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사재기 재테크 천태만상

비싸게 판다…그래도 산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최근 ‘허니버터칩’ ‘티라노킹’ ‘아이폰6’ 등 인기 제품의 극심한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가운데 재판매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품귀제품들을 미리 수집하는 이른바 ‘사재기 재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정상가격의 2∼3배는 기본, 중고제품도 웃돈에 거래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를 저해하는 사재기 재테크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지난 8월 첫선을 보인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감자칩은 짜다는 선입견을 깨고 달콤한 감자칩 열풍을 이끌었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허니버터칩은 지난 28일 기준으로 매출 200억원을 돌파하면서 국민과자로 통하는 농심 새우깡을 판매량을 넘어섰다. 상점에 진열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어 품귀현상을 빚고 있을 정도다.

미리 쟁여놓고
 
허니버터칩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일부 상점에서는 ‘허니버터칩 구매 대기자 명단’ ‘1인 1봉지’ 등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황당한 문구들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이모(23)씨는 애초에 허니버터칩을 매장에 진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조차 허니버터칩을 구경하기 힘들다는 것. 대기자들이 점주에게 직접 입금한 뒤 허니버터칩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해태제과 측이 ‘품귀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품기도 했지만 해태제과측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3교대로 공장을 풀가동해도 생산량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십억, 수백억원이 드는 공장 증설 문제 또한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해태제과의 입장이다.
 
이렇게 허니버터칩이 순식간에 동나는 데는 사재기도 한몫하고 있다. 정상가격은 1500원이지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한 봉지 당 평균 5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통 낱개 보단 박스로 거래되는 일이 잦다. 흥미로운 점은 ‘허니버터칩을 삽니다’ 등 구매를 원하는 회원들의 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말인즉슨 웃돈 주고 사고 싶어도 못 산다는 얘기다. 허니버터칩을 미리 대량으로 사재기한 일부 소비자들은 과자로 돈을 불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여기에 허니버터칩 판매처나 재고 여부를 알려주는 앱 ‘허니버터칩 알리미’까지 등장하면서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다. 허니버터칩 알리미는 사용자의 주변 5km 이내 편의점에 재고가 있는지 여부 등을 알려주고 있다. 재고 정보를 새롭게 알려주는 시간은 초 단위로 입력할 수 있어 실시간으로 허니버터칩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현재 이 앱 다운로드 수는 1만이 넘었다.
 
과자·장난감·휴대폰 등 품귀현상
원가 2∼3배 기본…웃돈 거래 성행
 
장난감도 예외는 아니다. ‘티라노킹’은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린다. 티라노킹은 일본 애니메이션 파워레인저에 등장하는 공룡 가운데 한 종류인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시리즈 캐릭터로,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장난감 1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넘치는 수요 때문에 ‘1인 1개’로 한정 판매하고, 정가가 7만5000원인티라노킹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에서 최저 15만9500원에서 최대 30만원까지 판매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와 유사한 장난감 ‘프레라킹’ ‘가브리볼버’ ‘로보카 폴리’ ‘또봇’ 그리고 ‘요괴워치’ 등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악덕업자나 소비자들은 사재기 재테크를 노리고 티라노킹 여러 대를 구입한 뒤 인터넷을 통해 정가의 2∼3배가 넘는 수준으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중고가격이 정상가격을 훌쩍 넘는 건 당연지사. 일부에서는 티라노킹 생산국가인 일본에서 생산이 중단됐다는 말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때문에 웃돈 거래가 더욱 횡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장난감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티라노킹은 ‘완판킹’이었다.
 
 
이처럼 티라노킹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공정위원회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이같은 비정삭적인 거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히트 상품을 개발한 회사 측의 아이디어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널뛰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교란행위 여부에 대해 공정위의 즉각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폰6도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출시한지 두 달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량이 부족해 소비자들은 울상 짓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9월, 일본에서 아이폰6가 출시할 당시 도쿄 오모테산도 애플 스토어 앞에서 밤새 줄을 선 900명 중 60% 이상은 중국어를 사용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 아이폰6를 사재기한 중국인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정상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아이폰6를 판매했다.


법적 문제 없나
 
담배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사재기를 집중 단속했지만, 일부 편의점주와 편의점 알바생들 사이에서 ‘이미 사재기는 끝났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사재기 담배는 음성적으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사재기 현상은 온라인게임에서도 나타난다. 게임 내에서 유저들의 수요가 높은 일부 아이템을 끌어 모아 필요한 유저에게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방식이다. 실제로 PC방에서 하루종일을 보내는 ‘게임폐인’ 중 상당수는 아이템 사재기를 통해 용돈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재기 재테크는 비합리적인 소비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는 현실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베끼는 미투제품 논란
 
인기제품을 경쟁사가 그대로 베끼는 미투제품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하다. 수십년간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우유 탄산음료의 대표 주자는 1984년 시장에 나온 코카콜라의 ‘암바사’였다. 그러나 5년 후인 89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칠성은 ‘밀키스’를 출시하며 암바사의 자리를 뺏어 밀키스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헛개음료도 마찬가지다. CJ헬스케어 ‘컨디션 헛개수’가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원조는 광동제약의 ‘힘찬 하루 헛개차’였다. 커피도 사정은 비슷하다. 동서식품이 야심차게 내놓은 ‘카누’를, 남양유업은 ‘루카’로 맞섰다. 이름이 흡사해 양사 간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다. 특히나 과자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이 진기록을 세우면서 농심 등 타 제과업체들이 비슷한 제품들을 마구 출시하면서 미투 논란을 키우고 있다.
 
미투상품과 관련된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팔도는 미투상품인 ‘불낙볶음면’을 출시했고 결국 삼양식품은 팔도를 상대로 판매중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수년 전에도 롯데와 오리온은 ‘자일리톨 껌’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고, 남양유업과 빙그레는 우유 명칭을 놓고 법정에서 갑론을박을 벌인 바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투상품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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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