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말년에 체면 구긴 박희태 전 국회의장

만지긴 만졌는데 성희롱은 아니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 장본인이자 새누리당 상임고문인 박희태(76) 전 국회의장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골프장 캐디 A씨의 신체 부위를 수차례 만진 게 알려지면서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박 전 의장은 “손녀 같아서 귀엽단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불렀다.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말년에 먹구름이 제대로 꼈다.
 
지난 11일 오전 10시께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캐디 A씨의 신체를 함부로 만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다음날인 12일 해당 골프장 측은 “전날 오전 8시30분 박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남자 2명과 여자 2명이 라운딩을 시작했고 9번째 홀에서 라운딩을 함께하던 A씨가 캐디 마스터에게 교체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골프장 측은 9번째 홀에서 A씨를 다른 캐디로 교체했다. 골프장 측은 “교체 요청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문변호사를 통해 A씨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가슴 한번 
툭 찔렀을 뿐“
 
김 전 의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A씨의 동료들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분개하는 상황이다. A씨의 동료 B씨는 “어제 ‘동료가 성추행을 당했다’는 소문이 골프장 전체에 퍼졌다”며 “제대로 된 경찰 조사가 이뤄져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몇 년 전에 내가 모시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행실이 과히 좋지 않았다”며 “캐디 동료들 사이에서 기피 고객으로 소문이 났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의장은 사건 당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날 밤 A씨를 다시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수습을 시도했지만, 이룬 것이 없었다고 전해졌다.
 

A씨는 성추행을 당한 다음날인 12일 오후 3시30분께 원주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당한 피해신고를 접수했고, 피해자 진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박 전 의장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의장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경찰 관게자는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는 상관없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상당한 정황과 진술이 있다”고 말했다.
 
수사를 맡은 강원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16일 박 전 의장을 피혐의자(피내사자) 신분으로 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박 전 의장은 10일 이내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하지만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박 전 의장이 출석요구에 응할 때 까지 2차, 3차 출석 요구서를 추가로 발송할 계획이다. 경찰은 골프장 측 등 참고인 조사까지 완료한 상태다.
 
또 경찰은 박 전 의장의 소환조사 이후 정식 입건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6월부터 성범죄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해도 수사기관이 인지해 처벌에 나설 수 있게 된 점도 입건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골프장 캐디 추태 일파만파
궁색한 해명에 비난의 화살 
 
지난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위원장 남윤인순)는 성명을 통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세월호 사고와 국회 파행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의 상임고문은 골프나 치고, 성추행 사건까지 일으키고 있다. 집권여당의 정국 상황 인식 수준에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다음날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일이 수없이 반복돼온 새누리당 관련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4대악을 척결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언이 무색할 정도로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성추문 파문이 연이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뻔뻔한 해명
 
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박희태는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 ‘등허리나 팔뚝을 만진 것은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싶다’고 하는 등 자신의 행위가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한편 ‘그때 한 번만 싫은 표정을 지었으면 그랬겠냐. 전혀 그럼 거부감이나 불쾌감을 나타낸 일이 없다’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박 전 의장을 비판했다.
 
또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그간 정치인은 자신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을 때 이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친밀감의 표시였다’고 발뺌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다. 또한 사건 처리과정에서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그 결과 유야무야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19일 새정치민주연합은 허영일 부대변인 ‘법은 만민 앞에 평등해야 한다’며 논평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들의 우발적 행동보다 골프 치면서 홀마다 성추행을 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님의 죄질이 더 무겁다”면서 “박희태 전 의장의 행적과 언행에는 증거인멸의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에 경찰은 박 의장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해야,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에 대해 법의 원칙적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경찰의 과잉의지와 정권 눈치보기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도 지친다”며 “개미지옥을 파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개미귀신을 보는 것 같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사건 발생일부터 현재까지 박 전 의장의 성희롱 고소 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의장 캐디 성추행 논란은 부끄럽게도 외신을 탔다. 미국의 국제적인 골프뉴스 사이트 <골프뉴스넷>이 지난 14일 ‘한국 유명 정치인 여성 캐디 성추행 혐의’라는 제목으로 박 전 의장의 얼굴과 함께 성추행 소식을 올렸다고 외신전문사이트 <뉴스프로>가 18일 전했다. <골프뉴스넷>은 인터넷 뉴스와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미국에 2600만명, 해외에 수백만명의 네티즌들에게 서비스하는 사이트다. <골프뉴스넷>은 박 전 의장이 2012년 당권다툼에서 동료 당원들을 매수한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도 덧붙였다.
 
