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투잡’ 전성시대 엿보기

“인기는 반짝…목구멍은 포도청?”

[일요시사=연예팀]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 하지만 인기는 언제 시작될지, 또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는 법이다. 이 때문일까. ‘투잡’을 뛰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전부터 이어져 오던 외식사업을 넘어 이젠 격투기, 복싱 등의 운동과 예술분야에 이르기까지 활동범위가 넓어졌다. 제2직업을 연 스타들의 별별 행보를 짚어봤다.

최근 화제를 모은 ‘투잡 스타’는 윤형빈이다. ‘왕비호’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윤형빈은 격투기선수로 출사표를 내밀며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는 지난 2월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로드FC 14 대회 라이트급 매치에 출전하며 격투기선수로 화려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링 위에 오른
윤형빈-이시영

윤형빈은 이날 타카야 츠쿠다를 상대로 1라운드 4분 19초 만에 KO 승리를 따내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종합격투기 선수로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예전 일본 예능인들의 올바르지 못한 태도에 대해 분개한 마음 때문”이라며 논란이 된 ‘임수정 사건’을 언급해 더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윤형빈은 최근, 올해 말 두 번째 경기에 출전하겠다고 밝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 중 일본으로 ‘격투기 유학’을 다녀 올 예정이다.

복싱선수를 겸하고 있는 배우 이시영도 눈에 띈다. 이시영은 지난 2010년 여성복서를 소재로 한 영화의 주연을 맡으면서 복싱의 매력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작은 무산됐지만 이시영은 꾸준히 훈련에 임했고, 이듬해 제47회 신인아마추어 복싱전, 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완벽한 복서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4월에는 국가대표선발전에서 승리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10월에는 제94회 전국체육대회 복싱 여자 플라이급(51Kg) 경기에 출전, 8강전에서 김하율에 판정패 당했지만 대중은 ‘여배우 이시영’이 아닌 ‘복서 이시영’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이시영은 최근 방송활동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해 첫 정극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KBS2 새 수목극 <골든크로스>에서 여검사 서이레 역을 맡아 호평 받고 있다.

CEO형 방송인
홍석천-홍진경

윤형빈과 이시영이 링 위에서 투혼을 다하고 있다면 외식사업에 발을 들인 CEO형 스타들도 있다. 방송인 홍석천과 홍진경이 주인공. 홍석천은 지난 2000년 동성애자라고 공개 커밍아웃을 한 뒤 방송에서 퇴출, 생계를 위해 뛰어든 레스토랑 사업을 통해 수십억 원대의 자산가로 거듭났다. 마이치치스, 마이홍, 마이첼시, 마이타이, 마이누들, 마이엑스, 마이타이차이나. 태국, 중국, 지중해 등 현재 운영하는 레스토랑만도 7개다.

가게이름마다 붙어있는 ‘마이’가 보여 주듯 편안한 콘셉트로 가게를 운영한 덕분에 창업 11년 만에 성공한 스타CEO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JTBC <마녀사냥>에서도 탑게이로 활약하며 사업과 방송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홍진경도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지난 2003년 식품 브랜드 ‘더김치’를 론칭한 후 2011년 쇼핑몰에서 4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격투기선수에 치과매니저로 활약하기도
유명세 건 외식업 기본, 예술분야도 진출
제2의 직업으로 돈벌이에 취미생활까지

홈쇼핑을 통해 하루 만에 1만 5000세트 이상의 김치 판매 신기록을 수립해 화제가 됐을 정도로 김치사업계에서는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금은 더만두, 더죽, 더장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안방극장에서도 활약하며 주목받았다. 홍진경은 올해 초 방송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의 고교 동창생 홍 사장 역으로 출연하며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SBS 새 예능 프로그램 <매직아이> MC로 발탁돼 이효리, 문소리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 외에 3인조 혼성그룹 쿨 출신 이재훈도 요식 사업가로 변신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돼지콧구멍 족발’을 지난해 홈쇼핑에 론칭해 판매 중이다. 힙합그룹 리쌍은 절친 하하와 함께 막창집을 운영하며 강남, 홍대 등지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었다.

