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인도 모르는 불법 동물화장터 실태

그린벨트서 불타는 강아지 사체 '헉~'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어느덧 애완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애완동물 시장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애완동물이 하나의 가족으로 인식되면서 동물장묘업도 성행 중이다. 현재 동물화장터는 전국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몇몇 화장터가 정식허가를 받지 않은 채 불법으로 은밀하게 영업을 이어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물화장터를 둘러싼 문제점을 짚어봤다.


 
애완동물을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펫팸(Pet과 Family의 합성어)족’이 늘면서 자연스레 관련 업계가 춤추고 있다. 펫팸족은 애완동물 장례까지 치른다. 애완동물을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고 수시로 들러 애완동물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된 것이다. 

24시간 가동
불법 화장터
 
그런데 동물보호법에 위반되는 불법 동물화장터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한 A동물화장터를 찾았다. 불법으로 알려진 A동물화장터는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었다. 주변엔 온통 인쇄공장뿐이었다. 주변공장과 어울리지 않는 밝은 색 간판을 내걸고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었다.
 
A동물화장터 사무실은 가정집과 비슷한 구조였다. 넓은 거실에 있던 한 직원이 물어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동물화장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자 이 직원은 가장 먼저 애완동물의 몸무게를 물어봤다. 그는 “아이(애완동물)가 5kg 이하면 15만원”이라며 “1kg 초과 시 1만원이 추가된다”고 설명했다. 이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추모실에 도착했다. 내부는 엄숙했다. 숨진 애완동물을 눕힐 관과 함께 여러 동물들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직원은 “이곳에서 엄숙하게 추모식이 진행된다”며 “주인의 종교에 따라 예식은 조금씩 다르다”며 보통 10분에서 15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추모실을 나와 화장터로 이동했다. 화장터는 그리 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화장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직원에 따르면 화장은 10분 내로 끝난다. 즉 애완동물 장례식은 방문과 동시에 20∼30분 내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A동물화장터 직원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아이가 하늘나라로 가면 바로 연락을 달라”며 “픽업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A동물화장터 직원의 설명을 들은 뒤 시내로 향했다. 시민들은 A동물화장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동물화장터의 존재 자체에 놀란 표정을 짓는 이들도 많았다. 그만큼 아직은 생소한 애완동물서비스인 것이다. 그런데 A동물화장터가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고자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들어가 동물장묘업으로 정식 등록된 업체를 확인한 결과 A동물화장터는 정식으로 등록이 되지 않은 업체였다. 정식 등록 업체는 (주)동물사랑 대구러브펫(대구시 달서구), (주)위디안(경기도 김포시), 페트나라(경기도 김포시), 월드펫(경기도 김포시), 굿바이펫(충북 제천시), 에이지펫(충남 천안시), 예산 위드엔젤(충남 예산군), 러브펫(경기도 광주시), 아롱이천국(경기도 광주) 등이었다.

위반사항 적발
영업 막진 못해
 
그러나 이 자료만으로 불법성 여부를 확인하는 건 무리였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9개의 장묘업체 외에 다른 동물장묘업체의 불법성은 해당 지자체에 문의해야 한다”고 했다. 사이트에는 등록이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해당 지자체인 고양시청 관계자에게 A동물화장터 불법성 여부를 문의한 결과 불법이 맞았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A동물화장터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업체가 맞다”며 “동물보호법 위반사항이 있어 경찰과 합동 단속을 벌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올해 관련 민원이 빗발쳐 경찰과 수사를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A동물화장터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불법이 맞지만 영업행위 자체를 막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B동물화장터도 불법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 관계자는 “거모동에 있는 애견화장터 건물은 그린벨트 지역에 지어졌기 때문에 불법이 맞다”며 민원을 받아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고발 외에 추가적인 조치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동물화장터는 불법으로 고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애완동물도 가족…동물장묘업 성행
무허가 화장터 전국 곳곳서 운영중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C동물화장터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식으로 허가를 받기 위해 등록을 진행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로 밤에 몰래 영업을 했었다”며 “동물보호법위반으로 고발된 상태”라고 했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D동물화장터도 사정은 비슷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전용 장례식장, 화장장, 납골시설 등 동물장묘업체 또한 등록신청서에 시설과 인력면세 등을 첨부해 관할 시·군·구에 등록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사항도 법으로 정해져 있다. 동물장묘업 등록제는 2008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나날이 증가하는 애완동물의 시체를 인도적·위생적으로 처리해 환경오염 및 공중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재 전국에는 270여개의 동물장묘업체가 있다. 이들 업체는 보통 사체 크기에 따라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요금을 받고 장례절차를 대행해준다. 모든 절차는 사람의 장례식과 똑같이 진행된다. 사체 운구부터 입관식, 매장 혹은 화장까지가 그렇다. 추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 장례전용 리무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많은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많은 업체 중 정식으로 인허가를 받은 업체는 매우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물장묘업체로 정식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도시계획, 주거지역, 상수원, 장사법률, 건축법 등 다양한 인허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정식 업체로 동물장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애완동물시장 확대에 따라 이러한 시설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동시에 혐오하기도 한다. 일종의 님비(NIMBY: 지역 이기주의)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동물화장터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자기 집 주변에 화장터가 들어오는 걸 좋아할 주민은 없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애완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한다. 아무 데나 묻으면 벌금형에 처해진다. 동물병원에서 사망할 경우엔 1kg당 1만원을 내면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해준다.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은 동물장묘서비스를 택한다. 그러나 동물장묘업 시장은 기반이 약하다. 아직 체계를 잡지 못한 것이다. 

