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40년 손커피 장인 문병익

“은은한 커피향에 행복을 담죠”

[일요시사=경제팀] 박효선 기자 = 어디를 가나 커피 전문점을 볼 수 있다. 커피는 우리에게 한 잔의 여유이자 활력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 커피는 직업이자 삶이다. 커피 박사로 불리는 문병익 닥터빈스 사장이 그렇다. 그에게서 커피를 통해 얻는 행복을 들어봤다.
 
“쓴 맛, 단 맛, 과일 향, 꽃향기…커피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죠.” 19일 비 오는 오후 분당 판교를 찾았다. 조용한 거리 사이로 커피숍 ‘닥터빈스’가 눈에 들어왔다. 닥터빈스에 들어서자 매장은 커피향으로 가득했다. 매장은 갈색 커피콩이 담겨 있는 병들과 커피자루로 빽빽했다. 이곳에서 문병익 사장(58)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평균의 맛은 없다
  
“커피에는 평균의 맛이 없어요. 각자의 맛이 담겨있죠. 같은 재료, 같은 시간 안에 열 사람이 커피를 내려도 열 사람의 커피는 모두 다르게 나오거든요. 그날 기분에 따라 또 달라져요. 내가 기분 좋은 날, 내가 힘든 날, 내가 급한 날, 그날의 기분이 커피 속에 녹아들죠”
 
문 사장은 평생을 커피 연구에 쏟았다. 지금도 그는 커피를 공부한다. 문 사장의 스마트폰과 수첩은 커피에 대한 메모로 빼곡했다. 그는 하루에 커피 20잔 이상을 마신다. 
 
물리지 않냐고 묻자 그는 “1개를 알고 나니 10개가 궁금해졌고, 10개를 알고 나니 100개가 궁금해졌으며, 100개를 알고 나니 무한대로 궁금해졌다”고 답했다. 커피의 맛은 알아 갈수록 다양해서 지겹다고 말할 수 없다고 문 사장은 말했다.
 

가장 터득하기 어려웠던 기술은 손으로 내리는 핸드드립이다. 문 사장은 “(커피를) 볶는 것도 어렵지만, 커피 내리는 기술을 알아가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걸렸다”며 “커피콩은 다공질 구조로 돼 있는데, 커피콩을 볶아 적당히 조직을 파괴시키면 작은 구멍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구멍을 낸 커피콩을 기계로 억지로 밀어 빼서 커피를 만드는 게 아니다”라며 “커피 스스로 물을 빨아들여 내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 좋은 커피콩, 적당한 볶음, 타이밍, 물을 붓는 속도 등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핸드드립 커피가 나온다. 
 
커피콩은 문 사장이 직접 들여온다.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멕시코, 하와이 등에서 오는 모든 커피를 바로 닥터빈스에 공수해온다. 그는 “커피는 3개월만 지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며 “중간 업체를 거치면 어떤 커피가 들어올지 믿을 수 없고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버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사람·어떤 날에 따라 커피맛 달라져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제대로 된 핸드드립
 
가게에서 볶은 원두는 문 사장이 직접 커피로 추출해 손님에게 제공한다. 취급하는 커피 콩 종류만 100여가지가 넘는다. 커피 중에서 세계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파나마 스페셜티 ‘게이샤’ 커피도 맛볼 수 있다. 게이샤 커피는 1kg에 100만원을 호가해 ‘신의 커피’라고 불린다.
 
아울러 문 사장은 닥터빈스 신촌 본점과 홍대점에 이어 판교점에서도 바리스타 교육을 한다.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 뿐 아니라 커피 전문점 사장들도 그에게서 핸드드립을 배우기 위해 닥터빈스에 모인다. 문 사장은 교육생들에게 핸드드립을 강의하듯 가르칠 수 없다고 했다. 핸드드립 커피에는 각자의 개성이 담기기 때문에 주입식으로 가르칠 수 없다는 부연이다. 
 
 
커피를 배우는 교육생들 역시 커피에 평균 맛이라는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한 교육생은 “핸드드립 커피 맛을 알아가면서 풍성한 행복감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그는 “예컨대 케냐 커피를 만드는 날이면 케냐의 기후와 지형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그동안 바쁘게만 살아 왔는데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면서 역사 뿐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 사장이 오래 걸려도 기계가 아닌 핸드드립을 고집하는 이유다. 커피의 깊은 맛은 사람의 손으로만 만들 수 있다. 기계는 핸드드립 커피의 미세한 맛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문 사장은 강조했다. 미세한 미각의 매력은 손으로 내려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에서만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손으로 내려 마시는 커피를 많이 마셔봐야 합니다. 어떤 음식보다 커피의 맛 스펙트럼(맛의 다양성)이 다양하거든요. 커피는 부어라 마시는 음료나 술과 달라요. 커피를 알면 의식주 중에서도 ‘식’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죠” 
 
문 사장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나는 커피콩을 최고로 꼽았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생육조건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신의 커피라 불리는 게이샤 커피콩도 에티오피아 서남쪽 카파지역에 위치한 게이샤 숲에서 자란다. 이곳에서 커피공장을 차리는 게 문 사장의 마지막 꿈이다. 

에티오피아산 최고
 
행복에 대해 그가 말했다. 
“평생 한 가지만 했어요. 주전자 돌리는 것 하나 해왔지만 돌이켜보면 재밌게 살았어요.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이런 것도 알아야 진짜 멋쟁이 되는 거야’하시며 원두커피를 권해주셨는데 그때부터 커피에 빠져 살았죠. 사람들도 바쁘고 피곤해서 먹는 커피 말고 핸드드립 커피 맛을 알아가며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마음먹기에 달렸죠” 
 
 
<dklo21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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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