박 “싫은 표정 아니었다” 
캐디 “홀마다 더듬었다”
 
박 전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전당대회 직전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을 통해 같은 당 고승덕 전 의원실에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1심과 2심에서 모두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장은 이명박 정부 말기 특별사면을 받았다.
 
박 전 의장이 돈봉투를 뿌린 사실이 알려지게 된 건 고승덕 전 의원이 <서울경제>에 ‘로터리 칼럼’을 쓰면서부터였다. 그는 칼럼에서 “한번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필자에게 봉투가 배달됐다. 어느 후보가 보낸 것이었다. 상당한 돈이 담겨 있었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 필자는 어차피 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 후보에게 투표했다.
 
문제는 그 후 벌어졌다. 당선된 후보가 필자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했다. 이상했다. 지지했는데 왜 그렇게 대할까. 정치 선배에게 물어보니 돈을 돌려보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까지도 그 선배의 냉대는 계속되고 있다. 필자에게 죄가 있다면 당내선거에서 돈을 말없이 돌려주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몰랐던 점”이라며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문제점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고 전 의원의 말은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부분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이다.


한나라당 간판 바꾼
돈봉투 사건의 주범
 
박 전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2008년 친이계는 실제로 자신들을 대표할 인물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가 박 전 의원을 공식후보로 추대했고, 그해 전당대회에서 친이계의 지지를 받은 박 전 의장이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됐다. 300만원 돈봉투를 전달한 김효재 전 정무수석은 박 전 의장이 당 대표가 되자, 당 대표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박 전 의장 돈봉투 사건은 당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혁신 작업에 매진하던 새누리당에게 엄청난 악재로 작용했다. 박 전 의장은 국회의장 신분으로 무당적 신분이었지만 새누리당에서 6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이를 두고 ‘친이계(친이명박) 죽이기’라는 당내 논란까지 겹치며 해묵은 친이-친박 계파갈등이 임계점으로 치달았었다.
 
때문에 새누리당은 이 사건을 즉각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등 박 전 의장의 ‘결자해지’를 바랐지만 통하지 않았다. 당시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 전 의장은 “문제가 된 이 사건은 4년 전의 일이다.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국회의장 사퇴 요구’도 일축했다. 그저 총선불출마 입장만 밝혔던 것이다.
 
6선 의원에 국회의장

돈봉투 파문으로 망신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국회문제이므로 여야 원내대표들이 조속히 현명하게 처리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약속했던 정치쇄신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년 만에 새누리당은 박 전 의장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면서 당의 ‘어른’으로 모셨다. 정치쇄신 역행의 꼭지점을 찍었던 것. 이는 지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개정한 당헌·당규나 윤리강령에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당원규정 7조는 ‘공사를 막론하고 품행이 깨끗한 자’ ‘과거의 행적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지 아니하는 자’로 당원자격심사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정경선 의무를 명시한 윤리강령 13조에는 “당직 또는 공직후보자 경선에 출마하는 자는 공정한 경선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하며”라며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 행위 첫 머리로 올려놨다.
 
박 전 의장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3회 고등고시 법학과에 합격해 오랫동안 검사로 재직했다. 그는 1988년 총선에서 민주정의당에 영입돼 고향 남해군이 포함된 남해군·하동군 선거구에 출마해 제13대 국회에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초선 때인 88년 12월부터는 당 대변인을 맡아 4년3개월간 직을 수행했다. 대변인 시절에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등의 정치 조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93년에는 김영삼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으나, 이중국적을 가진 딸이 이화여대에 특례입학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돼 장관 취임 10일 만에 사퇴했다.
 
같은 해 말부터 94년 초 사이에는 당시 민주당 김원웅 의원이 여야의원 137명의 서명을 받아 반민법의 취지를 이어받은 ‘민족정통성회복특별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강력한 저항에 밀려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김 전 의장이 완강히 심의를 거부해 아예 상정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정치 9단이…
순식간에 몰락
 
14, 15, 16, 17대 선거에서 내리 당선되면서 국회 내 입지를 굳혀간 그는 17대 시절에는 국회부의장직도 수행했다. 5선을 기록한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중진의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8년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갈등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7월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정몽준 의원을 제치고, 한나라당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경남 양산 재출마를 선언으로 당 대표직을 사퇴했다. 2009년 10월28일 양산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내세운 친노 후보 송인배에게 쫓기며 고전하다 3000여표 차(3만801표(38.1%), 송인배 2만7502표(34.1))로 가까스로 당선되면서 6선이라는 진기록을 세웠고, 당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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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