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고혈 짤' 다음 정책은?

담뱃값은 약과…진짜 옥죄기 지금부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법은 누구를 위한 걸까.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나 요즘엔 더 그렇다. ‘담뱃값 인상’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 등 논란이 된 법안이 처리되면서 서민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서민 주머니 털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처음 불을 당긴 건 ‘담배 값 인상’이었다. 정부가 한 갑 당 2500원인 담배가격을 내년부터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식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담뱃값 인상 소식에 흡연자들의 심장은 내려앉았다.

취지는 그럴싸
 
지난달 11일 정부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고 물가상승률만큼 오를 수 있도록 물가연동제를 도입, 주요 비가격 정책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흡연율을 29%까지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한 예산 확보로 이를 금연 치료에 투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담뱃값 인상 소식에 여론은 요동쳤다.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던 정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같은 달 19일에는 한 남성이 ‘담뱃값을 올리는 순간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를 걸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지난 1일 청와대는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담뱃값 인상은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라며 “청소년 흡연이 굉장히 싼 담뱃값 때문이라는 연구는 수없이 많고 이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일환으로 담뱃값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서민증세가 아닌 (정책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흡연자들 대부분이 서민이라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게 나타나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역진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김 의원은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서민경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00원 인상하더라도 이번에는 1000원만 인상하고 3∼5년 경과기간을 두고 나머지 1000원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동발의 명단은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 김태원 의원, 최봉홍 의원, 이에리사 의원, 안홍준 의원, 이운룡 의원 그리고 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 김영록 의원, 박민수 의원, 인재근 의원, 이인영 의원이다.
 
담뱃값 인상은 빙산의 일각이다. 휴대전화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을 없애자고 만든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게 생겼다. 이달부터 시행된 단통법의 취지는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현상과 소비자 간 불평등을 바로잡는다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보조금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통행료, 수도·전기요금 등 줄줄이 인상
부족한 세수 충당하기 위해 서민만 타깃 
 
단통법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휴대전화 가격만 올려놨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여야는 단통법이 기업의 배만 불리게 했다는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단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여야 의원 중 반대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제조사와의 장려금과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을 분리 공시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지원금을 각각 분리해 공시하고, 제조사가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를 제조사별로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단통법을 대표발의 했다. 조 의원은 “법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초기부터 제도 실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 정착의 장애요인이 된다”며 (제도 정착에는) 두세 달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공동발의 명단은 전원 새누리당이다. 권은희 의원, 김성찬 의원, 김영우 의원, 김태원 의원, 김한표 의원, 남경필 의원, 안덕수 의원, 이우현 의원, 홍지만 의원이다.
 
책값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달부터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발간 18개월 이전의 신간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이를 18개월 이후 구간으로 확대, 전 분야에 정가제를 적용해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11월21일부터는 50∼60%를 넘나들던 책값 할인율이 10% 이내로 제한된다.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책 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출판 유통 구조가 투명해지고 신간 창작도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간 사재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은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공동발의 명단은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 이상직 의원, 도종환 의원, 홍종학 의원, 배기운 의원, 김재윤 의원, 전병헌 의원, 강동원 의원, 신경민 의원, 이학영 의원, 최민희 의원, 박주선 의원, 정성호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다.

정부·국회 합작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가 연내 고속도로 통행료 4.9%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수도요금, 전기요금까지 줄줄이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따른 적자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KT가 월정액제인 초고속인터넷 요금제를 부분종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되면 사용요금에 따라 사용총량에 따른 차등 요금이 적용될 전망이어서 인터넷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버택시’ 금지 논란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공유 앱 ‘우버(Uber)택시’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등은 우버택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운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여객운수를 알선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우버택시를 겨냥한 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됐다. 더불어 우버택시 운행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받는 신고포상금제도도 추가될 전망이다.
 
우버택시는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시된 이후 현재 세계 40여개국 170여 도시에서 진행 중인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풀 내지 차량공유형태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주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우버택시는 우리나라에 2013년 8월 도입됐다. 리무진 업체와 고객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택시 면허를 받지 않고 택시 영업을 하는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우버 측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라고 이를 반박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지난달 초 우버택시에 대해 영업금지 명령을 내렸다가 2주일 만에 철회한 바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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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