패션이 좋아
유리-진재영

또 다른 스타들의 ‘단골’ 사업아이템은 ‘의류쇼핑몰’이다. 의류쇼핑몰로 ‘대박’을 친 스타로는 배우 진재영과 가수 유리, 개그우먼 백보람 등이 있다.

진재영은 운영하고 있는 ‘아우라 제이’로 방송활동 보다는 쇼핑몰 CEO 생활에 주력하고 있다. 아우라 제이는 웹 사이트 분석평가 사이트인 랭키닷컴에서 연예인 쇼핑몰 1위를 장악한 바 있으며, 하루에만 억대 매출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진재영 쇼핑몰은 신상품 디자인기획으로 자체제작 상품의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으며, 이후 오프라인에서 브랜드 론칭과 매장 개설 계획도 가지고 있다.

개그우먼 백보람은 ‘뽀람’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백보람은 단돈 20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해 월 매출 1억까지 수익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루 3시간씩 자면서 3년간 고생해 성공했다는 후일담을 들려주기도 했다.

최근 결혼한 쿨 유리 역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이 엠 유리’를 열어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준희 역시 ‘에바주니’를 발판으로 지난해 패션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며 패셔니스타임을 과시했다. 노홍철도 자신의 독특한 패션감각을 살려 ‘노홍철 닷컴’을 운영 중이고, 최근 출산한 황혜영 역시 ‘아마이’를 통해 남다른 패션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연예인으로 생활하며 얻은 패션 센스를 사업과 연관시켜 좋은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예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 쇼핑몰’은 한때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사업을 연관시킨 최적의 부업으로 평가받았다”며 “몇몇 연예인들은 섣부르게 도전했다 사업을 접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지만, 성공대열에 오른 이들은 쇼핑몰을 통해 수억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인생사는
이기용-구혜선

생각지 못한 이색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들도 있다. 최근 드라마로 복귀한 배우 구혜선은 연기 외에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소설을 출판하고 그림전시회를 열고 직접 메가폰을 잡아 장·단편 영화를 찍었다.


첫 장편영화 <요술>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변신, 이후 영화 <복숭아나무>, <기억의 조각들> 등을 연출했다. 투잡활동으로 한동안 안방극장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구혜선은 지난 4월5일 첫 방송된 주말드라마 <엔젤아이즈>를 통해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1990년대의 대표적인 꽃미남그룹 NRG의 멤버였던 문성훈은 현재 가방디자이너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방디자이너 겸 CEO로 변신한 모습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지갑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그는 우연한 기회로 가방 제작을 배우게 되면서 가방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현장에서 가죽공예를 배우며 실력을 쌓아 6년째 가방제작 사업을 하며 가방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가방 제작 교육기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연예인 중에서도 유난히 하얀 치아와 예쁜 미소로 대표되어 왔던 SBS 한국슈퍼모델 대상출신 모델 이기용은 치과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예쁜 미소치아 관리방법을 듣기 위해 해당 치과의 예약이 늘어난 것이 이슈화 될 정도다.

제2의 인생을 연 스타들은 더 있다. 특이한 할머니 분장으로 인기를 누린 개그우먼 정재윤은 피부미용관리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고, ‘뿌요뿌요’ ‘바다’ 등의 히트곡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4인조 혼성그룹 ‘유피(UP)’의 리더 김용일은 현재 국내에서 손꼽히는 웨이크보드 선수다. 가요계의 소문난 ‘엄친딸’ 가수 이소은은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의 삶을 살고 있다.

투잡으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스타들에 대해 대중의 관심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기 때문에 단숨에 화제를 모으기도 하지만, 더욱 까다로운 시선을 받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이 스타들의 과감한 도전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 자체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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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