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믿고 보는 '국민배우' 최민식

12척 배로…한국 영화사 다시 썼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한국영화 최초로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과거 1362만명을 기록해 5년간 역대 흥행 1위 자리를 수성했던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를 누르고 한국영화사에 새 역사를 남겼다. 전문가들은 “향후 10년간 <명량>의 기록은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대중들이 이토록 명장 이순신에 열광한 것은 리더십이 부재한 작금의 현실이 한몫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행 뒤엔 배우 최민식(52)의 열연이 주요했다.

 
1597년 임진왜란 6년, 단 12척의 배로 330척에 달하는 왜군의 공격에 맞서 싸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명량대첩’을 그린 영화 <명량>이 개봉 18일 만에 관객 수 1500만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명량>의 누적 관객 수는 1528만9623명으로 나타났다.

거침없는
무적 거북선
 
<명량> 1000만 돌파 이후 김한민 감독은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몸소 찾아주시는 걸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감독으로서 큰 떨림과 큰 감사함이 앞선다”며 “다시 한 번 노고를 마다하지 않아준 스태프와 배우들, 그리고 이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배우 최민식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용기와 신념, 그리고 그 분께서 오늘날의 우리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공감해주신 관객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1500만을 돌파하자 최민식은 “너무 과분하다. 정말 실감이 안 난다.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며 “딱 한 가지, 내가 하는 일로서 물론 영화에 대한 호불호와 평가는 나뉘지만 <명량>이 남긴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긍정적 기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중들이 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극장에 상영하고 있구나 하는 걸 느끼는 것 같다. 세대를 아우르는, 과거 역사 속 승리의 한 순간을 우리가 그래도 지금 곱씹어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반성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영화의 긍정적 기운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명량>의 신기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40대 주도에서 20∼30대 젊은 층의 호응까지 끌어내며 기록에 기록을 거듭하며 일각에서는 <명량>이 관객 수 1500만을 넘어 2000만까지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이처럼 한 순간에 꿈의 영화가 돼버린 영화의 흥행엔 최민식의 역할이 주요했다.
 
그는 이순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난중일기>를 꺼내들어 작품에 몰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이순신 장군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중심을 잃지 않고 이순신역을 지탱했다. 노력이 곧 영화 흥행과 이어졌고, 결국 생에 최초 ‘1000만 배우’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리더십 부재 현실에 민심 흔든 영웅 연기
관객 수 1500만 돌파…끝나지 않은 신기록
 
지난 20일엔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뤽 베송 감독은 최민식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재능이다. 존경했던 배우고 같이 작업해보고 싶었다. 거절했더라면 내가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를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살벌한 농담과 함께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최민식은 “이 작품을, 살기 위해 출연했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섭외를 받고 ‘한길을 꾸준히 가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출연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하며 할리우드 진출 소감을 전했다.
 
언어적 장벽에 대한 질문에 최민식은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위협적인 감정으로 대사를 했을 때 상대 배우가 잘 받아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말은 안 통해도 교감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서 짜릿했다”고 답했다. 최민식은 100% 한국어로 악역을 소화했다. 최민식은 뤽 베송 감독과 작업을 진행하면서 영화 현장과 영화인은 똑같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전했다. 약간의 온도차는 있지만 프로페셔널한 건 비슷했다는 것이었다. 
 
최민식의 할리우드 데뷔작 <루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 루시(스칼렛 요한슨 분)가 어느 날 우연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두뇌와 육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은 이순신을 벗고 다시 악당 미스터장 역을 소화했다. <명량>의 상영이 채 끝나기도 전에 <루시>가 바통을 이어 받은 것이다. <루시>는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 1위와 더불어 극장 수입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북미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최민식은 <루시>를 올 추석 한국에서 선보인다. <명량>에 이어 어떤 파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할리우드 진출
노력의 결실
 
이날 최민식은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아이스버킷챌린지(루게릭병 환자 돕기 캠페인)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준수야 루시 홍보하다가 좋은 일에 동참한다! 고맙다! 루게릭 환자 돕기 챌린지! 다음 지목은 김한민 감독, 조진웅, 류승룡, 정재야 경구야 동참해라”란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 최민식은 욕실에서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최민식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가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얼마 안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은 <신세계>(2013) <범죄와의 전쟁>(2012)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악마를 보았다>(2010)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주먹이 운다>(2005) <친절한 금자씨>(2005)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올드보이>(2003) <취화선>(2002) <파이란>(2001) <해피엔드>(1999) <쉬리>(1999) <조용한 가족>(1998) <넘버3>(1997) 등이다. 최민식은 박찬욱 감독 영화에 자주 출연해왔다. 그러다 <악마를 보았다>를 시작으로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상업영화를 선택했다.
 
