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르포> 다인종 섞여 노는 ‘홍콩 밤거리’ 스케치

만취한 반라녀 다짜고짜 스킨십 "진짜 홍콩 간다"

[일요시사 사회팀] 이광호 기자 = 홍콩의 압구정동 ‘란콰이퐁’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유흥가로 손꼽힌다. 해가 저물면 동양인지 서양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축제의 장을 연다. 클럽, 펍, 라이브하우스 등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다. 대기해도 소용없다. 그러나  자리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굳이 클럽에 입장하지 않아도 거리에서 클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꺼지지 않는 란콰이퐁의 열기를 <일요시사>가 직접 느껴봤다.

보통 황홀함을 ‘홍콩’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홍콩가자’는 말은 이미 대명사가 된 지 오래. 그런데 이 말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란콰이퐁’일 것이다. 홍콩에서 가장 황홀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란콰이퐁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에는 행상인이 밀집해 있던 센트럴의 작은 구역에 불과했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돼 현재는 클럽, 펍, 레스토랑이 즐비한 아시아 최고의 유흥가로 탈바꿈했다.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존재감 만큼은 홍콩을 집어 삼킬정도다. 국내외 핫 스타들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란콰이퐁. ‘홍콩’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밤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뜨거운 홍콩여름 밤의 진수를 맛보고자 지난 15일 란콰이퐁을 찾았다.

홍콩의 중심
젊음의 거리
 
홍콩 센트럴역 D2출구 오른쪽으로 나와 홍콩섬 중심 방향으로 길을 따라 5분쯤 걷다보면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간판과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빌딩 그리고 명품매장이 나온다. 여기서 표지판에 따라 란콰이퐁 방향의  언덕으로 향했다. 골목골목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젊은 남녀들이 ‘불금(불타는 금요일)’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한 손에 맥주병을 쥔 채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가볍게 몸을 흔들었다.
 

사실 한국의 강남이나 홍대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분위기여서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이렇게 란콰이퐁 초입에선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현지인의 길 안내에 따라 길게 늘어진 언덕 위 계단을 오르는 순간, 어두컴컴한 골목길에 퍼지던 음악의 진원지에 가까워짐을 느꼈다.
 
아시아 최고의 쾌락지구 ‘란콰이퐁’
취한 여성들 사냥감 찾아 밤새 배회
 
언덕 위 계단을 나와 고개를 치켜들자 진정한 란콰이퐁의 모습이 펼쳐졌다. 수많은 클럽, 펍 등에서 흘러나온 클럽 음악이 한데 뒤섞여 묘한 울림이 퍼져 있었다. 빼곡한 인파에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어디로 발길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 기자의 몸도 어느새 인파를 향해 강렬한 음악과 함께 언어의 벽을 허물고 있었다.
 
란콰이퐁 중심가엔 정체불명의 주사기를 입에 물고 있는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순간 당황했지만 알고 보니 알록달록한 칵테일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거리에서 주사기 칵테일을 판매하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사람들은 맥주 혹은 양주를 손에 쥔 채 홍콩의 밤을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그들처럼 술을 구하고자 인근 편의점을 향했다. 란콰이퐁 편의점 줄은 길게 늘어져 도저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술을 구매하기 위한 외국인의 행렬이 계속 이어졌고 저마다의 언어가 울려 퍼져 계산대는 혼비백산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쉴 새 없이 계산하면서 동시에 맥주 박스를 이리저리 나르면서 빈 냉장고를 술로 가득 채웠다.

