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메이저리그 가는 김광현

“현진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SK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을 두고 말이 많다.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 도입 이후 세 번 째로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게 된 그는 기대보다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불구하고 미국행을 결정했다. 곧 연봉협상을 마친 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평가의 굴욕을 피하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돈 보다 꿈’을 외쳤지만 야구계 안팎의 평가는 냉랭하다.

 
올해 프로야구 오픈시즌에 MLB 진출을 노리던 SK와이번스 좌완 투수 김광현이 구단의 승인을 얻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200만달러(약 22억원)의 응찰액을 받아냈다. 김광현은 시즌 시작 전부터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한다고 밝혔다. 스카우트들을 몰고다닌 그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쩐이냐 꿈이냐
아메리카 드림
 
그러나 200만달러의 응찰액은 김광현이나 구단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선수의 강력한 의사를 무시할 수 없었던 SK 구단은 포스팅시스템 수용을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의 도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어느 팀이라도 김광현보다 낮은 수준의 응찰액을 제시받고 심각한 전력 누출을 감수하며 에이스를 내보내기는 어려웠다.
 
앞서 지난 10월29일 SK는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시즌 김광현의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했다. SK는 프로 데뷔 후 7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김광현을 국위선양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MLB리그 진출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김광현에 대해 긍정적 기류는 일찍이 감돌았다. 김광현을 선발로 보는 팀들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포스팅시스템 절차가 마지막 카운트를 기다렸다. 지난달 6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MLB 사무국이 김광현에 대한 포스팅시스템 공시를 했다고 확인했다. MLB 사무국은 김광현에게 관심이 있는 구단 중 최고액을 써낸 팀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하고, 현 소속팀인 SK에 전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포스팅 금액과 상관없이 일단 도전
‘돈보다 꿈’ 샌디에이고와 본격 협상
 
결과가 나오기 전 김광현은 공식기자회견에서 “돈 문제는 아니다. 꿈을 향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광현은 연봉이나 보직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지속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이에 구단 관계자들은 “포스팅시스템 금액만 잘 나오면 예상보다 연봉협상이 일찍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었다. 당시 김광현은 야디어 몰리나(세인트루이스)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멜빈 로만을 협상 대리인으로 선임해 구체적인 사전 준비를 하기도 했다.
 
소속팀 SK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이왕이면 김광현이 좋은 대우를 받고 나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1000만달러 이상이면 더할 나위가 없다는 게 SK의 판단이었다. 그 아래의 금액이라고 해도 헐값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해외진출을 승인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지 언론에서 김광현의 이름이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신호로 봤다.  좌완이라는 장점, 그리고 아직은 어린 나이, 향후 성장 가능성 등 김광현의 가치를 높게 끌어올려줄 것으로 기대했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2012년 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부터 받은 2573만7737달러33센트의 역대 최고액까지는 받지 못하더라도 500만달러 이상의 수준이 될 것으로 양측은 기대했다. 이 때문에 SK와 김광현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고심을 거듭했다.

포스팅시스템

세 번째 MLB행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지난달 12일 SK는 시간을 끌지 않고 신속히 김광현의 포스팅시스템 최종 응찰액이 200만달러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스포츠매체 <폭스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인 켄 로젠덜에 따르면 김광현의 포스팅시스템에 나선 구단 중 샌디에고 파드레스가 200만달러(약 22억원)로 최고액을 써냈다.
 
당초 1000만달러까지 내다봤던 SK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금액이었지만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사실상 확정됐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SK에 전달된 금액은 포스팅시스템에 응한 역대 한국선수가 받아든 응찰액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액수지만, SK와 김광현 측에서 기대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의미가 없다고만 볼 수는 없다. 김광현의 계약이 성사되면 2009년 최향남(101달러·롯데 자이언츠→세인트루이스)과 류현진에 이어 세 번째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미국 프로야구로 직행하는 선수로 기록된다. 아울러 김광현은 류현진에 이어 두 번째로 100만달러 이상의 포스팅시스템 금액을 받아낸 선수가 됐다.
 
김광현은 구단을 통해 “결과를 수용해주신 구단과 김용희 감독님을 비롯한 SK 와이번스 선수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렸을 때 꿈꾸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기회를 잘 살려 실력으로 검증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 신인 같은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숱하게 한국을 찾아간 미국 대부분의 스카우트들이 김광현을 구원투수 요원 급으로 분류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90마일 초반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피치’만으로는 그 구위가 제아무리 뛰어나도 미국에서 버텨내기 힘들다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섰던 거 아니냐는 것이다. 힘과 세기를 겸비한 미국 야구에서 투-피치로 플레이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포스팅시스템 금액 200만달러는 김광현을 확실한 선발요원으로 결론 내렸다면 결코 나오기 힘든 숫자였다. 그런데 조금 애매한 것은 구원투수라는 전제하에 따지고 보면 200만달러가 아주 박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동안의 한·일 프로야구 포스팅 역사나 미국에서 형성되는 전체적인 구원투수 몸값을 놓고 볼 때 포스팅시스템 후 연봉계약까지 2~3년 총액이 최대 1000만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낮은 대우…헐값 논란
마이너 전전할라…야구계 우려
 
일례로 지난달 1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막을 올린 ‘메이저리그 단장회의’를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고 있는 미국 지상파 ‘CBS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이 익명의 단장을 인용해 그 단장이 직접 예상해 내놓은 매년 ‘적중확률 50% 이상’을 자랑하는 올겨울 자유계약선수(FA) ‘톱50’의 계약을 살펴보면 구원투수 중 1위(전체 12위)에 오른 데이비드 로벗슨(양키스)의 몸값이 3년 4500만달러로 나타났다. 로벗슨은 올 FA시장에서 눈여겨볼 유일한 마무리투수라는 데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셋업맨 이하 구원투수로는 전체 18위에 오른 앤드루 밀러가 3년 2200만달러 선이다. 2014시즌 보스턴 레드삭스와 볼티모어를 오간 좌완 강속구투수(평균구속 93.9마일) 밀러의 시즌 평균자책점(ERA)은 2.02다. 무려 73경기를 뛰면서 62.1이닝 동안 솎아낸 탈삼진 수만 103개에 이른다.
 
