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거함 새누리호 키 잡은 김무성 대표

그가 누른 건 서청원이 아닌 박근혜였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양강구도였던 새누리당 당권경쟁에서 비주류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5선의 김무성(63) 의원이 압도적인 표차로 서청원 후보를 꺾고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됐다. 김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공언했다. ‘새누리호’ 선장이 된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항해를 보일지 주목된다.

 
지난 14일 새누리당 신임 대표에 당내 비주류 대표격인 5선의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김 대표와 함께 서청원 의원, 김태호 의원, 이인제 의원 순으로 득표해 새누리당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게 됐다. 여성 최고위원 몫으로는 김을동 의원이 지도부에 입성했다. 

압도적 승리
당 혁신 강조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제3차 전당대회를 열고 대표 최고위원을 비롯해 5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임기 2년의 이번 지도부는 2016년 7월까지 집권당을 이끌면서 위태로운 박근혜정부 후반기를 뒷받침하게 된다. 또한 정부와 함께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국가혁신 작업을 추진해야 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원내대표 등을 역임한 김 대표는 일반·책임당원, 대의원, 청년 등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70%)와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한 결과 총 12만4757표의 유효표 가운데 5만270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대표 자리를 놓고 김 대표와 치열하게 경쟁해 온 서청원 의원은 3만8293표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태호 의원이 2만 5330표로 3위, 이인제 의원이 2만 782표로 4위를 각각 차지했다. 
 

김을동 의원은 득표에서는 1만4590표로 6위에 그쳤지만 5위 득표자 가운데 여성이 없을 경우 남성 5위 후보 대신 여성후보자 중 최다득표자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여성 배려 조항에 따라 홍문종 의원 (1만6629표) 대신 선출직 최고위원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을 얻었다.
 
홍 의원을 비롯해 김상민 의원(3535표), 박창달 전 의원(3293표), 김영우 의원(3067표)은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직전 황우여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 지도부가 친박계 일색의 ‘박근혜 대통령 친정체제’였던 데 반해 이날 선출된 지도부에서는 대표를 비롯해 김태호 의원 등 당 외각에 머물던 비주류의 약진이 두드러져 향후 새로운 당청관계의 수립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청원 의원과 함께 출마한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마저 탈락해 친박 주류로서는 서 의원 홀로 지도부에 포진한 셈이 됐다. 선출직 최고위원과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는 이완구 원내대표도 지난 5월 친박 주류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지만 친박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이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친이계 출신이다. 지역별로는 김무성 대표와 김태호 의원이 PK출신이고, 서청원·김을동 의원은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인제 의원은 충청권 대표주자다.

정치 30년
드디어 대장
 
김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오늘의 영광을 무거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약속대로 제 온몸을 던지겠다”며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저의 온 몸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강한 새누리당과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그렇게 해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며 “존경하는 서청원 선배님을 포함해 이번 전대에 나오신 모든 후보님들이 힘을 모아 주셔야 가능한 일”이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취임 첫날 “친박·비박은 없다”고 선언했다. 스스로 머슴이라 칭하며 몸도 한껏 낮췄다. 김 대표는 16일 취임 후 국회에서 당 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소통을 강조하며 여야지도부와 자주 만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혁신’을 위해 여당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출신인 김 대표는 한양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기업인의 길을 걸었다. 김 대표는 1976년 동해제강 상무가 되었다가 전무로, 82년에는 삼동산업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김영삼의 측근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에 참여했다. 그는 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인됐고 86년에는 민족문제연구소의 이사로도 재직했다.
 

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 문제를 연구한 고 임종국의 유지를 기리는 민족문제연구소와는 다른 곳이다. 후자는 91년 반민족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후에 같은 이름으로 개명했다. 김 대표는 85년 통일민주당 창당 발기인의 한 사람으로 참여해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친박→탈박→복박→비박’정치역정 주목
‘위풍당당’여의도 정가 핵심인물로 부상
 
87년 통일민주당 13대 대통령 선거대책본부 재정국장이 되었으나 후보단일화 실패로 인해 김영삼은 2위로 낙선했다. 그 밖의 경력으로는 87년 통일민주당 총무국장, 당 기획조정실 차장, 89년 국회행정실장 등을 지냈고 90년 3당 합당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하자 김영삼, 김덕룡 등을 따라 민주자유당으로 건너와 민자당 의사국장, 의원국장 등을 지냈다.
 
92년에는 민주자유당 김영삼 대통령후보 추대대책위원회 총괄국장을 맡아 김영삼 경선후보의 옆을 지켰다. 이후 93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지내고 94년 제48대 내무부 차관을 지냈다.
 
이렇게 김영삼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김 대표는 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으로 출사표를 던져 부산 남구을에서 당선됐다. 15대 국회 당시 그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위원,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행정자치위원회 위원, 건설교통위원회 위원,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당내 직위로는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총무와 한나라당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다.
 
