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제2의 히딩크’ 기대되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벼랑 끝 몰린 한국축구를 부탁해~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이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원할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선수 시절에 비해 지도자로서의 커리어가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한국축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만큼은 알아줘야 한다. 열린 자세로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고 공언한 그의 다짐이 현실이 될 지는 앞으로 남은 평가전과 아시안컵의 결과가 증명할 것이다.
 
지난 5일 대한축구협회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을 선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2007년 핌 베어벡 감독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외국인 감독이다. 독일 출신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1991년 1월 데트마르 그라머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이후 23년 만이다.

7년 만에 찾아온
외국인 감독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 호텔 킨텍스에서 슈틸리케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한국에서의 첫 공식 활동이었다. 다소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어 통역의 부재로 스페인어로 30여분 간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다시 강국이 될 거라 믿지 않았으면 감독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축구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외국인 감독이 새로 오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쁜 예로 어떤 지도자는 돈이나 명예 때문에 한국에 올 수도 있다. 나는 매 경기 이긴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 경기 열심히 일하고 좋은 결과를 가져 오겠다고 약속하겠다”라며 솔직 담백한 각오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에서 프란츠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언급될 정도”라며 “독일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하면서 1982년 월드컵 준우승에 올라가는 등 화려한 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전 감독이 사퇴한 뒤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을 유력한 후보로 손꼽고 협상을 벌였지만 세부 조건에 대한 견해 차이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비공개 협상을 통해 차순위 후보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초 유력한 후보였던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에 비해 명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한국 축구를 일으키고자 하는 태도만큼은 남다르다는 평가다. 그간 외국인 감독이 보여주지 못했던 차별화된 모습으로 한국 축구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임 축구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슈틸리케는 앞서 지난 6일(한국시간) 독일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는 위대한 축구 열정이 있다”며 “내가 일을 시작하는 데 좋은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독일 축구 전설적 존재 베켄바워 후계자
최강군단 DNA로 멈춘 한국축구 움직일까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축구협회 관계자의 자격으로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본선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기억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처럼 열정이 뜨거운 곳에서는 어떤 성과가 반드시 산출되기 마련”이라며 한국축구 팬들의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던 한국축구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멀리서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다”며 “한국에 건너가 가까이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한국선수들의 경험부족에 대해서는 언급했다. 그는 특히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을 한국 축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분데스리가 선수들로 거명했다.

기존 코치진과 호흡
빠른 적응이 관건
 
슈틸리케 감독은 계약기간인 2018년까지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지낼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장에 진득하게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라고 알려진다. 진정 감독직을 수행하기 위해선 선수들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의 이러한 마음가짐이 다른 후보를 제치고 지휘봉을 잡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할 코치진 구성도 마무리됐다. 기존에 있던 신태용(44) 코치 외에도 홍명보호에서 코칭스태프로 활약했던 박건하(43) 코치와 김봉수(45) 골키퍼 코치가 신임 사령탑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자신과 함께 해왔던 아르헨티나 출신의 카를로스 아르무아(65) 수석코치를 대동할 예정이다. 그의 사령탑으로서 공식 일정은 내달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루과이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관전했다. 그는 태극전사들과의 첫 만남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차두리, 손흥민, 기성용 선수의 활약이 눈부셨다. 차두리는 마르틴 카세레스(유벤투스)가 버틴 우루과이의 왼쪽을 쉼 없이 괴롭히면서 ‘차미네이터’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스피드와 몸싸움 등에서 우외를 보이며 완벽에 가까운 철통 수비를 선보였던 것이다.
 
손흥민은 특유의 드리블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흔들며 빠른 스피드와 정확도 높은 슈팅으로 경기의 흐름을 리드했다. 기성용은 공격과 수비를 넘나들며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를 전담마크하며 근성의 땀을 흘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은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다음 날인 9일 국내에서 머물 숙소 후보지 3∼4군데를 돌아봤다.
 
그리고 10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아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울산 현대전을 직접 관전했다. 국내축구 분위기를 살피면서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와 K-리거들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는 K-리그의 좋은 재목 발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개혁의 바람의 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차례로 지켜본 슈틸리케 감독은 “중요한 건 한 가지 스타일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떤 날엔 짧은 패스로 경기를 이끄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날엔 공중 볼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은 3박4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11일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오는 24일 재입국해 인천아시안게임을 관전하고 10월 A매치 준비에 들어간다. A매치에 나설 멤버를 구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복 없는 안정적 플레이
좋은 결과 ‘실리축구’ 추구
 
슈틸리케 감독은 앞으로 다가올 수차례 평가전을 통해 국내파와 해외파 선수들의 윤곽을 잡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작부터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우선 10월10일 파라과이전, 10월14일 코스라티카전을 거쳐야 하고 11월14일 요르단전, 11월 18일 이란전을 치러야 한다. 특히 내년 1월4일부터 26일까지(한국시간) 호주에서 열리는 2015 AFC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의 본격적인 첫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호주·오만·쿠웨이트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내년 1월10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를 시작으로 쿠웨이트·호주와 차례로 맞붙는다. 다가올 아시안컵이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눈팅
앞으론 슈팅
 
