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사라진 김정은 어디서 뭐하나

와병? 풍문의 진위는?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절뚝거리며 공개석상에 나타났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종적을 감췄다. 그의 신변과 관련된 추측성 보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평양 출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반도 정세의 급변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겸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도 불참했다. 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제12기 5차 회의 이후 열린 최고인민회의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갑자기 종적을 감춘 김 제1비서를 두고 신변이상설 등 갖은 설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각종 설 무성
과연 진실은?
 
지난달 25일 북한 <조선중앙TV>는 ‘불편하신 몸’이라며 김 제1위원장이 현지 시찰 도중 다리를 저는 모습을 내보냈다. 이례적으로 건강이상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제1위원장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불참한 적이 없는 최고인민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다리까지 절자 뇌어혈, 발목염좌, 통풍 등 구체적 병명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29일 홍콩 <동방일보>는 김정은이 측근이자 2인자인 황병서에 의해 연금됐다는 소문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제1위원장과 관련된 루머는 국내보다 중국에서 더 활발하게 생산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 등에서는 “김정은이 관저에서 친위대의 습격을 받아 구금됐고, 정변은 조명록 총정치국장이 주도했다”는 내용의 추측성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조명록은 지난 2010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신빙성이 부족해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국장은 브루킹스연구소 세미나에 참석 중 국내 언론과 만나 “한미 일각에서 김정은 정권이 불안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은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제1위원장 신변이상설에 미국 국무부는 ‘노 코멘트’ 입장을 밝혔다. 30일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이 끝난 뒤 국내 언론과 만나 “관련 보도를 보기는 했으나 확인해줄 만한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당국자들은 불확실한 루머 확산에 따른 특별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같은 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신화망’은 평양특파원을 인용해 “현재 북한 내부는 모두 정상적이고 평상시와 다른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확인된 루머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언론이 보도한 대로 몸이 불편한 상태라는 점 외에는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 등 북한 외교라인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군 내부에 특별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의 묘연한 행방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던 중, 중국 국경절인 지난 1일, 김 제1위원장이 신중국 건립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양국의 친선을 강조하는 표현이 빠져 북중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 장성택 처형 이후 냉랭해진 양국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 9일 올해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을 맞아 김 제1위원장에게 보내는 축전에서 기존에 강조했던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라는 표현을 생략했다. 북·중 혈맹관계가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일 북한전문대체 <NK지식연대>가 현지 통신원을 인용해 김 제1위원장이 집중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기간 중 중요한 보고는 그의 친여동생 김여정이 대신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지난 3월 최초로 북한 매체상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는 김경옥·황병서와 함께 ‘동지’로 호명돼 남한의 차관급에 해당하는 부부장을 맡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4일에는 북한매체에 리대일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보다 먼저 호명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당 중앙위 부장급 이상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통신원은 김여정의 공식직함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서기실 실장이지만, 사실상 당조직지도부 수장역을 맡고 있으며 당정치국 운영도 관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여정은 본인 주도로 지난달 6일 당정치국 긴급회의를 열어 김정은의 집중 치료를 건의했다고 통신원은 덧붙였다.
 
건강이상설 이어 신변이상설 급부상

온갖 억측 난무…각종 풍문 진위는?
 
당시 결정된 사항은 크게 4가지로, ‘봉화진료소와 만수무강연구소는 김정은의 건강을 빠른 시간 내에 원상 회복시키기 위해 의학적 치유에 필요한 기간동안 집중적인 특별진료를 실시’하고, ‘김정은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모든 간부들과 일꾼들은 김정은의 방침과 지시를 책임적으로 추진하고 혁명적으로 관철해 최고수뇌부의 안녕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집중’하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특히 ‘진료기간 내에 김정은이 마음편히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군대와 당과 국가활동에 제기되는 중요한 보고나 제의서는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집중’한다는 사항 역시 담겨 있고, ‘당과 군대, 국가활동의 모든 분야에서는 김정은의 집중진료기간을 비상전투시기로 여기고 긴장하게 일하고 혁명적 경각성을 높일 것’이라는 사항도 있다.

