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터지는 무료영화권, 왜?

‘요리조리 쏙쏙∼’ 세상에 공짜 없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통 공짜에 실망할 때 많이 내뱉는 말이다. 대가 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달콤한 공짜 상품에 현혹된다. 그런데 공짜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부른다면 어떨까. 백화점, 레스토랑 등이 고객감사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무료영화관람권’이 오히려 고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공짜로 주고도 욕먹는 이유를 알아봤다.

 
일반 대중들의 문화생활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극장 영화관람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즐겨본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1000만 관객은 이례적인 흥행이 아니다. 이처럼 영화 수요가 높아지면서 극장가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무료영화관람권을 미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 ‘15만원 이상 구입 시 영화관람권 증정’ ‘○○세트 주문 시 영화관람권 증정’ 등이 그렇다. 그런데 이 무료영화관람권을 두고 말이 많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예매 절차 때문이다. 

주고도 욕먹어
 
직장인 엄모(27)씨는 최근 쇼핑을 하기 위해 서울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주 목적은 셔츠 구입이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셔츠를 고른 엄씨는 계산을 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그런데 머리 위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15만원 이상 구입 시 무료영화관람권 2매 증정(1만8000원 상당)’이라는 문구를 본 것이다. 엄씨는 문득 이대로 집에 가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무료영화관람권을 받기 위해 셔츠 외에 다른 상품들을 추가로 충동구매해 15만원을 채웠다.
 
엄씨는 이내 고객 안내데스크에 15만원어치의 영수증을 제시하고 무료영화관람권 2매를 받았다. 영화관람권 2매면 남는 장사라고 판단했다. 스스로 충동구매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지만 워낙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엄씨는 무료영화관람권을 개봉해 안내에 따라 예매 절차를 밟았다. 그런데 까다로운 절차가 그의 기분을 망쳤다.
 
우선 무료영화관람권은 주말예매 및 관람이 불가능했다. 주말에 쇼핑을 한 엄씨는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지만 ‘공짜니까…’ 참았다. 어쩔 수 없이 평일에 보기로 마음 먹고 이윽고 다시 예매를 시도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회원가입이 필수였다. 이름, 휴대폰 번호, 가입인증코드, 비밀번호 등 요구사항이 많아 다소 귀찮았지만 원하는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엄씨는 회원가입 후 백화점에서 받은 무료영화관람권에 기재된 쿠폰번호를 입력했다. 인증번호를 받고나서 원하는 영화를 고르고 상영관과 시간대를 선택했다. 그런데 좌석을 선택하는 단계가 없었다. 알고 보니 랜덤좌석이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참을 인’을 마음에 새기고 예매를 완료했음에도 불구 난관은 또 있었다. 예매확인 문자를 받아야 제대로 처리 되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문자는 오지 않았다. ‘끝날 때 까진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뇌리 속에 스쳐지나갔다.
 
백화점·레스토랑 고객감사 차원서 제공
공짜라서 받았더니…예매길 ‘첩첩산중’
 
대학생 이모(22·여)씨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얼마 전 한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레스토랑을 찾았다. 당초 계획했던 메뉴를 먹고 영화를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특정 메뉴를 주문하면 무료영화관람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종업원을 통해 알게 됐다. 머릿 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본 한씨는 특정 메뉴를 주문하고 무료영화관람권을 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한씨는 무료영화관람권을 받았고 식사 뒤 곧바로 극장으로 향했지만 영화관람을 위해서는 예매가 필수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공짜니까 그러려니 했다. 이후 한씨는 예매를 위해 예매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복잡한 절차와 더불어 ‘당일 예매 불가능’ ‘주말 예매 불가능’이라는 안내를 확인하고는 ‘낚시’라는 생각에 무료영화관람권을 찢어버렸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무료영화관람권의 불편함을 알아보고자 직접 무료영화관람권으로 영화예매를 시도했다. 우선 무료영화관람권에 기재된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기업들의 배너였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무료영화관람권의 출처에 따라 예매가 이뤄지는 것이었다. ‘A백화점 예매 바로가기’ ‘B아울렛 예매 바로가기’ 등이었다. 해당 배너를 클릭하면 쿠폰번호 입력란이 나온다. 안내에 따라 쿠폰번호를 입력하고 회원가입 절차를 마치고나면 상영관과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좌석 선택은 불가능 했다. C영화예매업체는 ‘좌석은 극장 측에서 임의로 자동 부여해주기 때문에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랜덤좌석을 인지하고 예매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예매를 완료하긴 했지만 ‘예매번호 문자’를 받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다. C영화예매업체의 안내에 따르면 접수 당일 오후 5시 이후부터 최대 영화관람 2∼3시간 전까지 문자를 전송한다.
 

그러나 오후 5시 이전에 예매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자는 오지 않았다. C영화예매업체 관계자는 “곧바로 해결해드리겠다”는 짧은 대답만 했다. 문제는 다음 날까지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 문의하니 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후 C영화예매업체 사이트에 접속하니 ‘금일 예매 폭주로 예매서비스 조기 마감’이라는 황당한 배너가 떴다. 이 배너가 등장함과 동시에 C영화예매업체 관계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 핑계 저 핑계
 
가까스로 다른 관계자에게 연락해 조기 마감 이유에 대해 묻었으나, 뚜렷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다. 황당한 건 이 관계자와 통화 후 ‘금일 예매 폭주로 예매서비스 조기 마감’이라는 배너가 바로 사라졌다는 점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앞서의 관계자와 통화가 됐고, 결국 예매확인문자를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결코 적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였다.
 
무료영화관람권은 기업들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무료영화관람권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입한 뒤 고객들의 무분별한 소비욕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료영화관람권을 두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짜로 주고도 욕먹는 현실이다.  
 
무료영화관람권은 비매품으로 개인 간 양도 및 판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고사이트를 통해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도 갖은 마찰이 빚어진다고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무료촬영권’ 알고 보니…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기성장앨범 관련 불만 건수는 총 698건으로, 지난 2011년 174건에서 2012년 208건, 2013년 316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2012년보다 51.9% 증가했다.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불만 316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제 및 해지’ 관련 피해가 244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만삭 사진부터 아기 출생 후 50일까지 공짜로 촬영해 준다며 무료촬영권을 제공하고 아기성장앨범 계약을 유도한 뒤 막상 계약해지를 요구하면 계약금 반환을 거절하거나 촬영 비용을 이유로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계약해제·해지 시점이 확인 가능한 198건 중 ‘무료촬영권(산모 만삭부터 아이 출생 50일까지) 사용 후’ 계약해지를 요구한 경우가 74건(37.4%)이나 됐는데 모두 무료촬영권을 사용한 뒤였다.

박람회에서 아기 성장앨범을 계약한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4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계약했거나 청약철회기간이 경과했더라도 해당 법률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계약해지가 가능하다. 신중한 판단으로 충동적 계약을 지양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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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