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골프천재’ 노승열·리디아 고

세월호 참사로 슬픈 국민에 ‘희망샷’

[일요시사=사회팀] ‘코리안남매’ 노승열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PGA·LPGA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했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사이, 골프천재들이 먼 타국에서 희망을 안겨줬다. 우승컵을 쥔 노승열의 새하얀 모자에 달린 세월호 희생자를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노란 리본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노승열(23·나이키골프)과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캘러웨이)가 지난달 28일(이하 한국시간) 나란히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동반 석권하며 한국 골프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앞으로 두 선수가 세계 골프 무대를 호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PGA 노승열
LPGA 리디아 고
 
‘영건’ 노승열은 지난달 28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TPC(파72·7399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최종일 1언더파 71타를 기록해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투어 진출 2년 만에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같은 날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프로 전향 후 첫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노승열과 리디아고는 어려서부터 타고난 골프 재능을 선보인 천재로 알려졌다.
 
PGA 투어에서 첫 우승을 거머쥔 노승열은 최경주(44·SK텔레콤), 양용은(42·KB금융그룹), 배상문(28·캘러웨이)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4번째로 챔피언에 올랐다. PGA 데뷔 2년 만에, 78번째 도전 끝에 얻은 소중한 우승이다.
 
우승상금 122만4000달러(약12억7000만원)를 받은 노승열은 앞으로 2년 동안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카드는 물론 올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PGA챔피언십 출전권, 그리고 내년 마스터스행 티켓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또 오는 5월29일 만 23세 생일을 앞두고 한국 선수로는 최연소 우승의 진기록도 세웠다.
 
노승열은 우승 직후 “안타까운 사고로 슬픔에 빠진 모든 분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국의 국민을 위한 행복 에너지 배달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웰스 파고 챔피언십을 그 일환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각오다.
 
노승열은 인터뷰에서 “웰스 파고 챔피언십과 그 다음 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2승에 도전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그리고 우승 다음 날인 29일, 세월호 피해 지원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했다. 노승열의 선행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선행을 실천해왔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고대의료원에 2011년부터 3년 동안 모두 9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노승열 우승에 현지 언론은 무척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다. 3라운드까지 보기 한 개 없는 완벽한 플레이를 했고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베테랑 키건 브래들리와 최종일 맞대결을 하면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았던 대담한 플레이가 돋보였다는 것.
 
 
키건 브래들리는 2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동타를 만들었다. 그러나 브래들리가 5번홀 보기, 6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면서 갑자기 무너져버렸다. 노승열은 8번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브래들리를 완전히 떼어놨다. 메이저 우승 경력이 있는 미국의 차세대 스타 브래들리는 지난해 배상문에게 역전패한데 이어 노승열에게도 참패를 당했다.
 
복수의 전문가에 따르면 노승열은 인정받는 ‘골프 신동’이다. 타이거 우즈의 스승이었고 지난해 말까지 노승열을 가르쳤던 세계적인 골프교습가 숀 폴리는 그에게 특별한 애칭을 붙였다. ‘Soon You`ll Know’다. ‘Seung-Yul Noh’의 한국식 발음(승열 노)과 비슷하게 부르며 ‘곧 널리 알려지는 스타가 될 것’이라고 그의 재능을 인정한 것이다.
 
노승열은 PGA 투어 첫 승을 새 캐디와 이뤄냈다. 하버드대 출신의 캐디 마크 마조(미국)와 호흡을 맞췄던 노승열은 지난 3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을 끝으로 캐디를 교체했다. 이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었던 베테랑 캐디 스콧 새즈티낵(호주)과 마침 일정이 맞았고, 이번 경기부터 함께 플레이를 했다.
 
새즈티낵은 트레버 이멜만(남아공)과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등의 백을 멨고, 10년 이상 PGA 투어를 누빈 베테랑이라 젊은 노승열에게 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새즈티낵과 함께 PGA 투어를 누빌 가능성이 크다.

노란 리본 승전보
고국에 위로 안겨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난 노승열은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채를 잡아 장타자로 이름을 날리며 중학교 3학년 때인 2006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2007년 프로로 전향해 2008년 아시안투어 대회인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그해 아시안투어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2010년에는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가 공동 개최한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18세 282일의 나이로 1위에 올랐다. 그는 그해 아시안투어 상금왕에 오르기도 했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가 보유한 유럽투어 최연소 우승(18세 213일)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것이다.
 
노승열은 2012년 두 번째 도전 만에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꿈의 PGA 투어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PGA 정복은 쉽지 않았다. 함께 PGA 티켓을 따낸 배상문이 지난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동안 노승열은 톱‘10’에만 5번 오르는 데 그쳤다.
 
