 있다. (양국 간 이견을)좁혀나가야 한일 경제관계가 다독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재개 임박?
 
이 당국자는 “올해가 한일 복교 50주년이므로 부담되는 사항을 빨리 털자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라며 “(수산물 수입규제 관련)유관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3월11일 후쿠시마 사고 당시 모든 나라가 일본 수산물 금수조치를 했지만 재작년 9월 방사능 오염수가 흘러나왔을 때 추가 수입제한 조치를 한 나라는 우라나라가 유일하다”며 “지금은 모든 나라가 조금씩 풀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통상법상 수입규제의 법적근거를 제시할 의무가 수입국인 우리에게 있다”며 “지난해 12월에 했고 지금 일본에서 하고 있는 게 입증 작업이다. 조사해봤더니 과학적으로 위해성이 입증 안됐는데 계속 수입을 금지하면 아마 일본은 이 문제를 WTO(세계무역기구)로 가져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수입 재개를)결정할 부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조사를 진행 중이라서 조사결과를 받아보고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며 “정부나 외교부가(수입규제를)해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우리 측 조사단이 과거에 한 번 실사현장을 가서 실사를 한 적이 있고 앞으로 그런 조치가 또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조치들을 통해 과학적인 안전성 등이 입증되면 거기에 따라 우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수입금지 해제 검토
국민건강 버리고 국교정상화 선택? 
 
앞서 정부는 2013년 9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유출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자 후쿠시마 등 8개 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시켰고 일본 내 다른 지역 수산물에 대한 검사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은 2007년 한 해에만 326억엔(한화 2996억원)어치의 수산물을 한국에 수출했으나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 8월까지 85억엔(한화 781억원) 수출에 그쳤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의 규제 강화에 대해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아직 결정된 바는 없어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우리정부가 일본에 숙이고 들어가는 건 분명해 보인다. 한국정부가 일본정부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시민단체들은 정부와 외교부에 일본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 수입재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1일 시민방사능감시센터·여성환경연대·환경운동연합 등 30여개 단체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외교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 수입재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나아가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 수입재개가 아니라 일본산 모든 식품의 수입을 금지하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외교부의 입장에 따른 조치였다. 주최 단체들은 회견 도중 수입 재개된 일본 수산물을 먹는 한 가정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선보이기도 했다. 식탁에 일본 수산물을 올리는 외교부 모습을 표현하면서 외교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외교부의 어설픈 태도를 두고 “한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맞아 일본에게 주는 선물로 수산물 수입재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이야말로 국민안전을 희생삼은 굴욕적 외교”라며 “외교부는 자신들의 무능으로 망친 한일 외교를 복원하기 위해 국민건강권을 내어주는 굴욕외교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사람도
안 먹는데…
 
앞서 우리정부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에서 수산물만 수입하지 않았지 후쿠시마현 수산물가공품과 식품첨가물은 꾸준히 수입해왔다. 2013년 한국이 수입한 후쿠시마 현 가공식품 등은 6만3244kg에 이른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원전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대해 어떠한 규제조치도 하지 않다가 방사능 오염수 사태가 벌어진 이후에야 수산물 수입만 중지하고 있다”며 “이에 반해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금까지 우리보다 훨씬 강도 높은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은 후쿠시마 주변 10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과 사료 수입을 중단했다. 대만은 5개 현에 대한 모든 식품의 수입금지와 5개 현 외에서 수입되는 과일, 채소류, 음료수, 유제품 등을 현지에서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과 수산가공품 수입을 중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는 여전히 바다로 방출되고 있으며 오염수를 통제할 어떠한 해결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일본 국민도 일본 정부 발표를 믿지 않고 후쿠시마 주변 농수산물을 먹지 않는 상황에 왜 우리나라 정부가 돈을 주고 방사능 오염 수산물을 수입해 국민들 식탁에 올리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도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검토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22일 조 의원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주변국들은 강도 높은 수입 금지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반대로 수입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그는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수산물의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수입 재개를 검토한다는 것은 국민안전을 희생삼은 굴육적인 외교로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외교상 어떠한 문제도 국민건강보다 우선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정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 이후 식품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9월 수도권 지역 만 20세 이상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능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92.6%가 ‘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 국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어패류 등의 수산물 오염’에 대한 우려가 52.9%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또한 국내산 식품(72.5%)보다 일본산 수입식품(93%)의 안정성에 더 높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소비자의 76.1%는 일본 원전사고와 방사능 관련 정보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68.9%는 일본 원전사고에 대한 정부의 조치 및 대응 내용을 잘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49.8%는 TV방송으로 방사능 관련 정보를 얻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인터넷(31.3%), 신문(13.0%) 등의 순이었으며,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얻는 경우는 단 1.3%에 불과했다.
 
