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유구무언 패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한심한 한국축구…믿었던 국민이 바보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홍명보(45)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이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홍 감독의 박주영 선발 고집 논란은 월드컵 내내 이어졌다. 공공연한 인맥축구가 한국 축구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감독의 거취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했던 홍명보호가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은커녕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가장 힘 빠지는 월드컵이었다. 성적 부진에 따른 비판의 화살은 자연스레 홍명보 감독을 향했다. 홍 감독의 지도력은 물론 ‘엔트으리’로 조롱된 ‘의리축구’는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홍명보호 곤조
의리축구 참패
 
홍명보호는 벨기에전을 끝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물러났다. 마지막 경기까지 패배한 후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에 나오기에는 감독이 가장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점수로 말하기는 좀 어렵다. 다만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저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어렵다.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가장 부족했던 거다”라고 말하면서 감독직 사퇴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홍 감독은 또 “앞으로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해야 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번 월드컵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 선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선발 원칙부터 깨졌던 게 문제였다. 지난해 6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소속팀의 활약을 근거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라고 천명했다. “홍명보의 아이들도, 박지성도 무임승차는 없다”라며 자신의 선발 원칙을 강조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라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금 경기력과 1년 후 경기력을 모두 체크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아스날)을 비롯해 윤석영(QPR),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지동원(도르트문트), 박종우(광저우 부리), 김진수(호펜하임) 등이 홍명보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펄펄 난 이명주(알 아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주호(마인츠)가 제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배우 김보성의 CF 광고를 빗대어 홍명보 감독의 ‘엔트으리’라는 패러디가 봇물처럼 마구 터져나왔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1년여간 홍명보 감독이 걸어온 길은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원칙을 깼다”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그의 ‘의리축구’는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난 항상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말했는데, 역설적으로 선수들은 그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이들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무릎 부상 치료 후 봉와직염에 걸린 박주영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와 함께 특별 관리에 들어갔으나 60분 출전이 한계였다. 홍명보호의 원톱은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후반 15분 전후로 매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박주영의 부진은 홍명보의 의리축구 논란에 더욱 불씨를 키웠다.
 
8강 꿈 안고 브라질 떠났지만…
1무2패 초라한 성적표 ‘침몰’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 손흥민을 제외하곤 특출나게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는 반전을 기대한 이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이후 홍명보 감독의 베스트11은 변화가 없었다.
 
물은 계속 고여 있었다. 주전을 결정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도 맞지만 지나치게 변화가 없었다. 그저 이름값에 치우친 모습이었다.
 
경기력이나 컨디션은 후순위였다. 1골 1도움을 올린 이근호(상주)는 조커로 국한됐다. 출전시간도 30분 내외였다. 김신욱(울산)도 제공권 강화에 맞춘 카드로만 쓰였다. 이청용(볼튼), 구자철(마인츠)은 컨디션이 분명 좋지 않았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브라질월드컵 3경기는 분명 실망스러웠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가 아직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매우 뒤처져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성적 부진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공통점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인맥축구의
처참한 결과
 
앞서 지난달 18일 홍명보호는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H조 첫 경기를 치뤘다. 결과는 1-1 무승부. 그나마 박주영과 교체투입 된 이근호가 강력한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려 무사히 경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행운이 따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한국대표팀의 첫 경기 승리 공식이 22년만에 깨졌다.
 
아쉬운 무승부가 나온 건 불안한 수비와 골 결정력 때문이었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한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손흥민이 전반전에 러시아의 수비를 교란시키고 빈틈을 만들어 한국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반면 박주영은 손흥민이 매우 좋은 두 번의 찬스를 줬지만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전 경기력은 4:6로 러시아가 이겼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인 <닛칸스포츠>는 “한국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러시아에 따라잡혔다”고 전했다.
 
브라질월드컵 BBC 해설을 맡은 마틴 키언은 “아스널에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박주영은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단 11분 뛰었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뛰다니 행운이 가득한 선수”라고 혹평했다.
 
아쉽게 승리는 놓쳤지만 최소한의 목표로 삼았던 승점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대표팀은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첫 경기 이전까지 비공개 훈련으로 일관했던 홍 감독도 훈련장을 모두 공개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고맙다”며 “비록 승리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해줬다.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좋았다”고 했다.
 
앞선 가나와의 평가전 때문이었을까. 러시아전 무승부는 대표팀을 감싸던 무거운 공기를 걷어냈다. 결연함을 넘어 어둡기까지 했던 태극호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자연스레 16강 진출의 희망도 품게됐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원팀’으로 더욱 결속력이 강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첫 경기 러시아전을 아쉽게 1무로 마무리하면서 알제리전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알제리를 꺾지 못하면 마지막 3차전인 벨기에전에 부담을 갖게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경기 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지휘관으로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동기부여를 일으키기 위해 승리하겠다는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홍 감독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추측컨대, 승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러시아 비겨 희망 보이다
알제리·벨기에 졸전 참패
 
홍명보호는 지난달 23일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무려 네 골을 내주고 두 골을 쫓아갔지만 2-4로 완패했다. 예고된 참사였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의 부진과 수비진의 붕괴로 알제리에 4골을 허용하는 참사를 불러왔다.
 