‘서한 정치’
요양에 무게
 
김 제1위원장은 이 회의에 참석해, 당정치국 상무위원들의 간청을 듣고 치료 제의를 수락했다고 전해졌다. 통신원은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그가 향정신성약물을 복용해 현지지도나 촬영 때는 건강이 괜찮아 보이지만, 고도비만으로 인한 심혈관질환과 간기능 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지난 8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북한에서는 경풍(뇌에 이상이 생겨 손과 발, 다리 등을 저는 증상이 수반되는 병)이라 부르는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원산과 강동의 가족별장에서 상당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최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요양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또 <포린폴리시>는 김정은이 아픈 것이 아니라면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면서 암살 시도를 우려해 모습을 감췄을 가능성과 가택연금 상태여서 일군의 장성들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 군부 핵심인사들이 체제 전복을 노리고 김정은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쿠데타설까지 나왔다.
 
갖은 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외국 의료진이 김 제1위원장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정황을 파악했다. 건강에 이상이 있기는 하지만 통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그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15년 만의 외무상 유엔총회 파견과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유럽 순방 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김 제1위원장은 서한과 축전을 통해 건재함을 간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열린 청년동맹 초급일꾼대회에 서한을 보냈고 28일에는 리수용 외무상을 통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으로부터 받은 북한 정권 수립 66주년 축전에 대한 답전을 전달했다. 중국 건국 65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건재한 걸까. 오는 10일 열릴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 중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에 대해 반기를 들며 비난공세를 펼친 바 있다. 당시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박근혜의 입이야말로 북남관계를 악화시키고 불신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첫 번째 화근”이라고 밝혔다. 정책국은 “남조선 땅에 미국상전의 핵탄을 발달시킨 주범이 그 애비이고 유신독재를 그대로 유전받아 미국의 확장된 핵억제 전략 실현에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상전의 핵 타격수단들을 빈번히 끌어들여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연습에 광분하고 있는 장본인도 다름 아닌 그 애비의 딸인 박근혜 자신”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정세 급변 가능성↑

그가 없다면…다음은 누구?
 
정책국은 또 박 대통령의 핵 포기 요구에 “우리 핵 억제력은 이미 초정밀화·소형화단계에 진입한 상태에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미국 놈들의 본거지와 태평양지역의 크고 작은 미제침략군사기지들을 임의의 시각에 임의의 장소와 수역에서 타격할 수 있는 항시적인 임전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군대와 인민이 억세게 틀어쥔 이 핵 보검을 어째보려고 돌아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처사는 없다”고 항변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통일부를 겨냥해 통일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뭇매를 대신 맞아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를 애초에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통일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정부의 통일방안에 대해 비난하면서 연방제통일방안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1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이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제시한 지 34돌을 맞이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변인은 “6·15공동선언에서 북남쌍방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과 남측의 연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지금 조선반도에서 분열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통일방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남조선에서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집권유지를 위하여 각양각색의 통일론을 들고나와 통일문제를 국제화하려는 남조선당국의 흡수통일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했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드레즈덴선언’ 등을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한반도 통일문제를 독일 통일과 결부시키면서 흡수통일의 야망을 드러내지 말라는 주장이었다. 앞서 북한 김일성 주석은 1980년 10월10일 조선노동당 제6차대회에서 남측에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연방제안)’을 제안했다.
 
지난 2000년 남북은 제1차 정상회담 결과물인 6·15공동선언 제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 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김 제1위원장의 묘연한 행적까지 겹치면서 한반도 정세는 요지부동이다.
 
김 제1위원장은 김정일과 무용수 출신 두 번째 부인인 고영희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가족관계는 친형 김정철, 여동생 김여정이 있고 그밖에 이볶 누나 김혜경, 이복 형 김정남, 이복 누나 김설송, 김춘송 등이 있다. 그의 출생 정보에 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김 제1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후지모토 겐지는 1983년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는 그의 유학시절 여권 등을 근거로 84년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김 제1위원장은 스위스 김나지움(Gymnasium)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유학 당시에는 ‘박운(박은)’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2004년에는 김정일의 권유로 조선인민군 하전사로 입대해 1년6개월 동안 군복무릏 했다. 이후 하전사에서 곧바로 중장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이후 2010년 9월27일,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임명됐다. 그리고 다음 날, 노동당 대표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및 당중앙위원 임명 절차를 거치며 김 제1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통수권 후계자로 공식 확정됐다.

묘연한 행적
향후 정세는?
 
2011년 12월17일, 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되었다. 이후 2012년 4월11일, 4차 노동당대표회의에서 노동당 제 1비서로 추대됐고, 이틀 후엔 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에 추대되어 김정일의 직책을 모두 세습하며 명실상부 최고 권력자로 부상했다.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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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