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르포> 다인종 섞여 노는 ‘홍콩 밤거리’ 스케치

만취한 반라녀 다짜고짜 스킨십 "진짜 홍콩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홍콩의 압구정동 ‘란콰이퐁’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유흥가로 손꼽힌다. 해가 저물면 동양인지 서양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축제의 장을 연다. 클럽, 펍, 라이브하우스 등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대기해도 소용없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굳이 클럽에 입장하지 않아도 거리에서 클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란콰이퐁의 열기를 <일요시사>가 직접 느껴봤다.

보통 황홀함을 ‘홍콩’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홍콩가자’는 말은 이미 대명사가 된 지 오래. 그런데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란콰이퐁’일 것이다. 홍콩에서 가장 황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란콰이퐁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는 행상인이 밀집해 있던 센트럴의 작은 구역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돼 현재는 클럽, 펍, 레스토랑이 즐비한 아시아 최고의 유흥가로 탈바꿈했다.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존재감 만큼은 홍콩을 집어 삼킬정도다. 국내외 핫 스타들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란콰이퐁. ‘홍콩’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뜨거운 홍콩여름 밤의 진수를 맛보고자 지난 15일 란콰이퐁을 찾았다.

홍콩의 중심
젊음의 거리
 
홍콩 센트럴역 D2출구 오른쪽으로 나와 홍콩섬 중심 방향으로 길을 따라 5분쯤 걷다보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간판과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 그리고 명품매장이 나온다. 여기서 표지판에 따라 란콰이퐁 방향의  언덕으로 향했다. 골목골목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젊은 남녀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맥주병을 쥔 채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사실 한국의 강남이나 홍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분위기여서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란콰이퐁 초입에선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현지인의 길 안내에 따라 길게 늘어진 언덕 위 계단을 오르는 순간, 어두컴컴한 골목길에 퍼지던 음악의 진원지에 가까워짐을 느꼈다.
 
아시아 최고의 쾌락지구 ‘란콰이퐁’
취한 여성들 사냥감 찾아 밤새 배회
 
언덕 위 계단을 나와 고개를 치켜들자 진정한 란콰이퐁의 모습이 펼쳐졌다. 수많은 클럽, 펍 등에서 흘러나온 클럽 음악이 한데 뒤섞여 묘한 울림이 퍼져 있었다. 빼곡한 인파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기자의 몸도 어느새 인파를 향해 강렬한 음악과 함께 언어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란콰이퐁 중심가엔 정체불명의 주사기를 입에 물고 있는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알록달록한 칵테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리에서 주사기 칵테일을 판매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사람들은 맥주 혹은 양주를 손에 쥔 채 홍콩의 밤을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들처럼 술을 구하고자 인근 편의점을 향했다. 란콰이퐁 편의점 줄은 길게 늘어져 도저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술을 구매하기 위한 외국인의 행렬이 계속 이어졌고 저마다의 언어가 울려 퍼져 계산대는 혼비백산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쉴 새 없이 계산하면서 동시에 맥주 박스를 이리저리 나르면서 빈 냉장고를 술로 가득 채웠다.

거리에 널 브러진

술병과 그녀들…
 
편의점 바로 앞에는 포옹하며 키스하는 남녀, 쪼그려 앉아 양주를 따라 마시는 사람, 양손에 맥주를 들고 온몸에 뿌리는 사람 등 다양한 취객들이 진상을 부리기도 했다. 편의점 주변엔 사람들이 먹고 버린 술병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심지어 사람도 굴러다녔다. 많은 이들이 취해 있기 때문에 다소 거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깨 부딪힘 등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밀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 갈등은 삽시간에 원만히 해결된다. 그리고 언제 싸웠냐는 듯이 맥주병을 맞대며 “치어스!’를 외친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이 란콰이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란콰이퐁에선 취하지 않은 채 거리를 걷는 게 어색할 정도로 취객이 넘친다. 그래서 이곳을 처음 찾은 이들은 취기를 빨리 올려 어색함을 씻고자 처음부터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길거리에 양주병이 널브러져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길거리 문화는 란콰이퐁을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란콰이퐁의 진면목은 클럽에서 나온다.
 
란콰이퐁 입구부터 20분 동안 쾌락지구 구석구석을 돌아본 결과 소문대로 수많은 클럽이 밀집해 있었다. 또 간판은 ‘펍’이지만 내부는 클럽인 곳도 다수였다. 일부 펍에서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반 클럽은 한국의 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클럽 입장을 대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얼핏 이태원과 비슷하지만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술집마다 ‘광란의 파티’
여기저기서 진한 스킨십
국적 물어보면 ‘코리안’
 
클럽주변에는 택시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불금을 보내기 위해 란콰이퐁에 도착한 클럽녀들이 하나 둘 내렸다. 밀착 원피스 차림이 대세였다. 그녀들의 매끈한 몸매는 주변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홍콩 클럽 입장료는 200홍콩달러(한화 2만6000원 선)에서 600홍콩달러(한화 8만원 선)까지 형성돼 있었다. 이 금액은 남성에게만 해당된다. 여성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한 클럽에만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클럽 ‘수질’을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다. 빈손으로 가도 밤새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장상태가 불량(?)하면 클럽 입구만 구경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남녀모두에게 해당된다. 실제로 기자는 샌들을 신고 M클럽에 갔다가 퇴짜를 먹었다. 웃돈을 제시하며 입장을 재차 요구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물 좋은 클럽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부터 체크해야 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복장이 부적합해도 예쁘다면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 

