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추억 사고파는 동묘 벼룩시장 가보니…

홍대 안 부러운 노인들의 놀이터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동묘 벼룩시장은 전국팔도를 돌고 돌아 다시 부활한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온갖 물건을 저렴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노인들의 홍대’로 알려졌지만 요즘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보물창고다. 동묘 벼룩시장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동묘 벼룩시장에 가면 세상 온갖 만물과 마주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빠끔히 얼굴을 내밀며 입양을 기다리는 물건들로 즐비하다. 구석구석 향수가 묻어나는 시장으로,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기에 적합한 장소다. 이제 동묘 벼룩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닌, 하나의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주말 평균 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을 정도라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루종일 북적

연중무휴,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동묘시장은 ‘동묘 벼룩시장’ 혹은 ‘동묘 구제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거래되는 특별한 시장이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6호선이 교차하는 동묘역 주변으로 많은 물건들이 거래된다. 평일 250∼300개, 주말 550∼600개 정도의 좌판이 모여 자연스럽게 거리시장을 형성한다. 주말에 찾은 동묘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길거리에는 수북이 쌓인 옷 더미로 가득한 좌판이 즐비했다. 돗자리 위에 깔린 옷들의 가격은 보통 1000원부터 시작했다. ‘사든 말든’. 길거리의 상인들은 판매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가격을 물어볼 때나 대답해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가격을 묻는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대부분의 좌판들은 쌓여 있는 옷들을 1000원이나 2000원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시세’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형성돼 있었다.


조금 괜찮다 싶은 브랜드의 옷들은 대게 5000원 정도였다. 물론 명품 브랜드의 옷은 예외다. 명품 옷은 옷걸이에 걸어놓고 판매한다. 그렇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다. 이 옷들은 만원짜리 몇 장이면 구매가 가능했다. 새 상품 구입가격을 생각해보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잘 찾아보면 ‘보물찾기’가 가능한 것. 그렇다고 쉽게 보면 안 된다. 보물찾기가 간단할 리 없다. 수많은 옷들을 헤치고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는다는 건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자도 수십분 만에 겨우 하나를 건졌다.
 

동묘시장 길거리에는 옷 외에도 중고휴대폰, 카세트,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등을 판매하는 전자제품 전문 좌판도 있다. 노인들은 좌판에 모여 물건을 탐색하며 상인과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 상인들의 착한 ‘끼워 팔기’도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카세트 사면 최신 헤드폰 3000원에 줄게요”라며 노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기도 했다.

제품의 성능을 확인하며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쇼핑’이 아닌 ‘놀이’로 보였다. 실제로 동묘시장엔 소일거리를 나온 노인들이 많다. 괜히 ‘노인들의 홍대’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좌판 근처엔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모습도 보였다. 노인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박물관’ 아날로그 감성 자극 시장풍경
단돈 만원이면 옷 한벌…젊은세대도 모여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사방으로 좌판이 펼쳐져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옷들은 기본이며 잡다한 물건들이 돗자리 위에 있었다. LP판, 시계, 보온병, 글러브, 탄띠, 화장품, 도자기, 밥상, 액자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옛 상품도 곳곳에 있었다.

굳이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역사박물관’으로서 구경할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시대와 장르를 불문한 물건들이 동묘시장을 지탱하는 것이 분명했다. 이러한 가치 때문일까. 구경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출사’ 나온 이들도 여럿 보였다. 또 요즘엔 과거와 달리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 빈티지를 찾는 이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특히 패션과나 연극과 학생들에게 이곳은 새로운 쇼핑지다. 패션과 학생들에게 동묘시장은 일종의 배움터다. 과거 스타일을 곱씹으며 패션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것이다. 연극과 학생 및 연극배우에게는 경제적인 소품백화점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연극 소품 등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젊은이들까지 동묘시장을 찾으면서 20∼30대의 또 다른 패션 메카로 떠올랐다. 여기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수 빅뱅의 지드래곤과 개그맨 정형돈이 동묘시장에서 쇼핑한 옷들을 입고 뮤직비디오를 찍은 뒤 젊은 층들이 몰려들었다.

뮤직비디오에 등장했던 동묘 동쪽 돌담길 골목은 유난히 인기다. 여기에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보태지면서 노인들의 홍대가 신구세대의 집합소가 되고 있다.  또 요즘엔 외국인들의 방문도 잦다.한국의 오래되고 진귀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한국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관광코스로 부상했다.

아줌마들과 함께 옷을 파헤치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흔히 보인다. 외국인 상인들의 방문도 줄을 잇는다. 동묘시장 한 상인에 따르면 동남아, 아프리카 중개상들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옷과 가방 등을 찾는다.

추억 담아가는 장소

동묘시장도 쇼핑 방법이 있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시시각각 물건이 바뀌고 먼저 집는 사람이 임자기 때문에 개시 시간을 알고 찾는 게 중요하다. 또 황금 할인 시간대도 따로 있다. 오전보다는 오후에 찾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인근에 있는 동묘(동관왕묘:보물 제142호)를 산책할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이처럼 동묘시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급증했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상권이 자연스레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노점’이라는 태생적 약점은 상인들에게 불안한 요인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노점상 대부분이 생계형 상인이기 때문에 단속만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질서가 잘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영업을 허용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묘 벼룩시장 VS 서초 벼룩시장

서초구의 서초토요문화 벼룩시장은 지하철 2·4호선 사당역 11번 출구로 나오면 만날 수 있다.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800m 구간, 방배2동 복개도로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 판매자만 1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옛날돈·골동품·필름카메라·LP판 등 희귀한 물건도 많다. 14년째 이어져 오는 서초토요벼룩시장은 단순한 벼룩시장이 아니다. 각종 문화 공연과 체험행사, 전시, 어린이장터 등이 열려 온가족 나들이로도 손색이 없는 하나의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서초토요벼룩시장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매회 판매자로 신청받아 판매금액의 50%를 기부토록 하고 있다. 이는 교육 차원이다. 이곳엔 기부왕도 있다. 30년간 동대문에서 원단 소매업을 했다는 전봉순(81) 할머니는 15년간 매회 5만1000원씩 기부해 왔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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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