2013년 난조에 빠져 투어 카드를 잃을 뻔하는 고비를 맞았지만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파이널 대회에서 우승하며 2013-2014 시즌에 합류했고, PGA 투어 78번째 출전 대회인 취리히 클래식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며 자신의 실력을 당당하게 입증했다.
 
노승열의 골프 인생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아버지 노구현(51)씨다. 그는 어릴 적 노승열의 캐디를 자청하는 등 적극 지원했고, 노승열이 미국 생활을 할 때도 함께 했다. 
 
한국 남녀 골프 유망주
미국 프로무대 동반우승
 
테니스 선수 출신인 노씨의 권유로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채를 잡은 노승열은 아버지의 지도 아래 집에서 3분 거리인 바닷가를 훈련장으로 삼아 매일 4km 거리의 모래사장을 뛰었다. 강한 하체에서 나오는 장타 본능은 어린 시절 훈련에서 나온 것이다.
 
노씨는 어릴 적 아들의 캐디백을 직접 메는 등 열성적으로 지원했다. 아들이 프로가 된 후에는 직장까지 그만두고 캐디를 자처했다. 노씨는 갑상선암 재발로 그동안 건강 상태가 나빴지만 우승 소식을 듣고는 “갑상선 질환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다 풀린 것 같다”며 기뻐했다. 
 
또 한 명의 골프 신동 리디아 고는 지난해 10월 프로 전향 선언 후 처음으로 LPGA 투어 대회를 제패했다. 이로써 리디아 고는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로 올라섰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세계여자골프랭킹에서 9.42점을 받아 4위에서 2계단 상승했다.
 
프로 데뷔 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이 순위 상승을 견인했다. 리디아 고는 28일 끝난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24일 17번째 생일을 맞았던 그는 선물로 우승을 받은 것.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55주 연속 세계랭킹 1위(10.12점)를 지켰고, 루이스는 3위(9.31점)에 자리했다. 반면 박인비를 위협했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최근 부상으로 인한 대회 불참으로 4위(8.91점)까지 밀려났다.
 
베테랑 카리 웹(호주)은 5위(7.24점)를 유지했고, 스윙잉스커츠에서 공동 9위에 올랐던 크리스티 커(미국)는 10위로 한 계단 올랐다. 롯데 챔피언십 우승자 미셸 위(미국)는 13위(4.19점)로 12위 최나연(27·SK텔레콤·평점 4.29)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나란히 우승하며
세계에 얼굴도장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시절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와 호주여자프로골프(ALPG)투어 대회에서 총 3차례 우승했고 LPGA투어 대회에서도 2승을 거두며 두각을 보였다. 프로 전향  불과 2개월 후인 지난 12월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스윙잉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1위에 올라 ‘천재 소녀’라는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의 최대 강점은 침착한 경기 운영이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도 초반 세계 정상급 선수인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에게 2타 차로 뒤졌지만 8, 9번홀 연속 버디로 동타를 만든 뒤 13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이 홀에서 보기를 범한 루이스를 2타 차로 따돌렸다.
 
[노] 생애 첫 PGA 우승…최연소 타이틀
[고] 세계랭킹 2위…1위 박인비 0.7점차
 
리디아 고는 “루이스 같은 베스트 플레이어와 경기하는 건 항상 기쁘고 배울 점이 많다”며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다. 2012년 캐나다여자오픈에서 LPGA 투어 최연소 우승을 거뒀을 때도 루이스와 챔피언 조에서 정면 승부를 펼쳤는데 결과가 좋았다. 선두로 출발했던 리디아 고는 5타를 줄이며 정상에 우뚝 섰고, 반면 1타 차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맞은 루이스는 이븐파에 그치며 공동 6위까지 미끄러졌다.
 
루이스는 “15세 소녀의 플레이라곤 믿기지 않는다”며 혀를 찬 적이 있다.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루이스는 침착했다. 작전대로 전반에 잠잠하다 후반에 승부수를 띄웠다. 반면 리디아 고는 전반에 업앤다운이 좀 있긴 했지만 버디를 보기보다 1개 더 잡아내 10언더파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둘은 10번홀(파4)에서 나란히 보기를 적어 9언더파 공동선두가 됐다. 
 
13번홀(파4)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리디아 고가 2m 버디 퍼트를 성공한 반면 루이스는 2.5m 파 퍼트 실패로 보기를 적어 2타 차로 벌어졌다. 파5 14번홀에서도 리디아 고는 연속 버디를 낚았다. 루이스도 버디를 잡아 9언더파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3위 루이스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루이스는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솎아내 1타 차로 좁히며 숨통을 조여 왔다. 
 