올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토니 크로스가 자국 명문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 스페인 무대로 진출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 된 슈틸리케 감독을 언급하기도 했다. 크로스는 독일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레알의 하얀 옷을 입고 내 아이돌들이 한때 뛰었던 팀의 미래가 되고 싶다”면서 “특히 레알에는 내가 롤모델로 여기는 독일 출신 선수들이 발자취를 남겼다. 바로 울리 슈틸리케, 권터 네처, 그리고 폴 브라이트너가 그들이다. 그들이 남긴 레알의 영광을 드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크로스는 “레알은 신화적인 구단이며 영광스러운 과거와 나를 흥분케 하는 미래를 동시에 보유했다”며 “현재 팀 또한 개개인 기량은 물론 팀으로 뭉쳤을 때 대단한 투지와 정신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크로스가 슈틸리케에게 존경심을 나타낸 이유는 간단하다. 슈틸리케가 과거 레알 시절 오늘날 크로스와 마찬가지로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지능적인 경기 운영 능력으로 팀을 이끄는 ‘플레이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입국 후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독일 출신이면서도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 출신 수석 코치를 데려올 예정이라고 밝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축구계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다양한 리그의 팀을 지도했지만 자국 클럽은 츠바이트리가(2부리그) 발트호프 만하임을 1년 이끈 게 전부라는 점도 의혹의 대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일 독일 스포츠 전문매체 <스포르트아인츠>와의 인터뷰를 통해 입을 열었다. 
 
“지난 1977년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독일)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입단하면서 독일에선 ‘탈영병’으로 간주됐다. 당시 나는 스물 둘이었다. 그렇게 스페인에서 8년을 뛰었고 이후엔 스위스에서 9년간 선수와 감독을 경험했다.” 
 
해외생활이 길어지면서 배신자 꼬리표를 떼기가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1970년대의 묀헨글라트바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유럽 최강자로 군림했다. 이 기간 묀헨글라트바흐는 리그 우승 5회(70·71·75·76·77년), 준우승도 2회(74·78년)를 기록했다. 독일을 대표하는 유망주가 떠나자 독일인들은 그에게 ‘탈영’의 꼬리표를 붙이며 비난의 화살을 쏟았다. 그가 마드리드에 거주하며 아르헨티나 코치를 선택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그랬던 그가 독일로 돌아가 8년간 각급 유소년 대표팀(U-19·20·21)을 맡을 수 있었던 계기는 직속 선배 베르티 포그츠(68·현 아제르바이잔 감독) 덕분이었다.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포그츠와 슈틸리케는 묀헨글라트바흐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2년 전임자였던 포그츠 감독이 불러줘 독일 21세 이하(U-21) 대표팀과 인연을 맺었다.

위기의 한국축구
기사회생 가능할까
 
현역 시절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했다. 그는 1977년~85년까지 스페인 프로축구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프라메라리가에서 외국인 선수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다.
 
독일 축구의 전설적인 존재 베켄바워의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10년간 독일 대표선수로 A매치 42경기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88년 은퇴한 그는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이후 스위스와 독일 등에서 클럽 감독으로 지도자 경력을 쌓았다. 독일대표팀 수석 코치와 코트디부아르 감독도 역임했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는 카타르리그의 알 사일리아와 알 아라비 감독을 지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낮은 자세로 거창한 목표를 남발하지 않았지만 지휘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모든 감독들이 여러 문제들을 갖고 있다. 한 경기만 패배하고도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려운 결과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잘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볼점유율이 몇 %인지 패스를 몇 번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승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에서 어떤 전술과 스타일을 구사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그가 ‘이기는 축구’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실리주의자임은 확실해 보인다.
 
<khlee@ilyosisa.co.kr>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출생
▲1972∼1977 보루시아 뮌헨글라트바흐(독일)
-리그우승 3회(1975, 1976, 1977), UEFA컵 우승 1회(1973)
▲1977∼1985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리그우승 3회(1978, 1979, 1980), UEFA컵 우승 1회(1985)
▲1985∼1988 뇌샤텔 그자막스(스위스)
-리그우승 2회(1987, 1988)
▲1975∼1984 독일 국가대표팀(42경기 출전, 3득점)
-1980 UEFA 유럽 챔피언십 우승, 1982 FIFA 월드컵 준우승
▲1989∼1991 스위스 국가대표팀 감독
▲1992∼1994 뇌샤텔 그자막스(스위스) 감독
▲1994∼1996 SV 발트호프 만하임(독일) 감독
▲1996 UD 알메리아(스페인) 감독
▲1998∼2000 독일 국가대표팀 수석코치 
▲2000∼2006 독일 유소년대표팀 감독
▲2006∼2008 코트디부아르 국가대표팀 감독
▲2008 FC 시옹(스위스) 감독
▲2008∼2010 알아라비 SC(카타르) 감독
▲2010∼2012 알사일리아 SC(카타르) 감독
▲2013∼2014 알아라비 SC(카타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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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