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패럴림픽 2관왕 명사수 박진호

고난 딛고 금빛 총성 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박진호가 2024 파리패럴림픽서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도쿄패럴림픽 당시 복사에서 단 0.1점 차이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으나 이번에 그 아쉬움을 아주 말끔히 씻어냈다. 박진호는 체대생 시절 당한 불의의 사고에도 좌절하지 않고 체육인의 꿈을 이뤄내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 장애인 사격 대표팀 박진호 선수가 2024 파리패럴림픽서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며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2관왕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서 다관왕은 박진호가 처음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 선수로 거듭났다. 패럴림픽 개막에 앞서 박진호는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며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굳은 다짐
맺은 결실

박진호는 지난 3일,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서 열린 2024 파리패럴림픽 사격 R7 남자 50m 소총 3자세(스포츠등급 SH1) 결선서 454.6점(슬사 150.0점, 복사 154.4점, 입사 150.2점)을 쏴 중국의 둥차오(451.8점)를 제치고 또 한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박진호는 “내 이름이 호명되는 걸 듣고 나니까 ‘정말 2관왕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첫 금메달이 나왔을 때 리셋하려고 노력했다” “들떠 있었다면 오늘 이런 결과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럴림픽 신기록도 하루에 2개나 작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박진호는 결선서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서 세르비아 라슬로 슈란지가 세웠던 기존 패럴림픽 결선 기록(453.7점)을 갈아치웠고, 본선에선 1200점 만점에 1179점(슬사 392점, 복사 394점, 입사 393점)을 쏴 도쿄 대회서 주성철이 세운 패럴림픽 본선 기록(1173점)을 깼다. 


박진호는 “첫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정신이 없다”며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고, 제가 시원한 것을 좋아하는데 오늘 날씨가 시원해 편안하게 쏴서 패럴림픽 신기록까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패럴림픽에 한이 많이 남아 있었다”며 “다시 다음 경기도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메달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50m 소총 3자세는 무릎쏴(슬사), 엎드려쏴(복사), 서서쏴(입사) 순으로 사격해 우승자를 가린다. 첫 종목으로 8명이 오른 결선 슬사에서 박진호는 150점을 기록하며 6위로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어진 복사 종목에서는 154.4점을 쏴 3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입사 종목서 박진호는 복사까지 1위를 달린 마렉 도브라우스키(폴란드)를 제치고 단숨에 선두로 올라섰다. 

이후 10발째까지 100.2점을 추가해 1위를 유지했고 최종 5발에서는 둥차오의 추격을 뿌리치고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결선 경기는 각 15발씩 총 45발을 쏴 승부를 가린다. 

40발 이후 7, 8위가 탈락하고 이후 한 발을 쏠 때마다 한 명씩 떨어진다. 마지막 45발째에선 1위를 다투는 두 선수만 사대에 남기 때문에 박진호와 둥차오가 끝까지 승부를 겨뤘다. 초반에는 너무 힘을 빼지 않고 차분하게 순위를 유지하다가 가장 자신 있는 입사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앞서 박진호는 지난달 31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서 열린 사격 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결선서도 249.4점을 쏴 예르킨 가바소프(카자흐스탄·247.7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날 한국 선수단 두 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박진호는 3년 전 도쿄패럴림픽서 0.1점 차로 금메달을 놓친 한을 풀었다. 


하루 만에 신기록 2개 작성
도쿄서 놓친 금메달 한 풀어

메달을 확보한 박진호는 21번째 발에서 10.6점을 쏴 마침내 선두로 올라섰다. 22번째 발도 10.5점에 적중하면서 선두를 지켰다. 2위 가바소프와는 0.7점 차. 박진호는 23번째 발에서 10.8점을 쏴 1.1점 차로 달아난 후 마지막 발을 10.6점에 적중시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이날 선수 소개서 장내 아나운서는 그를 ‘월드 챔피언’이라고 소개했는데, 마침내 사격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셈이다. 

경기 후 박진호는 금메달을 들어보이며 “무겁다”고 웃은 후 “초반에 긴장을 많이 했다” “사격이 첫날부터 (결과가)잘 풀려서 더 마음 편하게 쏠 수 있었고,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항상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며 “2014년부터 이 종목 세계신기록(본선)을 나 혼자 바꿔와서 제 기록이 깨진 적이 없는데 패럴림픽서 금메달이 없었다” “약간 비어 있던 게 꽉 찬 느낌이고 희열이 느껴졌다” “‘아, 내가 패럴림픽서 애국가를 울리는구나’란 생각에 뭉클해져 눈물이 날 뻔했다”고 설명했다. 

