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평창’ 맡은 조양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역시 체육통 회장님 “IOC위원도 유력”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사퇴한 김진선 전 위원장의 빈자리가 메워졌다. 조 위원장은 2009년에도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 위원장으로 선임돼 2011년 남아공 더반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는 데 힘을 보탠 바 있다.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조 위원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조직위원장에 조양호(65) 한진그룹 회장이 선임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0차 위원총회를 열고 조양호 회장을 새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평창 지휘봉
“책임감 느낀다”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1일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사퇴한 이후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왔다. 이날 위원총회에서 위원장 선임은 재적위원 120명 중 93명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됐다. 선임 결과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으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조양호 위원장의 임기는 김진선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인 2015년 10월18일까지다.
 
조 위원장은 새 조직위원장에 선임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모든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대회를 국제 수준에 맞춰 성공적으로 열 수 있다”며 강원 지역을 넘어선 전국민적 성원을 당부했다.
 

경기장 건설 및 마케팅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 조 위원장은 “이제 조직위원장이 돼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했다. 빠른 시일 안에 업무를 파악해 현안을 처리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조직위도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이끌겠다. 경영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고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니 맡기고 관리해 가겠다”고 말했다. 또 “막힌 곳은 뚫으며 소통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 전 위원장 사퇴 이후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체육계와의 업무 관련성이 떨어지고 국제 스포츠 인사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하다는 일부 반발 기류에 따라 조 위원장이 정부로부터 새 위원장에 낙점됐다. 이제 ‘조양호 위원장 체제’로 앞으로 약 3년여 남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게 됐다.
 
조 위원장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갈등 국면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다. 조직위원회가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을 사실상 내정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조 위원장을 낙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중앙 정부와 강원도 사이의 불협화음 등이 논란이었다.
 
강원 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인 권성동 의원과 염동렬 의원 등은 “강원도와는 한 차례도 협의 없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일방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다가 잡음을 많이 냈다”며 “문체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상위기관으로 군림하려들지 말고 새 조직위원장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힌 곳 뚫어
소통하겠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강원도민 여러분께 절차적인 문제로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김 차관은 “과정이 미숙했지만 더 나은 위원장을 모시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조직위원회 등과 충분한 의논을 거쳐 최선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IOC는 보도자료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한 조양호 회장의 헌신에 감사한다”며 “유치 당시의 경험이 조직위원장으로서의 업무에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조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대표단은 오는 16일부터 중국 난징에서 열리는 ‘제2회 난징 2014 유스 올림픽’에 참석해 토바스 바흐(Thomas Bach) IOC 위원장과 구닐라 린드버그(Gunilla Lindberg)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발빠른 선임과 조양호 회장의 중요한 국가적 행사에 대한 헌신에 대해 감사하며,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 것을 확신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구닐라 린드버그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 또한 “유치위원회 시절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조직위원장 선임을 환영한다”며 “남은 3년 반 동안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위원장직 수락 “성공 개최 최선”
처음 고사 했지만 계속된 권유에 결국 수락
 
조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1일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한 가운데 유력한 후임자로 거론됐지만 고사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모든 일에 때가 있는 사람의 쓰임도 그와 같다”며 “대외 준비가 후반기로 접어든 반환점에 와 있고, 보다 세밀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전환기적 상황”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리더십과 시스템으로 조직위가 대처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조 위원장이 강력히 고사하자 다음 후보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위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한승수 전 총리, IOC 위원을 역임한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 등이 거론됐다. 그러다가 뜻밖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제1차관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 전 차관이 체육계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다시금 조 위원장에게 눈길을 돌렸고 국내외 여러 인사는 조 위원장에게 위원장 자리를 권유했다. 
 
지난달 25일 결국 수락의 뜻을 밝히고 다음 날인 26일 오전에 보도자료를 통해 “당초 한진그룹의 당면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고사했으나 국내외 여러 인사들로부터의 권고도 있었고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IOC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직위원장직을 맡게 됐다”며 “어렵게 조직위원장을 맡기로 결심한 만큼 유치위원장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10월 출범한 평창조직위는 김 전 위원장이 초대 위원장을 맡아 약 3년간 이끌어왔다. 당시 조 위원장은 수년간 평창올림픽에 공들여왔으므로, 자신이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내심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물먹는 굴욕을 당한 바 있다.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조 위원장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나란히 앉아 있었던 김 전 위원장의 여유로운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쳬육계 향한
남다른 애정
 
두 사람의 표정은 엇갈렸다. 조 위원장은 “유치에 성공한 후 온 국민과 함께 기뻐했던 그때의 벅찬 감동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지혜와 힘을 합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수장을 맡았고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김 전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추대한다고 발표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은 나에게 마치 운명인 것 같다”며 “각계각층에서 대표성과 전문성을 지닌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동계올림픽 유치전을 진두지휘했다. 그래서 조직위원장 자리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조 위원장은 평창 유치의 일등공신이었기 때문이었다. 2007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고문을 역임한 데 이어 2009년 김 전 위원장과 함께 유치위 공동위원장에 선출된 이후 평창 알리기에 총력을 다 했다.
 