<일요시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식품 중 방사능 검사현황 자료를 통해 일본 각지에서 수산물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원산지는 도쿄도, 교토부, 훗카이도, 오사카부, 야마구치현, 나가사키현, 사가현, 후쿠오카현, 히로시마현, 오이타현, 아오모리현, 이바라키현, 아이치현, 니가타현, 효고현, 지바현, 도치기현, 미에현, 나라현, 오키나와현, 기후현, 이와테현, 구마모토현, 사이타마현, 가고시마현, 가나가와현, 에히메현, 오카야마현, 군마현, 돗토리현, 도치기현, 와카야마현, 시마네현, 도쿠시마현 등이다.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 종류는 활돔(벵에동), 활가리비, 냉장돔(황돔), 활장어(먹장어), 냉동눈다랑어(횟감), 냉동눈다랑어(목살), 냉장명태, 냉장홍어, 활꼬막, 활꼬막(새꼬막), 활우렁쉥이, 냉장갈치, 활게(가시투성왕게), 냉동전갱이(흑점줄전갱이, 포장횟감), 냉동다랑어(남방참다랑어), 냉동다랑어(참다랑어, 횟감), 냉동방어(포장횟감), 냉동방어(잿방어, 포장횟감), 냉동어란(연어알, 횟감, 캐비아대용), 냉동큰실말, 냉동가리비살(자숙), 냉동가리비살(외투막), 활바리(자바리), 활전복, 활방어, 활돔(강담돔), 활돔(참돔), 냉장가오리, 냉장준치, 활해삼, 냉장민어(수조기), 냉동기름치, 냉동꼬막살(새꼬막, 자숙), 냉동상어(청상아리), 냉동멸치 등이다.

문제는 후쿠시마 인근 7개현(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에서 수산물가공품 등 식품이 계속 수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 한 달 동안 수입된 품목은 이렇다.

▲후쿠시마현=수산물가공품, 혼합제제 ▲아오모리현=수산물가공품, 조미건어포류, 청주, 빵류, 드레싱 ▲도치기현=카레, 복합조미식품, 곡류가공품, 유탕면류, 장류절임, 식초절임, 청국장, 발효식초, 기타식초, 리큐르(알코올음료), 청주 소스류, 캔디류(캐러멜), 카라멜색소,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이바라키현=과자(쿠키·비스킷·크래커·스낵과자), 효모추출물, 초콜릿가공품,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혼합제제, 국수, 전분가공품, 기타가공품, 열량 및 영양공급용 의료용도식품, 젖산, 기타천연착향료 ▲군마현=복합조미식품, 떡류, 소스류, 청주, 혼합제제 ▲지바현=비타민, 볶은커피, 양조간장, 소스류, 당류가공품, 청주, 알긴산나트륨, 곡류가공품, 당류가공품, 액상커피, 카페인, 청주, 혼합제제 ▲이와테현=과자(크래커), 무기질, 청주 등이다.

수산물 가공품
계속 수입했다

세슘과 요오드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본산 수산물 등 식품이 꾸준히 수입됐음에도 검사결과가 모두 ‘불검출’로 ‘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조사여서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한 대기업 영양사는 “회사에 들어오는 모든 수산물은 국산으로 표기돼 있다”며 “일본산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산 수산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김현 녹색당 전 사무처장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한다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 단계서부터 규제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부는 통상 외교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