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고혈 짤' 다음 정책은?

담뱃값은 약과…진짜 옥죄기 지금부터!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법은 누구를 위한 걸까.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나 요즘엔 더 그렇다. ‘담뱃값 인상’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 등 논란이 된 법안이 처리되면서 서민들의 원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의 서민 주머니 털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처음 불을 당긴 건 ‘담배 값 인상’이었다. 정부가 한 갑 당 2500원인 담배가격을 내년부터 4500원으로 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확보하려는 게 아니냐는 식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담뱃값 인상 소식에 흡연자들의 심장은 내려앉았다.

취지는 그럴싸
 
지난달 11일 정부는 금연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담뱃값을 대폭 인상하고 물가상승률만큼 오를 수 있도록 물가연동제를 도입, 주요 비가격 정책으로 오는 2020년까지 성인남성흡연율을 29%까지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한 예산 확보로 이를 금연 치료에 투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담뱃값 인상 소식에 여론은 요동쳤다. ‘증세 없는 복지’를 외쳤던 정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같은 달 19일에는 한 남성이 ‘담뱃값을 올리는 순간 청와대를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를 걸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지난 1일 청와대는 담뱃값 인상으로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증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담뱃값 인상은 흡연으로 인한 국민 건강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늦었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주요 정책 중 하나”라며 “청소년 흡연이 굉장히 싼 담뱃값 때문이라는 연구는 수없이 많고 이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한 일환으로 담뱃값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서민증세가 아닌 (정책의)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흡연자들 대부분이 서민이라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흡연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높게 나타나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세부담을 지게 되는 역진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김 의원은 “청소년과 저소득층의 흡연율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현실적으로 서민경제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2000원 인상하더라도 이번에는 1000원만 인상하고 3∼5년 경과기간을 두고 나머지 1000원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동발의 명단은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 김태원 의원, 최봉홍 의원, 이에리사 의원, 안홍준 의원, 이운룡 의원 그리고 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 김영록 의원, 박민수 의원, 인재근 의원, 이인영 의원이다.
 
담뱃값 인상은 빙산의 일각이다. 휴대전화를 비싼 가격에 구입하는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을 없애자고 만든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들게 생겼다. 이달부터 시행된 단통법의 취지는 이동통신 시장의 과열현상과 소비자 간 불평등을 바로잡는다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보조금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통행료, 수도·전기요금 등 줄줄이 인상
부족한 세수 충당하기 위해 서민만 타깃 
 
단통법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휴대전화 가격만 올려놨다는 불만이 쏟아지면서 여야 정치권에서는 이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통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여야는 단통법이 기업의 배만 불리게 했다는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단통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여야 의원 중 반대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제조사와의 장려금과 이동통신사의 지원금을 분리 공시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지원금을 각각 분리해 공시하고, 제조사가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를 제조사별로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리공시제가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단통법을 대표발의 했다. 조 의원은 “법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초기부터 제도 실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제도 정착의 장애요인이 된다”며 (제도 정착에는) 두세 달 이상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공동발의 명단은 전원 새누리당이다. 권은희 의원, 김성찬 의원, 김영우 의원, 김태원 의원, 김한표 의원, 남경필 의원, 안덕수 의원, 이우현 의원, 홍지만 의원이다.
 
책값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 달부터 ‘도서정가제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현행법에서는 발간 18개월 이전의 신간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 이를 18개월 이후 구간으로 확대, 전 분야에 정가제를 적용해 할인율을 10% 이내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11월21일부터는 50∼60%를 넘나들던 책값 할인율이 10% 이내로 제한된다.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의 책 가격이 비슷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출판 유통 구조가 투명해지고 신간 창작도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간 사재기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은 도서정가제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공동발의 명단은 새정치민주연합 윤관석 의원, 이상직 의원, 도종환 의원, 홍종학 의원, 배기운 의원, 김재윤 의원, 전병헌 의원, 강동원 의원, 신경민 의원, 이학영 의원, 최민희 의원, 박주선 의원, 정성호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다.

정부·국회 합작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가 연내 고속도로 통행료 4.9%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수도요금, 전기요금까지 줄줄이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따른 적자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KT가 월정액제인 초고속인터넷 요금제를 부분종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되면 사용요금에 따라 사용총량에 따른 차등 요금이 적용될 전망이어서 인터넷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우버택시’ 금지 논란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공유 앱 ‘우버(Uber)택시’를 금지하는 법 개정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 등은 우버택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운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해 여객운수를 알선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우버택시를 겨냥한 법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됐다. 더불어 우버택시 운행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받는 신고포상금제도도 추가될 전망이다.
 
우버택시는 2010년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시된 이후 현재 세계 40여개국 170여 도시에서 진행 중인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카풀 내지 차량공유형태로 차량과 승객을 연결해주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형태로 이뤄진다.
 
우버택시는 우리나라에 2013년 8월 도입됐다. 리무진 업체와 고객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택시 면허를 받지 않고 택시 영업을 하는 위법행위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우버 측은 단순한 정보 제공이라고 이를 반박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지난달 초 우버택시에 대해 영업금지 명령을 내렸다가 2주일 만에 철회한 바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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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