고문직을 수행할 때만 해도 뒤에서 묵묵히 후원했으나 위원장에 오른 이후엔 확 달라졌다.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후원금도 고문 당시 2억5000만원에서 위원장으로 신분이 바뀐 뒤 3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활동 폭 역시 넓었다. 각종 국제 행사에 참석해 평창 홍보에 나섰다. 평창을 위해 참석한 국제행사만 2년간 34개에 달했다. 국내에서 열린 평창 관련 행사엔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조 위원장이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 중 대부분은 평창 이야기다. 
 
당초 조 위원장은 조직위원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정부가 대회 유치에 결정적 공을 세운 조 위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내정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더구나 올림픽의 경우 보통 유치위원장이 초대 조직위원장을 맡아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대외 기관·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고려해 통상적으로 유치위원장이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이에 따라 유치위를 꾸렸던 조 위원장이 유력해보였다.
 
3년 반 남은 올림픽 진두지휘

지역 넘어 전국민적 성원 당부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김 전 위원장이 조직위원장 자리를 꿰찬 것이다. 두 사람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양호 대 김진선 두 사람을 놓고 저울질하다 결국 ‘김진선 카드’를 뽑았다. 강원도 사정에 밝은 김 전 위원장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조 회장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처음 시작한 사람은 김 특임대사”라며 “김 특임대사가 강원도 출신이시고 초기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전 장관도 “김 특임대사는 동계올림픽 기획단계부터 유치 성공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펼쳤다”며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평창의 꿈을 가장 현실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위원장에 대해선 “조 회장도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조 위원장은 2009년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평창이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기까지 큰 힘을 보탰다. 올림픽 개최 준비를 측면에서 지원했던 것이다. 당시 그는 22개 행사 참석을 위해 38만8000km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유치 활동에 힘을 썼다.
 
이후 2008년 대한탁구협회장, 2012년 대한체육회 부회장에 각각 선임됐다. 또한 그룹 내에 배구단과 탁구단을 운영하는 등 체육계에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7월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IOC 위원에도 도전했으나 아쉽게도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김 전 위원장이 물러난 뒤 후임자로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유치위원장을 지낸 조 위원장이 거론된 배경에는 재계의 대표적인 ‘체육통 기업인’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위원장은 대한탁구협회 회장으로서 선수들의 사소한 활동까지 큰 관심을 갖고 금전적·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조 위원장은 국가대표 봅슬레이 팀의 썰매 제작을 직접 지원하는 등 국내 비인기 스포츠 발전을 위해 열과 성을 다 하기도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 회장님
 
대한항공은 지난 3월 한국체육대·성균관대·인하대 등 국내 대학 전문가들과 미국 남가주대(UCS) 전문가 그룹으로 구성된 컨소시움을 만들어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2·4인승 썰매 동체와 날을 제작하기로 밝혔다. 항공사가 썰매 제작에 뛰어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 위원장이 직접 내린 지시였다. 썰매 제작은 지난 소치올림픽 때 조 위원장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인 강광배 한체대 교수의 대화가 계기가 됐다고 알려졌다.
 
강 교수가 “봅슬레이에서 메달을 따는 국가들은 자체 제작한 썰매가 있다”고 말하자 조 위원장은 “한 번 만들어 볼테니 메달을 꼭 따야 한다”고 흔쾌히 제작을 수용했다. 썰매 제작은 강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산학협력단이 설계·디자인·제작을 담당한 후 시제품을 평가해 올해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테스트 및 보완작업을 거친 후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최종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최근 들어 조 위원장은 일복이 터졌다. 올해 초부터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챙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말부터는 한진해운 경영까지 총괄하고 있다.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두지휘한 결과 한진해운은 7분기 만에 영업이익을 내는 등 안정화 상태로 접어들었다. 재계 쪽 업무도 많다. 그는 올해 초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한·미재계회의 한국 측 위원장을 맡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위원장직도 새로 맡았다. 조 위원장은 기업 경영과 조직위원장 활동을 병행 해야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khlee@ilyosisa.co.kr>
 
[조양호는?]
 
▲인천 출생
▲경복고 졸업
▲인하대 산업공학 학사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
  인하대 경영학 박사
  미국 엠브리리들항공대 명예항공학 박사
▲한진정보통신 사장
▲대한항공 사장
▲한진그룹 부회장
▲전국경제인현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
▲한불최고경영자클럽 위원장 
▲한진그룹 회장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 선정위원회 위원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에쓰오일 이사회 의장
▲한국-사우디아라비아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
▲제20대 대한탁구협회 회장
▲국제항공화물협회 명예의 전당 헌액
▲2018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위원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피스 앤 스포츠 대사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고문
▲대한체육회 부회장
▲한진해운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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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