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모여사는' 수도권 차이나타운 지도

툭하면 칼부림 “낮 길도 무섭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장기 없는 토막시신 살인사건’ 피의자가 중국동포 박춘봉으로 밝혀지면서 중국동포(조선족)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추가 범죄를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에 중국동포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 서로 눈치를 보며 불편한 공존을 이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불과 2년 전, 잔혹한 살인을 저질러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오원춘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일지역에서 끔찍한 사건이 재발해 지역주민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장기 없는 토막시신 살인사건’ 피의자는 오원춘과 마찬가지로 중국동포였다. ‘제노포비아(xeno phobia:외국인혐오증)’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또 중국동포 짓?
불신 넘어 혐오
 
최근 들어 중국동포에 의한 강력범죄가 증가하면서 중국동포 밀집지역에는 냉기가 흐르고 있는 형국이다. 조선족은 동포가 아니라는 식의 극단적인 표현도 난무하고 있다. 강력범죄 발생 시 자동적으로 조선족을 떠올리는 것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애꿏은 중국동포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동포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있는 중국동포들은 대부분 서울 가리봉동과 대림동, 경기 수원과 안산 등에서 집단거주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의 대표적인 안식처인 가리봉은 서울 최대의 차이나타운으로 꼽힌다. 음식부터 놀이까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가리봉 연변거리는 마치 섬과 같다. 인근 가산동만 해도 각종 쇼핑몰과 고층 건물이 빽빽하지만 가리봉동은 오래된 3∼4층 건물들만 즐비하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걸쳐 주로 구로공단 노동자들이 거주하던 일명 ‘벌집촌’의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외벽 일부가 허물어진 건 기본, 우중충한 동네 분위기는 수십 년 째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동포가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타 지역보다 월등히 싼 임대료 때문이다. 보통 월 15만∼20만원 선으로 서울에서 생활이 가능하다.
 
중국동포들의 문화거리인 연변거리에는 노래방이 즐비하다.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연변거리 끝까지 들어선 노래방만 총 25곳에 달한다. 중국어 간판이 내걸린 PC방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중국동포들은 PC방에서 인터넷전화로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거나 게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리봉동에 중국동포들이 몰리기 시작한 시점은 80년대 후반이다. 당시 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구로공단 내 많은 업체들이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가리봉동에 남아 있던 벌집 등에 극빈층이 유입됐다. 이후 90년대 말부터 조선족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조선족 밀집지역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원인은 지금과 같은 낮은 임대료였다. 기존에 형성되었던 건설관련 일용직 인력시장과 교통 요건도 한몫했다.

70만 중국동포
“당혹스럽다”
 
‘가리봉’ 명칭의 유래는 주위의 ‘작은 봉우리’가 이어져 마을이 되었다는 설, 어원이 ‘고을’과 같은 의미인 ‘갈’ 또는 ‘가리’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가리’는 갈라졌다는 뜻으로 구로구의 전체적인 땅 모양이 바지가랑이처럼 갈라진 것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리봉동은 조선 말기까지는 경기도 시흥군 동면 가리산리였다. 이후 가리봉리로 바뀌었고 63년 서울시 영등포구에 편입되면서 가리봉동의 ‘가’와 독산동의 ‘산’을 따서 가산동이 됐다. 75년 가산동은 다시 가리봉동과 독산동으로 나뉘었고, 80년 구로구 신설로 편입됐다. 가리봉동의 북쪽과 동쪽은 구로동과 접해 있고, 서쪽과 남쪽은 남부순환로를 경계로 금천구 가산동과 마주보고 있는 지역이다.
 

가리봉동은 ‘한강의 기적’이 태동한 곳이기도 하다. 과거 60만평 규모로 조성된 구로공단은 국내 공업단지 제1호였다. 70∼80년대까지는 그랬다. 이후 값싼 노동력을 발판으로 섬유나 봉제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제품을 주로 생산하다 보니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매가리가 빠졌다. 결국 구로공단은 해체됐고 원주민들은 하나둘 가리봉을 떠났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조선족들이 들어오면서 ‘연변타운’을 형성했다. 
 
오원춘·박춘봉 잇단 잔혹살인 공포
중국동포 두려움 확산…불편한 공존
 
그리고 2002년, 정부는 자진 신고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6개월∼1년의 출국준비 기간을 부여했다. 이때부터 조선족들은 본격적으로 가리봉동에 몰리기 시작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것이다. 늘어난 조선족 때문에 원주민과의 마찰도 이따금씩 일어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가리봉동 일대에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10년 넘게 방치된 가리봉동을 다문화 동네로 만든다는 것이다. 가리봉동 주민의 1/3 정도는 조선족이다. 재생사업은 가리봉동을 5개 구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중국동포시장과 연변거리는 시설 현대화를 통해 인천 차이나타운처럼 관광 명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가리봉동이 과거 구로공단과 함께 세월을 겪은 전통 차이나타운이라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은 일자리를 잃은 조선족이 새롭게 모여드는 신흥 차이나타운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인의 숫자는 영등포구가 3만7106명으로 구로구 2만9132명보다 약 1만명가량 더 많다. 이에 따라 중국은행인 ‘중국공상은행’이 서울 중구의 본점 외에 대림지점을 따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대림동 연변거리 주거지역 역시 벌집촌이 형성돼 있다. 다만 교통이 더 편리해 임대료는 좀 더 비싼 편이다. 직접계약이 일반적인 가리봉과 달리 대림동은 임대차 계약도 중개업소를 통해 이뤄진다. 대림동 연변거리는 ‘만남의 광장’으로 통하기도 한다. 주말이면 5만명 이상의 중국동포가 모여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중국동포들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안정적인 생활이다. 이를 위해서는 체류 연장과 영주권 획득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거리에는 출입국 해결사를 강조하는 문구를 내건 여행사만 50여곳에 달한다.
가리봉과 대림동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지만 수원역 인근과 고등동, 매교동, 교동 일대 등도 차이나타운으로 통한다.
 
