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 일촉즉발 정윤회게이트> ⑦정윤회&조응천 도대체 누구?

‘박심’ 어디로…둘중 한명 날아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청와대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정윤회게이트’ 파문이 불거지면서 연말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있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진실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점차 가열되는 진실게임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된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본정윤회의 ‘국정 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관천 경정은 19시간 넘는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정윤회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알아봤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미스터리
 
정윤회는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에서 태어나 서울 종로구 구기동에서 자랐다. 하지만 정선군은 아버지 세대의 연고지일 뿐, 정씨의 정확한 고향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그저 출생신고가 있는 서울 종로구에서 성장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출생연도도 마찬가지다. 과거 한 매체는 정씨의 지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정씨의 지인은 “그(정씨)와 술을 마시다 내가 궁금해 ‘서로 민증(주민등록증) 까보자’고 했다. 그때 그나 1954년생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그의 출생연도는 1955년이라고 전해진다.
 
박근혜정부 들어 서울고 출신이 대거 약진한 바 있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그렇다. 정씨가 서울고 출신이라는 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정씨는 서울 보인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보인다. 30회 졸업생 중 정씨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정씨의 출신 대학은 알려진 바가 없다. 항간에 그가 연세대 혹은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일단 연세대는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연세대 총동문회 명단에 그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원 진학은 사실이다. 1993년 3월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다는 것에 대한 의혹도 일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3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정씨가 1980년대 보안승무원으로 근무한 건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 외 정씨에 대한 정보는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어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정씨는 1981년부터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꽁꽁’ 베일에 싸인 신상정보
박근혜 보좌관 전 이력 전무
 
그는 지금도 대한항공 근무 시절 인맥과 자주 만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정씨가 근무했던 보안승무원직은 69년 정부가 민간 항공사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제도로 94년 6월 폐지됐다. 이후 정씨가 지상근무를 했는지 퇴사를 했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정씨는 95년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부인에게서 난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씨와 결혼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20대를 함께 한 말동무로 알려진다. 그만큼 막역한 사이였다는 것이다. 최씨는 2006년 지방선거 유세 당시 박 대통령이 신촌로터리에서 괴한에 피습 당했던 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한나라당 한 당직자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이 입원했던 병실로 찾아와 간호를 도맡았다.
 
정씨가 최태민 목사의 비서 출신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정씨에 대해 “최 목사의 사위란 것을 알았다.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당시 정씨가 돕겠다고 해서 순수한 인연이 됐고 이후 입법보조원으로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할 당시에는 박근혜 총재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대통령과 친분
“심상치 않다”
 
2004년, 정씨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복당한 시기부터 공식적인 자리를 내려놓고 자취를 감췄다. 이때부터 기자 등 알고 지내던 지인 대부분과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씨는 강원도 평창에 10필지 땅을 구입해 말 목장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정치권에 등장했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삼성팀’ ‘강남팀’이란 외곽 조직을 이끌고 박 후보를 지원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의 이름이 다시 정치권에 회자되는 순간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정씨를 ‘전직 입법보조원’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대선 경선 검증청문회에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도 최 목사 가족과 계속 관계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윤회 비서가 능력이 있어 실무 도움을 받았다. 법적으로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12년 <신동아>는 정씨를 만났다. 당시 10월호에 실린 내용은 이렇다. “약간 검고 호남형인 얼굴, 호리호리한 체형, 애연가, 부드러운 말투…. 국회 의원회관 박근혜 의원실에서 만난 그의 외형적 인상이었다. 그는 독일에서 유학했다고 했다. 박사 과정까지 거쳤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다. 그의 집안 고향, 학력은 박근혜 측 외에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지난 3월 <시사저널>은 정씨가 박지만을 미행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때부터 그의 이름이 또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4월에는 ‘승마협회를 좌지우지하는 정씨의 딸이 아시안게임 승마대표로 특혜 선발된 의혹이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정씨는 이러한 보도 때문에 최씨와 이혼에 이르렀다며 해당 매체를 고소했다.
 
