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여야 신임 원내대표 이완구·박영선

첫 충청·첫 여성…‘궁합’ 잘 맞을까?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19대 국회 후반기 첫 1년간 원내 활동을 지휘할 여야 신임 원내대표가 선임됐다. 새누리당은 충청 출신의 이완구(64·충남 부여·청양) 의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경남 출신의 박영선(54·서울 구로을)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새로운 원내대표 체제로 각각 재편성됨에 따라 향후 세월호 참사 수습과 선거정국에 충돌이 예상된다. 여야 원내 사령탑의 궁합이 어떨지 지켜봐야겠다.
 

 
새누리당 이완구(충남 부여·청양)·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이 지난 8일 여야 원내사령탑이 됐다. 이들은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 협상 등을 주도하게 된다. 

새 원내대표
동시 선출

여야 신임 원내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협상력과 정치력을 평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두 원내대표는 임기 초반부터 국회에서 세월호 참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를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여야는 참사의 원인과 당국의 책임을 밝히고 종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시기와 방식에 대해선 견해 차이를 보인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미루고 우선 수습에 주력하자고 나오는 반면 새정치연합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두 원내대표는 전임 원내대표들이 마무리하지 못한 6월 국정감사와 국회선진화법 개정 문제도 풀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런 문제들이 새 원내대표들의 협상력과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에 관해서는 둘 다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장 배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의 소지가 없어 보이지만, 새누리당 일각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 관련 업무를 별도 상임위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 전반기와 달라진 정당별 의석분포를 이유로 여야 어느 한 쪽에서 상임위 정수조정을 요구할 경우 여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선다는 점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 3선인 이완구(충남 부여·청양) 의원이 지난 8일 선출됐다. 앞으로 이 의원은 19대 국회 후반기 첫 1년간 새누리당의 원내 활동을 지휘하게 된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비박계인 3선의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이 당선됐다. 이완구·주호영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 총회에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로 단독 출마해 표결 없이 박수로 만장일치 합의 추대됐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뒤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건강한 당·정·청 긴장관계가 필요하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집권당 원내대표라는 중역을 맡아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군림하는 느낌의 대표가 아닌 당의 심부름꾼인 총무가 돼서 당의 의견을 정부와 대통령과 언론에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 어려운 고언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를 보면 지역적으로는 충청권과 텃밭 TK의 구성이고, 계파로 보면 친박과 비박 인사의 조합이다. 비교적 무난한 모양새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영남권이 지역 기반인 새누리당에서 충청 지역 출신 의원이 원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충남 청양이 고향인 이 신임 원내대표는 충남지사를 역임한 여권의 대표적인 충청권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경제 분야 관료 출신이지만 충북·충남경찰청장을 지낸 평범하지 않은 이력으로 정치권의 문을 두드려 15·16대 의원을 지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에 당선됐지만, 2009년 당시 세종시 원안을 고수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면서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지사직을 사퇴했다. 


‘합의 추대’이
‘여성 최초’박
 
주 신임 정책위의장은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내는 등 판사 출신으로 친이계의 핵심 인사였지만, 합리적인 성품 덕에 계파를 뛰어넘어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원내대표와 주 정책위의장은 당선 직후 원내 수석부대표와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 재선의 김재원 의원과 나성린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추대로 원내대표에 선출된 이 원내대표는 취임 초기부터 험난한 정국을 헤쳐가야 할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는 시작부터 정치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과 관련해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국정감사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의 특검·국조·국감 요구에 대해서 “희생자의 49재가 있고 아직 35명 정도의 실종자가 남아있기에 이런 문제를 제쳐놓고 특검·국조·국감을 한다면 현장에 있는 해경 요원이나 해군 관계자가 다 국회로 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신중하게 야당과 협의하고 언론의 양해와 의원들의 동의를 받아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새로운 체제 재편 ‘강대강’ 불가피
세월호 참사 수습과 선거정국 대충돌 예상
 
이처럼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수용 입장을 정한 것을 두고,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 후폭풍에서 벗어나려는 출구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참사 수습 후 국정조사 실시’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야당의 특검 요구와 관련해선 “특검은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수사 결과가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될 경우 실시하면 될 일”이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가 대개조 문제는 대통령도 말했지만 여야와 이념, 정파 문제가 아니다”라며 “야당의 쓴소리도 들어야겠다. 야당의 협력도 받아내야겠다. 진정한 집권당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겠다”고 강조했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난 이 원내대표는 1974년 행정고시(15기) 합격 후 재정경제원에서 경제개발계획에 참여했다. 그는 홍성경찰서장을 거치며 치안직으로 자리를 옮겼고 충북·충남 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96년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97년 대선을 치른 뒤 정권교체가 되자 여당행을 선택해 충청 지역정당인 자유민주연합(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그는 당 대변인과 원내총무 등 주요 당직을 두루 맡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옮겨서 철새 정치인으로 비난받았다. 그 후 2003년 한나라당 소속 의원 11명이 ‘스카우트비’ 등의 명목으로 당 재정국이 불법 모금한 대선자금 중 2억원 이상씩을 전달받았다는 ‘이적료 파문’에 2004년 17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미국으로 떠나 UCLA 교환교수로 1년여를 지낸 뒤 2006년 귀국해 한나라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지사직을 내려놓은 2009년에는 다발성골수종(혈액암) 때문에 치료에 전념했다. 건강 악화로 2012년 총선 출마를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에서 77.40%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화려하게 여의도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충남도당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친박계 의원들이 주축으로 만든 국가경쟁력강화포럼에 명예대표로 참여했다. 이 포럼에 함께 참여한 주호영 신임 정책위의장과 이때부터 러닝메이트로 원내대표 경선 참여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국회는…
고지전 준비 중?
 