한국의 오른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두 차례나 연출됐다. 홍 감독이 아끼던 박주영은 슈팅 0개로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12분 김신욱과 교체되기도 했다. 이후 홍 감독은 이청용을 이근호로, 한국영을 지동원과 교체시켰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알제리전에서 수비진의 균열을 나타내면서 상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나마 손흥민과 구자철이 대표팀의 구겨진 체면을 살렸다.

리더 부재
모래알 조직
 
경기 후 홍 감독은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력 분석이나 대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반에 수비가 안 돼 실점을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평가하며 “전술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 못했다”고 자책했다.
 
경기 후 알제리 최대 스포츠지 <르 뷔테르>는 “알제리는 한국에 한 수 가르쳤다”며 “사막의 여우들(알제리 축구팀 별칭)이 한국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일간지는 “한국을 실신시켰다”고 보도했다.
 
알제리전 참패 이후 한국의 16강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이미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벨기에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의 승산을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벨기에는 러시아를 1-0으로 따돌리고 2연승(승점6), H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앞서 지난달 18일 러시아와 1-1로 비긴 한국은 대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채 1무1패(승점1, 골득실 -2)로 H조 꼴지로 쳐지면서 3차전인 벨기에전을 승리로 끌고가야하는 애처로운 처지에 내몰렸다. 하지만 벨기에를 다득점으로 이기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안타깝게도 홍명보호는 지난달 27일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배하면서 이번 브라질월드컵 성적을 1무2패로 마무리 지었다. 투혼을 발휘했다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술 '꽝'
기술 '꽝'
체력 '꽝'
 
벨기에전에서 홍 감독은 선발에 변화를 줬다. 김신욱, 김승규가 첫 선발로 나섰다. 그밖의 포지션은 변화가 없었다. 2선에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이 포진했고 중앙에는 기성용, 한국영이 배치됐다. 수비는 이용,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이 맡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박주영은 벤치에 대기했다.
 
빌모츠 감독의 벨기에는 주전을 대거 제외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신성 야누자이가 첫 선발 기회를 잡은 가운데 미랄라스, 메르텐스가 공격진을 이뤘다. 중원에는 펠라이니, 뎀벨레, 드푸르가 섰다. 수비에선 판데 보레, 판 바이텐, 롬바르츠, 베르통언이 발을 맞췄다. 골키퍼는 쿠르투아였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진행됐다. 한국은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벨기에를 공략했고 벨기에는 메르텐스의 빠른 발로 공격했다. 벨기에가 전반 25분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문전 혼전 중 메르텐스가 노마크 슈팅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크게 떴다. 한국은 전반 30분 기성용의 날카로운 슈팅이 쿠르투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0-0의 흐름이 계속됐고 전반 45분 변수가 발생했다. 벨기에의 드푸르가 거친 파울로 퇴장당했다. 볼 경합 과정서 김신욱에게 축구화 바닥이 보인 위험한 파울을 범했고 주심은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전반은 득점 없이 끝이 났다.

무승 탈락
최악의 성적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영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리고 후반 14분 손흥민의 크로스가 크로스바를 맞고 아쉽게 무산됐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고, 양 팀은 교체로 변화를 줬다. 벨기에는 오리기, 샤들리를 투입했고 한국은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을 내보냈다.
 
손흥민 대신 지동원까지 투입하며 한국은 총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선제골은 벨기에가 넣었다. 후반 32분 오리기의 슈팅을 김승규가 쳐내자 쇄도하던 베르통언이 재차 차 넣었다. 다급해진 한국은 공격에 모든 걸 걸었다. 그러나 패스 타이밍이 늦었고 슈팅은 빗나갔다.
 
결국 한국은 0-1로 패했고,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한편, 다른 경기에선 알제리와 러시아가 1-1로 비겼다. 알제리는 1승1무1패, 조 2위로 벨기에(3승)와 함께 16강에 올랐다.
 
홍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후 1992년 유공코끼리의 지명을 받았으나 지명권 트레이드로 포항제철 아톰즈에 입단했다. 92년 포항의 K리그 우승에 크게 공헌해 신인 선수 최초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97년 J리그 팀 벨마레 히라츠카로 옮겨 활약하다가 99년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해 그해 J리그 컵 우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2002년 포항 스틸러스로 잠시 복귀했다가 2003년 미국 메이저 리그 LA갤럭시로 이적했다. 이후 2004년 선수로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홍 감독은 90년 노르웨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데뷔해 총 4번의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다. 월드컵 4회 참가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주장을 맡아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강을 이룩한 뒤 브론즈 볼을 수상했다. 이후 홍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딕 아드보카트가 감독일 당시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후 2009년 조동현 감독의 후임으로 U-20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맡아 2012년 하계 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했다. 이후 최강희의 후임으로 한국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앞서 은퇴 기자회견 당시 홍 감독은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의 길은 행정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행정가의 꿈은 계속 열어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홍명보는?]
 
▲서울 출생
▲동북고 졸업
▲고려대 졸업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
  -미국월드컵(98)
  -한일월드컵(02)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포항제철(92∼96)
  -일본 쇼난 벨마레(97∼98)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99∼01)
  -포항제철(02∼03년)
  -미국 LA갤럭시(03∼04)

▲지도자 경력
  -대표팀 코치(02∼07)
  -U-23 대표팀 코치(07∼08)
  -올림픽 대표팀 감독(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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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