가족도 떠올렸다. “부모님을 연초 명절에 뵙고 아직 못뵀다”며 “‘그동안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고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울고 있을 텐데, (양)연주야, 오빠 금메달 따서 간다, 사랑해”라며 가족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속팀 강릉시청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자신을 물심양면 도운 강주영 강릉시청 감독에게는 “제일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강 감독님”이라며 “강릉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제가 (마시는)물을 가리는 것을 아셔서 이곳에 생수까지 공수해 주셨다”고 인사했다. 

이어 “시장님께선 중증장애인 선수들의 장시간 비행 피로를 덜기 위해 비즈니스석에 탈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 주셨다”고 감사해했다.

박진호는 지난 2014년 세계장애인사격선수권대회서 4관왕에 오르는 등 ‘장애인 사격의 진종오’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우승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 4월 창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5관왕에 오르며 패럴림픽을 앞두고 좋은 컨디션을 보였다. 아시아 패러게임에서는 통산 금메달 5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 등 총 10개의 메달을 획득했지만, 패럴림픽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을 맺지 못했다.

연이은 우승
금메달 쾌거

첫 패럴림픽 무대였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빈손으로 돌아왔고 지난 2021년 도쿄 대회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1개씩 획득했던 박진호는 이번 파리 대회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면서 그동안의 한을 풀었다.


박진호는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즐겼다. 운동신경이 좋아 각종 운동을 섭렵했다. 취미로 하던 운동이 어느새 특기로 발전되면서 그는 수원대학교 체육학과를 진학해 운동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박진호는 낙상 사고로 안타깝게 휠체어에 앉게 됐다. 척수 손상으로 하지가 마비됐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25세에 불과했다. 체대에 진학해 운동선수의 길을 걷던 그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건강한 몸을 잃은 박진호는 이 일로 ‘체육인이 되겠다’는 꿈을 접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까도 생각했지만, 고심 끝에 다시 운동선수의 길을 택했다. 무기력했던 박진호를 깨운 것은 큰누나 박영미씨였다.

그는 “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다”며 “선수가 돼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동생을 설득했다. 휠체어를 탄 채로 할 수 있는 종목들을 알아봤고 그중엔 사격이 있었다.

박진호는 “남자다운 운동을 하고 싶다”면서 사격을 선택했다. 큰누나의 지극정성 도움을 받아 마침내 총을 들게 된 것이다.

박진호는 서울 정립회관서 차근히 사격을 배우기 시작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장애인 사격선수가 됐지만, 빠르게 입지를 굳혀 나갔다. 선천적으로 운동신경이 좋은 덕분에 성장이 가팔랐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대회를 휩쓸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청주시청 장애인 사격부에 입단했다.


순탄한 길만 걸을 것 같았던 박진호는 시합 도중 입은 부상으로 수술대를 올라야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 욕창이 생겨 제대로 3년간 훈련조차 할 수 없어 성적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박진호는 그렇게 심리적 압박이 커져만 갔다.

이후 병세가 호전되자 그는 ‘처음 사격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총 드는 방법 등 기본기부터 다식 익혔다. 힘든 시간을 이겨낸 만큼 기술적으로도, 정신력도 한층 더 단단해졌다. 박진호가 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았고, 결국 세계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다.

박진호의 아내인 양연주도 장애인 사격선수다. 두 사람은 같은 병원서 함께 재활하다가 사랑을 키워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남편 권유로 아내도 총을 들면서 사격선수 부부가 됐다.

이번 대회에는 함께 출전하지 못했지만 지난 2022년 창원 세계장애인선수권 때는 부부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폐막한 2024 파리올림픽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사격의 메달 기세는 2024 파리패럴림픽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번 패럴림픽서 사격은 개막 이틀 째인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프랑스 샤토루 사격센터서 금·은·동을 쏟아내며 화제가 됐다. 

