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사라진 김정은 어디서 뭐하나

와병? 풍문의 진위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절뚝거리며 공개석상에 나타났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종적을 감췄다. 그의 신변과 관련된 추측성 보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평양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제12기 5차 회의 이후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김 제1비서를 두고 신변이상설 등 갖은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각종 설 무성
과연 진실은?
 
지난달 2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불편하신 몸’이라며 김 제1위원장이 현지 시찰 도중 다리를 저는 모습을 내보냈다. 이례적으로 건강이상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는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리까지 절자 뇌어혈, 발목염좌, 통풍 등 구체적 병명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29일 홍콩 <동방일보>는 김정은이 측근이자 2인자인 황병서에 의해 연금됐다는 소문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과 관련된 루머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활발하게 생산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 등에서는 “김정은이 관저에서 친위대의 습격을 받아 구금됐고, 정변은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추측성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조명록은 지난 201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이 부족해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 참석 중 국내 언론과 만나 “한미 일각에서 김정은 정권이 불안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 신변이상설에 미국 국무부는 ‘노 코멘트’ 입장을 밝혔다. 30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국내 언론과 만나 “관련 보도를 보기는 했으나 확인해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당국자들은 불확실한 루머 확산에 따른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같은 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신화망’은 평양특파원을 인용해 “현재 북한 내부는 모두 정상적이고 평상시와 다른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확인된 루머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이 보도한 대로 몸이 불편한 상태라는 점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 등 북한 외교라인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 내부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의 묘연한 행방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던 중,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 김 제1위원장이 신중국 건립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양국의 친선을 강조하는 표현이 빠져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 장성택 처형 이후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9일 올해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기존에 강조했던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라는 표현을 생략했다. 북·중 혈맹관계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북한전문대체 <NK지식연대>가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이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기간 중 중요한 보고는 그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대신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 3월 최초로 북한 매체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는 김경옥·황병서와 함께 ‘동지’로 호명돼 남한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부부장을 맡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4일에는 북한매체에 리대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보다 먼저 호명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당 중앙위 부장급 이상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통신원은 김여정의 공식직함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서기실 실장이지만, 사실상 당조직지도부 수장역을 맡고 있으며 당정치국 운영도 관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본인 주도로 지난달 6일 당정치국 긴급회의를 열어 김정은의 집중 치료를 건의했다고 통신원은 덧붙였다.
 
건강이상설 이어 신변이상설 급부상

온갖 억측 난무…각종 풍문 진위는?
 
당시 결정된 사항은 크게 4가지로, ‘봉화진료소와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정은의 건강을 빠른 시간 내에 원상 회복시키기 위해 의학적 치유에 필요한 기간동안 집중적인 특별진료를 실시’하고, ‘김정은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간부들과 일꾼들은 김정은의 방침과 지시를 책임적으로 추진하고 혁명적으로 관철해 최고수뇌부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특히 ‘진료기간 내에 김정은이 마음편히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군대와 당과 국가활동에 제기되는 중요한 보고나 제의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집중’한다는 사항 역시 담겨 있고, ‘당과 군대, 국가활동의 모든 분야에서는 김정은의 집중진료기간을 비상전투시기로 여기고 긴장하게 일하고 혁명적 경각성을 높일 것’이라는 사항도 있다.

‘서한 정치’
요양에 무게
 
김 제1위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해, 당정치국 상무위원들의 간청을 듣고 치료 제의를 수락했다고 전해졌다. 통신원은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그가 향정신성약물을 복용해 현지지도나 촬영 때는 건강이 괜찮아 보이지만, 고도비만으로 인한 심혈관질환과 간기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8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북한에서는 경풍(뇌에 이상이 생겨 손과 발, 다리 등을 저는 증상이 수반되는 병)이라 부르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원산과 강동의 가족별장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요양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아픈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면서 암살 시도를 우려해 모습을 감췄을 가능성과 가택연금 상태여서 일군의 장성들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 군부 핵심인사들이 체제 전복을 노리고 김정은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쿠데타설까지 나왔다.
 
갖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외국 의료진이 김 제1위원장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정황을 파악했다. 건강에 이상이 있기는 하지만 통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15년 만의 외무상 유엔총회 파견과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순방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제1위원장은 서한과 축전을 통해 건재함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에 서한을 보냈고 28일에는 리수용 외무상을 통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북한 정권 수립 66주년 축전에 대한 답전을 전달했다. 중국 건국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건재한 걸까. 오는 10일 열릴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 중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며 비난공세를 펼친 바 있다.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의 입이야말로 북남관계를 악화시키고 불신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첫 번째 화근”이라고 밝혔다. 정책국은 “남조선 땅에 미국상전의 핵탄을 발달시킨 주범이 그 애비이고 유신독재를 그대로 유전받아 미국의 확장된 핵억제 전략 실현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상전의 핵 타격수단들을 빈번히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연습에 광분하고 있는 장본인도 다름 아닌 그 애비의 딸인 박근혜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정세 급변 가능성↑

그가 없다면…다음은 누구?
 
정책국은 또 박 대통령의 핵 포기 요구에 “우리 핵 억제력은 이미 초정밀화·소형화단계에 진입한 상태에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놈들의 본거지와 태평양지역의 크고 작은 미제침략군사기지들을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와 수역에서 타격할 수 있는 항시적인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군대와 인민이 억세게 틀어쥔 이 핵 보검을 어째보려고 돌아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처사는 없다”고 항변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통일부를 겨냥해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뭇매를 대신 맞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를 애초에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 비난하면서 연방제통일방안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한 지 34돌을 맞이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6·15공동선언에서 북남쌍방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지금 조선반도에서 분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통일방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남조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집권유지를 위하여 각양각색의 통일론을 들고나와 통일문제를 국제화하려는 남조선당국의 흡수통일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드레즈덴선언’ 등을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통일문제를 독일 통일과 결부시키면서 흡수통일의 야망을 드러내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앞서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남측에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연방제안)’을 제안했다.
 
지난 2000년 남북은 제1차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공동선언 제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묘연한 행적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정세는 요지부동이다.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과 무용수 출신 두 번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가족관계는 친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이 있고 그밖에 이볶 누나 김혜경, 이복 형 김정남, 이복 누나 김설송, 김춘송 등이 있다. 그의 출생 정보에 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김 제1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후지모토 겐지는 1983년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그의 유학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84년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 제1위원장은 스위스 김나지움(Gymnasium)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학 당시에는 ‘박운(박은)’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2004년에는 김정일의 권유로 조선인민군 하전사로 입대해 1년6개월 동안 군복무릏 했다. 이후 하전사에서 곧바로 중장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이후 2010년 9월27일,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다음 날, 노동당 대표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및 당중앙위원 임명 절차를 거치며 김 제1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통수권 후계자로 공식 확정됐다.

묘연한 행적
향후 정세는?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었다. 이후 2012년 4월11일, 4차 노동당대표회의에서 노동당 제 1비서로 추대됐고, 이틀 후엔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추대되어 김정일의 직책을 모두 세습하며 명실상부 최고 권력자로 부상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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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