까다로운 절차
인허가 딜레마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3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동물보호법 대상인 개의 숫자는 약 127마리다. 이 중에서 약 43만마리가 등록된 상태이며 해마다 12∼13만마리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다른 동물을 더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동물관리사, 장례지도사 등 애완동물 관련 직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 동물 케어서비스 업체가 고양시 동물보호축제에 참여한 시민 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4.7%가 동물 장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의료폐기물로 처리되는 극히 일부 동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동물들이 가정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져 버려지거나 인근 뒷산에 암매장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려동물의 숫자와 매년 폐사되는 적지 않은 수의 반려동물을 고려하면 반려동물 사체처리 문제는 공공위생뿐만 아니라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현재와 같은 반려동물 사체처리 제도는 현실과 많은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가 애완동물을 위한 공공장묘시설을 설치·운동하고 국가가 필요한 경비를 일정 부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온다.
 
고발해도 버젓이 배짱영업
“인허가 받기 어렵다” 호소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공설 동물장묘업체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기존의 민간시설과 영역이 겹치고 기득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기득권 침해가 문제가 된다면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 사설장례장과 공공장례장의 업무 범위를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국도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특히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애완동물 수는 2003년부터 2013년 사이 9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집계된 중국의 애완동물 수는 1억5000만마리다.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국가에 등록해야 하지만 등록 없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있어 중국의 애완동물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판매액은 900억위안으로 한화 14조6979억원에 달한다.
 
중국의 애완동물 장례 서비스 가격은 100위안에서 1500위안까지 다양하다. 지난 2008년 1월1일 죽은 애완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며, 관련 사항 위반 시 법적 조치를 내리는 동물방역법이 실시됐지만 베이징 창핑, 따싱 등 교외지역에 애완동물 전용 묘지가 생기고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매년 처리해야 하는 애완동물 사체는 약 1000만 마리 이상이다. 환경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중국 정부는 해외의 애완동물 사체 처리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 

현실 고려한
제도 보완 필요
 
프랑스의 경우,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 60%는 정원에 묻거나 직접 장례를 치루지만 나머지 40%는 정부가 계약을 맺은 동물화장터에서 처리해 여기에 쓰이는 재원을 세금으로 충당했다. 처음에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한 해 수백만 마리를 화장하는 데 프랑스 정부는 부담을 느꼈다. 결국 지난 2005년, 프랑스 정부는 법을 개정해 반려동물 화장에 20만원가량을 부담하도록 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사설장례장을 이용하고 일반 시민들은 낮은 가격의 공공장례장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현행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반려동물 사체를 ‘생활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일본처럼 반려동물을 사체에 일정 수수료를 징수하고 동물사체소각로에서 별도로 소각하는 방안도 있다. 애완동물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환경보호와 동물복지 차원에서 반려동물장례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전용 채널 ‘도그TV’ 등장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에 개들이 볼 수 있는 ‘도그TV’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존 케이블 TV들에 이어 통신 3사들도 다음달까지 모두 IPTV를 통해 도그TV 서비스를 시작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도그TV 서비스를 시작해 20일 만에 가입자 2400명을 넘어섰다. KT는 다음달 1일, LG유플러스도 다음달 말에 각각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케이블TV는 올 2월부터 일찍 뛰어들었다. CJ헬로비전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2월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4월에 태광 티브로드, 7월 울산중앙방송, 지난달 현대 HCN과 대구 푸른방송이 각각 도그TV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제주방송도 시험방송 중이다. 이처럼 UT업체들과 케이블TV업체들이 도그TV를 서비스하는 이유는 부가 수익 때문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애완견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가 늘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견주가 집을 비울 때 혼자 남는 개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틀어주는 용도로 많이 이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도그TV는 개의 심리상태를 치료할 목적으로 지난 2009년 이스라엘 PTV미디어가 과학자와 동물 행동 심리학자, 애견전문가 등과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본격적인 TV방송은 2012년 2월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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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