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과 다른 요지부동 '우유값의 비밀'

생산량 넘치는데 가격 제자리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우유 생산량이 넘치면서 재고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소비자부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낙농업계는 우유가 팔리지 않는다며 울상만 짓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는 우유값 이면에 자리한 불편한 의혹들을 짚어봤다.


우유 생산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좋은 날씨 덕분에 우유가 과잉생산되고 미국, 뉴질랜드의 가공업체에서는 유제품 생산을 증가시킨 탓에 전 세계적으로 우유가격이 지난 12개월여에 걸쳐 50%이상 폭락했다. 그런데 국내의 우유가격은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멸균 신공법?
 
우유가 넘쳐나는 이유는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것이다. 재고를 남기지 않으려면 가격을 조정하면 되지만 우유가격은 여전히 제자리다. 좋은 먹을 거리가 넘치면서 그동안 우유가 갖고 있던 ‘완전식품’ 이미지는 희미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더이상 소비자의 구미를 당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가 아는 우유값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표면적으로는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시장 메카니즘이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란 낙농가의 생산비와 연동해 원유가격을 정하는 제도로 우유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정부는 과거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3∼5년에 한 번씩 낙농진흥회를 통해 원유가격을 협상하면서 생기던 잡음을 없애기 위해 지난 2012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당국이 가격결정권을 가짐으로써 원유가격을 협상 할 때 마다 반복되던 낙농가의 단식농성, 납품중단 등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은 통계청이 발표한 우유생산비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매년 8월1일 기본가격과 등급가격을 반영해 결정된다. 이 제도는 생산비 변화만을 원유 기본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에 수요감소나 과잉생산 등에 대해서는 능동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패한 낙농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원유생산량은 18만5346톤으로 2013년 17만5363톤에 비해 신장했다. 우유생산량도 같은 달 기준 30만7168톤에서 33만6130으로 약 11% 상승했다. 그러나 우유 소비 부진으로 지난해 대형마트의 우유 및 유제품 판매량(8월 기준)은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했다. 반면 생산량은 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분유(남는 우유는 건조시켜 분유상태로 보관) 재고량은 7월 기준 1만4896톤으로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고 12년 만에 최대치…판매가 그대로
‘도대체 왜?’ 소비자 사이에 의문 증폭
 
그럼에도 우유가격에 큰 변동이 없자 소비자단체들은 원유가격연동제가 낙농가의 생산비를 보전하기 위한 취지와 달리 제조·유통비용을 높이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가격연동제를 고수할 방침을 내비쳤다. 대형마트들은 우유 재고량이 증가한 작년부터 우유 소비 촉진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은 점차 줄고 있다.
 
국내에 물량이 넘치면 재고를 가까운 중국에 수출하면 된다. 하지만 이 판로가 막혀 녹록지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한국산 살균우유의 유통기한이 자국 우유보다 긴 것 등을 문제 삼아 제품 등록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제품은 135°C로 초고온 살균 방식으로 생산되지만, 중국은 72∼75°C 저온살균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온살균 방식으로 생산된 우유가 영양분이 더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초고온 살균 방식이 아닌 저온살균 방식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우리 측은 지난해 8월 중국에 기술검증자료를 냈고, 중국은 국가인증인가감독관리위원회(CNCA) 소속 실사단을 파견해 검증해본 뒤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했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실사단은 금주 내 방문을 예고했다. 중국 실사단 5명은 우유 수출이 보류된 기업 7곳 중 5곳을 둘러보고, 중국으로 다른 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업체 2곳에 대한 사후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중국 수출재개가 임박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저온살균은 72∼75°C에서 30분 정도 끓이는 공법, 초고온 살균은 135°C에서 2초간 살균하는 공법이다. 우유생산 업체 측에서는 오래 끓이는 공법보다 짧게 끓이는 공법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제품이 ‘멸균우유’인데,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고 품질관리 용이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멸균공법은 단백질 등 영양소가 대거 파괴돼 질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우유는 초고온 살균으로 생산되지만 프리미엄 우유는 저온살균으로 생산된다. 일각에서는 우유생산 업체들이 ‘신공법’이라며 초고온 살균 방식을 포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만 ‘호갱’
 
이 때문에 중국이 한국 우유 수입을 중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우유생산 업체들이 생산비용이 올라갈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출 물량에 한해서만 생산공정을 다시 예전으로 되돌렸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가 높은 가격의 우유를 소비함으로 인해 중국 소비자에게 국내보다 고급공정을 거친 우유를 살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국내용과 중국 수출용에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생산방식은 분명 달랐다. 이 관계자는 “국내 제품은 135°C 초고온으로 2초간, 중국 수출 제품은 100°C에서 10초간 살균한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애인이 만드는 화제의 우유
 
지난 14일 완주군에 따르면 완주군 장애인복지관과 완주지역 자활센터,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당은 지난해 정부에서 실시한 ‘융·복합 노인일자리 시범 사업’ 공모에 선정된 후 컨소시엄 형태로 주식회사를 설립해 ‘오늘 우유’ 생산에 나섰다.
 
우유 명칭을 ‘오늘 우유’로 결정한 것은 젖소 착유부터 생산까지 24시간 이내에 완료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한국낙농진흥회를 통해 원유를 공급받아 여러 낙농가의 합쳐진 원유이기 때문에 출처가 불분명하고 세균이 많아 초고온 살균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면 ‘오늘 우유’는 완주군 내 낙농농가 가운데 전용목장을 지정함에 따라 세균 수 8000 미만(ml당)으로 관리된 전용목장을 두어 중·저온살균이 가능하다. 초고온 살균 우유는 높은 온도로 인해 유산균 사멸 및 칼슘 변성에 따른 체내 흡수율 저하, 비타민의 높은 손실률 등 영양적인 측면에서 큰 이로움이 없는 반면 ‘오늘 우유’는 단백질 변성이 적은 75°C에서 15초간 살균해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고 칼슘의 변화가 적어 체내흡수율이 높다.
 
현재 이곳에서 일하는 어르신 및 장애인은 총 7명이다. 당초 사업목적인 취약계층인 장애인일자리 창출에도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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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