거리에 널 브러진

술병과 그녀들…
 
편의점 바로 앞에는 포옹하며 키스하는 남녀, 쪼그려 앉아 양주를 따라 마시는 사람, 양손에 맥주를 들고 온몸에 뿌리는 사람 등 다양한 취객들이 진상을 부리기도 했다. 편의점 주변엔 사람들이 먹고 버린 술병이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심지어 사람도 굴러다녔다. 많은 이들이 취해 있기 때문에 다소 거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어깨 부딪힘 등의 이유로 외국인들이 서로의 멱살을 잡고 밀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싸움을 말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 갈등은 삽시간에 원만히 해결된다. 그리고 언제 싸웠냐는 듯이 맥주병을 맞대며 “치어스!’를 외친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이 란콰이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란콰이퐁에선 취하지 않은 채 거리를 걷는 게 어색할 정도로 취객이 넘친다. 그래서 이곳을 처음 찾은 이들은 취기를 빨리 올려 어색함을 씻고자 처음부터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기도 한다. 길거리에 양주병이 널브러져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길거리 문화는 란콰이퐁을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란콰이퐁의 진면목은 클럽에서 나온다.
 
란콰이퐁 입구부터 20분 동안 쾌락지구 구석구석을 돌아본 결과 소문대로 수많은 클럽이 밀집해 있었다. 또 간판은 ‘펍’이지만 내부는 클럽인 곳도 다수였다. 일부 펍에서는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반 클럽은 한국의 클럽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클럽 입장을 대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얼핏 이태원과 비슷하지만 규모에는 차이가 있다. 
 
술집마다 ‘광란의 파티’
여기저기서 진한 스킨십
국적 물어보면 ‘코리안’
 
클럽주변에는 택시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불금을 보내기 위해 란콰이퐁에 도착한 클럽녀들이 하나 둘 내렸다. 밀착 원피스 차림이 대세였다. 그녀들의 매끈한 몸매는 주변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홍콩 클럽 입장료는 200홍콩달러(한화 2만6000원 선)에서 600홍콩달러(한화 8만원 선)까지 형성돼 있었다. 이 금액은 남성에게만 해당된다. 여성은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한 클럽에만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클럽 ‘수질’을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다. 빈손으로 가도 밤새 즐길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장상태가 불량(?)하면 클럽 입구만 구경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남녀모두에게 해당된다. 실제로 기자는 샌들을 신고 M클럽에 갔다가 퇴짜를 먹었다. 웃돈을 제시하며 입장을 재차 요구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물 좋은 클럽에 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부터 체크해야 한다. 다만 여성의 경우 복장이 부적합해도 예쁘다면 통과되는 경우도 있다. 

서양남 찾아…
혼 빼고 ‘헤벌레’
 

클럽을 배회하는 여성 중 피부가 하얀 동양여성은 한국인 아니면 일본인일 확률이 높다. 패션만으로도 충분히 구별이 가능할 정도. 열이면 아홉이 그랬다. 동양여성이 몰려 있는 곳엔 어김없이 한국말이 들렸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는 서양 남성들이 득실거렸다. 한국여성들이 몰려간 H클럽을 따라가 봤다. 내부는 여느 클럽과 비슷했지만 성비는 여성이 압도적이었다. 특히나 한국인이 많았다. 반면 한국인 남성은 찾기 힘들었다. 클럽 내 남성 대부분은 서양인이었다.
 
클럽에는 발정 난 남녀가 넘쳤다. ‘부비부비’ 그 이상의 스킨십이 곳곳에 포착됐다. 서양남성들은 마치 투명인간처럼 아무렇지 않게 동양여성들의 가슴을 주물렀다. 다소 위험한 행동이었음에도 동양여성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보드카를 마시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킨십의 강도는 높아졌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동양녀는 서양남의 차지였다. 한 이탈리아인은 음흉한 눈빛으로 “한국여성이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동양남성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었다. 그저 술을 마시며 음악에 집중할 뿐. 클럽에선 흔하디흔한 ‘부비부비’도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간혹 동양남성이 서양여성에게 접근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가 아닌 이상 ‘완패’를 맛보기 일쑤였다.
 