하지만 루이스는 17번홀(파4)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리디아 고가 2온에 실패해 어려운 파 세이브를 하는 동안 루이스는 4m 버디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퍼트가 약간 짧았고, 루이스는 아쉬움이 고개를 푹 떨궜다. 오히려 신지은이 3m 버디를 솎아내 10언더파로 올라섰다. 
 
18번홀에서 숨 막히는 1타 승부가 벌어졌다. 챔피언 조 3명 모두 3m 이내의 버디 찬스를 잡은 것. 먼저 퍼트한 신지은은 버디 기회를 놓쳤고, 리디아 고가 1.5m 버디를 시원하게 성공시키며 최종 우승을 확정 지었다. 
 
최근 LPGA 투어에서 리디아 고에 버금가는 화제를 모은 렉시 톰프슨(19·미국)은 2010년 6월에 프로 전향을 선언하고도 첫 우승을 2011년 9월에 기록했고, 미셸 위(25) 역시 2005년 10월 프로로 데뷔한 뒤 첫 승을 2009년에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디아 고는 데뷔 후 첫 시즌부터 가볍게 우승컵을 거머쥐며 ‘골프 신동’의 등장을 세계에 알렸다. 
 
리디아 고는 제주에서 태어나 5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2003년 가족들을 따라 뉴질랜드로 이민을 간 뒤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리디아 고는 영국왕실골프협회가 수여하는 매코맥 메달을 3년 연속 수상했다.
 
매코맥 메달은 명예의 전당에 오른 마크 매코맥의 이름을 딴 메달로 매해 시즌이 끝난 뒤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아마추어 선수에게 수여한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LPGA 투어 대회까지 제패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계의 명성을 높였다.

예견된 결과
골프 기대주
 
리디아 고가 작년 말 프로 전향 후 각종 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하루 5300 뉴질랜드달러(약47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후원사와의 계약금이나 광고 수입 등은 포함되지 않은 액수다. 상금은 올해 LPGA 대회에서 받은 액수가 총 58만8816뉴질랜드달러, 지난해 두 차례 프로대회에서 21위와 1위를 해서 받은 액수가 23만4406뉴질랜드달러, 지난 1월 뉴질랜드 오픈에서 2위를 차지해 받은 액수가 3만2710뉴질랜드달러 등이다. 
 
리디아 역시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리디아 고는 5세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해 48일째 되는 날 첫 라운드에서 130타를 칠 정도로 골프감각이 뛰어났다. 그 이듬해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고길흥(53)씨는 리디아 고를 데리고 뉴질랜드로 골프 이민을 감행했다.
 
고씨는 딸에게 “너는 천재다. 특별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아 리디아 고는 골프에 대한 스트레스보다는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됐다. 고씨는 또 자신이 고안한 훈련법으로 딸을 직접 지도했다. 집 근처 골프장의 파3홀에서 각각 다른 세 곳의 티에서 각각 30개씩 볼을 치며 거리 맞추는 연습을 매일 했다. 그 결과 리디아 고는 “홀 가까이 아이언 샷을 붙이는 대회가 있으면 내가 당연히 우승”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리디아 고는 우승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어떤 우승이든 큰 차이가 없지만 이번 대회는 아버지와 함께한 우승이라는 점이 달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khlee@ilyosisa.co.kr>
 
 
[노승열은?]
 
▲강원도 속초 출생
▲경기고 졸업
▲고려대 재학 중
▲2005∼2007 골프국가대표
▲2005 한국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한국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우승
▲2008 아시아투어 미디어차이나클래식 우승
▲2010 아시아투어 겸 유럽투어 메이뱅크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
▲2012 미국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
▲2013 PGA 2부 투어 웹닷컴투어 우승
▲2014 PGA 투어 취리히 클래식 우승
 
 
[리디아 고는?]
 
▲제주 출생(국적 뉴질랜드)
▲2011 마크 매코맥 메달
▲2012 호주 아마추어 여자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호주 여자 골프 뉴사우스 웨일스 오픈 우승
▲제112회 US 아마추어 여자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LPGA투어 캐나다 여자 오픈 최연소 우승
▲2013 LET ISPS 한다 뉴질랜드 여자 오픈 우승
▲LPGA투어 캐나다 여자 오픈 우승
▲KLPGA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마스터스 우승
▲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 우승(프로 전향 후 LPGA 첫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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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