‘최민식’ 하면 자동적으로 영화 <올드보이>가 연상된다. 2002년 개봉한 <올드보이>는 기존 스릴러들과는 달리 충격적인 반전으로 당시 파란을 일으켰다. ‘군만두’로 관객 수 330만명을 동원했다. 이후 <친절한 금자씨>는 311만명, <신세계>는 468만명, <범죄와의 전쟁>은 472만명을 기록했다.
 
‘명불허전’ 이제는 할리우드 스타
최민식 신드롬 어디까지 이어지나
 
최민식은 한때 연출에 뜻을 뒀으나 고등학교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다.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후배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고 알려진다. 최민식의 연기생활은 단역을 맛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젊은 배우들이 자신의 재능을 한껏 살리는 작품으로 유명했던 연극 <에쿠우스>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 박종원 감독의 데뷔작 <구로 아리랑>(1989)에 단역으로 출연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연극계에 뛰어들어 연극배우 생활을 했다. 영화나 TV에서는 낯선 얼굴이었지만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었다.
 
이후 1989년 KBS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이휘향의 아들(극중 별명 ‘꾸숑’) 역으로 데뷔했다. 이 작품에서 보인 거친 이미지는 한동안 최민식의 상징이 될 것이라 여겨졌으나 이후 변신을 시도해 ‘거칠기는 한데 덜 떨어진 동네 날건달 아저씨’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또 폐인스러운 몰골까지도 넘나들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릿속에 반항적인 ‘꾸숑’의 모습을 서서히 지우는 데 성공했다.
 
 
94년 MBC드라마 <서울의 달>에서는 상경해 해맑게 생활하는 순박한 시골총각 박춘섭 역할을 맡아 김홍식(한석규)과 함께 2류를 꿈꾸는 3류 인생 연기를 펼쳤다. 이때 찍은 전설적인 광고가 바로 운지천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95년에 MBC에서 방영한 <제4공화국>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역할을 연기했다. 96년엔 드라마 <그들의 포옹> 촬영 중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연기를 쉬기도 했다.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캐릭터
소화 가능
 

이후 97년 영화 <넘버 3>를 통해 스크린에 정식 데뷔해 깡패보다 더 깡패 같은 3류 검사 마동팔 역으로 다시 돌아와 그 다음해인 1998년, 김지운 감독의 <조용한 가족>에서 그의 특기인 어수룩한 삼촌 역을 맡았다. 그리고 <서울의 달>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석규와 함께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 최종보스인 북한 특수 8군단 박무영 소좌 역할로 등장해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서울의 달>에서 맡은 순박하고 부지런한 청년의 느낌이었던 최민식은 이 영화로 그동안 주목을 받아온 주연 한석규를 넘어 큰 관심을 받게 됐다. 그는 조연급 캐릭터에서 순식간에 주연을 넘어, 그해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95년 <태백산맥>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김갑수에 이은 두 번째였다. 그리고 같은 해에 개봉한 <해피엔드>에서 무력한 중년남자의 모습을 연기했다.
 
2001년 <파이란>에선 지방 삼류 건달 똘마니인 이강재 역을 맡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최민식은 그해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2002년 <취화선>에선 오원 장승업 역을 맡아 혼란스런 자아를 갖고 있는 화가로 등장해 “야! 이 개자식들아!”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리고 최민식의 사진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퍼져 ‘짤방(사진)’이라는 신조어로 강림하기도 했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는 오대수 역을 맡아 복수에 굶주린 짐승 같은 연기를 펼치며 남우주연상으로 그랜드 슬램에 올랐다. 당시 군만두를 보면 최민식이 떠오를 정도로 <올드보이>의 파급력이 대단했다. 이후 2010년 <악마를 보았다>에선 잔인무도한 연쇄살인범 역을 맡아 소름돋는 연기를 펼쳐 감독들이 수여하는 디렉터스 컷 어줘즈 시상식에서 남자주연상을 받았다.

영화계 이끈
천의 얼굴
 

사실 <명량> 이전까지 최민식에게 1000만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매 작품마다 스크린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하며 폭풍 연기력을 선보였다. <신세계>의 베테랑 형사 강과장, <범죄와의 전쟁>의 반달(민간인도 건달도 아닌)  최익현, <악마를 보았다>의 연쇄살인마까지 다양한 작품 속에서 늘 강렬한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금의 한국영화계를 이끈 주역 중 하나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때 최민식은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옥관 문화훈장을 반납하며 항의의 뜻을 보여 주목을 받았었다. 또한 최민식은 영화계 인사들과의 친분 관계가 좋은 편으로 알려진다. 
 
 
<khlee@ilyosisa.co.kr>
 

[최민식 대표작]
 
<넘버 3>(1997)
<조용한 가족>(1998)
<쉬리>(1999)
<해피엔드>(1999)
<파이란>(2001)
<취화선>(2002)
<올드보이>(2003)
<꽃피는 봄이 오면>(2004)
<친절한 금자씨>(2005)
<주먹이 운다>(2005)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9)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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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