친구들과 마지막 일정으로 란콰이퐁 클럽을 찾은 한국인 엄씨는 “이럴 거면 차라리 홍대 클럽에 가는 게 낫겠다”며 탄식했다. 한국에선 먹혔지만 홍콩에선 답이 없다는 것. 분명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결국 이들은 인도 여성들과 어울리며 마지막 밤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변태짓 하고
당당하게 ‘코리안’
 

인근 B클럽으로 이동해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동양녀는 여전히 서양남의 차지였다. 그런데 동양녀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 특정 서양인을 독차지하기 위한 몸부림이 감지됐다. 이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한곳을 향했다. 큰 키, 넓은 어깨, 높은 코, 하얀 피부, 금발 서양인이 주인공이었다. 이 서양인 주변에만 섹시한 여성들이 벌떼처럼 몰렸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다툼도 벌어졌다. 자리 경쟁을 벌이면서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서로의 국적을 물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대부분 ‘코리안’이었다.
 
한국남성들도 서양녀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 스킨십을 시도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간혹 서양녀의 불쾌한 표정을 모른 체 하고 무작정 스킨십을 시도하는 일도 벌어진다. 이 같은 눈치 없는 행동에 서양녀가 국적을 물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 ‘코리안’.  한국의 클럽문화가 망친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홍콩(란콰이퐁)=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마카오 호텔 성매매 실태 “오빠”노크하는 리스보아 걸
 
마카오 최초의 카지노 호텔로 유명한 R호텔은 화려한 외관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마카오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 그런데 R호텔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마카오 미녀 ‘리스보아 걸’이다. R호텔 지하 쇼핑몰에 가면 같은 길을 계속해서 왕복하는 리스보아 걸을 만날 수 있다. 그녀들이 쇼핑몰을 배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매매 수요자를 찾기 위함이다.
 
R호텔 지하에서 거래가 성사되면 바로 호텔 객실로 이동해 성매매를 한다. 리스보아 걸들은 보통 1200홍콩달러(한화 16만원 선)에서 1500홍콩달러(한화 20만원 선)를 부른다.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리스보아 걸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모델 뺨치는 워킹을 보인다.
 
그런데 이들의 워킹에는 이유가 있었다. 성매매 단속 때문이었던 것. 마카오에서는 직업여성이 제자리에서 성매매 남성을 기다리면 불법이라고 전해진다. 현지 경찰은 리스보아 걸의 실체를 알고 있음에도 단속할 근거가 없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상태. 마카오 밤 문화의 중심엔 리스보아 걸이 있다.
 
회전초밥처럼 돌고 도는 쭉방걸들
객실·로비 돌며 직접 호객행위도
 
마카오 시내를 등지고 외곽으로 나가면 더 많은 호텔들을 볼 수 있다. 유명한 G호텔과 V호텔 등 수많은 호텔들이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호텔수요가 날이 갈수록 높아져 현재 이 두 호텔은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G호텔과 V호텔 주변을 둘러본 결과 R호텔과 비슷한 모습이 포착됐다. 야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서성이고 있었던 것이다.
 
호텔 근처로 향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성들이 달라붙었다. 두 여성이 팔을 붙잡고 한국말로 말했다.. “19살” “오빠 마사지”.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관광객도 성매매의 유혹을 받고 있었다. 그녀들은 미성년자임을 강조하면서 1500홍콩달러(한화 20만원 선)를 제시했다. 아무리 봐도 미성년자가 확실했다.
 
성매매 유혹을 뿌리치고 V호텔 내부로 들어갔다. 한 50대 남성과 10대 여성이 팔짱을 낀 채 호텔 객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결코 정상적인 커플이 아니었다. 호텔 내 카지노도 마찬가지였다. 카지노에서 게임은 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앉아 있거나 서성거리는 여성들이 있었던 것. 다른 장소도 비슷했다. 호텔 전체에 성매매 여성들이 퍼져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마카오에선 성매매가 보란 듯이 이뤄지고 있다.  
 
V호텔 카지노 관계자는 “성매매 때문에 이 호텔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당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채한다”며 ‘외화벌이’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호텔을 나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도중 택시기사는 “황홀한 밤을 보냈냐”고 대뜸 물어보며 “마카오 여자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마카오=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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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