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미모의 댄스여왕 '두 얼굴'

독지가? 사기꾼? 위험한 이중생활

[일요시사=사회팀] 모 댄스협회 회장으로 알려진 A씨는 '한국의 마더테레사'로 불린다. 그녀는 존경받는 여성 댄서로, 교수로, 그리고 지적장애인들을 후원하는 따뜻한 어머니로 자신을 세상에 알렸다. 그런데 잘 나가던 그녀를 둘러싸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질 조짐을 보이자 A씨는 잠적했다.

A씨는 10여년 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다. 전신마비 장애로 고통을 받은 그녀는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포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를 갖고 꾸준히 재활활동을 했다. 그리고 결국 신체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 이후 댄스스포츠를 취미 삼았던 담당 주치의의 댄스스포츠 권유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그녀는 격렬하기로 소문난 라틴댄스를 배웠다.

그녀의 정체는?

A씨는 기적적으로 프로활동을 거쳐 현재 방배동에서 댄스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됐다. 드라마 같은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다. 새로운 삶을 얻은 그녀는 장애인을 위한 사업장을 만들었다. 이후 단순 사업장을 넘어 다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을 맞게 됐다.

이때부터 A씨는 장애인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마더테레사' '어머니'로 불리며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됐다. 그리하여 지난해 6월, 강남에서 문화예술 공연이 열렸다. 유명 가수 및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자들의 재능기부로 이 행사는 풍성하게 마무리됐다.

그녀는 주로 SNS를 통해 자신을 알렸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었다. 점점 친분이 쌓였고 댄스도 함께 하게 됐다. 그녀가 하는 일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들도 늘었다. '후원금'을 주겠다는 것. 문제는 이 후원금으로부터 시작됐다.


A씨의 팬을 자처한 B씨는 지난해 6월, SNS 친구들로부터 1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B씨는 A씨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장애인을 돕고자하는 행사의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비슷한 성격의 또 다른 행사가 열렸다.

마찬가지로 B씨는 A씨에게 전달할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후원자들이 '기부영수증' 처리를 부탁했다.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A씨는 반색하며 기부영수증 부탁을 단칼에 거절했다. 기부영수증 이야기를 꺼내면 아예 후원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모았던 후원금을 환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심지어 행사 참가를 신청한 사람들에게 불참하라는 통보를 했다. 기부영수증 한 번 요구했다가 관계에 금이 간 것이다.

유령단체 내세워 후원금 횡령 의혹
학력·지위·저서 등 수상한 이력들 
취재 시작되자 돌연 연락 끊고 잠적

'기부영수증이 뭐가 문제지?' 이 사건 이후 A씨를 따르던 몇몇 사람들은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A씨는 과거 본인이 유통회사를 통해 번 돈을 수년째 매달 2400만원씩 자신이 품고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쓴다고 했다.

사실 이 부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ㄱ장애인 사업장은 모회사인 ㄴ사와 장애인고용공단이 같이 자본금 5억을 출자해 만든 자회사다. ㄴ사가 장애인 고용 의무규정을 피하기 위해 ㄱ장애인 사업장을 설립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즉 ㄱ장애인 사업장은 영리기업이 운영하며 장애인미고용 벌금감면과 혜택을 받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A씨는 개인이 장애인들을 후원한다고 홍보해왔다. ㄱ장애인 사업장과 ㄴ사의 관계를 고려해 보면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그녀는 ㄴ사의 등기이사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녀는 등기이사가 아니라고 전해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가 회장으로 있는 모 댄스협회는 사단법인 단체가 아니라는 것. 그녀는 줄곧 사단법인 단체라며 후원금 등을 모집했지만, 정식 사단법인 단체가 아닌 유령단체로 알려진다. 문제는 유령단체로 후원금을 수령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지금껏 거짓 단체로 자신을 ‘회장’으로 포장해왔다. 장애인들을 앞세워 선한 이미지를 고수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녀를 두고 거짓된 명성으로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온 파렴치한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A씨는 SNS를 통해 대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다고 알린 바 있다. 강연의 중심은 자신이 직접 쓴 저서였다는 것. 그러나 그녀가 언급한 저서는 어디서도 확인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교수라고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녀의 SNS 기록을 보면, 주변인들은 그녀를 '회장님' 혹은 '교수님'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현직 교수들도 그녀에게 교수라고 칭한다. 그러나 현재 출강하는 학교, A씨의 학력 등은 일절 알려진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그녀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실태를 고발하고자 앞서 후원금을 모금했던 B씨 등은 A씨에게 구체적인 사실증명을 요청했다.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A씨는 이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세웠다. 그리고 연락을 끊었다. 자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A씨는 SNS를 전면 차단했다. 또한 포털카페나 블로그 등에 게시돼 있었던 그녀의 소식은 일부 없어지기도 했다. 추가적인 논란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리고 A씨는 변호사를 통해 현재 암환자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밝혔다.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단지 그녀가 말하는 암은 상피내암으로 단기간에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변호사와 이야기하라”는 짧은 대답만 던졌다.

양파 같은 인생

문제는 현재 그 어디에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A씨의 대리인 역할을 해온 변호사는 A씨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명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한 뒤, 마지막으로 한 법무법인에 연락하라는 말만 남겼다. 변호사가 말한 법무법인에 확인해본 결과 A씨를 변호하는 변호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측은 애초에 해명할 자료가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변호할 만한 '사건'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지금 SNS를 끊고 잠적한 상태지만 그녀를 신봉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해진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보조금 꿀꺽’ 유령단체 실태

지난 2월10일, 정부 보조금을 횡령한 민간단체 8곳이 검찰에 기소됐다. 이중 3곳은 사무실도 없는 유령단체였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무궁화 꽃 행사를 민간단체에 맡기고 비용을 지원했다. 그런데 이 단체는 자신들이 주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서울시와 안전행정부에 행사비용을 또 받아 챙겼다.

이런 수법으로 2011년부터 2년 동안 1억3000만원을 챙겼다.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 단체는 통장사본을 위조해 지난 2년 동안 1억7000만원을 빼돌렸다. 이 단체는 보조금 1억7000만원 가운데 1억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비영리민간단체 8곳이 이런 수법으로 반납해야 할 액수는 7억3000만원에 이른다. 8개 단체 중 3개 단체는 사무실도 없는 유령단체로 드러났다. 정부는 뒤늦게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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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