새정치민주연합의 새 원내대표에 3선의 박영선 의원이 선출됐다. 헌정 사상 첫 여성 원내대표에 오르는 신기원을 열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원내대표 경선은 지난 8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3선 노영민(충북 청주흥덕을)·최재성(경기 남양주갑)·박영선(서울 구로을), 4선의 이종걸(경기 안양만안) 의원 간의 4파전으로 치러졌다.
 
전체 130명 중 128명이 투표한 1차 투표 결과, 노영민 의원이 28표, 최재성 의원이 27표, 박영선 의원이 52표, 이종걸 의원이 21표를 얻었다. 무효·기권표는 없었다. 아무도 과반 투표를 얻지 못하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노영민·박영선 의원 간 결선투표가 곧바로 진행됐다. 전체 130명 중 128명이 투표한 결선투표에서 박영선 의원은 69표를 얻어 59표를 얻은 노영민 의원을 10표 차로 앞섰다.
 
박 원내대표 당선에는 이른바 강경파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의 지지가 바탕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지지로 1차에서 압도적으로 앞선 후, 2차 투표에서 3, 4위에 그친 최재성, 이종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의 표를 노영민 후보와 나눠가지면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특히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등 지도부 측에선 친노·민평련의 지지를 받고 있던 노영민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지도부와 원내대표 간의 갈등을 제어하기 힘들다고 보고, 2차 투표에선 박영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도 강경 성향이기는 하지만 계파색이 없기 때문에 협력관계를 맺기 쉽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의 정견발표가 당선에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진도 팽목항을 다녀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애절함을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장내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강한 대여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 제1야당의 원내수장으로 뽑힌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문제와 함께 6·4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원내 지원도 지휘하게 된다.
 
[이] “대통령에 고언할 것”
[박] “대통령과 맞설 것”
 
박 원내대표는 당선 뒤 “올바른 대한민국, 새로운 야당, 새로운 정치를 여는 힘을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제가 해야 할 첫 일은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일”이라며 5월 국회 소집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협상을 조속히 시작하자고도 제안했다.
 
무엇보다 박 원내대표는 ‘존재감 있는 야당’을 강조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국민 앞에 우뚝 서는 새로운 새정치연합을 보여드리겠다”라며 “국민들에게 당당한 야당으로, 존재감 있는 야당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경남 창녕에서 태어난 박 원내대표는 2004년 초 MBC 선배인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에 의해 당 대변인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방송 기자와 앵커 경력으로 다진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당의 입’으로 맹활약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확보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기획재정위원으로 활동하며 금산분리법 통과 등 재벌개혁에 앞장섰다. 특히 금산분리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국내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정동영계의 핵심 측근으로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며 ‘BBK의혹’을 주도적으로 파헤쳐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듬해 총선에서 야당의 수도권 참패 분위기 속에서도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당선됨으로써 입지를 확실히 굳혔다. 18대 국회에서는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간사로 활약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전제하는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김태호 총리 후보자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사법개혁특위 검찰소위 위원장을 맡아 검찰 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으로 기용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데도 앞장섰다.

정국 순항
‘시계제로’
 
2011년 5월 여성으로는 처음 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돼 이른바 ‘3+1(무상 급식·의료·보육+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 정책을 설계했다. 같은 해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의원 등 쟁쟁한 경쟁자를 모두 제치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돼 주가를 높였다.
 
비록 무소속 시민사회 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패해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무조건 양보’로 박 시장의 당선을 도와 자신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후 당과 국회에서 잇따라 ‘여성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12년 1·15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위원에 뽑혀 한명숙 대표와 함께 민주당에서는 최초로 여성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했고, 19대 총선에서 구로을에 출마해 3선에 성공한 뒤 첫 여성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올랐다.
 
이후 국회 본회의의 관문인 법사위를 맡아 외국인투자촉진법에 반대하고, 검찰 개혁법안인 상설특검법과 특별감찰관법을 관철하는 등 제1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했다. 법안 처리와 관련해 새누리당으로부터 ‘월권을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법사위 내에서는 여야 협의에 따라 원만한 운영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hlee@ilyosisa.co.kr>
 

[이완구 원내대표는?]
 
▲충남 청양 출생
▲양정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미국 미시건주립대 석사  
▲단국대 행정학 박사
▲행정고시(15회)·경제기획원
▲홍성경찰서장
▲LA총영사관 영사
▲충북·충남지방경찰청장
▲15·16대 국회의원
▲UCLA 교환교수
▲2006∼2009 충남도지사
▲2010 새누리당 충남도당 명예선대위원장
 
 
[박영선 원내대표는?]
 
▲경남 창녕 출생
▲수도여고 졸업
▲경희대 지리학 학사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MBC 보도국 기자, LA 특파원
▲MBC 보도국 경제부장
▲17·18·19대 국회의원
▲열린우리당 대변인
▲국회 정보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민주당 최고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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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