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⑨23명 선원 앞날은?

살인마보다 더한 도망자들 '감방으로 골인'

[일요시사=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수많은 승객이 숨졌다. 시신 수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실종자 수는 사망자 수를 넘어섰고, 유가족의 억장은 무너졌다. 세월호 침몰 후 가장 먼저 육지에 발을 붙인 사람은 승객도 승무원도 아닌 세월호 선장이었다. 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가장 먼저 승객을 등지고 도망쳐 기어코 살아남았다. 이 선장의 뒤를 이어 승무원 23명도 세월호를 빠져나왔다. 끝까지 승객들을 지켰던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이 선장을 비롯해 살아남은 23명은 유가족들의 울부짖음과 질타를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선박직 승무원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승무원의 구조율은 29명 중 23명이 살아남아 79%에 달했다. 선박직 승무원들의 구조율은 100%다. 반면 승객 구조율은 34%(151명)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사고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살인죄 가능성

탈출한 승무원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검찰은 승객 구조 의무를 다하지 않고 빠져나온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에게 무거운 처벌을 내리기 위해 다양한 혐의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준석 선장과 조타수 조모씨, 3등 항해사 박모씨가 지난 19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 선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형법상 유기치사 ▲업무상 과실(선박 매몰) ▲수난구호법 위반 ▲선원법 위반 등의 5가지 혐의로 구속됐다. 조타수 조씨와 3등 항해사 박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과실 선박매물,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특가법상 선박 도주 관련 조항이 적용된 것은 이 선장이 처음이다. 이 조항은 특가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7월30일부터 시행됐다. 최저 5년 이상의 징역부터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처벌 조항이다.


특가법 제5조의12 제1항에 따라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입법 취지는 선박끼리 충돌했을 때 도주한 선박의 선장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 뺑소니 같은 개념이다.

이어 22일 세월호 1등 항해사 강모씨와 신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사 박모씨가 유기치사 및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3일 자살 소동을 일으킨 1등 기관사 손모씨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2등 기관사 이모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4명의 선원들은 조타실에 모여 있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승객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선원전용통로로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른 승무원 2명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주로 주장하는 선박결함 가능성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날까지 유치된 11명 중 여성인 3등 항해사 박씨만 홀로 방을 사용하고, 나머지 남성 10명은 두 개방에 나눠 지내고 있다.

특히 이준석 선장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 선장에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한지 관련 판례와 법리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 18조에 따르면 부작위범은 위험상황을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사고 발생을 무시한 사람이다. ▲미성년자에 대한 친권자의 보호 의무 ▲친족 간 부양 의무 ▲부부 간 부양 의무 ▲경찰관의 보호조치 의무 ▲의사의 진료 및 응급조치 의무 ▲운전자의 구호 의무 등이 부작위범에 포함된다.

예컨대 부모가 어린 자식을 방치해 굶겨 죽이면 이것이 부작위 범죄에 해당한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 아이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살인이 아니더라도 유기치사죄에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이 선장은 승객이 사망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고, 자신만 살고자 탈출했다. 부작위범에 대한 형량은 특가법과 마찬가지로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승객 구조율 34%…선박직 승무원은 100%
"무기징역 당연" vs "기껏해야 몇 년"

일각에서는 이 선장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작위범이나 특가법은 최고 무기징역이지만 ‘살인죄’는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선장이 자신의 의무를 고의로 회피한 사실이 밝혀진다면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법조계에서는 살인죄 적용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필적 고의를 증명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른 결과를 인용하는 것이다. 살인 의사가 약해도 사망이 가능하다는 상황을 인식했다면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선장은 사고발생 이후 퇴선명령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당시 선원은 살아있었고, 구조선박과 헬기가 현장에 나와 있었다. 이 선장이 위험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이를 방치해 승객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밝혀야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삼풍백화점, 남영호 침몰 등 대형사고가 터질 때마다 책임자에 대한 비판이 컸지만 실제 살인죄가 적용된 경우는 없었다”며 “지금으로서는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확답하기는 어려워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금까지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1995년 삼풍백화범 붕괴사고 당시 검찰은 사고책임자들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하려 했으나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기소했다. 이 범죄는 최대형량이 금고 5년에 불과하다.

과실치사 그칠 수도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에서도 검찰은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판정했다. 당시 남영호는 제주를 떠나 부산으로 가던 중 큰 파도를 만나 침몰하면서 3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생존자는 선장 강모씨를 포함해 13명뿐이었다.

 

<dklo216@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0년 전 이준석 선장 "안전 위해 늘 긴장 한다"더니…

“직업 특성상 긴장을 늦출 겨를이 없다.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래야 잡념이 없어지기에 오히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10년 전 이준석 선장은 제주지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선장이라는 직책의 무거움을 거론했다.

이 선장은 “처음 탄 배가 원목선이었는데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배가 뒤집혀 일본 자위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출해 줬다”며 “그때 만일 구출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그 때 일을 회상했다. 이어 “바다에서 태풍을 만났을 땐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란 간사해서 그 위기를 넘기고 나니 그 생각이 없어져 지금까지 배를 타고 있다”고 했다.


이 선장의 말대로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그는 위기 상황에도 무력해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조사 결과 이 선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3등 항해사에게 운항을 맡기고 침실로 내려가 장시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휴식을 취했다. 세월호가 침몰하자 이 선장은 배와 탑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 구조 후 이 선장은 온돌 침대 위에 젖은 돈부터 말렸다. 비난여론이 쏟아지자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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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