랭킹이 내려갈수록 몸값은 점점 곤두박질친다. 랭킹 31위인 루키 그레거슨(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이 1년 500만달러, 한때 최강의 클로저 중 하나였던 32위 라파엘 소리아노(워싱턴 내셔널스)가 1년 800만달러로 예측됐다. 올해 올스타에 선정됐던 팻 니쉑(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조차 1년 400만달러인 점을 볼 때 김광현의 몸값 총액 예상치는 나쁜 수준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대 반 걱정 반
한국야구 위상?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권하기에는 뭔가 석연치않다. 미국 스카우트들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렸겠지만 한국프로야구는 어느 정도 내상을 입었다.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다소 굴욕적인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실은 ‘나쁜 선례’를 걱정하는 것이다. 한국선수 ‘후려치기’ 러시가 들어올 소지가 다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포스팅을 받아들인 샌디에고가 취할 연봉협상 태도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미 샌디에고 유력 일간지인 <유니온-트리뷴>에서는 “김광현에게 제시한 200만달러조차 상상 지출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찔러보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이 MLB의 생리다. 쓸만한 선수라고 판단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이너리그 거부 옵션을 껴서라도 선수를 데려온다. 하지만 이게 아니라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걱정해야할 우려가 적지 않다.
 
 
김광현에게 던져진 200만달러의 조건은 추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대로 된 연봉이나 받으면 다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타 선수를 위한 옵션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MLB에서 고생만 하다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좋은 조건으로 MLB에 입성했다가 마이너리그를 돌았던 이가와 게이(오릭스 버펄로스)의 사례를 기억해할 것으로 보인다.
 
일로노이주 시카고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자회사인 <시카고 나우>는 “KBO의 스타 김광현이 좋은 시즌을 보낸 뒤 포스팅 될 예정”이라며 “그는 올 시즌 리그 탈삼진과 평균자책점(ERA)부문에서 ‘톱5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광현에게는 몇 가지 물음표가 따라 붙는다”면서 “첫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부상으로 고생한 전력이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이 별로 좋지 못했다”지적했다.
 

이어 “그가 가진 스터프로 볼 때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과 두 번째 주무기 등이 모두 평균 수준으로 분석되고 때때로 컨트롤(투쿠제어)과 커맨드(경기운영)로 고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김광현의 종합 프로필은 구원투수 아니면 빅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의 마지막을 책임질 어깨 정도로 평가된다”면서 “이 수준이라면 컵스 자체 마이너리그 내에서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슷한 옵션(선택사항)이 많아 컵스는 포스팅 비용으로 거액을 쏟아 붓지 않는 선에서 김광현에 관심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는 “김광현은 빅리그 스터프를 지녔다. 명백하게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레벨이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며 “만약 김광현이 시작 단계의 21살 유망주였다면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어찌됐든 김광현은 MLB행을 선택했다. 그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으로 선발투수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고와 김광현 측은 내달 안에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저평가 논란
MLB 딜레마
 
2007년 김광현과 나란히 데뷔한 양현종은 구단의 만류로 국내에 남게됐다. 김광현 보다 약 50만달러 적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각자 소속 구단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제패하던 시절 새로운 에이스로 주목받으며 우승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선택은 달랐다. KIA타이거즈는 양현종에 대한 포스팅 응찰액을 수용하지 않았다. 굳이 자존심을 구겨가며 열악한 연봉으로 고생할 필요가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현재 한국야구는 일본과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1995년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의 관문을 열고빅리그행 열풍을 일으킨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일본 선수들은 가만히 있으면 몇십억엔을 손에 쥘 수 있는 선수들이 100만달러에도 못미치는 헐값에 미국행을 결정했다. ‘돈보다 꿈’이라는 외침 뒤에는 풍족한 일본 야구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가짐이 주효했다. 일본 선수가 현역으로 7∼9년 뛸 경우 남부럽지 않은 돈을 모으게 된다. 돈 걱정 없고, 설사 실패한다 해도 얼마든지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깔려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일본야구 스타들은 포스팅시스템 또는 FA자격으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일본 선수들의 움직임에 빅리그 구단들은 일본 야구시장을 ‘전략적 확보의 장’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한국야구는 박찬호 이후 불었던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빅리그행 러시는 한풀 꺾였다. 사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그 방법이 달라졌다. 일단 프로리그에 뛰어든 뒤 국내 무대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메이저리그 진출 방식에 대한 입장은 저마다 다르지만, FA광풍과 메이저리그행 이적료 사이에는 무시하지 못할 상관관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김광현은?]
 
▲서울 출생
▲안산공고 졸업
▲건국대 체육교육과 학사
▲제6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제22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경기도 안산시 스포츠 홍보대사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야구 국가대표
▲프로야구 올스타전 동군 대표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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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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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