타 지역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4000여명의 중국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경기 시흥과 안산의 경우 외국인 공단이 형성돼 있어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불법 체류자촌’까지 생겼을 정도다. 때문에 불법체류자 관련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십년 지킨
그들의 터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시흥과 안산의 경우 각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중되는 반면, 가리봉과 대림동, 수원 등은 오로지 중국동포들이 밀집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수원의 경우 저렴한 집값 때문에 중국동포들이 우선 이곳에서 정착한 이후 가리봉, 대림동 등 서울로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라고 알려진다. 
 
익히 알려진 중국동포 밀집지역 외에도 새로이 부상하는 지역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동포나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이나 대림동 등에나 있을 법한 풍경들이 최근 들어 일부 대학 캠퍼스 주변에 스며든 것이다. 이는 ‘미니차이나타운’이라 불릴 정도로 결코 가볍지 않은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중앙대 인근에는 ‘다중 자창차오차이(가정식 볶음요리)’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동포와 중국인을 위한 전문 밥집인 셈이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있는 성균관대 인근에는 중국어 간판이 내걸린 노래방이 인기다. 일반 노래방에는 중국노래가 업데이트 돼 있는 경우가 극히 드물지만 이곳에는 최신곡이 자주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많은 중국동포와 중국인 등 유학생들이 즐겨 찾는다는 것이다.
 
가리봉, 대림동, 신길동…
‘메카’ 우범지역 인식 확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장기체류 외국인은 136만7135명으로 외국인 등록자는 108만7512명이고 국내 거소를 신고한 외국 국적 동포는 27만9623명이다. 이 가운데 중국 국적은 74만5640으로 집계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경찰청에서 입수한 ‘2014년도 국정감사자료(2008년 이후 외국인범죄 현황)’을 보면 2008년 7월을 기준으로 외국인 범죄는 총 16만1389건이었다. 연도별 범죄건수는 지난 2008년 2만623건에서 2012년 2만4379건, 지난해 2만663건, 올해 1만6922건(7월 기준)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외국인들의 강력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7년간 발생한 지역별 범죄건수는 서울이 5만183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5만1332건, 경남 9100건, 인천 8976건, 부산 6915건 등의 순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동포가 9만3503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1만2780명, 미국 1만226명, 태국 6179명, 필리핀 277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전체 범죄 중 5대 강력범죄(성폭력·살인·폭행·강도·절도) 비중이 꽤 높다는 점이다. 이 기간 국내 외국인의 5대 강력범죄 건수는 총 6만1512건으로 전체 범죄건수(16만6922건)에 견줘 38%나 차지했다. 특히 서울 구로와 영등포, 경기 안산단원, 시흥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은 이같은 외국인 범죄 쏠림현상이 심각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범죄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잔혹한 수법의 외국인 범죄가 우리사회에 충격을 안겨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국인을 배척하는 태도는 지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범죄 대기 기소율은 외국인과 내국인 간 별 차이가 없다. 체류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범죄 건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지난해 범죄율은 오히려 지난해에 전년보다 0.2% 낮았다.

배척하는 태도
지양해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내국인 범죄율(전체 인구 대비 범죄건수)은 약 1.97%인 데 비해 외국인은 그보다 낮은 약 0.8%에 그친다. 또한 합법체류자는 1.88%, 불법체류자는 1.13%의 범죄율을 보였다.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일으킨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통계다.
 
이러한 사실을 비추어보면 실제로 외국인 범죄의 심각성은 다소 과장돼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동포에 대한 편향적인 언론보도로 인해 굳어진 선입견이 혐오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동포들이 밀집한 지역에 가거가 그들을 만나보면 우리와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다문화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로 인해 우리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조선족 포비아(공포증)’나 혐오감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KKK단(미국의 인종차별주의 극우비밀조직)’이나 일본의 혐한단체 같은 극단주의 세력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인난’ 비상 걸린 연변
“전부 한국으로 떠난다”
 
중국 내 조선족 자치주인 연변에서 한국 등 외지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조선족들이 늘어나면서 서비스업계가 심각한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15일 현지 매체인 <연변일보>에 따르면 연변 주에서는 조선족들이 돈을 벌려고 한국이나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대도시로 대거 진출한 데다 연변에 남은 이들도 힘든 직종을 꺼려 종업원을 구하지 못하는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연변 주 정부 소재지인 옌지시의 경우 당국이 올해 2014년 7∼9월 시내 인력 수급 상황을 조사한 결과 서비스업 구직자 수는 2273명이지만 구인수요는 37895명으로 1.5배가 많았다. 특히 음식점 종업원, 판매원, 청소원은 구직자 수가 구인수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변 주에서는 중·장년층의 외지 유출로 조선족 인구 감소에 따른 인력난뿐만 아니라 가족 해체와 젊은이들의 과소비, 사회 부적응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연변 주에서는 지난해 총 1만9500쌍이 혼인신고를 하고 7800쌍이 이혼수속을 마쳐 연간 이혼율이 40%나 됐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도 부부 한쪽이 오랜 외지생활을 하면서 생긴 불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지 매체들은 외국에 나간 부모가 연변에 혼자 남은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에 중국 대졸자 평균 초임보다 많은 매월 3000∼4000위안(54만∼72만원)을 보내다 보니 과소비와 취업 기피 풍조가 만연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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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