2000년에는 제16대 국회의원에 재선되고 한나라당 출범에 참여했다. 2004년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그리고 그해 17대 국회의원에 재선됐다. 2005년에는 민주화추진협의회 회장이 되었다가 후일 민추협동지회 회장으로도 추대됐다. 같은 해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는 2004년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에 발탁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후 김 대표는 2007년 17대 대선 경선 당시 박 대통령을 도왔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당내에서 ‘친박 좌장’으로 통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정치인생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김 대표는 친박계 핵심으로 낙인찍혀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친박 돌풍’을 일으키며 4선에 성공한 뒤 복당했다.

주가 오른
차기 대선주자
 
2009년에는 당 주류인 친이계가 ‘화합’을 내세우며 김 대표를 원내대표로 추대하려 했으나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이 반대했다. 이어 김 의원이 2009년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하면서 원안을 고수하던 박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김 의원을 향해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릴 정도였다. 결국 김 의원은 친박계가 주도한 19대 총선 공천에서 탈박 인사로 몰려 낙천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전격적으로 ‘백의종군’을 택함으로써 낙천자들의 탈당 행렬을 막아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이를 기점으로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복원,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귀환했다. 당시에도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깔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행보로 대선 승리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2013년 4·24 재보궐 선거에서 부산 영도에 출마해 5선 의원으로 국회로 돌아왔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유력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됐다. 같은 해 10·30 재보궐 선거를 통해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이 복귀한 뒤 김 대표는 비박계 대표주자로 서 의원과 ‘친박 대 비박’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친박 몰락…뻔한 당청 불협화음
7·30 재보선 후 대탕평 예고
소외 받았던 인사들 기용 예상
 
치열한 경쟁 끝에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서 의원을 압도적으로 꺾고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무대(김무성 대장)’라는 별명처럼 특유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당을 힘 있게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특히 김 대표가 ‘할 말을 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수평적 당청관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지도자로 당선되며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는 김 대표의 집안 내력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선친에 이은 정치권 내 대표적인 부자 정치인인 데다 그의 가계는 정계 뿐 아니라 재계와 학계에까지 뻗어 있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는 전남방직그룹 창업자이자 회장으로 해방 직후 신한제분을 운영하고 대한해운공사 사장과 주 일본공사관 공사를 지냈다. 김 전 회장은 이승만 정권 시절 제5대 총선에서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회장은 민주당 원내총무(현재 원내대표)에까지 올랐다가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났다.
 

김 대표 역시 아버지처럼 2010년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김 대표의 형은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 부친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남방직 명예회장을 지냈다. 김 대표보다 20살 연상인 누나는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의 남편이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고 딸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현 회장이 김 대표의 외조카인 것이다.
 
김 대표의 자녀들도 유별나다. 김 대표는 부인 최양옥씨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김 대표의 딸 김현정씨는 최연소로 수원대 전임교수로 채용된 인물로, 최근 수원대 채용과정에 김 대표가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수원대는 사학비리 혐의를 받고 있어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국정감사를 한달 앞둔 작년 9월 수원대의 최연소 전임교수로 당시 만 30세였던 김씨가 임용됐다.

하청 정당 탈피
우선 과제 제시
 
이러한 점 때문에 수원대가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을 막기 위해 김 대표의 딸을 특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김 대표는 딸이 정상적인 공모에 응모해 임용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원이 생기기도 전에 미리 교수를 채용하고 새롭게 채용한 교수와 기존의 교수가 1년 가까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지속됐다. 수원대 교수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9일 전당대회 출마선언에서 딸 특혜의혹과 관련한 질문에 “딸이 영어 강의 능력이 있어 강사 생활을 충실히 했다. 채용은 학교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김 대표의 아들 김종민씨는 ‘고윤’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배우로 드라마 ‘아이리스2’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김 대표가 지난해 4·24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아들과 함께 선거유세를 하며 더욱 유명세를 탔다. 김 대표의 장인은 최치환 전 국회의원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최 전 의원은 제5·6·7대 국회의원으로 민주공화당 원내부총무, 대한축구협회장 등을 지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 회사인 리얼미터가 지난 17일 밝힌 결과에 따르면 김 대표는 새누리당 내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14.5%의 지지율을 얻어 1위를 기록했다. 김 대표에 이어 2위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12.9%)가 차지했고 3위 정몽준 전 의원(8.7%), 4위 오세훈 전 서울시장(6.7%), 5위 남경필 경기도지사(6,1%)순이었다.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도 포함시킨 조사에서도 김 대표는 11.3%를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18.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11.5%)에 이은 것이다.
 
<khlee@ilyosisa.co.kr>
 

[김무성은?] 
 
▲부산 출생
▲서울 중동고 졸업
▲한양대 경제학과 학사
▲고려대 정책대학원 최고위정책과정 수료
▲부경대 정치학 명예박사
▲동해제강 전무
▲삼동산업 대표
▲민주화추진협의회 창립 멤버(1984)
▲통일민주당 창당발기인·총무국장·기획조정실 부실장·국회행정실장
▲민주자유당 의사국장·의원국장
▲김영삼 대통령 후보 추대위 총괄국장(1992)
▲제14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행정실장
▲대통령 민정시서관·사정비서관
▲내무부 차관(1994)
▲제18대 대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
▲제15∼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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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