서양남 찾아…
혼 빼고 ‘헤벌레’
 

클럽을 배회하는 여성 중 피부가 하얀 동양여성은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일 확률이 높다. 패션만으로도 충분히 구별이 가능할 정도. 열이면 아홉이 그랬다. 동양여성이 몰려 있는 곳엔 어김없이 한국말이 들렸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는 서양 남성들이 득실거렸다. 한국여성들이 몰려간 H클럽을 따라가 봤다. 내부는 여느 클럽과 비슷했지만 성비는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특히나 한국인이 많았다. 반면 한국인 남성은 찾기 힘들었다. 클럽 내 남성 대부분은 서양인이었다.
 
클럽에는 발정 난 남녀가 넘쳤다. ‘부비부비’ 그 이상의 스킨십이 곳곳에 포착됐다. 서양남성들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아무렇지 않게 동양여성들의 가슴을 주물렀다. 다소 위험한 행동이었음에도 동양여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드카를 마시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킨십의 강도는 높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양녀는 서양남의 차지였다. 한 이탈리아인은 음흉한 눈빛으로 “한국여성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동양남성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었다. 그저 술을 마시며 음악에 집중할 뿐. 클럽에선 흔하디흔한 ‘부비부비’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간혹 동양남성이 서양여성에게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완패’를 맛보기 일쑤였다.
 
친구들과 마지막 일정으로 란콰이퐁 클럽을 찾은 한국인 엄씨는 “이럴 거면 차라리 홍대 클럽에 가는 게 낫겠다”며 탄식했다. 한국에선 먹혔지만 홍콩에선 답이 없다는 것. 분명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결국 이들은 인도 여성들과 어울리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변태짓 하고
당당하게 ‘코리안’
 

인근 B클럽으로 이동해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동양녀는 여전히 서양남의 차지였다. 그런데 동양녀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특정 서양인을 독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이 감지됐다. 이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한곳을 향했다. 큰 키, 넓은 어깨, 높은 코, 하얀 피부, 금발 서양인이 주인공이었다. 이 서양인 주변에만 섹시한 여성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도 벌어졌다. 자리 경쟁을 벌이면서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서로의 국적을 물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대부분 ‘코리안’이었다.
 
한국남성들도 서양녀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 스킨십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간혹 서양녀의 불쾌한 표정을 모른 체 하고 무작정 스킨십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같은 눈치 없는 행동에 서양녀가 국적을 물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 ‘코리안’.  한국의 클럽문화가 망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홍콩(란콰이퐁)=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마카오 호텔 성매매 실태 “오빠”노크하는 리스보아 걸
 
마카오 최초의 카지노 호텔로 유명한 R호텔은 화려한 외관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마카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그런데 R호텔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마카오 미녀 ‘리스보아 걸’이다. R호텔 지하 쇼핑몰에 가면 같은 길을 계속해서 왕복하는 리스보아 걸을 만날 수 있다. 그녀들이 쇼핑몰을 배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매매 수요자를 찾기 위함이다.
 
R호텔 지하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바로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매매를 한다. 리스보아 걸들은 보통 1200홍콩달러(한화 16만원 선)에서 1500홍콩달러(한화 20만원 선)를 부른다.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리스보아 걸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모델 뺨치는 워킹을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워킹에는 이유가 있었다. 성매매 단속 때문이었던 것. 마카오에서는 직업여성이 제자리에서 성매매 남성을 기다리면 불법이라고 전해진다. 현지 경찰은 리스보아 걸의 실체를 알고 있음에도 단속할 근거가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상태. 마카오 밤 문화의 중심엔 리스보아 걸이 있다.
 
회전초밥처럼 돌고 도는 쭉방걸들
객실·로비 돌며 직접 호객행위도
 
마카오 시내를 등지고 외곽으로 나가면 더 많은 호텔들을 볼 수 있다. 유명한 G호텔과 V호텔 등 수많은 호텔들이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호텔수요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 현재 이 두 호텔은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G호텔과 V호텔 주변을 둘러본 결과 R호텔과 비슷한 모습이 포착됐다. 야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 근처로 향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들이 달라붙었다. 두 여성이 팔을 붙잡고 한국말로 말했다.. “19살” “오빠 마사지”.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관광객도 성매매의 유혹을 받고 있었다. 그녀들은 미성년자임을 강조하면서 1500홍콩달러(한화 20만원 선)를 제시했다.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가 확실했다.
 
성매매 유혹을 뿌리치고 V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한 50대 남성과 10대 여성이 팔짱을 낀 채 호텔 객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결코 정상적인 커플이 아니었다. 호텔 내 카지노도 마찬가지였다. 카지노에서 게임은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서성거리는 여성들이 있었던 것. 다른 장소도 비슷했다. 호텔 전체에 성매매 여성들이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마카오에선 성매매가 보란 듯이 이뤄지고 있다.  
 
V호텔 카지노 관계자는 “성매매 때문에 이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당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채한다”며 ‘외화벌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택시기사는 “황홀한 밤을 보냈냐”고 대뜸 물어보며 “마카오 여자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마카오=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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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