최씨는 지난 3월 말 정씨를 상대로 이혼조정 신청서를 서울가정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 사건을 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지난 5월 초 이혼이 확정됐다. 그런데 의아한 부분이 있다.  최씨는 이름을 개명한 뒤 소송을 냈다. 이혼 사실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혼 조정안에는 최씨가 자녀양육권을 갖고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는 하지 않는다는 내용과 결혼기간 중 있었던 일을 외부에 알리지 말자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져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지난 7월, <조선일보>는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라는 제목의 기명칼럼을 게재했다. 핵심 내용은 이랬다. “김기춘 실장이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 “하지만 이는 비서실장에게도 감추는 대통령의 스케줄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세간에는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 “때마침 풍문속 인물인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까지 확인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해졌다” “그는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부인에게 결혼 기간 중 일들에 대한 비밀 유지를 요구했다”. 무언가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었다.
 
이 칼럼은 일본 <산케이신문>이 인용보도 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 제목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였다.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청와대는 일본 기자를 고소했다. 최초 보도한 <조선일보>는 고소하지 않고 <산케이신문>만 고소하면서 국제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정윤회 대 조응천
진실게임 결과는?
 

정씨와 16년간 교류해오고 있다는 역술인 이씨는 지난 10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씨는 조용한 성격으로 명석하고 치밀해 그가 보좌하던 시절엔 박근혜 대통령이 실수한 적이 없었다”며 “비선의혹을 받게 하지 말고 차라리 대통령비서실장을 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씨가 비선실세 의혹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올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를 천거한 사람’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한 사람’ 등으로 정씨가 지목되자 그는 “왜 이런 근거 없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고 전해진다. 
 
정씨가 비선실세라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4월 사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조응천 비서관은 인생의 다른 길을 계획하고 있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 비서관의 사표 제출 배경으로 비위 사실이 발각된 청와대 행정관 10명이 원대복귀를 한 것과 관련, 민정수석실 감찰 내용이 외부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조 전 비서관은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지검과 수원지검의 공안부장을 거친 그는 2006년에는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잠시 변호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조 전 비서관은 2011년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당시 네거티브 대응을 맡으며 박 대통령 당선 후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공직기강비서관에 올랐다.
 
검사 출신으로 공안부장 거쳐
박 캠프 합류해 청와대 입성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직속상관이었던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곽 전 수석은 경질되고, 조 전 비서관은 유임돼 수석보다 비서관이 센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던 바 있다. 당시 청와대 내에서는 ‘조 비서관이 박지만 라인이기 때문에 유임됐다’는 말이 파다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대구 출신이라는 것 이외에 박지만씨와 이렇다 할 인연이 밝혀진 바 없어 이내 소문은 사그라졌다.
 

그러나 1994년 박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세 번 째 구속됐을 당시 박씨를 수사했던 담당검사가 조 전 비서관이었다. 그는 마약 상습 투약자였던 박씨에게 비교적 가벼운 처분인 치료감호 청구를 법원에 요청했다. 이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드러나면서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가 이를 계기로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가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내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청와대 내에서는 갖은 말이 나돌았다. “원래 민정수석으로 가려했었는데 비서관으로 왔다” “민정수석이 상관이지만 실제로는 민정수석보다 힘이 더 세다” 등의 말들이 흘러나왔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조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관계에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나마 단서가 있다면 그가 박 대통령의 씽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조 전 비서관의 힘은 막강했다고 전해진다. 청와대 조직 편성상 국정기획수석 기획비서관이 선임비서관이지만, 조 전 비서관이 ‘1호 국장’으로 불렸다는 말도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업무영역도 넓었다. 전 정부와 달리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했고, 공직 후보자 인사 검증은 물론 부처 공무원과 청와대 직원 감찰도 맡았다. 이 같은 광범위한 업무 영역과 다소 거친 스타일 때문에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종종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연말 정국
태풍의 눈
 
지난 5일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 근무할 때 직속상관이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 청사로 들어가기에 앞서 문건 작성 지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어진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했고 가족과 부하직원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았다”며 “검찰에서 진실을 성실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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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