사격 침체기
황금기 시작 

먼저 R2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스포츠등급 SH1) 결선서 이윤리가 은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선수단 첫 메달 소식을 알렸다. 이어 조정두는 P1 남자 10m 공기권총(SH1)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사격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서훈태가 R4 혼성 10m 입사(SH2)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사격선수단의 메달 사냥은 계속 이어졌다. P3 혼성 25m 권총(SH1)의 김정남이 지난 2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동안 한국의 장애인사격은 꽤 오랜 시간 패럴림픽 무대 중심에 서지 못했다. 지난 2012년 런던패럴림픽 때 강주영이 R4 혼성 10m 공기소총(SH2)서 총 3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이후 2016년 리우올림픽, 2021년 도쿄 대회서 2연속 노골드에 그쳤다. 

그러나 한국 장애인사격이 침체기를 깨고 패럴림픽서 다시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대한장애인사격연맹, 그리고 배동현 BDH재단 이사장의 지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2021년 취임 후 장애인체육계 다방면에 걸쳐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파리 현지서 만난 정 회장은 “탁구와 보치아, 사격, 배드민턴, 태권도 등 패럴림픽 전략 종목을 선정해 스포츠의과학 및 전력 분석 등을 지원한 결실이 나오고 있다”며 “사격서 더 많은 메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장애인사격연맹도 지난 2022년 세계장애인사격연맹(WSPS)와 협의를 통해 4년간 사격월드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부터 3년째 열린 ‘창원장애인사격월드컵’은 자연스럽게 한국 장애인사격의 국제적인 위상과 경쟁력을 키우는 산실이 됐다. 

파리패럴림픽 선수단장인 배동현 이사장 역시 지난해 4월 세종시 연고로 한 BDH파라스 실업팀 창단과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소속 선수들의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내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지난해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장애인 사격의 진종오로 불려

이 같은 지원에 DBH파라스 소속 조정두가 지난달 30일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을 명중하며 확실히 입증해 보였다. 배 이사장은 “조정두의 금메달 획득에 정말 감격했다”면서 “사격 덕분에 다른 종목 선수들의 사기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격을 필두로 여러 종목서 더 많은 메달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헌신적인 노력과 효과적인 정책 덕분에 지난 12년간 침체기였던 패럴림픽 사격은 다시금 효자종목으로 다시 떠오를 수 있었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지난 5일 기준으로 금메달 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0개로 종합 순위 17위에 올랐다. 3개의 금메달은 사격서 나왔고, 나머지 1개의 금메달은 보치아서 나왔다.

한국 보치아는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1위 정호원은 지난 2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은 1988 서울대회 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보치아서 10회 연속 금자탑을 쌓는 데 성공했다. 이번 대회 정호원의 금메달을 포함해 4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패럴림픽 효자 종목으로 이름을 떨쳤다. 

지금까지 한국 보치아가 패럴림픽서 획득한 금메달은 총 11개로, 은메달 8개, 동메달 8개까지 더해 전 세계서 가장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낙상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정호원은 지난 1998년 보치아를 시작해 2008년 베이징,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0 도쿄에 이어 네 번째 패럴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파리패럴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은 17개 종목 177명(선수 83명, 임원 94명)이 파견됐으며, 선수단은 1988 서울대회부터 2008 베이징대회까지 6회 연속 패럴림픽서 두 자릿수 금메달을 획득했다. 

승전보 소식
목표치 이상

하지만 2012 런던대회 9개, 2016 리우데자네이루대회서 7개의 금메달을 딴 뒤 직전 대회인 2020 도쿄대회에선 금메달 2개에 그쳤다. 도쿄대회 이후 유망주 발굴에 전념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대회서 금메달 5개 이상을 획득해 종합 순위 20위권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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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북풍 공작’ 국방정보본부 방관 내막

‘드론 북풍 공작’ 국방정보본부 방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드론사는 합참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어떤 훈련이나 작전을 진행할 때는 김명수 합참의장이 허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에서 김 의장은 배제됐다. 군 지휘 체계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작전은 사실상 대북 작전이다. 사전에 공작 플랜을 짜야 한다. 군 정보본부가 알면서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팀은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의 북한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에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가 가담한 정황을 확인했다. 사실상 ‘북풍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사가 알았다면 상급 기관인 국방정보본부가 알았어야 한다. 다만 특검팀은 내란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이 계획을 주도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초 계획·실행 특검팀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여름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드론사에서도 비슷한 문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과연 관계자는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며 “드론사에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정보사와 드론사가 국과연에 문의한 시기는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대통령실 보고용 ‘V(대통령) 보고서’를 기획 단계부터 작성하던 시기와 겹친다. 특검팀은 드론사가 지난해 6월 드론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한 기획팀을 만들고, 7월에는 V 보고서를 작성한 후 8월 이후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고 판단한다. 국과연은 해당 드론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드론사가 내부에 무인기를 개발하는 별도의 부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전단통을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 중이다. 국과연은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2024년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드론·정보사, 국과연에 무인기 전단통 수차례 문의 안보실 지시로 비밀리 기획 ‘김용현 라인’만 참여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기조에 따라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으로 나눠 수사하고 있다. 합참과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용대 전 드론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 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은밀하게 치밀한 준비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 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 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노 전 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에 정보사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7일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를 압수수색했다. 원천희는 침묵 중 특검팀은 이날 합참 정보본부를 압수수색하면서, 무인기 관련 기록을 임의 제출 형식으로 제공받았다. 특검팀은 군검찰로부터 원 본부장의 또 다른 합참 정보본부장(중장) 사건도 이첩받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본부장은 지난해 12월2일 당시 김 전 장관, 문 전 사령관과 만나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날 원 본부장은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이자 다른 정보기관 수장인 박종선 777사령관과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정보사도 방문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정보사 장교들의 주몽골북한대사관 접촉 시도와 문 전 사령관의 대만 출장 등이 계엄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목적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계엄 선포에 대한 지지 선언을 부탁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외환죄의 구성 요건인 ‘외국과의 통모’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이 무인기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확인된다.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한 육군본부 관계 A씨는 노 전 사령관에게 12·3 내란 사태 전날인 지난해 12월2일 오후 5시10분께 “XXX에서 하는 것은 전자전 무인기가 아닙니다. 최근 떨어진 헤론 2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20)26년, 27년도에 들어옵니다”라며 “정작부(정보작전참모부)에서 하는 전자전 무인기는 국정원에서 내년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정보위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였는데 국정원에서 반영을 안 하고 내년 초에 갈 건지 말 건지 국정원에서 결정한다고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육군이 도입한 이스라엘제 헤론 정찰기는 총 3대다. 한 대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위치정보시스템(GPS) 전파 교란으로 추락했고 다른 한 대는 카메라 고장으로 국외에서 정비 중이었다. 특검 수사 대상 원, 내란 하루 전 김에 직보 의혹 군 안팎서 “사실상 내란 부역·방관” 비판 쇄도 노 전 사령관은 이 직후 누군가와 통화하며 “아우야, 그러면 전자전 무인기가 27년에 2대가 들어온다는 거야? 27년에 1대, 28년이나 29년에 1대, 이 얘기야?”라고 물었다. A씨는 “27년에 1대입니다. 그다음에 이제 2년 후에 또 1대가 (들어온다)”라고 답했다. 노 전 사령관이 “예산 반영을 왜 하나도 안 했지? 그걸 모르겠네. 국정원에서 안 했다는 거잖아”라고 묻자 A씨는 “거기 정보처장 얘기로는 뭐 특활비 이런 것까지 (삭감됐다)”라고 했다. 이후 노 전 사령관은 “국정원에서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추정컨대 특활비 같은 것이 국회에서 모두 잘리고 국정원 예산이 대폭 삭감이 되다 보니 국정원 내부에서도 예산 문제로 편성을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라며 음성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군수업체 관계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건다. B씨는 “(무인기 예산이) 반영이 안 됐다는 거는 지금 확정이 안 됐다는 이야긴가요, 아니면 안 하기로 했다는 건지 모르겠네요”라고 물었다. 노 전 사령관은 “반영이 안 됐답니다. 내년도 예산에”라며 “정작부에서 추정하는 것은 특활비나 뭐 이런 거를 깎아내니까 국회에서. 예산이 지들이 (국정)원에서 부족하니까 그거를 결정을 못하고 만약에 내년 초에 이거를 할지 안 할지 다시 판단해서 한다면 27년에 들어오고 또 하나는 29년에 들어오고 이런 식이에요”라고 했다. B씨는 “내년도 예산은 일단 배정은 되어있단 말이에요, 110억이. 그거면 계약은 할 수 있는 거 같은데 예산을 배정 안 해버리면 (어렵겠다)”이라고 답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내란진상조사단 회의에서 “2022년 말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됐다”고 밝힌 바 있다. 노상원 주도? 당시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 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며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보통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에서 무기 체계 등 전력사업을 총괄 운영하는데, 이번 사업은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맡는다”며 “(2022년)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 내란으로 기소된 여인형”이라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